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iary is an SSS-class reward RAW novel - Chapter 38
38화. 다가오는 위협 (1)
던전 공략 알림과 함께 출구 게이트가 열렸다.
나는 강남 길드원 놈들을 두고서 출구로 유유히 빠져나왔다.
게이트를 빠져나오자, 출구 앞에서 대기하고 있던 협회원이 보였다.
“공략 수고하셨습니다. 함께 들어간 인원은 어떻게 되었습니까?”
협회원은 덤덤한 투로 말했지만, 어딘가 긴장하고 있었다. 현시점 최고 등급인 A급 던전에서 나 혼자 나왔으니, 긴장하는 것도 당연하다.
나는 적당히 안심시킬 수 있는 말을 꺼냈다.
“사망자는 없습니다. 다만 혼자 수습할 수가 없어 먼저 나왔습니다. 대부분 기절한 상태라서요.”
그제서야 협회원이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지체 높으신 강남 길드원이랑 같이 들어갔는데 나온 게 나였으니, 온갖 상상을 다 했을 것이다.
협회원은 알겠다며 구조대를 게이트 안으로 들여보내기 시작했다. A급 던전이라 부상자가 있을 것을 대비해 구조대가 이미 대기하고 있었다.
그 사이, 나는 저 멀리 보이는 익숙한 얼굴에게 다가갔다.
“신윤현 헌터님, 오랜만입니다.”
“이유영 헌터님…?”
강남 길드의 힐러, 신윤현.
그는 강남 길드 ‘케어팀’과 함께 헌터들을 기다리며 스킬로 약물을 제조하고 있었다.
“아아… 3분대 분들과 함께 던전에 들어가신 분이 있다고 들었는데…. 그게 이유영 헌터님이셨군요…. 오랜만에… 뵙네요.”
신윤현의 얼굴은 이전에 만났을 때보다 훨씬 더 핼쑥해져 있었다.
강남 길드 놈들의 실체를 알아서 그런가, 학대를 당하는 건 아닌지 걱정될 정도였다.
“전에 안부 문자 보내주셨죠. 고맙다는 인사를 만나서 드리고 싶었는데, 이렇게 기회가 됐네요. 신윤현 헌터님은 3분대 헌터들 케어 때문에 오신 겁니까?”
“예…. 그런데 바로 나오지 않으시는 걸 보면… 다들 부상이 심하신가 봅니다.”
부상이 심한 녀석들은 이미 내가 힐을 해줘서 별로 치료할 게 없을 것이다.
다만 그렇게 곧이곧대로 말할 수는 없으니, 이 심약한 사람이 적당히 안심할 수 있을 만한 얘기를 했다.
“다들 기절한 것뿐이지, 크게 다치진 않았습니다. 너무 걱정 마세요.”
“아아… 듣던 중 반가운 소식이네요….”
그제서야 신윤현의 안색이 조금은 나아졌다.
보통 헌터들은 부상당했을 경우 협회의 도움을 받아 병원으로 이송되지만, 대형 길드는 길드 전용 병원이나 힐러가 파견 나와 헌터 케어를 해준다. 그리고 여기 있는 신윤현은 강남길드의 ‘케어’로 홍보 당하는 사람이다.
‘모두가 사는 강남’이라는 강남 길드 홍보 문구에는 언제나 신윤현이 헌터들을 케어하는 모습이 찍혀 있을 정도니까.
다만 본인은 상처 치유에 적합한 능력이 아니라, 마음을 치유해주는 능력이라고 했었다.
떠맡은 책임감 때문에 나날이 핼쑥해져 가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거기다 이번에 케어해줘야 하는 상대가 3분대 같은 놈들이니. 신윤현뿐만 아니라 강남 길드의 케어팀 모두의 표정이 별로 좋지 않았다.
“공략대원 모두 무사, 확인했습니다!”
곧 게이트 밖으로 3분대가 구조대의 도움을 받아 하나둘씩 빠져나오기 시작했다.
그중 가장 먼저 나온 건 분대장인 유태오였다.
유태오는 나오자마자 신윤현과 나란히 서 있는 나를 노려보며, 엄한 곳에 역정을 냈다.
“신윤현 헌터! 소속 헌터가 다쳤는데 빨리 와서 케어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
“그, 금방 가겠습니다….”
