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iary is an SSS-class reward RAW novel - Chapter 42
42화. 함께라면 (3)
우리는 협회원의 안내에 따라 ‘공포의 사막’이라는 놀이기구로 향했다.
동행하던 둘은 언제 어디서 몬스터가 나올지 모르는 상황인 만큼 긴장을 늦추지 않고서 따라오고 있었다.
그간의 행적에 따르면 야생의 몬스터들은 나를 알고 있고, 죽이려 한다. 당연히 옆에 있는 이들도 위험해질 것이다.
내 독단적인 판단으로 함정에 걸어 들어가고 있으니, 이 둘도 대비를 시킬 필요가 있었다.
나는 그 둘만 들을 수 있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몬스터화 된 인간을 만날지도 모르니, 마음의 준비를 해두시는 게 좋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이유영 헌터님은 실제로 몬스터가 된 인간을 봤다고 하셨죠. 어떤 기분입니까…?”
두 사람은 이번이 첫 현장 투입인 만큼 여러모로 긴장한 것 같았다.
이제부터 몬스터로 변한 동료를 마주해야 할지도 모르니 심란할 것이다.
나는 적당히 긴장을 풀어줄 만한 대답을 했다.
“뭐 그냥, 얼른 몬스터를 죽여서 사람으로 돌려놔야겠다는 기분입니다.”
“엄청 심플한 기분이네요…. 저희도 그럴 수 있을까요?”
“안 될 건 뭐가 있겠습니까. 몬스터만 해치우면 다 살릴 수 있으니까 너무 깊이 생각하지 마세요.”
“그것도 그렇네요.”
내 생각 없어 보이는 대답에 두 사람의 경직된 어깨가 조금은 풀린 것 같았다.
그렇게 시시콜콜한 대화를 하며, 우리는 ‘공포의 사막’에 도착했다.
플라스틱 모래 언덕과 선인장 조형물로 컨셉에 충실하게 입구가 꾸며진 곳이었다.
공포의 사막이라는 이름은 들어본 것 같은데, 어떤 놀이기구인지 정확히 기억나지 않았다.
“이건 무슨 놀이기구입니까? .”
“이거 모르세요? 매직랜드 대표 놀이기구 중 하나인데. 사막 탐험하면서 허리케인에 휩쓸리는 컨셉의 놀이기구예요. 바닥에 모래 깔려 있고 낙타같이 생긴 기구 타고서 빙글빙글 도는 거.”
긴장이 풀린 협회원 중 하나가 친절하게 설명해줬다. 여전히 기억은 나지 않았지만, 대충 어떤 놀이기구인지 감은 왔다.
확실한 건 이번 야생의 몬스터가 숨기에는 이상적인 곳이라는 것이다.
우리를 이곳까지 데려온 녀석은 여전히 땀을 흘리며 안쪽으로 유도했다.
“이쪽으로 따라오시면 됩니다.”
나는 몬스터를 만날 것을 각오하고, 공포의 사막 안으로 들어갔다.
***
이번 몬스터는 7대죄 중 ‘색욕’으로 분류한, C급의 전갈 몬스터다.
이름은 ‘데스스토커’. 3m 크기의 단단한 보라색 껍질을 두른 녀석이다.
녀석은 보라색 페로몬 가스를 만드는 능력이 있는데, 그걸 마신 헌터들이 발정 난 동물처럼 굴었다고 보고서에 적혀 있었다.
땅을 파고 들어가서 민첩하게 숨어다니며 구덩이를 만들어낸 탓에 공략이 까다롭다는 것까지. 황당한 내용 탓에 기억하고 있던 놈이다.
아마 수집가 크로우만큼 강해졌을 테니, 방심할 수 없는 상대였다.
공포의 사막에 진입하자, 실내가 어두워 제대로 보이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
전기가 모두 꺼진 상황인 만큼 조명이 없는 실내는 캄캄할 뿐이었다. 간신히 앞사람의 그림자만 확인할 수 있었다.
우리가 모두 안으로 들어오자, 앞장섰던 녀석이 돌연 멈춰 섰다.
