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iary is an SSS-class reward RAW novel - Chapter 40
40화. 함께라면 (1)
꽃의 던전을 공략하고 3일 후.
나는 헌터증을 갱신하기 위해 헌터 협회를 찾았다.
“등급 측정 결과, B-급으로 상승하셨네요. C급으로 갱신하시고 2주밖에 안 됐는데, 정말 대단하세요!”
“감사합니다.”
“이번에 계통도 갱신하셔서 발급에 시간이 좀 걸리네요.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직원은 이후로도 이런 사람은 처음 봤다며 한동안 종알거렸다.
뭐, 당연한 얘기다. 미래 정보로 B급 이상의 던전을 쉴 틈 없이 공략하는 건 나 같은 사람이나 가능한 일이다. 이런 사람이 둘이나 있을 리는 없다.
나는 적당히 대꾸하며, 발급을 기다리는 동안 상태창을 확인했다.
[상태창]이름: 이유영
종합 능력치: B-
– 공격력: B-
– 방어력: B-
– 민첩: B
보유 스킬 목록
– 메인 스킬: ,
– 서브 스킬: ,
던전을 몇 개 더 돌아야 능력치가 상승했을 텐데, 예상보다 등급이 빨리 올랐다. 야생의 몬스터와 싸웠던 것도 경험치로 환산된 모양이다.
다만 가능성 스킬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숙련도는 여전히 25%에서 멈춰 있었고, 추가된 하위 스킬도 없었다.
그간 공략했던 던전의 몬스터들의 능력이 죄다 이상해서 그런 걸까. 역시 내가 갖고 싶은 스킬이어야 가능성 스킬로 갱신되는 듯했다.
‘목단의 줄기도 아직 제대로 사용해보지 못했으니까. 욕심부리지 말고 있는 것부터 제대로 쓰라는 의미일지도 모르고.’
상태창 확인을 마치고도 시간이 조금 더 흐른 뒤, 직원이 갱신된 헌터증을 전달했다.
나는 헌터증의 등급과 메인 스킬 계통이 제대로 바뀌었는지부터 확인했다.
[헌터증]헌터 등록 번호: 220601-XXXXXX
이름: 이유영
등급: B-
메인 스킬 계통: 공격계
등급을 갱신하는 김에 아예 메인 스킬 계통도 공격계로 바꿔버렸다. 예기치 않게 까마귀와 싸우던 영상이 퍼져서 이쪽으로 바꾸는 수밖에 없었다.
이상이 없는 걸 확인하고 창구를 나오던 중, 문득 나를 흘끗거리는 시선이 느껴졌다. ‘그 사람’ 아니냐고 수군대는 소리까지 들렸다.
내가 다 들린다는 듯이 대놓고 쳐다보자, 그제야 수군대는 소리가 그쳤다.
‘이건 뭐 연예인도 아니고.’
영상이 퍼지고 난 후 던전만 공략하고 살아서 그런가, 내 이름값은 줄어들기는커녕 오히려 더 퍼지고 있었다.
헌터넷 최신 페이지에 아직까지 내 이름으로 도배되어 있을 정도다.
처음에는 무슨 글을 써 올렸나 일일이 확인했지만, 내가 구원 길드의 숨겨진 흑막이라는 개소리 추측글이 올라오던 시점부터 관뒀다.
그래도 내게 화살이 쏟아진 덕에 야생의 몬스터에 대한 언급은 줄어들었다.
헌터 협회의 부협회장이 제대로 기자회견을 열어 대국민 사과를 하고, 앞으로 협회가 어떤 일을 해나갈지 자세히 밝혀서 그런가. 사람들은 다른 곳에 관심을 끄고 의문의 헌터인 ‘이유영’한테로 관심을 돌렸다.
당분간 던전이나 공략하면서 문제 될 것 없이 살면 이 관심도 금방 식을 것이다. 새로운 흥밋거리가 생기면 거기로 몰려가겠지.
나는 사람들의 시선을 무시하며 협회를 나왔다.
그런데 계단을 내려가던 중, 핸드폰 벨소리가 울렸다.
전화를 건 사람을 확인해 보니 협회의 김상엽 팀장이었다.
