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iary is an SSS-class reward RAW novel - Chapter 5
5화. 영웅 놀이 (2)
대한민국의 영웅, 구지상.
헌터가 되기 전에는 유명한 아이돌이었다고 한다. 하도 옛날 일이라 가물가물하긴 하지만 춤추고 노래하는 구지상을 TV에서 봤던 것 같기도 하다.
그 구지상이 영웅이 된 건 지금으로부터 3년 전, 몬스터가 처음으로 등장한 ‘최초의 던전 브레이크’라 불리는 사건 때였다.
전세계적으로 갑자기 나타난 몬스터에게 사람들은 손도 제대로 쓰지 못하고 죽어 나갔다. 그러나 위기는 때론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 내기도 하는 법. 때마침 새로운 힘을 각성한 사람들, ‘헌터’가 나타나면서 최악의 사태는 피할 수 있었다.
당시 콘서트 중이던 구지상은 그 자리에서 각성해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을 홀로 구해내면서 헌터로서 화려하게 데뷔하게 된다.
그 후 매니저와 함께 설립한 ‘구원 길드’는 한국 1위 길드에 올라, 3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그 자리를 지켜오고 있었다.
구지상은 그 이후로도 괴물 같은 성장 속도를 보였다고 하니, 아마 지금은 현재 가장 높은 등급의 던전인 A급도 단신으로 해치울만한 실력을 갖추고 있을 것이다.
이런 녀석과 던전에 들어가야 한다는 게 나로선 착잡했지만, 쌍철 길드와 헌터 협회원들은 그를 만난 것만으로도 한껏 들뜬 상태였다.
헌터 협회원은 구지상과 쌍철 길드원 셋, 그리고 나까지 5명이면 C급 던전은 충분히 공략할 수 있다고 판단했는지, 공략대 모집을 종료했다.
그렇게 나는 이 네 명과 함께 던전에 들어가게 되었다.
***
게이트를 넘어서자 짙은 안개가 깔린 산길이 펼쳐졌다.
옆으로 드높은 나무가 빽빽하게 자라 있었고, 산길은 울퉁불퉁했다.
뿌연 안개가 시야를 가려, 잘못하다 발을 헛디디기 딱 좋은 환경이었다.
만에 하나 넘어져서 뒤처지기라도 한다면, 일행과 다시 합류하기 어려울 것이다.
몇 발짝 걸어 나가자, 도깨비 특유의 약 올리는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키킥!
동시에 던전 알림창이 떠올랐다.
[ C급 던전, 도깨비 창고 ]「수많은 도깨비를 부리는 대감 도깨비의 저택에서 잔치가 열립니다.
부하인 하급 도깨비는 찾아낸 먹이를 대감 도깨비의 잔칫상 위에 올릴 것입니다.
올바른 답을 찾아, 이 던전에서 탈출하시길 바랍니다.」
{ 보상: ??? }
알림창을 확인한 쌍철 길드 녀석들은 다짜고짜 구지상을 앞장세우기 시작했다.
들어오기 전부터 구지상한테 굽실거리더니, 구지상한테 공략을 맡기고 떨어지는 부산물이나 받아 챙길 속셈인 것 같았다.
“아이고, 구지상 헌터님만 믿습니다.”
“그럼 그럼, 우리 영웅님만 믿고 말고요.”
“저희 좀 잘 이끌어 주십쇼.”
“하하, 저만 믿고 맡기세요!”
구지상은 조금의 불만도 없이, 자연스럽게 선두에 섰다.
누가 봐도 선두에 서는 게 익숙하다는 태도였다.
“음, 알림창을 보니 잡몹들이 사람을 유인해내는 던전 같네요. 안개가 짙어서 유인당하면 쉽게 낙오되겠어요! 저희 떨어지지 말고 딱 붙어서 가죠!”
던전 알림창과 지형만 보고도 던전 특성을 파악하는 능력이 제법 나쁘지 않다.
첫인상만 봤을 땐 가벼운 녀석인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눈썰미가 있는 모양이다.
구지상의 말에 쌍철 길드 놈들은 구지상 뒤에 옹기종기 붙기 바빴다.
그러다 자기들끼리 쑥덕거리더니, 은근슬쩍 걷고 있던 나를 밀쳐 맨 뒤로 보냈다.
“이거 참, 자리가 좁아서 원. 뒤에 있어도 괜찮지?”
“아, 괜찮겠죠! 사내자식이면 후방 딱 지켜야지.”
“그럼 그럼.”
선두에는 구지상, 후방에는 나를 세워 자기들끼리 안전한 자리를 독차지하겠다는 건가.
뻔히 보이는 꾀를 부리려는 모양인데, 나로선 오히려 나쁘지 않은 상황이다.
