My Diary is an SSS-class reward RAW novel - Chapter 36
36화. 자업자득 (5)
한편, 이유영과 두 대원을 낙오시키고 진격하던 강남 길드 3분대.
분대장 유태오는 현재 기분이 꽤 좋았다.
‘인터넷에서 A급 헌터니 뭐니 난리를 피우더니만, 별거 아니네.’
진짜로 A급 헌터였으면 순순히 자기 말을 들었을 리가 없다.
SNS에서 떠돌던 그 영상도 분명 겉보기에만 화려해 보이는 스킬일 것이다.
유태오는 그런 부류의 스킬을 잘 알았다. 왜냐면 본인이 그런 스킬을 지녔기 때문이다.
유태오의 메인 스킬, ‘꿈꾸는 불꽃’.
다들 황금색 불꽃이라고 대단하다며 떠받들었지만, 사실은 온도도 그다지 높지 않고, 공격 범위도 작은 실속 없는 스킬이었다. 불도 금방 꺼져버렸고.
운 좋게 얻어낸 A급 건틀렛이 없었다면, 자신을 떠받들어 모시는 분대원들보다도 못났을지도 모른다.
그는 스스로 약하다는 걸 인지하고 있었지만, 높은 자리에 오르고 싶은 욕망이 있었다. 그런 그가 선택한 방법은 남을 짓밟고 올라서는 것이었다. 약한 사람의 것을 빼앗고, 자기를 위협할 것 같은 사람은 미리 싹을 잘라냈다.
그게 지금까지 유태오가 살아온 방법이었다.
그런 그가 봤을 때 이유영은 경계해야 할 놈이었다. 지금은 자신보다 약하더라도 아득바득 기어 올라와 자신의 자리를 위협할만한 녀석이었다.
‘그런 놈은 미리 버려두는 게 낫지.’
훌륭한 스킬을 가진 분대원 덕분에 이유영은 시체가 되어도 잡몹을 붙잡아 주고 있을 것이다.
그 사이 보스 몬스터를 공략하면, 이 던전은 유태오의 3분대가 공략한 던전이 되겠지.
이유영은 대충, 분수에 맞지 않게 강남 길드 사이에 껴서 사고사당한 헌터 정도로 남을 것이다.
유태오에게는 일말의 죄책감도 없었다.
이 던전의 다음 난관인 중간보스를 마주할 때까지, 콧노래가 나올 정도로 기분 좋은 상태였다.
***
3분대를 이끌고 던전 안을 탐색하던 유태오는 거대한 화원을 발견했다.
“우와, 갑자기 풍경이 확 달라지네요!”
“되게 특이하다. 뭔 꽃이랑 나무를 이렇게 구역 딱딱 나눠서 심어놨대.”
분대원의 말대로 중앙에 있는 모란꽃을 중심으로, 동쪽에는 매화, 남쪽에는 난초, 서쪽에는 국화가, 북쪽에는 대나무 숲이 자리 잡고 있었다.
눈썰미 좋은 헌터라면 던전 알림창을 떠올리며 ‘아름다운 왕’과 ‘유능한 신하’가 각각 중앙의 모란꽃과 그 주위의 매, 란, 국, 죽임을 눈치챘을 것이다.
또한 노련한 헌터라면 화원을 면밀히 조사해, 각 화원에서 앞으로 나타날 보스 몬스터의 능력을 예고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챘을 것이다.
그러나 유태오는 둘 다 아니었다.
“던전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쓸데없는 거에 신경 쓰지 말고 빨리 보스 찾아낼 생각이나 해.”
유태오와 3분대는 그대로 화원을 지나쳐갔다.
그 후, 조금 더 걷자 색색의 꽃으로 장식된 화려한 궁궐이 나타났다.
유태오는 그 궁궐을 보며 슬슬 보스 몬스터가 나올 것 같다고 함부로 예상했다. 그런 유태오를 따르는 분대원들도 마찬가지였다.
“여기 보스몹 나올 각이네요?”
한 녀석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몬스터 하나가 흐느적거리며 궁궐 안에서 나왔다.