『이유영 헌터님, 급하게 전해드릴 소식이 있어서 전화 드렸습니다.』
전화를 받자마자, 늘 고저 없이 딱딱하던 김상엽 팀장의 목소리가 어쩐지 조금 급해 보였다.
생각해 보니 늘 내가 전화를 먼저 걸면 걸었지, 이 사람한테 전화가 온 건 처음이다. 무슨 심각한 일이라도 있는 건가?
“무슨 일이라도 생겼습니까?”
『저희 쪽에서…… 야생의 몬스터를 찾은 것 같습니다.』
“야생의 몬스터요?”
『정확히 따지자면 야생의 몬스터에게 당해, ‘몬스터화’ 된 사람을 찾았습니다. 지금부터 찾아낸 곳으로 수색하러 가려고 합니다. 이유영 헌터님께 도움을 받을 수 있을까 해서 연락드렸습니다.』
솔직히 기대도 안 했던 소식이라 놀랐다.
협회에서 새로운 기술을 만들어낼 때까지는 불가능할 거라 생각했는데, 화신보다도 먼저 찾아낼 줄이야.
“알겠습니다. 제가 어디로 가면 되겠습니까?”
『자세한 내용은 만나서 말씀드릴 테니, 협회로 와주실 수 있습니까?』
“마침 제가 지금 협회에 와있습니다. 로비에서 기다릴까요?”
『정말입니까? 그렇다면 잠시 로비에서 기다려주십쇼. 바로 모시러 가겠습니다.』
대답을 듣지도 않고 전화가 뚝 끊긴 걸 보면, 당장 데리러 오려는 모양이다.
나는 팀장이 오기 전에 서둘러 주머니에서 세상 편히 잠들어있는 화신을 깨웠다.
“야, 일어나봐.”
『…우웅, 무슨 일인가요?』
화신은 기지개를 쭉 켜며 일어나 잠이 덜 깨 웅얼거리는 투로 말했다.
누구는 몬스터를 찾아냈다는데, 시스템이란 녀석이 이렇게 여유로워서야.
“헌터 협회에서 야생의 몬스터를 찾아냈다고 하는데. 너 저번에 말한 거 지금 당장 할 수 있어?”
『야생의 몬스터를요? 인간의 기술력으로요?』
“그래, 그것보다 저번에 말했던 건 가능하냐고. 내 일기장이 있으면 몬스터를 가둘 수 있다고 했잖아.”
애초에 내가 미친놈처럼 던전을 공략하고 다닌 것도 이 녀석이 일기장의 힘이 필요하다고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화신은 귀를 축 늘어트린 채, 풀죽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직 완벽한 ‘던전’을 구현해내는 건 무리예요. 일기장의 장수가 너무 부족해요. 적어도 10장 정도는 더 있어야 할 것 같아요.』
“네 힘으로는 어떻게 안 되고? 몬스터도 못 찾아냈으니까 그 정도는 어떻게 좀 해봐라.”
『히잉…… 제 힘을 보탠다고 해도 몬스터가 도망칠 수 없도록 가두는 방벽을 구축하는 게 다예요. 반경은 10m 정도고요.』
10m 반경의 방벽, 지금은 그 정도여도 충분히 만족할 수 있었다.
몬스터가 도망쳐서 더 꼭꼭 숨어버리는 사태만 막을 수 있어도 충분했다.
“지금부터 협회랑 몬스터 잡으러 갈 것 같거든. 그때까지 부탁한다. 할 수 있지?”
『정말이지, 이유영은 무리한 부탁을 아무렇지 않게 하는군요…. 하지만 명색의 시스템! 인간한테 밀릴 수는 없죠, 해볼게요!』
“잠깐, 그리고.”
이번에는 여러 사람들과 함께 야생의 몬스터를 잡아야 한다. 안수연 때는 다행히 내 일기장을 들키지 않았지만, 이번에는 들킬 가능성이 컸다.
내 일기장이 남의 손에 넘어가는 건 무조건 방지해야 한다. 이걸 도와줄 수 있는 건 내 비밀을 모두 알고 있는 화신밖에 없었다.
“혹시라도 일기장이 다른 사람 손에 들어가면, 네가 훔쳐 와줘.”