이대로 낙오된 척, 자연스럽게 떨어져 나가면 단독 행동을 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그때, 안개 속에서 웃음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키킥!
키키킥!
이 기분 나쁜 웃음소리는 하급 도깨비들이 움직인다는 신호에 가까웠다.
구지상은 웃음소리를 경계하며 자기를 뒤따르던 대열을 살폈다.
녀석은 맨 뒤에서 따라 걷던 내가 걸렸는지 속도를 늦췄다.
“길이 좀 험하네요. 저희 속도 좀 늦춰서 걷죠!”
공략 대원을 챙기는 센스까지 나쁘지 않다.
만약 내가 최대 공헌자를 노리는 상황만 아니었더라면, 업혀 가는 맛이 달달했을지도 모르겠다.
속도를 조금씩 늦추던 그때, 무언가 우리 사이를 재빠르게 치고 지나갔다.
그 탓에 쌍철 길드원 하나가 발을 헛디뎌 넘어지고 말았다.
“아아악! 엥?”
뒤에 있던 내가 어깨를 받쳐 주지 않았다면 그대로 나자빠졌을 것이다.
쌍철 길드원은 고맙다는 인사 하나 없이 떨떠름하게 자기 옷을 툭툭 털었다.
도와주지 말 걸 그랬다는 생각이 드는 건 또 오랜만이다.
잠깐 대열이 흐트러지자, 마치 놀리기라도 하는 것처럼 또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키키킥!
큭큭!
넘어질 뻔했던 쌍철 길드원은 분했는지 얼굴이 새빨개지며 화를 내기 시작했다.
“아이 씨, 이 새끼들 어딨어?! 안 나오냐!”
그러자 놈에게 무언가 날아왔다.
팔뚝만 한 체구, 제 몸집보다 세 배는 커 보이는 방망이. 이 던전의 잡몹인 하급 도깨비였다.
가벼운 체구를 이용해 순식간에 날아오듯 나타난 하급 도깨비는 쌍철 길드원의 머리를 노리고 방망이를 휘둘렀다.
“미, 미친. 뭐가 이렇게…!”
당황한 놈이 제대로 반응하지 못해 방망이에 그대로 맞을 뻔한 순간,
텅!
구지상이 끼어들어 팔로 공격을 막아냈다. 그리고 곧바로 하급 도깨비를 발로 찍어 내렸다.
하급 도깨비는 그대로 반항 한 번 못하고 바닥에 처박혔다.
끼에엑!
비명을 지르던 하급 도깨비는 순식간에 재가 되어 사라졌다.
몬스터의 공격을 맨몸으로 막아내고도 아무렇지도 않은지, 구지상은 옷의 구겨진 부분만 툭툭 쳐서 펴내고 우리를 돌아보며 말했다.
“다들 괜찮으시죠?”
보스 몬스터가 아니라 해도 C급 던전에 있던 몬스터다.
아마 하급 도깨비가 휘두르던 방망이가 그대로 쌍철 길드원 놈의 머리에 직격했다면, 그대로 두개골이 부서졌을 것이다.
그런 공격을 상처 하나 없이 받아내고, 발차기 한 번으로 처리하다니.
녀석의 메인 스킬도 사기적이라 들었건만, 스탯도 만만치 않게 사기적인 모양이었다.
구지상이 아니었다면 머리를 맞고 쓰러졌을 쌍철 길드원이 호들갑을 떨었다.
“이야, 덕분에 살았습니다, 구지상 님!”
“역시 대한민국의 영웅!”
“그럼 그럼, 존경합니다!”
“하하, 아무래도 몬스터가 더 나올 것 같으니 주의하죠.”
트리오가 시끄럽게 구지상을 둘러싼 사이, 나는 슬며시 후방으로 빠지며 안개 속으로 몸을 감췄다.
구지상 정도의 실력자가 있으니 이쪽은 내가 없어도 알아서 잘할 것이다.
나는 이 기회에 구지상보다 빨리 보스 몬스터인 대감 도깨비를 잡을 생각이었다.
내가 무리에서 떨어져 나오자 주머니에서 상황을 구경하던 화신이 튀어나왔다.
『이대로 혼자 메인 몬스터를 독차지할 셈이군요!』
“너 꼭 내가 나쁜 놈인 것처럼 말한다?”
『에이, 설마요! 착각이에요, 착각!』
나는 화신의 말을 무시하며, 아이템창에서 해치의 비늘검을 소환했다.
군용 나이프 크기의 단검은 해치의 비늘로 만들어졌다는 것을 증명하듯, 푸른색을 띠고 있었다.
C급 단검이니 이전에 쓰던 E급처럼 쉽게 부러지진 않을 것이다.
나는 단검을 쥐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혼자가 되어 주었으니 도깨비 놈들은 기회를 놓치지 않을 것이다.
