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iary is an SSS-class reward RAW novel - Chapter 37
37화. 자업자득 (6)
나는 끈끈이에 당한 두 놈을 내버려 두고서 잡몹들을 전부 처리했다.
잡몹의 수가 많아서 시간이 좀 걸렸지만, 싸움이 어렵진 않았다.
두 놈들이 자기들도 구해달라며 매달리지만 않았어도 좀 더 빨리 끝냈을 것이다.
‘이유영 헌터…! 제가 잘못했다고요, 제발 살려주세요!’
‘우리만 두고 가지 마세요! 잠, 잠깐만!’
녀석들을 구해주고 있을 시간이 없었다. 서둘러 앞질러 간 놈들을 쫓아야 했다.
지금쯤이면 이미 중간 보스와 조우했을 텐데, 그 몬스터들은 상당히 까다로워서 까딱하면 전멸할 위험이 있었다.
저 못난 두 녀석은 던전 공략 후 찾아올 구조대가 나보다 상냥하게 구해줄 테니, 지금은 ‘사군자’부터 처리해야 했다.
‘사군자’, 매란국죽을 일컫는 말로 이 던전에선 각기 다른 상태이상을 일으키는 중간보스의 이름이다.
먼저, 매화. 상태이상 ‘중독’을 발생시키는 몬스터로, 독에 의해 서서히 죽어가게 만든다.
다음으로 난초. 상태이상 ‘환각’을 발생시키며, 매화와 함께 움직이는 방어 특화 몬스터다.
국화는 상태이상 ‘수면’을, 대나무는 상태이상 ‘마비’를 발생시키는 놈이라서 여러모로 골치가 아프다.
나는 상태이상에 저항하는 특이한 사람이라 금방 처치할 수 있지만, 그런 나를 두고서 가버린 강남 길드 머저리들이 얼마나 버티고 있을지 알 수 없었다.
어쩌면 강남길드원들이 내 생각보다 강해서 벌써 보스 몬스터를 물리치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경우엔 내 일기장이 위험해진다.
어느 쪽이든, 최대한 서둘러야 했다.
***
그렇게 도착하자마자 본 것은 막 독에 처맞으려던 강남 길드 분대장과, 널브러져 있던 나머지 분대원들이었다.
아슬아슬하게 다들 목숨이 붙어있는 듯했다. 매화와 난초가 있는 걸 보면 보스 몬스터도 아직 등장하지 않은 모양이다. 국화와 대나무는 처치한 것 같았고.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고 와서 그런가. 이 정도면 무난한 상황으로 보였다.
“용케 안 죽었네.”
나는 심판의 물을 발동시켜 분대장을 덮치던 독부터 막아냈다.
촤아악!
물기둥이 녀석을 보호해주는 사이, 상태이상 ‘중독’에 걸려 사경을 헤매던 놈들에게 생명의 의지를 발동해 상태이상을 해제했다.
이 녀석들은 내가 늦었으면 돌이킬 수 없는 상태가 됐을 것이다.
[ 메인 스킬, 를 발동합니다. ] [ 대상자의 상태이상, ‘중독’을 해제합니다. ]상태이상 환각과 수면에 걸린 놈들은 구조대가 와서 구해줘도 될 것 같았다.
나는 기절한 헌터들이 정상적으로 숨을 쉬는 걸 확인한 뒤, 강남 길드 분대장에게 다가갔다.
녀석은 죽다 살아난 얼굴로 자존심을 부리며 말했다.
“남겨둔 분대원들은 어쩌고 그쪽 혼자서…?”
“그 둘은 잘 살아 있으니, 본인 걱정이나 하는 게 좋을 것 같은데요.”
“하하….”
죽다 살아났다는 생각에 긴장이 풀렸는지, 녀석은 맥 빠진 웃음소리를 내고 있었다.
꼴에 분대장이라고 상태 이상에는 걸리지 않은 모양이다. 그러나 중상을 입은 듯 서 있는 자세가 이상했다.
“더 싸우기도 힘들어 보이는데, 나머지는 저한테 맡기고 뒤로 빠지시죠.”
“왜, 혼자서 처리하고 최고 공헌자 자리 가로채시게? 됐고, 저 노란 놈 주의나 끌어 보십쇼. 보스는 내가 처리할 겁니다.”
이 녀석, 매화를 보스 몬스터로 착각하고 있는 건가.
하긴, 두 몬스터의 생김새를 보면 착각할 만도 했다.