최대 공헌자 자리를 나한테 뺏겨서 이딴 식으로 쪼잔하게 구는 모양이다. 녀석은 역정을 내는 도중에도 나를 보고 있었다.
나는 가운뎃손가락을 날려주며, 유태오에게 들리지 않을 만큼 작은 목소리로 신윤현에게 말했다.
“이전에 드렸던 제안 아직도 유효하니 잘 생각해보세요.”
“말씀만이라도 감사합니다….”
신윤현은 나한테 꾸벅 인사하고 유태오에게 부리나케 뛰어갔다.
안타깝긴 하지만, 신윤현의 의지가 없는 한 내가 억지로 빼 올 수도 없는 노릇이다.
우리나라 5대 길드 중 하나인 강남 길드를 떠나서 내 길드에 들어갈 이유가 마땅치 않으니 말이다.
하지만 내 길드가 5대 길드 못지않은 세력으로 성장하면 신윤현도 생각이 좀 바뀔 것이다.
나는 현장을 벗어나며, 이 시기에 열리는 던전 중 B급 이상의 던전들 리스트를 뽑아둘 계획을 세웠다.
이유영 길드를 키우는 제일 좋은 방법은 내가 강해지는 것이니까.
***
이유영이 돌아간 후, 거울을 본 유태오는 홀로 분을 삭이고 있었다. 나름 볼 만했던 얼굴이었는데, 왼쪽에 생긴 화상 자국 때문에 보기 흉하게 일그러지고 말았다.
유태오는 신윤현에게 당장 고쳐내라며 짜증을 부렸지만, 신윤현은 침울한 얼굴로 말했다.
“그…… 죄, 죄송합니다. 이건… 상처가 아물고 남은 흉터라… 제 스킬로는 치료할 수는 없습니다….”
유태오는 그 말에 당장 신윤현에게 거울을 집어 던지려다가 참았다.
신윤현은 강남 길드의 재산이라, 화풀이로 다치게 만들 수 없는 인간이었다.
겨우 가짜 팔다리나 만들어내는 수호 길드의 안수연과 달리, 부상을 치료할 수 있는 신윤현은 국내 유일한 ‘진짜’ 힐러다. 그런 신윤현이 불가능하다고 판단을 내렸다는 건, 국내에서는 치료할 방법이 아예 없다는 뜻이나 마찬가지였다.
이런 흉을 평생 달고 살아야 한다니.
유태오는 결국 화를 참지 못하고 거울을 바닥에 집어 던졌다.
쨍그랑, 소리를 내며 깨진 덕에 주변에 있던 몇몇이 작게 비명을 질렀다. 신윤현도 눈을 질끈 감은 채로 벌벌 떨며 유태오를 달래듯이 말했다.
“죄, 죄송합니다…. 휴, 흉터는 지울 수 없어도 이 약이 통증은 완화해드릴 겁니다….”
신윤현은 떨리는 손으로 유태오에게 만들어두었던 약을 건넸다.
유태오는 왜인지 모르지만 아픈 곳은 하나도 없어서, 솔직히 통증을 완화하는 약을 받을 필요는 없었다. 그런데도 그는 신윤현의 손에서 약을 빼앗아, 그대로 한입에 털어 넣었다.
‘….’
그러자 한결 차분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기묘할 만큼 마음을 가라앉히는 신윤현의 약은 통증 따위 없어도 먹어둘 가치가 있었다.
머리가 맑아진 유태오는 아직도 자기 때문에 벌벌 떨고 있는 강남 길드 케어팀을 보다가, 짜증스럽게 일어났다.
“에이씨, 재수 없긴….”
“어, 어디 가십니까?”
“담배 좀 태우러 가는 겁니다. 신윤현 헌터는 다른 분대원들이나 보세요.”
유태오는 바닥에 난장판으로 깨진 거울 조각을 발로 지근지근 밟고서 자리를 벗어났다.
누가 신경 쓰든 말든 길거리에서 담배에 불을 붙인 유태오는 조금 전 이유영이 자리를 뜬 방향을 흘끔 봤다.
유태오는 던전 보상템 목록을 보며 ‘그 아이템’을 똑똑히 보았다. 덤으로 이유영의 이름도 말이다.
[SSS] 최후 인류의 기록 – 이유영유태오도 소문은 들어본 적 있었다. 최근 들어 갑자기 나타났다는 SSS급 아이템, ‘최후 인류의 기록’. 그 실물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으며, 무수히 많은 추측만 낳고 있는 도시 전설과도 같은 아이템이었다.
