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iary is an SSS-class reward RAW novel - Chapter 41
41화. 함께라면 (2)
어릴 때 누구나 한 번쯤 엄마 아빠 손잡고 가본다는 마법의 놀이동산, ‘매직 캐슬’.
그만큼 사람들에게 대중적으로 이용되는 놀이공원이다.
난 중학교 때 현장학습으로 딱 한 번 가봤다. 뭐, 세상에는 이런 사람도 있는 법이다.
그렇다 보니 당연하게도 매직 캐슬 지형은 조금도 기억나지 않았다. 다행히 같이 움직이는 협회원 중 몇 명은 자주 와 본 듯했다.
“매직 캐슬 안 간 지도 벌써 석 달이 넘었네.”
그중 한 명이 박종훈이었다. 박종훈은 쓸데없이 아련한 포즈를 취하고는 여자 친구가 있을 땐 자주 갔는데 헤어지고 나서는 차마 올 수가 없었다며, 어쩌라는 건지 모르겠는 이야기를 꺼냈다.
김상엽 팀장이 헛기침하며 눈치를 주고 나서야 박종훈의 주저리는 종료되었다.
지이잉―
웜홀의 출구가 열린 곳은 매직 캐슬의 직원 사무실이었다.
협회에서 사전에 이야기해 둔 건지, 우리를 맞이해주는 사람이 있었다.
“어서 오십시오…! 매직 캐슬의 관리 책임자입니다.”
“헌터 협회 김상엽 팀장입니다.”
김상엽 팀장과 관리 책임자는 곧바로 사무적인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얘길 들어보니 이번 문제로 생긴 손해 비용은 협회에서 부담해주기로 한 듯했다.
그는 팀장에게 거듭해서 굽실거리며 말했다.
“모쪼록 몬스터를 꼭 잡아주셨으면 합니다…!”
“그 부분은 걱정 마십시오. 대신 일이 새어 나가지 않도록 주의해주셨으면 합니다.”
“아휴, 물론입니다.”
협회에서 야생의 몬스터를 잡겠다고 나서지 않았더라면 매직 캐슬의 손해도 이만저만이 아닐 것이다.
몬스터가 살고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사람들이 발길을 끊을 테니 말이다.
그 부분을 이용해 협회 측에서 강짜를 부려도 됐을 텐데, 손해비용까지 부담해주기로 했다는 건 상당한 성의를 보인 셈이었다.
‘부협회장이 신경 좀 썼나 보네.’
협박과 강압이 특기인 도나리가 이런 결과를 도출해 낼 리가 없었다. 수완 좋은 부협회장의 솜씨가 분명했다.
솔직히 나 혼자 활동했으면 이렇게 원활하게 대처하지 못했을 것이다. 밖에선 아직 낮인데도 놀이공원의 폐장을 알리는 안내 방송이 들려왔고, 사람들은 이미 대부분 대피한 상태였다.
마지막으로 실내 봉쇄와 직원들의 대피까지 권고한 팀장은 협회원들에게도 지시를 내렸다.
“포메이션 D 형태로 흩어진다. 순찰하면서 대피하지 못한 사람이 없는지 확인하고, 몬스터의 흔적을 찾도록. 흔적은 찾는 즉시 신호탄을 보내라. 박종훈 사원과 나, 이유영 헌터는 중앙에서 대기한다.”
“소집 장소는 팀장님이 계신 중앙입니까?”
“그렇다. 실내가 완전히 봉쇄되면 중앙에 모여 파악한 정보를 점검한 후, 본격적인 수색에 돌입한다.”
팀장의 명령이 떨어진 뒤, 협회원은 각자 파트너와 함께 순찰할 구간을 상의했다.
착착 일이 진행되는 걸 보니, 그 짧은 시간 내에 훈련까지 받았던 모양이다.
나는 순찰을 준비하느라 바빠 보이는 다른 직원들과 달리 한가해 보이는 박종훈한테 슬며시 물었다.
“포메이션 D가 뭐냐?”