대나무로 된 두 다리에 허수아비처럼 걸친 거적.
기다란 창을 든 채 금방이라도 넘어질 것처럼 위태롭게 걷던 몬스터는 창을 뻗어 궁궐 앞을 막아섰다.
그 모습을 본 유태오는 코웃음을 쳤다.
‘보스몹은 아닌 것 같은데, 중간 보스인가? 허접해 보이네. 여기선 내가 좀 나서볼까.’
유태오는 3분대를 멈춰 세우며 한 발자국 앞으로 나섰다.
분대원들이 보기엔 좀 멋있어 보였을 것이다.
“여긴 내가 처리하도록 하지. 방어계는 원거리 보호에 전념해라. 원거리는 틈을 봐서 공격하고, 근거리는 대기한다.”
건틀렛을 정비한 유태오는 꽤 자신만만하게 스킬을 발동했다.
화아악!
유태오가 만들어낸 노란 불꽃이 건틀렛 위로 타올랐다.
건틀렛의 능력인 ‘메인 스킬 강화 및 전이’가 발동된 것이다.
유태오는 몬스터가 휘두른 창을 피하며 녀석의 팔에 펀치를 날렸다.
퍽!
몬스터가 공격을 맞은 부위에서 얼핏 황금빛으로 보일 정도로 화려한 불꽃이 터져 나왔다.
분대원들은 그 모습을 보고 감탄했지만, 유태오는 식은땀을 흘렸다.
‘왜… 공격이 제대로 안 먹혔지?’
보통 이 건틀렛에 맞으면 조금이라도 비틀거리는 기색이 보여야 하건만, 이 몬스터는 그런 기색 하나 없이 다시 창을 휘둘러왔다.
휘익!
유태오는 뒤로 굴러서 창을 피했다.
그 사이, 원거리 헌터들이 몬스터가 창을 들고 있는 팔을 노려 점사했다.
탕, 탕, 피융!
파직
원거리 헌터들의 공격에 몬스터의 팔이 떨어져 나갔다.
대원들이 나이스 샷이라고 떠드는 와중, 유태오는 불안함을 감지했다.
‘왜, 왜 저렇게 멀쩡한 건데?’
분명히 금방이라도 넘어질 것처럼 위태롭게 걸어 다니던 놈이다. 그런데 이 녀석은 팔이 날아갈 때까지 넘어지기는커녕, 조금도 비틀거리지도 않았다.
그때, 몬스터가 하나 남은 팔로 창을 주워들며 다시 유태오를 향해 위태롭게 걸어왔다.
탕! 탕!
대원들이 몬스터에게 마구 공격을 날렸으나, 이번에는 창을 휘둘러서 공격을 튕겨냈다.
그리고는 자신을 공격하던 유태오에게 날아와 발차기를 휘둘렀다.
팍!
유태오는 건틀렛으로 불을 뿜어내며 가드했지만, 피하지 않고 가드한 게 그의 실책이었다.
몬스터는 기괴한 미소를 띠며 유태오를 바라보고 있었다.
“으윽…!”
몸에 전기가 퍼진 듯이 찌릿거리는 고통이 가드한 팔에서부터 온몸으로 퍼졌다.
순식간에 사지가 뻣뻣하게 굳어가는 게 느껴졌다.
그제야 유태오는 깨달았다. 저 몬스터의 주 무기는 손에 들고 있던 창이 아니라, 상태 이상을 일으키는 발차기라는 것을.
그 단단한 하체가 주 무기라서 원거리들과 자신의 공격에도 휘청이거나, 비틀거리지 않았던 것이다.
유태오는 입까지 마비되기 전에 다급하게 외쳤다.
“상태 이상, 마비를 쓰는 몬스터다! 다들 마비 저항 포션 마시고, 방어계랑 근거리 둘이서 나한테 해독 아이템 가져와!!”
그 말을 들은 방어계 헌터가 서둘러 유태오를 향해 달려갔으나, 몬스터의 행동이 조금 더 빨랐다.
“분대장님!!”
퍽!