나무가 곰 모양으로 자란 듯한 매화와 두 장의 커다란 잎으로 무장한 난초는 겉보기에도 각각 공격과 방어에 특화되어 있었다. 누가 보더라도 매화가 더 강해 보이긴 하니, 보스 몬스터로 착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그러나 나는 녀석의 착각을 정정해주지 않았다.
굳이 나서서 공격이 까다로운 매화를 상대해 주겠다는데, 말릴 필요는 없었다.
“그러세요.”
내 말을 들은 분대장 녀석은, 뭐가 그리 분한지 이를 악물며 스킬을 발동시켰다. 녀석이 손에 낀 건틀렛에서 노란 불꽃이 화르륵 타올랐다.
무기랑 스킬을 보면 매화를 상대하기에 적합한 능력은 아니었지만, 내가 난초를 상대하는 사이 잠시 주의를 끄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나와 녀석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자, 줄곧 경계하고 있던 빨간 놈이 몸을 꿀렁거리며 붉은 독을 뱉어내기 시작했다.
꿀럭!
나는 독이 덮쳐오기 전에 심판의 물을 발동해 독을 막아냈다.
그 사이, 분대장 놈이 날쌔게 달려가서 빨간 놈의 몸통에 주먹을 날렸다.
퍽!
주먹이 부딪힌 곳에서 불꽃이 화르륵 타올랐고, 녀석은 불이 꺼지지 않도록 쉴 새 없이 주먹을 내지르며 불꽃을 쏟아냈다.
그래도 꼴에 근성은 있는 모양이었다.
나는 그쪽을 주시하면서 노란 놈을 향해 다가갔다.
[ [C] 해치의 비늘검을 소환합니다. ]이 노란 놈은 스킬을 전부 튕겨내기 때문에, 물리 공격으로 싸워야 공략이 쉬웠다.
쉽게 말해 칼질 앞에서 무력해지는 놈이었다. 마침 강철이와 싸울 때 휘어버린 비늘검은 딱 낫질하기 좋은 모양새였다.
내가 다가오자, 풀잎을 흐느적거리던 놈은 잎을 휘둘러 나를 날려버리려 했다.
부웅!
녀석의 잎에 맞으면 대책 없이 날아갈 수 있어서 반드시 피해야 한다.
나는 잎을 뛰어넘어 피하고, 몸체가 되는 줄기에 칼을 휘둘렀다.
『끼엑!』
비명을 지르던 녀석은 이번엔 잎 두 장을 움직여 나를 쳐내려 했다.
나는 다시 한번 뛰어올라, 놈의 대가리 부분에 피어 있는 꽃을 붙잡고 곧바로 스킬을 발동했다.
[ 메인 스킬, 을 발동합니다. ] [ 스킬, 을 사용합니다. ]그리고 넘쳐흐르는 괴력으로 신속하게 칼을 휘둘러, 대가리를 절단했다.
스각!
대가리인 꽃이 떨어지자, 놈은 서서히 재가 되어 사라졌다.
한 놈 해치우는 사이, 저 멀리서 분대장 놈이 고전하고 있는 게 보였다.
녀석도 내 쪽을 신경 쓰고 있었는지 움직임이 둔한 상황이었다.
“벌써 물리쳤어…?”
그놈이 얼빠진 채로 중얼거리던 탓에, 몬스터가 순식간에 두 팔로 놈을 포박했다.
몬스터는 곧바로 독을 분사했고, 내가 심판의 물을 쓸 새도 없이 놈은 붉은색 독을 얼굴에 뒤집어썼다.
“으악!”
전투 중에 한눈팔고 있으니, 저건 자업자득이다.
나는 놈이 녀석에게서 벗어나 고통에 나뒹구는 사이, 들고 있던 해치의 비늘검을 몬스터의 몸체 중앙을 향해 힘껏 던졌다.
팍!
괴력을 사용해 던진 탓에 칼날이 깊숙이 박혔다.
몬스터가 주춤하고 있을 때, 서둘러 분대장 놈을 짐짝처럼 메고 분대원들이 있는 곳으로 피신시켰다.
바닥에 몸을 눕힌 녀석은 힘겨운 목소리로 말했다.
“다, 당신 혼자서, 저거… 감당할 수 있습니까?”
안면에 직격으로 독을 맞은 탓에 흉하게 화상을 입은 녀석은 그 말을 마지막으로 기절해버렸다.
이미 중상을 입은 것 같던데, 거기다 독까지 맞고 상태이상에 걸리게 되었으니, 고통이 말이 아닐 것이다.