동시에 열려있던 입구가 닫히는 소리가 났다.
쿵!
“…입구가!”
“저희가 확인해보고 오겠습니다!”
협회원들은 내가 막을 새도 없이 곧장 입구를 열러 튀어 나갔다. 정확히는 막을 수가 없었다. 우릴 안내한 놈이 내 양팔을 붙잡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붙잡는 느낌이 이상했다.
[ 메인 스킬, 가 발동됩니다. ]마치 거대한 짐승에게 붙잡힌 것처럼 어깨째로 뜯어져 나갈 것 같은 고통이 잇따라 왔다. 도저히 인간의 힘이라고는 볼 수 없는 괴력이었다.
이 자식이, 이제 숨길 것도 없이 몬스터짓을 하겠다는 건가?
나는 빠르게 머리를 들어 올려 턱에 박치기를 날린 뒤, 틈이 생기자마자 주먹으로 가랑이 사이를 내려쳤다.
“윽!”
날 붙잡던 힘이 풀리자마자 녀석의 손아귀에서 빠져나와, 곧장 복부를 차서 날렸다.
퍽!
바닥에 쓰러진 녀석은 몬스터화가 진행된 건지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했고 몸은 부풀어 오르고 있었다.
그런데 입구로 달려 나간 쪽에서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으아악!”
“이 녀석들!”
어두워서 자세히 보이지 않았지만, 협회원들도 기습당해 고군분투 중인 듯했다.
당장 그들을 향해 스킬을 발동하려던 순간,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가 이유영인가?』
그리고 순식간에 어두웠던 공간이 불을 붙인 것처럼 환하게 밝혀졌다.
마치 캠프파이어처럼 거대한 불꽃이 켜진 듯했다.
화르륵!
나는 심장이 쿵쿵대는 것을 외면하며 뒤를 돌아봤다.
‘데스스토커’처럼 전갈의 모습으로 변한 인간, 탐색 능력으로는 발견되지 않는 땅굴을 파고 기습하는 성향.
내 추측이 맞다면 분명 이 타이밍에 등장하는 7대죄는 색욕의 ‘데스스토커’여야 했다.
그런데… 이 불꽃은 그 녀석의 능력이 아니다.
『이런 녀석한테 셋이나 당했다니, 어이가 없어서 화가 치미는군.』
보자마자 알 수 있었다.
몸을 웅크리고 있음에도 숨길 수 없는 거대한 몸집. 붉은색 목도리를 한 듯이 두르고 있는 화염.
타오르는 눈동자와 입김으로 새어 나오는 탁한 매연까지.
7대죄 중에서 ‘분노’에 해당하는 C급 몬스터 ‘화염 불곰’.
그 녀석이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대체 왜 색욕이 아니라 분노가 있는 거지?
그러나 이 녀석의 등장으로 채워지지 않은 의문점들이 하나둘 해결되기 시작했다.
스무 명이나 되는 인간이 실종된 것이나, 세 명의 협회원들이 모두 소리소문없이 사라진 것. 그리고 마치 불덩이라도 삼킨 것처럼 땀을 흘리던 협회원까지.
애초에 몬스터가 두 마리 있는 거라면, 그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었다.
마침 내게 처맞고 쓰러져 있던 협회원이 비틀거리며 몸을 일으켰다.
녀석의 몸은 점점 곰처럼 변해가고 있었다. 협회원이 찾아낸 전갈 인간과는 다르게 말이다.
[ 메인 스킬, 을 발동합니다. ] [ 스킬, 을 사용합니다. ]나는 곧바로 스킬을 발동해 치솟는 물기둥을 만들어 천장을 날려버린 후,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퍼엉!
당장 협회원들을 데리고 여기서 나가야만 했다. 이 전력으로 A급 두 마리를 상대하는 건 무리였다.
그러나 이 몬스터 새끼들이 아무래도 제대로 작당을 한 모양인지, 내 생각대로 되지 않았다.