처음 소문들 들었을 때는 할 일 없는 인간들이 지어낸 헛소문이라고만 생각했더니, 아니었다.
실제로 존재하는 아이템이었다.
이유영이 이래저래 말도 안 되는 놈이었다는 건 제쳐 두고. 지금은 그가 최후 인류의 기록을 가져갔다는 사실이 제일 중요했다.
‘만약 그게 내 손에 들어온다면….’
SSS급 아이템을 어떻게든 얻어내기만 한다면 지금의 3분대 분대장 자리에 만족하지 않아도 된다.
더 높은 자리, 최소 1분대 분대장에는 오를 것이다. 지금까지 각종 아부와 정치질로 분대장의 자리를 얻어낸 유태오의 감이 그렇게 외치고 있었다.
전설 같은 아이템을 직접 목격했는데, 이 기회를 놓칠 수는 없다. 이건 하늘이 주신 기회였다.
유태오는 담배를 태우며 3분대 대원들을 살폈다. SSS급 아이템에 정신이 팔린 유태오는 분대원들이 이상할 만큼 부상이 없다는 사실은 안중에도 없었다.
그는 다 태운 담배를 길거리에 버리고 발로 뭉개고 3분대 분대원들을 불러 모았다.
“너희 던전 보상템 목록은 확인했나?”
보상템이라는 말이 나오자, 분대원들은 눈치껏 케어팀을 뒤로 물리며 은밀하게 모이기 시작했다.
유태오는 분대원들의 이런 눈치 빠른 점을 마음에 들어 했다.
분대원들은 케어팀에게 들리지 않을 만큼 작은 목소리로 유태오의 말에 대답했다.
“이유영이 얻어간 ‘SSS급 아이템’ 때문에 그러십니까?”
“그래. 다들 기절해놓고서 용케 확인은 했나 보군.”
“아쉽습니다. SSS급 템이 뜰 줄 알았으면 다른 분대까지 끌고 와서 얻어가는 건데.”
“아니, 이건 오히려 기회다.”
유태오의 기회라는 말에 분대원들은 의아한 얼굴로 서로를 쳐다봤다.
그는 특유의 비열한 웃음을 지으며 분대원들에게 말했다.
“그 SSS급 아이템, 우리가 차지한다. 다른 분대에게 넘기지 않고.”
유태오 혼자서 이유영의 아이템을 빼앗아 오는 건 무리가 있겠지만, 원래 다구리 앞에선 장사 없는 법이다.
3분대를 설득해서 이유영의 빈틈을 노리고 SSS급 아이템은 유태오가 먹는 게 최선의 방법이었다.
그런데 분대원 중 하나가 유태오의 말에 태클을 걸었다.
“아니, 분대장님. 그럼 이유영 저 새끼 나오자마자 잡아다가 묶어놨어야죠. 그냥 순순히 보내놓고 이제 와서요?”
유태오는 그 멍청한 소리를 하는 분대원을 기가 차다는 듯이 노려봤다.
원숭이를 닮았다고 생각하는 것도 원숭이 수준일 줄이야.
그 대가리 텅 빈 발언에 분위기가 싸해지자, 옆에 있던 다른 분대원이 급하게 녀석의 뒤통수를 한 대 갈기며 말했다.
“넌 제발 생각 좀 하고 말해, 새끼야. 지금 그 자식 습격해서 뭐 어쩔 건데. 협회한테 붙잡혀 가고 싶냐?”
“아, 왜 때리냐고! 그냥 우리 길드에 잠깐 데려간다고 핑계 대면 될 거 아냐!”
“이 또라이 새끼가… 이유영은 어떻게 잡을 건데, 네가 잡게? 넌 그 자식이 잡몹 쓸어버리던 거 보고서도 그 말이 나오냐?”
잡몹한테 죽으라고 던져 놨는데도 멀쩡히 살아 돌아오고, 심지어 단신으로 중간 보스 둘과 최종 보스까지 잡은 헌터다.
그 정도면 구지상급이라는 평가가 진짜일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런 이유영한테서 아이템을 빼앗으려고 대책 없이 습격이라도 했다간 처맞고 돌아올 게 뻔했다.