[ 메인 스킬, 를 발동합니다. ] [ 대상자의 상태이상, ‘중독’을 해제합니다. ]나는 놈이 죽기 전에 생명의 의지로 치유해뒀다.
얼굴에 남긴 흉한 흔적까지 지워줄 수는 없지만, 저건 저놈 탓이기도 하니 어쩔 수 없다.
나는 칼을 맞고 주춤하고 있던 마지막 사군자 매화에게 다가갔다.
나무가 곰 모양으로 자라면 이런 느낌일까. 온몸에 매화를 피워내고는 가로로 길게 찢어진 입을 달고 있는 놈의 몸체 중앙에는 내가 꽂은 푸른색 비늘검이 있었다.
이 녀석을 한 번에 골로 보낼 약점은, 이 곰처럼 거대한 껍질을 벗겨야 드러난다.
즉 사과처럼 칼로 껍질을 까야 한다는 소리다.
나는 놈이 독을 내뿜기 위해 입을 벌리던 때, 중앙에 박힌 비늘검을 잡고 위로 그어 올렸다.
『끼에엑!』
원래 고주연 같은 원거리 공격계 헌터가 약점을 노리면 수월하게 처리할 수 있는 놈이다.
이 분대에도 원거리 공격계 헌터가 있으니, 상태 이상을 해제할 수 있는 내가 있었다면 이렇게 전멸할 만큼 절망적인 몬스터는 아니었다.
하다못해 분대장 놈처럼 근거리 공격계 헌터들이 좀 더 높은 화력으로 겉면을 공격했으면, 결국 껍질이 허물어지고 약점인 ‘중앙’이 드러났을 것이다.
도대체 이 3분대 같은 놈들은 무엇을 위해 던전에 들어와서 싸우는 걸까.
나는 오우거의 괴력에 분노를 눌러 담아서 비늘검을 있는 힘껏 그었다.
『끼에에에에엑!』
나는 녀석의 비명소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칼날로 가른 곳을 뜯어서 벌렸다.
그러자 독이 분수처럼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 메인 스킬, 가 발동됩니다. ] [ 상태 이상, ‘중독’에 저항합니다. ]이 독은 중독이 걸리지 않으면 굳이 피할 필요가 없는 독이다.
화상 정도는 생명의 의지가 삽시간에 치유해주고, 저 약점만 뜯어내면 끝낼 수 있기 때문이다.
독을 분수처럼 내뿜던 안에는 녀석의 약점인 매화 한 송이가 숨겨져 있었다.
나는 그 매화 한 송이를 움켜쥐고서 뜯었다.
『끼이익!』
마지막 사군자의 비명을 끝으로, 모든 사군자들이 재가 되어 사라졌다.
이제 이 녀석들이 충성스럽게 모시던 꽃의 나라의 ‘왕’이 등장할 타이밍이다.
나는 온몸을 적신 독액을 대충 털어내고 왕의 등장을 기다렸다.
‘화왕계’를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꽃의 나라의 왕이라고 했을 때 떠오르는 식물이 있을 것이다.
이 던전에 등장하는 화왕의 정체 역시 ‘모란’이었다.
화왕은 사군자에 비해 상당히 약한 녀석이다.
환각을 써서 헌터들에게 가장 아름다운 대상으로 보이는데, 내가 일기에 적을 때 본 보고서에 따르면 그것을 부모님으로 본 녀석들도 있고, 여자 친구로 본 녀석들도 있고, 첫사랑으로 보이던 녀석들도 있었다고 한다. 그 ‘아름다운 대상’이라는 게 꽤 추상적인 듯했다.
그러나 능력 자체는 자유자재로 휘두르는 줄기 채찍으로, 유용하지만 살상력은 그다지 높지 않은 편이었다.
즉, 겉모습에 아랑곳하지 않고 싸울 수 있으면 약한 놈이다.
물론 나처럼 상태 이상에 걸리지 않는 사람에겐 그 겉모습도 통하지 않고 말이다.
‘그래도 궁금하긴 하네.’
과연 나한테 있어서 가장 아름다운 사람으로 보일 놈이 누구일지 나조차 상상이 되지 않았다.
어머니라는 사람은 기억도 안 나는 시절에 아버지와 이혼했고, 누군가를 아름답다고 생각할 만큼 좋아해 본 적도 없다.
생명의 의지는 자동으로 발동되는 스킬이라 멈출 방법도 없으니, 화왕이 무엇으로 나타날지는 나도 알 수 없었다.
샤아악
곧, 사군자가 나왔던 궁궐 안쪽에서 무언가 걸어 나오기 시작했다.
