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iary is an SSS-class reward RAW novel - Chapter 44
44화. 함께라면 (5)
『쿠어어어어어어!』
보랏빛 화염은 재앙처럼 덮쳐와 주위를 초토화했다.
놀이기구며, 레일, 기둥, 내부를 꾸며놓은 장식물들이 모두 화염에 삼켜졌고, 몬스터가 날뛰며 이리저리 들이받는 탓에 내부가 무너지기 시작했다.
[ 메인 스킬, 을 발동합니다. ] [ 스킬, 을 사용합니다. ]나는 내가 내보낼 수 있는 최대의 출력으로 물의 장막을 만들어 사람들을 보호하며 외쳤다.
“당장 도망칠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그러나 해일처럼 세운 물의 장막도 보랏빛 화염 앞에선 몇 분을 버티지 못했다.
그 사이 방어계 협회원들이 나와서 가능한 만큼 실드를 펼쳤지만, 불곰이 내뿜는 화력은 점점 더 거세지고 있었다.
그때, 설상가상 전방에 나서 있던 우리 위로 철골이 끊기며 천장이 쏟아졌다.
콰과광!
방어계 헌터가 세운 실드가 우리의 목숨을 살렸지만, 곧장 이어진 공격까지 피해낼 방도는 없었다.
화염 불곰은 거대한 화물 트럭처럼 우리에게 정면으로 돌진해왔고, 실드는 천장에서 떨어지는 철골을 막아내느라 이미 한계였다.
불곰이 우릴 들이받으려던 때, 박종훈이 홀로 녀석에게 뛰어들었다.
챙!
박종훈이 날려버렸던 불곰의 팔과 다리에는 보라색 화염과 전갈의 껍데기가 자라나, 신체의 역할을 대신하고 있었다.
우리가 입힌 대미지쯤은 아무 일도 아니었던 것처럼 더욱 강해진 녀석 앞에서 박종훈은 무모하게 검 한 자루로 버텼다.
“저 미친 자식이…!”
그러나 나는 당장 박종훈에게 갈 수 없었다. 박종훈이 저렇게 무모하게 튀어 나간 이유를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우리의 위로 실드를 펼치다가 미처 자신은 방어하지 못한 협회원에게 향했다. 그는 무너진 철골에 어깨를 관통당해 피를 흘리고 있었다.
나는 협회원의 어깨에 박힌 철골을 뽑아내며, 어깨 위에 손을 올렸다. 그는 그 와중에도 비명 한 번 지르지 않은 채, 꿋꿋하게 실드를 펼치고 있었다.
[ 메인 스킬, 를 발동합니다. ] [ 대상자에게 살아가는 것의 힘이 스며듭니다. ] [ 생명의 의지가 다시 한번 생명을 불어넣습니다. ]녹색 빛이 협회원의 어깨를 감싸자, 피가 멎고 새살이 돋아나기 시작했다. 그러자 철골이 뽑힐 때도 표정에 변화가 없던 협회원의 얼굴이 당혹으로 물들었다.
“이, 이유영 헌터님, 이건….”
“지금은 깊이 생각하지 마세요. 여긴 종훈이랑 제가 맡아서 어떻게든 시간을 끌겠습니다. 당신은 어서 가서 팀장님을 도와주세요.”
“둘이서 어떻게 저 괴물을 상대한단 말입니까…? 안 됩니다, 자살 행위입니다. 저도 남겠습니다.”
“자살 행위가 아닙니다.”
힐러인 내가 옆에 있는 이상, 그 누구도 죽지 않는다.
그렇게 만들기 위해 나는 이곳에 있다.
“제가 있는 이상, 종훈이도 저도 죽지 않습니다.”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확고한 말투로 말했다.
자신의 멀쩡해진 어깨를 한 번 보고, 다시 내 얼굴을 본 협회원이 내게 물었다.
“믿어도 되겠습니까…?”
“물론입니다. 당신은 김상엽 팀장님을 도와 민간인들과 함께 이곳에서 탈출하세요. 저희가 막고 있는 동안 지원 가능한 헌터 호출 부탁드립니다.”
“알겠습니다, 이유영 헌터. 꼭 살아남으세요.”