『지난번에 안수연한테서 일기장을 감춘 것처럼 말이죠?』
“그래, 부탁할게.”
『일기장이 다른 사람한테 가면 시스템도 곤란하니, 맡겨만 두세요!』
화신은 자신만만하게 대답한 후, 에너지를 비축하겠다며 다시 내 주머니 속으로 들어갔다.
그렇게 협회 로비에 돌아가서 김상엽 팀장이 오길 기다리자, 얼마 지나지 않아 팀장이 나를 찾아왔다.
***
팀장은 나를 협회의 한 회의실로 데려갔다.
그곳엔 박종훈을 포함한 8명의 팀원이 있었고, 김상엽 팀장은 그들에게 나를 소개시켜 주었다.
“이쪽은 이유영 헌터님이다. 오늘은 우리 팀에 도움을 주러 오셨다. 야생의 몬스터 대책팀 설립에 큰 힘을 실어주신 분이니, 모두 예의를 갖춰 인사하도록.”
“반갑습니다, 이유영입니다.”
앞으로 자주 보게 될 사람들인 만큼 나는 예의 바른 태도로 먼저 인사를 건넸다.
협회 팀원들은 예의를 갖춰 인사를 받아줬는데, 솔직히 모두 선글라스에 검은 정장을 입고 있어서 누가 누구인지 분간하기도 어려울 것 같았다.
“반갑습니다, 영상보다 실물이 훨씬 나으시네요.”
“저희 팀 설립에도 영향을 주신 분을 이렇게 만나 뵈어서 기쁩니다.”
“잘 부탁드릴게요, 이유영 헌터님.”
똑같은 복장의 사람들 속에 분간할 수 있는 얼굴은 박종훈밖에 없었다.
녀석은 씨익 웃으면서 내게 악수를 건넸다. 호들갑스럽지 않은 걸 보면, 의외로 공과 사를 구분할 줄 아는 타입인 듯했다.
대충 인사가 끝나자, 김상엽 팀장이 내게 자세한 설명을 해주기 시작했다.
“이유영 헌터님께 말씀을 들은 뒤로 저희는 수상한 기운이 감지되거나, 실종자가 많이 생기는 구역은 없는지 조사해왔습니다. 그리고 조사한 결과.”
팀장은 말을 끊고, 회의실에 있던 스크린을 틀어서 사진 한 장을 띄웠다.
그 사진 속에는 두 손이 집게처럼 변하고 등 뒤에는 갑각류의 꼬리가 나와 있는 사람이 흐릿하게 담겨 있었다.
“CCTV에 이런 모습을 한 인간이 포착된 것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이건 어디서 찍힌 겁니까?”
팀장이 보여준 사진을 줌아웃하자, 배경까지 명확하게 보였다.
거대한 관람차. 색색의 회전목마. 그리고 바이킹. 이건… 놀이공원이다.
“저희도 발견 직후 상당히 놀랐는데… ‘매직 캐슬’의 CCTV에서 포착된 사진입니다.”
매직 캐슬. 서울의 중심가에 있는 놀이공원으로, 하루에도 2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오가는 서울의 랜드마크다.
이런 곳에 야생의 몬스터가 숨어있었다고?
“실종된 사람들이 있는지는 파악하셨습니까?”
“예, 그 과정이 쉽지 않았는데 말입니다. 경찰에 협력을 요청해서 근 한 달간 실종된 사람들과 놀이공원에 출입했던 인원을 비교해본 결과, 대략 스무 명이 겹치는 걸 확인했습니다.”
“……스무 명이요?”
“그렇습니다. 그들의 주변인에게 탐문을 해보니, 모두 매직 캐슬에 다녀온 뒤로 실종되었다는 증언까지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확실히, 이렇게 인파가 모이는 놀이공원이라면 몬스터의 입장에선 진수성찬이나 다름없었을 것이다.
사람들이 실종되는 건 한순간이었을 테고, 놀이공원에 모이는 인파에 비하면 스무 명은 극히 일부이기도 했다.
나는 다시 한번 사진을 줌인해서 자세히 들여다봤다.