몬스터의 발차기에 맞은 유태오의 몸이 공중에 붕 떴다가 바닥에 처박혔다.
아무리 가드를 하지 않았다고 한들, 아까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무게감이었다. 옆구리가 모두 파열된 것처럼 욱신거렸다.
고통에 비명이라도 지르고 싶었으나, 몸이 마비된 탓에 신음조차도 흘릴 수 없었다.
『끼히힉!』
몬스터는 기분 나쁜 웃음소리를 내며, 이번에야말로 유태오를 죽여버릴 기세로 다가왔다.
그러나 이대로 호락호락 당해줄 순 없었다. 이 자리에 오기 위해 내가 무슨 짓까지 했는데, 억울해서라도 얌전히 죽어줄 생각은 없었다.
유태오는 메인 스킬을 최대 출력으로 발동해, 자신의 온몸에 불꽃을 둘렸다.
화려하게 타오르는 불꽃은 이번에는 정말로 황금빛처럼 보였다.
‘X되더라도 같이 X될 거다, 새끼야. 그나저나 저 새끼들은 왜 이렇게 늦어?’
유태오의 불꽃 탓에 몬스터는 쉽사리 공격을 내지르지 못하고 있었다.
유태오는 이를 악물고서 화력을 더 올리는 데 집중했다.
그 사이, 아이템 보급이 끝난 방어계 분대원 하나와 근거리 공격계 분대원이 다급하게 달려왔다.
파아앗!
방어계 헌터가 실드를 펼치는 사이, 근거리 헌터가 급히 마비 해제 포션의 뚜껑을 열었다.
‘왜 이렇게 늦어 X새끼야! 뒤지는 줄 알았잖아!’
유태오는 욕을 내뱉고 싶었지만, 입까지 마비된 탓에 속으로 삼킬 수밖에 없었다.
“분대장님! 조금만 참으십시오!”
유태오가 포션을 마시는 사이, 분대원들이 맹공을 펼쳐 나름대로 몬스터를 상대로 선전을 펼쳤다.
방어계 헌터가 안정적으로 어그로를 끌고, 근거리 헌터는 몬스터의 측면에서 간간이 유효타를, 원거리 헌터는 자리에서 꾸준히 데미지를 입히고 있었다.
마비가 풀린 유태오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며 말했다.
“우리도 합류한다!”
“알겠습니다, 분대장님!”
방어계 헌터와 근거리 헌터가 한 명씩 더 붙자, 3분대는 몬스터를 상대로 우세를 점할 수 있었다.
유태오는 곧바로 합류하는 대신 기회를 엿봤다. 부상까지 입고 곧바로 합류하는 건 멍청한 짓이었다. 분대원들이 힘을 거의 다 빼놓으면 자신은 기회를 틈타 막타를 칠 생각이었다.
그리고 기회는 얼마 안 가 곧바로 찾아왔다.
『끼익, 끼이익!』
원거리 헌터 한 명이 발사한 총알이 대나무를 닮은 몬스터의 다리에 정확히 박혔다.
지금까지 뻣뻣하게 서 있던 녀석이 처음으로 고통스러워하는 소리를 냈다.
‘저기가 약점이군!’
건틀렛에 불을 피워올린 유태오는 곧장 몬스터에게 달려들어 다리를 향해 일격을 내질렀다.
빡!!
『끼히익!!!!!』
그 단말마를 마지막으로, 몬스터는 자리에서 허물어졌다.
재가 되어 사라진 몬스터를 보며 유태오는 뿌듯함을 느꼈다. 여전히 옆구리가 욱신거렸지만, 아무렇지 않은 척 분대원들 앞에 섰다.
“훌륭한 대처였다. 보스 몬스터 앞에서도 방금처럼만 해.”
“분대장님, 아까 몬스터한테 맞은 곳은 괜찮으신 겁니까?”
“너희 분대장이 그렇게 나약해 보이나?”
“아닙니다!”
유태오는 허세를 부리면서도 강남 길드에 힐러가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때, 유태오는 돌연 자신의 위로 그늘이 지는 것을 느꼈다.