한 명이라도 더 많은 민간인을 보호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헌터’의 역할이었다. 그리고 헌터 협회 사람이라면 누구보다도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협회원은 고개를 끄덕이고 이 철골 더미 속에서 빠져나가며, 김상엽 팀장이 있는 곳으로 합류했다.
『쿠어어어어어!!!』
나 역시 서둘러 박종훈에게로 다가갔다. 불곰은 화염을 내뿜으며 박종훈의 검을 거대한 발로 마구 내려치고 있었다.
간신히 버티고 있는 박종훈은 당장이라도 화염에 삼켜질 것처럼 위태로워 보였다.
촤아악!
나는 심판의 물을 발동해 박종훈에게 화염을 내뿜는 불곰 사이에 물의 장막을 세웠다.
박종훈은 그사이, 몬스터와 거리를 벌리고 태세를 갖추며 숨을 몰아쉬었다.
“죽는 줄 알았네…. 고맙다.”
“이번에도 팔 하나 잃기 싫으면 무모하게 덤비지 마라.”
“어, 그래야지.”
그런데 몬스터의 주위로 있어야 할 전갈이 보이지 않았다.
언제 사라진 건지 ‘데스스토커’의 잘린 집게발만이 덩그러니 남아 있을 뿐이었다.
그러나 그 약삭빠른 놈까지 신경 쓰기엔 눈앞에 있는 몬스터가 지나치게 강했다. 이 정도면 A급 이상의 힘을 가지고 있다고 봐야 한다.
‘S급이라고 봐야겠지.’
나는 박종훈과 내 뒤에 다시 한번 심판의 물을 발동했다. 심판의 물이 천장을 부수며, 우수수 떨어진 잔해들로 곰이 쉽게 진격하지 못할 벽을 만들었다.
그렇게 박종훈과 나는 다시 한번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불곰에게 검을 겨누었다.
***
한편, 이유영과 박종훈에게 뒤를 맡기고 김상엽 팀장에게 달려간 협회원.
그는 무너지는 철골과 불길을 실드로 막으며, 간신히 걸음을 옮길 수 있었다.
불길을 향해 실드를 펼치던 손이 떨려왔지만, 그는 애써 심호흡하며 자신을 위로했다.
‘침착하자. 저것 봐. 아직 아무도 죽지 않았어.’
협회원의 시야에 이 재앙같이 퍼진 보랏빛 화염 속에서 각종 스킬로 방어 태세를 펼쳐 목숨을 유지하고 있는 동료들이 보였다.
방어 스킬이 없는 협회원들은 포박한 이들을 이끌고 웜홀로 유도했다.
이 난장판인 상황 속에서 팀원들은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그 덕에 아직 아무도 죽지 않은 것이다.
“팀장님!”
“살아 있었나…!”
김상엽 팀장은 어딘가에 통화를 하고 있었는데, 아마도 지원군을 부르기 위한 전화인 듯했다. 그가 팀장을 부르자, 그를 발견한 팀장의 얼굴에 안도감이 서리는 게 보였다.
“예! 이유영 헌터와 박종훈 협회원 역시 무사합니다! 두 사람이 몬스터를 막는 사이, 지원을 불러달라고….”
그렇게 그 역시 팀에 합류하러 달려가던 그 순간이었다.
꽈드득!
그의 아래에서 솟아오른 집게발이 그의 다리를 낚아챘다. 그는 그대로 우당탕 넘어지며, 자신의 발밑에서 솟아오른 보라색 집게발을 볼 수 있었다.
방어력 C급이었던 협회원이었으나, 그 힘이 얼마나 센지 집게발의 악력에 다리가 그대로 잘려 나가기 일보 직전이었다.
“끄아악!”
그는 급하게 실드를 펼쳐 자신을 끌고 가려는 그 집게발을 밀어내고자 했다.
그러나 그 무의미한 행위에 당해줄 만큼 몬스터는 약하지 않았다.
그 모습을 본 협회원들이 당황하던 찰나, 팀장이 그들보다 먼저 나섰다.
“당황하지 말고 하던 일을 계속해.”
김상엽 팀장은 무기를 소환했다. 그의 주 무기인 자동 권총. 메인 스킬을 담아 사용하면 권총의 탄환이 박힌 상대에게 몬스터의 ‘마비’와 비슷한 증세를 일으키는 무기다.