파스스
내가 서 있는 곳이 모래처럼 부서지며 아래로 꺼지기 시작했고, 모래 속에서 불쑥 튀어나온 거대한 집게발이 내 발목과 다리를 붙잡고 아래로 끌어당겼다.
다리가 잘릴 것 같은 고통과 함께 내 몸이 순식간에 아래로 끌려 내려갔다.
[ 메인 스킬, 가 발동됩니다. ]협회원들이 곧장 내게 달려오려 했지만, 몬스터로 변한 사람들이 그들의 앞을 가로막았다.
“이유영 헌터님!! 젠장, 비켜!!”
“기다리십쇼, 제가 금방…!”
그들이 나를 향해 간신히 손을 뻗었지만, 나는 그 손을 잡을 수 없었다.
나는 그렇게 모래 구덩이 속으로 추락했다.
***
쿵!
내가 떨어진 곳은 좁은 동굴 같은 공간이었다.
양옆은 황색 암벽으로 막혀 있었으며, 위로는 내가 떨어진 구멍이 나 있었고 바닥은 모래가 깔려서 움직일 때마다 바스락거렸다.
내 뒤로는 협회원이 발견한 전갈형 인간이, 앞에는 거대한 보라색 전갈 한 마리와 그에게 달라붙어 시중을 들고 있는 인간들이 스물은 넘게 있었다.
그때, 그 전갈이 목소리를 냈다.
『이유영을 포박해라!』
“네, 데스스토커님!”
전갈의 명령에 인간들이 우르르 몰려와 내 팔다리를 붙잡았다.
사람들의 꼴이 꼭 마약이라도 한 것처럼 이상했다. 눈빛이 맛이 가 있었고, 나를 붙잡아오는 행동이 서슴없었다.
나는 사람들에게 우악스럽게 사지가 붙잡힌 채, 눈앞의 거대한 전갈 앞으로 끌려갔다.
『케헤헥, 멍청한 표정이로군! 인간 녀석들은 그 얼굴이 제일 잘 어울린다니까?』
녀석은 갉작거리는 기분 나쁜 소리로 웃어댔다.
당장 스킬을 발동해 죽여버리고 싶었지만, 함부로 굴었다간 날 붙들고 있는 이 민간인들을 내 손으로 죽이는 꼴이 될 것이다.
나는 그들에게 붙잡힌 와중에도 녀석에게 풀리지 않은 의문을 물었다.
“왜 이 녀석들은 몬스터로 만들지 않았지?”
『이 데스스토커의 능력이면 노예가 되는데, 뭣 하러 몬스터로 만들어? 게다가 인간인 편이 훨씬 재밌는데 말이야. 이유영, 원래 널 죽여 마땅하지만… 나는 재밌는 노예를 갖고 싶거든?』
“뭐?”
『좋아, 결정했다! 너도 내 노예로 만들어주마.』
그 순간, 녀석에게서 보라색 가스가 퍼져 나왔다.
저건 내가 저 녀석을 ‘색욕’으로 분류한 이유인 페로몬 가스로, 인간을 짐승처럼 발정 나게 만드는 능력이었다.
특이한 상태이상이라 당시 공략대 헌터들은 대비하지 못했지만, 저것이 ‘상태이상’이라면 내겐 통하지 않았다.
다만, 이 민간인들에게는 통할 거라는 게 문제였다.
[ 메인 스킬, 가 발동됩니다. ] [ 상태 이상, ‘유혹’에 저항합니다. ]자욱하게 깔린 보라색 가스가 이 굴속을 채웠다.
나는 가스에 당하지 않았지만, 나를 붙잡고 있던 인간들의 힘이 이상할 만큼 강해졌다.
“데스스토커님, 제가 이유영을 붙잡았습니다! 제게 상을 주세요!”
“무슨 소리야? 내가 붙잡았어! 제게 상을 주세요!”
자발적 노예가 된 이 녀석들은 데스스토커에게 자신을 어필하며 나를 더 억세게 붙잡았다. 팔, 다리, 목까지 매달려오는 탓에 나는 하마터면 뒤로 넘어질 뻔했다.