“아, 그러고 보니 형은 모르겠네. 우리 팀에 탐색 능력이 있는 특수계들 꽤 데려왔거든. 걔네가 공격이나 방어계 헌터 하나씩 파트너로 끼고, 흩어져 순찰하는 배치가 포메이션 D야.”
“그럼 너는 왜 안 끼고 팀장님이랑 남는데?”
“그야 내가 팀장님 파트너니까 그렇지.”
박종훈의 스킬이 뭐길래 팀장과 한 조가 될 수 있는지 의문이었다. 김상엽 팀장도 팀장 직함을 달고 있는 걸 보면 이 중 제일 강할 텐데, 박종훈이 그걸 받쳐줄 실력이 된다는 건가?
생각해보니 박종훈이 무슨 능력을 갖고 있으며, 어떻게 협회에 들어갔는지 자세히 아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
‘생각해보니 김상엽 팀장에 대해서도 아는 게 없군.’
분명 능력 있는 사람인데도 회귀자인 내가 모른다는 건, 그가 회귀 전 세상에선 일찍 죽었다는 뜻이다.
지금까지 팀장이 내게 보여줬던 모습을 생각해보면 최후가 어땠을지도 충분히 떠올려볼 수 있었다. 대의를 위해 책임을 다하고… 죽었겠지.
회귀하고 그를 가장 처음 만난 건, 어쩌면 이 사람부터 살려야 한다는 계시일지도 모른다.
마침 지시를 마친 팀장이 내게 와서 작전을 설명했다.
“이유영 헌터님도 작전 내용 들으셨습니까?”
“들었습니다. 저희는 중앙에서 그냥 대기만 하고 있으면 됩니까?”
“우선은 그렇습니다. 만약 몬스터를 발견하게 되면 팀원들이 저희 쪽으로 유도해 올 겁니다. 이유영 헌터님께서는 그때 저희와 함께 싸워주시면 됩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이 둘의 스킬을 떠볼 겸 전투 방식에 대해 질문했다.
“만약 몬스터랑 전투가 벌어지면, 두 사람은 어떻게 싸울 예정이십니까?”
“저는 몬스터나 사람을 ‘제압’할 수 있는 능력이 있습니다. 스킬 범위는 시야 내에 들어온 모든 것입니다. 제가 일시적으로 제압해서 움직이지 못하게 만드는 사이, 공격해주시면 됩니다.”
말하자면 내 위압감의 상위호환 능력인 셈이다.
옆에서 팀장의 말을 듣고 있던 박종훈도 자신의 스킬에 대해 설명했다.
“나는 예전에 검도를 해서 그런가, 손에 잡힌 무기로 ‘검술’을 펼칠 수 있는 메인 스킬이 있어. 넌 나랑 같이 공격하면 될 것 같다.”
박종훈은 어설프게 뒷말을 덧붙여 내가 힐러라는 사실을 숨겨줬다.
팀장은 잠시 박종훈을 쳐다봤지만, 다행히 별다른 반응 없이 곧바로 팀원들에게 지시했다.
“지금부터 수색에 들어간다. 보고는 1시간 단위로 중앙에 모여 진행한다. 몬스터를 발견한다면 곧바로 신호탄을 쏜 뒤 중앙으로 유인해오도록.”
“네, 알겠습니다!”
기합 넘치는 대답을 마지막으로 팀원들이 흩어졌다.
나 역시 팀장, 박종훈과 함께 매직 캐슬의 정중앙에 있는 놀이기구인 ‘얼음 궁전’으로 향했다.
***
유리처럼 투명하게 만들어진 ‘얼음 궁전’은 호박 마차가 유리 궁전 주위를 빙글빙글 돌도록 설계된 어린아이 전용 놀이기구였다.
시커먼 남자 세 놈이 1시간 동안 서 있기엔 여러모로 부담스러운 공간이 틀림없었다.
박종훈은 별생각이 없는 듯 호박 마차에 기대고 있었고, 김상엽 팀장은 딱딱한 자세로 서서 주위를 경계했다.
그리고 나는 뒤에서 스킬을 발동하고 있었다.