본능적으로 몸을 뒤로 돌려 피하자마자, 커다란 무언가가 유태오가 있던 자리를 덮쳐왔다.
풀썩!
거대한 흰색 국화가 땅에 떨어지며 수상한 가스를 퍼뜨렸다.
원거리 헌터들은 방어계 헌터의 보호를 받아 무사했지만, 근거리 헌터들은 무방비하게 가스에 노출되었다.
유태오는 급하게 불꽃을 퍼트려 그들을 보호했다.
화르륵!
흰색 국화는 유태오의 불꽃에 순식간에 불탔지만, 가스를 막는 데는 무리가 있었다.
가스에 당해 쓰러지던 분대원 중 하나가 간신히 목소리를 쥐어짜 내며 말했다.
“상태이상 수면… 모두… 조심….”
유태오는 이를 악물고 남아있는 분대원에게 외쳤다.
“다들 어서 수면 저항 포션을 마셔!”
그리고는 자신도 아이템창에서 포션을 꺼내려던 그때.
또다시 하늘에서 거대한 국화꽃이 떨어졌다.
풀썩!
유태오가 대처할 틈도 없이 국화꽃에서 뻗어 나온 줄기와 뿌리가 수면에 걸린 근거리 헌터들을 휘감았다. 그들은 줄기에 휘감긴 채로 꽃에 흡수되고 있었다.
“이게 무슨!”
유태오가 당황하던 사이, 원거리 헌터들이 국화꽃을 향해 공격을 펼쳤다.
유태오는 순간적으로 계산했다.
하늘에서 떨어진 저 국화꽃을 다루는 본체는 따로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본체가 아닌 저 꽃에 모든 화력을 쏟아붓는 건 시간 낭비였다. 아무리 분대원들이 흡수당하고 있다고 해도 말이다.
계산을 끝낸 유태오는 분대원들에게 외쳤다.
“모두 흩어져서 근처에 있을 본체를 찾아!”
“네!”
분명 본체는 더 위험할 것이다. 유태오는 위험한 일은 분대원에게 맡기고, 자신은 눈앞의 분대원들을 구하는 이미지를 챙겨가기로 했다.
유태오가 화염을 내지르자, 본체가 아니라서 그런가 꽃과 줄기가 쉽게 타오르며 대원들을 옭아맨 줄기들이 툭, 끊겼다.
그런데 그때.
『끼에엑!!!』
뿌리와 줄기를 징그럽게 늘어뜨리고, 커다란 국화 대가리를 달고 있는 몬스터가 궁궐에서 튀어나왔다.
유태오는 저 몬스터가 본체라는 것을 직감했다.
“저 녀석이 본체다!”
몬스터를 발견한 분대원들이 집중적으로 공격하기 시작했으나, 근거리 공격계 헌터들이 쓰러진 탓에 이전 같은 화력이 나오지 않았다.
건틀렛을 불태우던 유태오의 마음에 슬슬 불안한 마음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이 던전, 공략할 수 있을까?’
화르륵!
유태오는 옆구리에서 느껴지는 고통을 참으며, 몬스터에게 달려가 주먹을 내리꽂았다.
방어계 헌터들도 근거리들의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 공격을 보탰다. 원거리와 방어계, 그리고 분대장 유태오는 쉴 새 없이 몬스터를 공격했다.
그렇게 몇 분이나 흘렀을까.
드디어 몬스터의 꽃이 바닥으로 떨어질 기미가 보였다.
유태오는 마지막으로 떨어진 꽃에 불꽃을 처박았다.
『끼에에에엑!!!!』
몬스터가 재가 되어 사라지는 사이, 분대원들은 긴장한 채로 전열을 갖추었다.
이 국화가 끝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딱 봐도 보스 몬스터로 보이는 거대한 놈과 다른 한 놈이 궁궐에서 나오고 있었다.
이번에도 상태 이상을 거는 놈일까?
유태오는 긴장한 채로 자신의 건틀렛을 가다듬었다.
“저 녀석들이 마지막 고비일 것 같다. 방어계 한 명은 빠져서 쓰러진 근거리 헌터들 지키고 있고, 나머지는 다시 전열 잡는다. 다들 한순간도 긴장 놓치지 마!”