유태오는 자기 눈앞에서 싸우고 있는 분대원들의 군기를 잡기 위해 바닥을 쾅 소리 나게 밟았다.
그러자 분대원들이 자진해서 입을 다물었다.
“처맞으면서 군기 잡히던 때로 돌아갈래? 내 앞에서 뭐 하는 짓이야? 너네 두 놈은 밤새울 각오해.”
“네? 저는 이 새끼가 헛소리해서 바로 잡아준 건데도요?”
“입 안 다물어? 당분간 이유영의 뒤를 밟을 거니까, 너희 둘은 교대 근무 없이 구를 줄 알아.”
그 말에 감히 유태오 앞에서 싸웠던 두 분대원이 억울함을 표정으로 호소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유태오는 담배를 하나 더 꺼내 물으며 불을 붙였다.
정면 승부로 상대할 수 없으면 우선 뒤를 캐보는 게 정석이다.
그놈도 사람이니 뒷조사를 하다 보면 약점이든, 습격할 기회든 얻을 수 있을 게 분명하다.
***
이틀 후.
밤새 구르며 이유영의 뒤를 캐온 분대원들의 보고서를 확인한 유태오는 생각했다.
‘이건… 미친 새낀가?’
헌터들은 일반적으로 던전을 한 번 갔다 오면 일주일 정도는 휴식을 취한다. 설령 연속으로 들어간다고 해도, 고등급 던전을 연달아 들어가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그런데 이유영은 ‘꽃의 나라’ 던전을 공략한 바로 다음 날, B급 던전을 연달아 두 개 공략했다. 그리고 오늘은 아침부터 A급 던전에 들어갔다고 한다.
덕분에 이유영 뒤를 밟던 3분대 헌터들은 습격은커녕, 게이트 앞에 죽치고 앉아서 이유영이 나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야 했다.
그럼에도 성과가 없는 건 아니었다.
분대원들은 이유영과 같이 공략에 들어간 헌터들에게 이유영에 대해 꼬치꼬치 캐물었고, 엄청난 사실을 알아냈다.
‘…SSS급 아이템을 연속으로 네 번이나 얻었다고?’
이게 과연 우연일까? 우연도 세 번이면 필연이라는 말이 있다.
처음 보고를 들었을 때는 그저 배가 아플 뿐이었지만, 이건 이상했다. 말이 되지 않았다.
그때, 유태오의 핸드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이유영을 감시하는 분대원으로부터 온 전화였다.
유태오는 당장 전화를 받았다.
『분대장님, 이유영이 방금 던전 공략을 마치고 나왔습니다.』
“…설마, 이번에도 이유영이 SSS급 아이템을 얻었나?”
『맞습니다. 이 정도면 이유영 저놈이 들어가는 던전마다 SSS급 아이템이 나온다고 봐야 하는 거 아닙니까?』
그 말을 들은 유태오의 머리가 한 대 후려 맞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만약 이유영이 운 좋게 SSS급 보상템을 얻은 게 아니라, 이유영이 들어가는 던전마다 SSS급 아이템이 나오는 거라면…?
『아, 이유영 이 새끼 또 던전 공략하러 가는 것 같은데요.』
“그래, 끊는다.”
유태오는 분대원의 말을 대충 넘겨 듣고는 전화를 끊었다.
자신이 짐작한 정보가 정말일지 확인해 볼 필요가 있었다.
유태오는 헌터넷이나 다른 인터넷 커뮤니티에 목격담부터 싹 다 뒤지기 시작했다.
3분대 분대장으로서 쓸 수 있는 인맥을 모두 동원해 목격담을 올린 헌터의 신원을 추적했고, 그 헌터의 전화번호를 알아냈다.
그는 그들에게 전화를 걸어 ‘이유영’과 던전에서 만난 적 있냐고 물었다.
그렇게 몇 시간 동안 집착적으로 조사한 결과, ‘SSS급 아이템’을 목격했던 모든 헌터들이 이유영과 함께 던전을 공략했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그러니까, 약간의 비약을 더해 이유영에게는 SSS급 보상템을 생성해내는 능력이 있는 셈이었다.
유태오는 웃음이 비죽비죽 새어 나오는 입가를 떨리는 손으로 가리며 생각했다.
‘이건, 팔릴만한 정보인데?’
심지어 이유영은 SSS급 아이템이 처음으로 등장한 때부터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던전의 최고 공헌자 자리를 놓친 적이 없었다고 한다.