어두운 밤, 폐장한 틈을 타서 몰래 나타났다가 CCTV에 딱 걸린 모양새였다. 그리고 저 갑각류 같은 모습을 보니 떠오르는 몬스터가 하나 있었다.
‘그래, 그 녀석도 7대죄지.’
그 녀석의 능력이라면 사람을 소리소문없이 납치하는 게 가능할 것이다. 게다가 충분히 사람들에게 들키지 않고 숨어있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어쩌면, 사람들이 스스로 자신을 찾아오게 했을지도 모른다. 그런 능력을 갖고 있는 위험한 녀석이었다.
나는 마치 내게 뭔가 더 보이냐는 듯, 무언가 말해주기를 기다리는 팀장에게 적당히 의심 가지 않을 만한 수준의 정보를 전달했다.
“이거 꼭 전갈처럼 보이네요. 이번에 만날 몬스터가 전갈의 모습일 수도 있겠습니다.”
“꼬리로 독을 쏘는 전갈 말입니까?”
“네. 팀장님 말씀대로 독을 쏘거나, 상태이상을 발생시킬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대비를 철저하게 해야겠네요.”
뒤에서 우리의 얘기를 듣고 있던 협회원들도 사진을 보며 전갈인지 가재인지 추측을 덧붙이고 있었다.
중요한 건 이들에게 몬스터가 ‘상태이상’을 일으킬 수도 있다는 걸 인지시키는 것이었다.
내 말을 들은 팀장은 협회원들에게 상태이상에 대비할 아이템 점검과 웜홀을 준비할 것을 명령했다.
나는 협회원들이 웜홀을 여는 걸 구경하며 물었다.
“바로 웜홀로 이동합니까?”
“예, 매직 캐슬의 관계자와 대화가 끝나서 곧장 그곳으로 갈 수 있게 조치를 취해두었습니다.”
“일처리가 빠르네요. 고생을 꽤나 하셨겠습니다.”
“야근을 하긴 했습니다만, 전부 협회에서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신 덕입니다.”
도나리라면 다소 과격한 방법을 써서라도 일을 진행할 수 있도록 도와주긴 했을 것이다.
그래도 이 사람들이 일을 했으니 이런 결과가 만들어진 게 맞다.
마침 웜홀을 열던 박종훈이 툴툴거리며 말을 덧붙였다.
“우리 진짜 며칠을 야근했는지 모르겠다. 고생 엄청나게 했어.”
“그래 보인다. 몬스터 잡으면 회식이라도 한 번 해야겠네.”
아마 내가 던전을 도는 동안 야생의 몬스터 팀은 내내 야근을 했을 것이다.
시스템도 못 한 일을 해냈으니, 말 다한 셈이다.
나는 적당히 팀원들의 사기를 올릴 겸, 앞으로도 일해줘야 하니 의지도 만들 겸 돈 좀 쓰기로 했다.
“이번 야생의 몬스터 공략에 성공하면 제가 한턱 쏘겠습니다.”
“와, 정말입니까?”
“저희 아직 점심 같이 먹은 것 말고는 자리 만든 적 없죠?”
“이유영 헌터님 최고!”
나는 팀장이 눈치 없이 굴기 전에 웃으면서 협회원들의 어깨를 툭툭 쳤다.
김상엽 팀장도 하는 수 없다는 듯이 팀원들을 모아, 한마디 하기 시작했다.
“우리의 목표는 모든 민간인 구출이다. 다들 이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
“네!”
“그리고 어떤 상황이든, 자신을 내던지는 것은 금물이다. 도망칠 수 있으면 도망쳐. 최선의 선택을 해라. 너희는 모두 유능하다. 목숨이 붙어 있다면 기회는 다시 온다. 다들 이해했나?”
“네, 이해했습니다!”
“좋다. 그럼 한국 헌터 협회의 이름을 걸고, 진입한다.”
그 말에 협회원들의 긴장감은 모종의 비장함으로 변하는 것 같았다.
헌터와는 또 다르게 한국을 지키는 협회원들의 각오가 생생하게 느껴졌다.
나는 그들과 함께 각오를 다지며, 웜홀 안으로 진입했다.
이번엔 민간인들뿐만 아니라, 이 협회원들 모두를 지켜야 한다.
무슨 일이 있어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