그냥 패버려서 떨어뜨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지만, 어린아이에 노인까지 끼어있는 탓에 쉽게 손을 댈 수 없었다.
이 인간들이 몬스터가 되지 않았다는 게 오히려 더 곤란했다.
설마, 이걸 위해서 일부러 몬스터로 만들지 않은 건가?
『케헤헥, 이유영 네놈이 인간한테는 쩔쩔맨다는 걸 알고 있었지! 나의 페로몬이 통하지 않는 모양이지? 하지만 널 ‘몬스터’로 만들어버린다면 어떨까!』
녀석은 꼬리를 말아 올려, 내게 독침을 겨누었다.
독침을 맞으면 몬스터화가 되는 모양인데, 시스템도 알지 못하는 ‘몬스터화’라는 능력에 내 생명의 의지가 대처할 수 있을지 나도 확신할 수 없었다.
당장 벗어나야 했으나, 인간들에 의해 사지가 뜯길 것 같은 상황이라 쉽지 않았다.
슬슬 결단을 내려야 했다.
지금 힐을 해서 이들의 상태이상을 풀어버리면, 거의 스무 명에 가까운 인간들이 돌연 눈앞의 몬스터를 보게 된다. 일반인들은 몬스터를 보는 것만으로도 혼란에 빠질 것이고 지금보다 더 큰 위험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었다.
그렇다고 패버릴 수도 없으니, 방법은 하나밖에 없다.
나는 내가 떨어졌던 천장을 바라봤다. 서서히 구멍이 사라지고 있었지만, 아직 완전히 메워진 건 아니다.
이 사태를 해결할 가장 좋은 방법은 저 위에 있다.
그리고 마침, 내가 기다리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유영 헌터님! 무사하십니까?!”
김상엽 팀장의 목소리였다. 이어서 사람들의 발소리가 들리며, 저 구멍 위 불곰이 있는 곳으로 협회원들이 무사히 도착한 듯했다.
불곰이 포효하는 소리, 맞부딪히는 소리가 이어졌고 사라져가는 구멍 위로 김상엽 팀장의 얼굴이 간신히 보였다.
“이유영 헌터님!!”
조금만 더 늦었으면 여기 있는 사람들 중 일부는 무사하지 못했을 것이다.
내가 이 인간들을 달고서 싸우는 것보다, 팀장과 협회원들이 있는 저 위가 더 안전한 것이다. 지금 상황에선 협회원들을 믿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었다.
나는 결단을 내리자마자, 스킬을 발동했다.
[ 메인 스킬, 을 발동합니다. ] [ 스킬, 을 사용합니다. ]촤아아악!
스킬이 발동되며 물줄기가 치솟아 올랐다.
인간들은 나를 붙들고 늘어지다가 물살에 떠밀려가기 시작했다.
“꺄아아아악! 안돼! 데스스토커님!”
“사, 살려줘! 데스스토커님! 살려주세요!”
심판의 물은 내가 가장 능숙하게 사용하는 스킬이다. 여기 있는 사람들을 잠수시키지 않고 위로 올려보내는 건 어렵지 않았다.
사지를 붙들고 있던 녀석들을 떼어냄과 동시에, 위를 향해 소리쳤다.
“상태이상에 걸린 사람들입니다! 뒤는 맡기겠습니다!”
물줄기는 마치 놀이기구처럼 사람들을 태워 차례차례 지상으로 올려보냈다.
당황한 전갈 새끼가 내게 꼬리를 휘둘렀으나, 나를 붙드는 것도 없는 상황에서 그걸 피하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
『키헤에에엑!!!』
녀석은 자신이 불리해지자마자 바닥을 모래로 만들어 도망가기 시작했고, 나는 녀석에게 뛰어들어 다리 하나를 붙잡았다. 눈앞에서 놓아줄 생각은 없었다.
그러나 무게가 상당해서 나 역시 녀석에게 끌려가고 있었다.
구구구구궁!
결국 바닥이 통째로 무너져내리며 나는 녀석과 함께 더 아래로 떨어졌다.
저 멀리서 협회원들이 소란스럽게 소리치는 것 같았지만, 자세히 들을 수는 없었다.