그는 협회원을 붙잡은 집게발을 향해 권총을 겨누고 망설임 없이 발사했다.
탕! 탕!
팀장은 분명히 명중했다고 생각했으나, 몬스터의 속도가 지나치게 빨라 권총 소리가 울려 퍼지기도 전에 땅속으로 사라지고 말았다.
덕분에 무사히 빠져나온 협회원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지만, 김상엽 팀장은 그 찰나를 알아차리고 빠져나간 몬스터의 속도에 긴장감을 늦출 수 없었다.
“티, 팀장님! 감사합니다!”
“됐다, 어서 합류해. 우측 방어를 부탁한다.”
“네!”
협회원은 다리를 절뚝이며 우측면에 합류해, 퍼져나가는 화염을 향해 실드를 펼쳤다. 부상을 입은 그에게도 방어를 부탁해야 할 만큼 상황이 어려웠다.
김상엽 팀장은 웜홀 앞을 지키며 언제든 총을 발사할 수 있도록 주위를 살폈다.
몬스터에게 ‘제압’ 스킬을 걸려면 우선 모습이 시야에 들어와야 한다. 그런데 이렇게 땅속으로 모습을 숨기며 빠른 속도를 갖고 있다면, 스킬을 거는 것은 쉽지 않을 게 분명했다.
‘이유영 헌터님은 이런 녀석을 그 정도로 몰아넣은 건가.’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봤을 때, 몬스터는 거의 본능처럼 사람을 잡아먹으려 한다.
던전 밖으로 나온 야생의 몬스터라고 해도 그 본능이 사라졌을 리는 없다. 그렇다면 필시 사냥하기 쉬운 사람부터 타깃이 될 것이다.
그 순간, 한 협회원의 발밑이 미세하게 움푹 파이는 게 보였다.
팀장은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그곳을 향해 총을 발사했다.
탕!
완벽한 견제 사격에 바닥은 정상적으로 되돌아갔다.
그러나 그 순간.
콰득
팀장이 서 있던 발밑이 한순간에 꺼지며, 집게발이 튀어나왔다.
그는 서둘러 발밑에 총을 발사했으나, 몬스터가 그의 발목을 잡고 휘둘러 던진 탓에 총알은 엉뚱한 곳에 발사됐다.
날려진 그가 화염 구덩이 속으로 떨어지지 않은 건 협회원이 서둘러 실드를 펼쳐준 덕이었다.
“크윽…!”
이렇게 빠를 수가 있단 말인가.
팀장은 급히 몸을 일으켜 다시 몬스터를 찾았다. 그러나 그 잠깐 사이, 팀장에게 실드를 펼쳐준 협회원은 튀어나온 전갈의 꼬리에 독침을 맞고 있었다.
‘이유영 헌터님이 야생의 몬스터에게는 지능이 있다고 말했던 게, 이런 뜻이었나…!’
몬스터는 인간을 당황시킬 ‘전략’을 꾸리고 있었다. 정해진 패턴대로만 움직이는 던전의 몬스터만 떠올렸을 때는 상상도 할 수 없는 행동이었다.
팀장은 몬스터의 꼬리를 향해 총을 연달아 발사하며 외쳤다.
“몬스터가 땅 밑에서 습격하고 있다! 서둘러서 사람들을 웜홀로 들여보내!”
그의 외침에 협회원들이 분주하게 움직였지만, 몬스터 역시 봐줄 생각이 없다는 듯 다음 재앙을 퍼트렸다.
『멍청한 인간들, 멍청한 인간들!!』
몬스터가 있던 자리에서 보라색의 가스가 새어 나오며, 기분 나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 기습적인 가스에 당한 협회원들이 반이 넘었다.
팀장은 가스를 들이마시지 않기 위해 코와 입을 가리며, 변이를 일으키던 협회원에게 총을 발사했다. 총을 맞은 협회원은 전기 충격에 당한 것처럼 몸을 움찔거리다가, 그 자리에서 기절했다.
그러나 그사이, 가스에 당한 협회원들이 기껏 구속해놓은 민간인들을 풀어주는 돌발행동을 보였다. 그들 사이에서 기분 나쁜 말이 오가는 것을 들은 팀장은 이것이 상태 이상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곧장 스킬을 발동했다.