[ 메인 스킬, 을 발동합니다. ] [ 스킬, 을 사용합니다. ]흑견의 예민한 감각이 깃들며 스킬의 발동을 알렸다.
나는 얼음 궁전 위에 올라가, 높은 곳에서 놀이공원을 전체적으로 훑어봤다. 그러나 시야에 잡히는 것은 없었다.
애초에 이 야생의 몬스터는 숨는 데 일가견이 있는 편이라, 탐색으로 찾을 거라고 기대하진 않았다. 대신 감각이 예민해지다 보니 협회원들이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는 파악할 수 있었다.
아마 특수계 협회원들이 뛰어난 탐지 스킬을 지니고 있다고 해도 이 야생의 몬스터는 쉽게 찾을 수 없을 것이다. 발견한다고 해도 몬스터의 능력에 당할 위험이 커서, 미리 경계해둘 필요가 있었다.
문득, 아래에 있던 박종훈이 나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그런다고 뭐가 보여? 우리 팀원들이 어련히 알아서 잘할걸.”
“그래서 보이는 거나 보려고.”
“뭐가 보이는데?”
“방금 4조가 공포의 사막인가 뭔가 하는데 들어갔네.”
흑견의 탐색은 몬스터를 찾아내는 데 특화된 스킬이다 보니, 천리안처럼 건물 안에 있는 사람들의 행동까지 살펴볼 수는 없었다. 즉, 내가 볼 수 있는 건 딱 여기까지인 셈이다.
박종훈은 내 말이 시시하다고 생각했는지, 하품하며 다시 호박 마차에 기댔다.
내가 놀이기구에 올라가거나 말거나, 자리에서 꼼짝도 안 하고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는 김상엽 팀장도 참 대단했다.
그렇게 1시간이 흐른 뒤, 흩어져 있던 협회원들이 중앙으로 복귀했다.
복귀한 협회원들은 빠르게 보고를 시작했다.
“1조 보고합니다. 저희 쪽에서 대피 안 하고 있던 직원을 발견했는데, 무사히 밖으로 내보냈습니다.”
“3조 보고합니다. 그 직원이 나가고 실내에 셔터가 내려가 전부 봉쇄된 것 확인했습니다. 외부인이 들어올 위험은 없습니다.”
팀장은 고개를 끄덕이고 아직 도착하지 않은 두 조를 기다렸다.
시간을 확인하던 박종훈이 먼저 입을 열었다.
“10분이나 늦는데, 뭔가 잘못된 거 아닙니까?”
보통 10분 정도야 그러려니 하지만, 이런 상황에선 뭐든 의심해 보는 편이 좋다.
다른 팀원들 역시 긴장하며 주위를 경계하기 시작했고, 팀장은 빠르게 결단을 내렸다.
“10분 더 기다려 보고, 도착하지 않을 경우 우리 쪽에서 먼저 신호탄을 보내 움직임을 알린다.”
“알겠습니다.”
팀장의 지시 아래 다들 체계적으로 잘 움직이는 것을 보니, 내가 굳이 나설 일은 없어 보였다.
나는 아까까지 박종훈이 기대고 있던 호박 마차에 기댄 채로 돌아가는 상황을 조용히 지켜보기로 했다.
그렇게 8분 뒤.
2분 뒤면 팀장이 신호탄을 발사했을 텐데, 다행히 그 전에 협회원 하나가 부리나케 달려왔다. 그러나 파트너 없이 한 명만 돌아온 걸 보면, 딱 봐도 좋은 소식을 들려줄 것 같진 않았다.
녀석은 숨을 헉헉대며 말했다.
“팀장님, 큰일입니다…! 몬스터의 소행인지는 확신할 수 없으나, 저와 같이 수색하던 특수계가 갑자기 사라졌습니다!”
“뭐?”
“잠깐 코너를 돌아서 확인하러 간 사이에 감쪽같이 사라져 있었습니다. 정말로, 아주 잠깐 사이였습니다….”
녀석의 말에 협회원들의 긴장감이 더해졌다.
팀장은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다는 듯 침착하게 되물었다.
“상황을 좀 더 자세히 설명해 보도록.”