하강하는 모래 폭포 속에서 나는 녀석을 놓치지 않기 위해 다리를 붙잡고 매달렸지만, 녀석이 발버둥 치는 탓에 손이 미끄러지고 말았다.
입과 눈, 귀와 코 가릴 것 없이 모래가 섞여 들어와 숨을 쉬는 것조차 쉽지 않은 상황 속에서, 나는 거대한 보라색 전갈을 찾아 헤맸다.
흐릿하게 눈앞을 스치고 지나가는 보라색을 향해 손을 뻗으려던 순간, 모래 속에서 튀어나온 날카로운 것이 내 옆구리를 찌르고 들어왔다.
“윽!”
찔린 옆구리에서부터 독처럼 불쾌한 무언가가 혈관을 타고 흐르며 온몸에 퍼지는 게 생생하게 느껴졌다.
심장이 두근거리고 숨이 가빠오며, 머리가 어지러워 몸을 제대로 가눌 수 없었다.
『케헤헤헥! 해냈다, 해냈어!! 저 인간들쯤이야 이 ‘최후의 인류’에 비하면 쓰레기나 다름없지! 이유영, 눈을 뜨면 너도 나와 같은 종족이 될 것이다!!』
녀석의 웃음소리가 모래 폭포 속에서 흩어졌다.
괴로움에 몸부림치던 나는 한없이 떨어져 내렸고, 정신을 차린 순간 안면이 모랫바닥에 처박혀 있었다.
녀석이 나를 집게로 억눌러 바닥에 머리를 처박고 엎드리게 만든 상황이었다.
『어서 몬스터가 되어라!!!』
고통에 식은땀이 흘렀으나, 아까부터 떠올라야 할 ‘생명의 의지’ 알림창이 나타나지 않았다. 왜 발동되지 않는 거지?
순간, 심장이 크게 박동하며 온몸을 옥죄는 괴로움이 들이닥쳤다.
“크윽!”
혈관 속에 벌레가 꿈틀거리는 것처럼 무언가가 맥동하고 있었다.
마치 인간이 아닌 다른 존재로 태어나려는 것처럼, 피가 역류하는 감각이 생생했다.
피부의 일부분은 데스스토커처럼 불길한 보라색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내가 이딴 놈한테 당한다고?’
생명의 의지는 여전히 발동되지 않았다. 그 사이 보라색으로 변해가던 부위가 점점 더 넓어졌다.
정말로, 내가 이대로 당한다고?
‘아니, 아니지.’
이딴 것에 져선 안 된다. 이러려고 내가 회귀한 줄 알아? 이러려고 그 긴 시간 미친 새끼처럼 일기를 써 내렸는 줄 아냐고.
생명의 의지라면, 날 끝끝내 살아남게 했던 생명이 의지라면, 이딴 것에 져선 안 된다는 말이다.
나는 생명의 의지를 강제로라도 발동시키기 위해 보라색으로 물들어가는 손등을 이로 물어뜯었다.
짐승 새끼처럼 뜯어버린 붉은색 살점에서 피가 튀었다.
몬스터는 발악하는 내 모습을 보며 즐겁다는 듯이 웃어제끼고 있었다.
『케헤헥! 케헤헤헥!!!』
나는 생명의 의지가 발동할 때까지 내 손을 물어뜯었다.
나를 최후의 인류로 만들어낸 능력이 이딴 것에 져서는 안 된다.
어떤 순간에도 날 죽지 못하게 만든 능력이면서, 기어코 나를 지구상에 홀로 남게 한 능력이면서. 여기서 발동을 멈춰선 안 된단 말이다.
‘제발 발동되라고!!’
이미 핏물이 가득해진 손을 다시 물던 그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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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인 스킬, 가 발동됩니다. ] [ 메인 스킬, 가 발동됩니다. ] [ 상태 이상, ‘??’에 저항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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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태 이상, ‘■■’에 저항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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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태 이상, ‘변이’에 저항합니다. ] [ 상태 이상, ‘변이’에 저항합니다. ]시스템이 응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