김상엽 팀장의 메인 스킬인 ‘제압’은 그의 시야에 들어온 모든 것의 움직임을 봉쇄하는 스킬이다.
그의 스킬 덕분에 이유영 헌터가 보낸 민간인들과 몬스터가 된 동료들 역시 순식간에 포박할 수 있었고, 이번에도 모든 인간들이 움직이는 것을 막을 수 있었다.
그러나 이 스킬에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다. 시야에 들어온 제압 대상이 10명을 넘게 되면, 그의 움직임에도 제약이 생긴다는 것이었다.
『멍청한 인간들아!!』
그 사이, 몬스터는 땅 밑에서 움직이며 날렵하게 협회원들에게 독침을 쏘기 시작했다.
독침을 맞은 협회원들은 전부 피부가 보라색으로 물들며 전갈의 모양새로 변이를 일으켰다.
간신히 화염을 막고 있던 방어계 협회원들은 당황하며 몬스터를 향해 실드를 펼쳐버렸고, 방어에 막혀 있던 보랏빛 화염은 들불처럼 번졌다.
그야말로 절체절명의 상황.
그러나 아직 팀장에게는 한 줄기 희망이 남아 있었다.
‘아직인가…?’
팀장은 몬스터가 되어가는 인간들에겐 망설임 없이 총탄을 발사해 기절시키며, 어느샌가 떨어트린 자신의 핸드폰을 바라봤다.
‘그 사람이 올 때까지 버틸 수 있을까?’
팀장의 스킬에 당한 이들은 조금이라도 움직여보기 위해 꿈틀거리며 괴상한 소리를 냈고, 방어막이 사라지자 빠른 속도로 퍼지는 불길이 그에게도 다가오고 있었다.
‘아니, 버텨야 한다.’
제압 스킬은 그가 보고 있어야만 유효하다. 그가 눈을 돌리지 않고 ‘제압’을 걸고 있어야만, 무고한 민간인들이 스스로 불길에 뛰어들지 않을 것이다.
그들을 지키기 위해선, 설령 불에 타 죽는 순간까지도 눈을 뜨고 있어야 했다.
보라색 화염은 위협적으로 모든 것을 태우며 팀장에게 다가왔다.
뜨거운 열기, 숨조차 제대로 쉬어지지 않을 만큼 희미한 산소, 눈을 뜨는 것조차 방해하는 화염의 강렬한 빛이 그에게 뻗쳤다.
어느 순간부터 뜨겁다는 기분이 들지 않았다. 그저 다가오는 거대한 빛이 그가 불구덩이에 삼켜질 것을 예고하는 듯했다.
그럼에도 각오를 다진 팀장이 화염에 먹히려던 때.
낯선 여자의 목소리가 그의 정신을 일깨웠다.
“뭐야, 이거?”
동시에, 돌연 팀장의 앞에 어둠이 찾아왔다. 좀 전의 빛을 우습게 덮어버리는 우주와 같은 어둠이 그의 눈앞에 펼쳐진 것이다.
그는 순간적으로 자신이 죽은 것은 아닐까 착각했다.
그러나 곧, 그 ‘암흑’이 불길을 블랙홀처럼 흡수하며 자신을 보호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제서야 이 어둠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적의 모든 스킬을 방어하는, 절대 방어의 ‘암흑’.
김상엽 팀장이 기다리던 사람의 스킬이었다.
“난리가 났네, 난리가. 이유영이라는 놈은 뭐 하고 있는 거야?”
짜증 속에 여유가 섞인 특유의 말투와 함께, 그녀가 웜홀 속에서 등장했다.
그녀는 가뿐하게 한 팔을 들어, 다시 한번 ‘암흑’ 스킬을 발동했다.
그녀를 기점으로 먹물처럼 퍼지던 암흑은 협회원들이 그토록 고전했던 보랏빛 불길들을 서서히 삼켰고, 불길한 보랏빛 가스마저 덮어서 모조리 흡수했다.
“나 안 왔으면 어쩔 뻔했어?”
국내 2위 길드, 수호 길드의 길드장. ‘완전 방어’를 자랑하는 최강 방어계 헌터, 정하나.
암흑을 가르고 나타난 정하나의 수호가 늦지 않게 도착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