“그게… 저희 조는 공포의 사막이라는 놀이기구 안을 수색하던 중이었습니다. 제가 바깥쪽을 살폈고, 파트너가 코너 안쪽을 들어가 살폈습니다. 저희는 대화를 나누고 있었는데, 돌아오는 대답이 없어서 확인하러 가보니…… 사라져 있었습니다.”
이제는 슬슬 내가 나서야 하는 상황이다.
나는 긴장을 풀라는 의미로 김상엽 팀장의 어깨를 툭 치고 말했다.
“찾으러 가죠. 저랑 김상엽 팀장님을 중심으로, 두 팀으로 나눠서 찾는 게 좋겠습니다.”
여덟 명이 모두 함께 움직여야 이 이상의 피해가 없겠지만, 그랬다간 수색이 늦어진다. 적어도 강한 사람을 중심으로 해서 두 팀 정도로 나눠서 수색할 필요가 있었다.
김상엽 팀장은 곧바로 내 말에 동의해 주었다.
“알겠습니다. 그렇다면 저와 박종훈 사원, 3조가 한 팀, 이유영 헌터님과 1조가 한 팀을 맺어서 이동하겠습니다. 그리고 이 친구는….”
김상엽 팀장이 조원을 잃고 혼자 돌아온 협회원을 보자, 녀석이 먼저 말을 받았다.
“저는 이유영 헌터님 팀으로 가겠습니다. 인원수나 포지션을 생각했을 때 제가 이쪽으로 가는 게 맞는 것 같습니다.”
녀석은 기다렸다는 듯이 내 쪽으로 오겠다고 말했다. 뭐, 나도 녀석을 우리 팀으로 데려올 생각이었기 때문에 오히려 환영이었다.
“그렇다면 저희 쪽에서 2조 수색을 맡겠습니다.”
“저희는 사라졌다던 협회원을 찾아보겠습니다.”
김상엽 팀장은 나에게 여분의 신호탄을 건네주며 무슨 일이 생기면 곧장 터트리라고 당부한 뒤 2조를 찾으러 떠났다.
나는 내가 움직이기를 기다리고 있는 세 명을 둘러보다가, 혼자 살아 돌아온 놈을 보며 말했다.
“안내해주시죠. 제가 이 놀이공원 길은 잘 몰라서.”
“아, 예. 이쪽입니다.”
나는 일부러 녀석한테 길 안내를 맡겼다.
나머지 두 팀원이 나를 못 미더워하는 것 같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이 녀석한테 길 안내를 맡겨야 몬스터를 만날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는 아까부터 땀을 흘리고 있는 녀석한테 말했다.
“많이 당황하셨나 봅니다, 땀을 많이 흘리시는데.”
“그게, 사실 저도 왜 이렇게 땀이 흐르는지 모르겠습니다. 저도 모르게 당황하고 있었나 봅니다.”
딱히 거짓말인 것처럼 보이진 않았다.
그러나 저 말을 완전히 신뢰할 수도 없었다.
[ 메인 스킬, 을 발동합니다. ] [ 스킬, 을 사용합니다. ]나는 지금까지 탐색 스킬을 해제하지 않았다.
그리고 눈앞의 이 녀석은 처음 봤을 때부터 흐릿하게 빨간 점이 찍혀 있었다.
이미 몬스터에게 당했을 가능성이 큰데, 녀석은 의도적으로 나와 한 팀을 맺었다. 팀장 측보다 나를 먼저 몬스터가 있는 곳으로 유인하려는 것처럼 보였다.
‘그렇다면 당해줄 필요가 있지. 숨어있던 놈을 만날 기회니까.’
내가 ‘색욕’으로 구분 지어 놓은 이 녀석은 여러모로 음침하고 불길한 녀석이다.
이리저리 숨어다니며 사람을 혼란스럽게 만드는 탓에, 찾아내는 것보다 스스로 등장시키는 게 빨랐다.
그런 녀석이 크로우처럼 능력이 강해졌다면, 무슨 짓을 저질렀을지 모른다.
그렇게 나는 스스로 녀석의 함정에 걸어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