모든 SSS급 아이템이 이유영에게 있는 것이다.
이 사실을 높은 분들이 알면 어떻게 될까. 그 상상만으로도 유태오는 웃음을 멈출 수 없었다.
유태오는 당장 지금까지 얻어낸 정보를 보기 좋게 보고서로 정리해, 길드장실이 있는 최상층으로 향했다.
최정상으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에 탄 기분이 아주 좋았다.
세련된 강남 길드 안에서도 가장 근엄하고 럭셔리한 길드장의 사무실 문 앞에 도착한 유태오는 괜히 옷매무새를 정리하고, 목을 가다듬었다. 벌써부터 특진할 미래가 그려져서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길드장실의 문을 조심스럽게 두드리자, 안쪽에서 들어오라는 목소리가 들렸다.
“안녕하십니까, 길드장님! 강남 길드 3분대 분대장, 유태오입니다.”
“정기 보고도 아닌데 무슨 일입니까?”
유태오의 깍듯한 인사에도 강남 길드장은 보고 있던 서류에서 눈을 떼지도 않았다.
그 딱딱한 어조가 거슬렸지만, 유태오는 강한 자에게는 복종할 줄 아는 인간이었다.
그는 정리해온 서류를 길드장의 책상 위에 살며시 밀어 넣으며 말했다.
“길드장님께 급하게 드릴 정보가 있어 실례를 무릅쓰고 찾아뵈었습니다. 우선 이 보고서를 확인해 주십시오.”
강남 길드장은 무심하게 유태오가 책상 위에 둔 보고서에 눈길을 줬다.
시간 낭비를 하기 싫다는 듯 건성으로 종이를 넘기던 그는, 점점 눈에 이채가 돌기 시작했다.
유태오는 그 모습을 보며 자꾸만 혼자 올라가는 광대를 가라앉히기 위해 애를 써야 했다.
보고서를 전부 확인한 강남 길드장은 그제야 유태오의 얼굴을 제대로 봐줬다.
“이건 유태오 분대장 혼자서 알아낸 겁니까?”
“네! 아주 중대한 사안이라 아무한테도 알리지 않고 길드장님께 제일 먼저, 찾아왔습니다.”
길드장은 그 대답이 상당히 만족스러운 듯했다.
드물게 미소가 걸린 입가를 매만지던 그는 문득 유태오의 얼굴에 있는 화상 자국을 바라봤다.
“다음 인사 고과는 기대해봐도 좋겠군요. 그리고 얼굴의 화상 흉터도 지울 수 있는 방법을 최대한 알아보도록 하죠.”
“그런… 저는 강남 길드에게 도움이 되고 싶어 당연한 일을 했을 뿐입니다.”
“성과에 걸맞은 보상을 보장한다, 그게 강남 길드의 모토이니 당연한 겁니다.”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꺼낸 유태오는 길드장의 후한 대답에 허리를 굽혀 감사 인사를 했다.
그렇게 허릴 숙이지 않으면 승천하려는 광대를 들킬 것만 같았다.
“시간을 뺏어서 죄송합니다, 길드장님. 이만 나가보는 게 좋겠습니까?”
“그래요. 필요한 일이 있으면 부르겠습니다.”
유태오는 그 후 몇 번이나 허리를 굽혀 인사한 뒤 길드장실에서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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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남은 강남 길드장은 유태오가 건넨 보고서를 다시 확인했다.
가치를 책정할 수조차 없는 ‘SSS급’ 아이템과 최근 세간을 소란스럽게 만든 사건들, 그 회오리의 중심에 ‘이유영’이 있다.
강남 길드장은 피식 웃으며, 수화기를 들어 비서실에 전화를 넣었다.
“당장 5대 길드 길드장들한테 얼굴 한번 보자고 연락 돌려주세요. 시간은… 내일로 하죠. 빠지는 건 상관없지만, 그랬다간 아쉬운 일이 생길 거라고 반드시 덧붙이세요.”
『5대 길드 전부… 말입니까?』
“네. 두 번 말하게 하지 말고.”
『알겠습니다.』
수화기를 내려놓은 강남 길드장은 보고서를 툭툭 치면서, 중얼거리듯이 말했다.
“SSS급 보상템을 만들어낼 수 있는 헌터라…. 재밌는 판을 짜볼 수 있을 것 같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