그것은 분명 사람의 형체를 띄고서 천천히 다가왔다.
묘한 향기가 바람을 타고 날아왔고, 그놈의 주변에만 유독 햇빛이 화사하게 퍼졌다.
어디선가 본 것 같은 생김새인데… 조금만 더 가까이 오면 얼굴을 확인할 수 있을 것 같던 순간.
[ 메인 스킬, 가 발동됩니다. ] [ 상태 이상, ‘환각’에 저항합니다. ]어김없이 생명의 의지가 발동됐다.
내 앞에는 분홍색의 탐스러운 꽃을 머리처럼 달고, 잎을 용포처럼 두른 채 나무뿌리로 걸어오는 평범한 식물형 몬스터가 있을 뿐이었다.
환각에 저항했는데 실망스러운 건 또 처음이다.
‘…질질 끌 것도 없지. 빠르게 간다.’
내가 곧바로 녀석을 향해 달려들자, 녀석은 나를 향해 길고 유연한 채찍을 크게 휘둘렀다.
촤악!
그러나 궤도가 명확하게 보이는 채찍을 피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내가 녀석의 채찍을 손쉽게 피해내자, 녀석이 중얼거렸다.
『그대는 어째서 내게 현혹되지 않는 것이냐…!』
“현혹되지 않는 사람도 있을 수 있지. 세상엔 다양한 사람이 있는 법이거든.”
『무엄하다!』
A급 몬스터도 말은 할 수 있다. 그러나 해봤자 결국 ‘무엄하다!’, ‘하찮은 인간!’ 정도로 인간을 깔보는 말밖에 하지 못한다. 강철이가 그나마 A급 중에서도 똑똑한 편이었다.
‘야생의 몬스터 놈들이 확실히 특이하긴 하지.’
녀석은 채찍을 여러 개로 늘려 마구 휘둘렀다. 몇몇 줄기가 내 몸을 스치고 지나갔지만, 생명의 의지가 있는 나에게는 그다지 유효한 데미지가 아니었다.
아니, 애초에 내가 아니었어도 방어력만 높다면 이 정도는 견딜 수 있을 것이다.
이 녀석은 중간 보스인 사군자보다도 약했으니까.
잡몹도 사군자도 사라진 지금 왕을 보호해 줄 몬스터는 어디에도 없었다.
화왕은 여러 개로 늘린 줄기를 하나로 뭉쳐 굵은 줄기를 만들어 휘둘렀지만, 나는 가볍게 뛰어올라 그 줄기를 밟고서 녀석의 대가리를 향해 몸을 날렸다.
『무엄한, 무엄한 것…! 다가오지 마라…!』
녀석은 줄기 채찍을 전부 모아 자신의 목을 방어했지만, 오우거 부족장의 괴력 앞에선 허술한 방어일 뿐이다.
나는 줄기를 있는 힘껏 뜯어내서 녀석이 감춘 목이 드러나게 했다.
그리고 녀석의 목에 곧장 해치의 비늘검을 밀어 넣었다.
푸욱!
비늘검을 움직여, 녀석의 모가지를 도려내자 몬스터가 비명을 내질렀다.
『키아아악, 무엄한 인간 놈들…!』
대가리인 모란꽃이 뚝, 하고 꺾이며 꽃잎이 우수수 떨어졌다.
매화만도 못한, 실로 싱거운 싸움이었다.
모든 것이 재가 되어 사라지자 보스 몬스터인 화왕의 공략을 알리는 창이 떠올랐다.
[ 당신은 모란의 목을 떨어뜨리는 데 성공하였습니다. ] [ A급 던전, 꽃의 나라 – 공략 성공 ] [ 공략 공헌도에 따라 보상을 정산합니다. ] [ 던전 공략자가 다수임을 확인하였습니다. 획득 아이템 알림은 이하 보상 정산 목록으로 대신합니다. ] [ 보상 정산 목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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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 사군자의 죽창 – 유태오 [A] 화왕검 – 이유영 [SSS] 최후 인류의 기록 – 이유영*코인은 공헌도에 따라 차등 지급됩니다.
나는 보상템으로 얻은 내 일기장을 소환해 읽었다.
페이지의 내용을 전부 읽고 나니, 평소처럼 일기장이 빛나기 시작했다.
[ 메인 스킬, 에 목록이 추가됩니다. ]– 분류: 메인 스킬
– 숙련도: 25%
「시전자의 염원을 이룰 가능성이 발견되면 발동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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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로써 강철이뿐만 아닌, A급 몬스터의 스킬이 새로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