“분대장님도 빠져 계시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 아까 부상도 입으셨는데….”
유태오는 순간적으로 미쳤냐고 소리를 지르려다 꾹 삼켰다.
지금 빠졌다간 최고 공헌자 자리를 놓칠 텐데, 그걸 가만히 보고 있을 생각은 없었다.
“저놈들 쓰러뜨리고 힐러한테 치료받으면 돼. 쓸데없는 말은 더 듣지 않겠다. 다들 공격 시작해!”
초록색 잎을 선녀처럼 감싼 노란 꽃의 몬스터가 붉은 꽃을 주렁주렁 달고서 곰처럼 걸어오는 나무 한 그루를 보필하고 있었다.
던전 알림창에는 왕이 있다고 했으니, 저 붉은 꽃을 단 나무가 왕일 거라고 유태오는 생각했다.
채앵!
원거리 공격계 헌터들이 마구 공격을 퍼부었지만, 노란 꽃 몬스터가 펼친 잎에 모조리 튕겨 나갔다.
그 공격은 고스란히 방어계 헌터에게로 돌아갔다.
굳건하게 실드를 펼치고 있는 방어계 헌터에게 큰 위협이 될만한 반격은 아니었다. 그런데 반격을 막아낸 방어계 헌터들의 상태가 이상했다.
“어, 저기에 무지개가….”
“하하하, 꽃이다… 꽃….”
“바다다… 바다….”
방어계 헌터들이 헛소리를 하기 시작하더니 그 자리에서 풀썩 쓰러졌다.
유태오는 그제서야 그들이 상태 이상에 당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미친, 도대체 상태 이상이 몇 개야?!!’
유태오는 이를 으득 씹으며 말했다.
“방어계가 환각에 당한 것 같다! 당장 해제 포션 먹여!”
그러나 정확히 유태오가 소리치던 그 순간에, 붉은 꽃을 단 몬스터가 쏜살같이 달려와 붉은 액체를 내뿜었다.
꿀럭!
아이템을 가지고 달려오던 남은 방어계 헌터는 액체를 보지 못하고 그대로 맞았으며, 무방비하게 남아있던 원거리 헌터들은 그 액체를 직격으로 맞았다.
“으악!!”
“X발, 이거 뭐야!!!”
분대원들은 괴로움에 몸부림치며 자리에서 버둥거리다가, 얼굴이 시퍼렇게 변해갔다.
단순한 공격이 아니었다. 저 정도 효과를 내는 상태이상은 ‘중독’ 하나밖에 없었다.
남은 사람은 유태오 혼자였다.
불안감에 집어 삼켜진 유태오의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드는 생각은 오로지 하나뿐이었다.
“X발, X발!! 주, 죽기 싫어!!!”
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유태오는 지금까지 유연한 대처를 해왔다고 자신했다.
쓸모없는 놈들도 다 적재적소에 써먹고, 한눈 한번 팔지 않고 보스 몬스터를 향해 직진해왔다.
대체 자신이 뭘 잘못했단 말인가.
‘역시 약해서 그런 건가?’
각성하면서부터 품어왔던 열등감이 스멀스멀 기어 올라왔다.
만약 자신도 구지상처럼, 영상 속 이유영처럼 그런 엄청난 스킬을 각성했다면 이런 위기에 처하지 않았을 텐데.
약육강식의 헌터 세계에서 유태오 같이 약한 헌터는 죽는 게 당연한 걸지도 모른다.
유태오는 이번엔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몬스터의 공격을 보며 간절하게 외쳤다.
“사, 살려줘!!”
그 순간, 땅 밑에서부터 물기둥이 치솟았다.
콰가각!
거대한 물줄기는 유태오를 향해 날아오던 붉은 액체를 완벽히 방어했다.
유태오는 뒤를 돌아 그 물줄기를 내보낸 자의 정체를 확인했다.
“용케 안 죽었네.”
유태오가 버리고 온 이유영이, 상처 하나 없는 말끔한 모습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