내 생각을 증명하듯이, 주위에서 도깨비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키킥!
큭큭!
키키킥!
나는 자세를 잡고 녀석들이 달려들길 기다렸다.
순간, 웃음소리가 뚝 그쳤다.
동시에 안개 속에 숨어있던 하급 도깨비들이 일제히 나를 향해 달려들었다.
스각!
끼에에엑!
때를 놓치지 않고 검을 휘둘렀다. 우측 도깨비의 목, 곧바로 좌측. 뒤에서 휘두르는 방망이를 피하며 사선으로 칼날을 휘둘렀다.
한 번에 세 마리가 당하자 녀석들이 주춤거리기 시작했다.
회귀 전의 몸이 아직 적응되지 않아서인지, 칼날에 얕게 베인 한 놈이 죽지 않고 발버둥 쳤다.
다리 한 짝을 잃었는데도 불구하고 녀석은 외발로도 놀라운 점프력을 보이며, 나를 향해 방망이를 휘둘렀다.
부웅
머리카락 너머로 거센 바람이 지나갔다. 이 쓰레기 같은 몸은 반동이 왜 이렇게 느린 건지.
나는 아슬아슬하게 공격을 피해 녀석의 복부에 칼을 박아 넣었다.
푹!
남은 하급 도깨비는 넷.
나는 다시 한번 자세를 잡으며 가장 왼쪽에 있는 놈한테 달려들었다.
스가각!
한 놈에게 칼을 휘두르는 사이, 옆쪽에서 방망이를 휘둘러 오는 게 보였다.
곧바로 몸을 낮췄지만, 바로 뒤쪽에서 들어오는 방망이질까지 피하기엔 이 몸의 성능이 너무 구렸다.
뻑!
“크윽!”
방망이를 직격으로 맞은 다리에 뼈가 부서지는 듯한 충격이 전해졌다.
구지상 이 자식은 이런 걸 맞고도 아무렇지 않게 버틴 건가?
[ 메인 스킬, 가 발동됩니다. ]부러진 다리가 순식간에 제자리를 찾으며 파열된 근육이 치유되었다.
고통 탓에 잠시 주춤한 사이, 도깨비는 다시 한번 방망이를 크게 휘둘러 왔다.
하지만 두 번이나 맞아줄 생각은 없었다.
스각!
나는 반대편으로 몸을 날리며, 녀석의 옆구리에 칼날을 휘둘렀다.
그러나 체중을 잘못 실은 탓인지 칼날이 빗겨 들어가는 게 보였다.
힘이 없다면 깡으로라도 버텨야 한다.
비껴간 칼자루에 박치기를 날려 더 깊숙이 날을 밀어 넣자, 도깨비한테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끼에에엑!
이제 남은 건 한 마리다.
나는 옷에 묻은 흙먼지를 털며 그놈을 바라보았다.
녀석은 재가 되어 사라진 자기 동료들을 보다가, 겁에 질린 얼굴로 내게서 달아났다.
이것으로 조건은 갖췄다.
겁에 질려 달아난 하급 도깨비는 반드시 대감 도깨비가 있는 곳으로 간다.
저 녀석만 따라가면 대감 도깨비가 있는 장소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끼엑! 끼에엑!
내가 따라잡을 기세로 달리자, 도망가던 도깨비는 기겁하며 더 빨리 달리기 시작했다.
내 쓰레기 같은 몸은 벌써 지쳤는지 달리는 속도가 점점 줄어들고 있었다. 그 사이 녀석은 더 멀어져갔다.
그러나 저걸 놓치면 다시 이 짓을 반복해야 한다. 나는 있는 힘을 다해 녀석을 쫓았다.
그렇게 한참을 달리던 녀석은 풀숲으로 뛰어들었다.
나는 심호흡을 한 뒤, 조심스럽게 풀숲을 헤치고 들어갔다.
그러자 수풀 사이에 감춰져 있던 기와집이 드러났다.
대감 도깨비의 집이다.
『무사히 찾아냈네요!』
도깨비랑 싸울 땐 나와 있더니, 언제 또 주머니에 들어간 건지.
나는 주머니에서 고개를 꺼내든 화신을 다시 눌러 넣으며, 수풀 뒤에 숨어 상황을 살폈다.
기와집 마루에는 금은보화가 여기저기 쌓여 있었고, 마당에는 커다란 잔칫상이 차려져 있었다.
그중 가장 커다란 그릇 하나가 비어 있었다.
아마 저 자리가 하급 도깨비한테 당한 헌터가 올라갈 자리일 것이다.
잔칫상에 어울리지 않게, 저택 안은 지나치게 고요했다.
대감 도깨비의 모습은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았다.
대감 도깨비를 상대할 때 가장 까다로운 부분이 바로 이 점이다.
녀석은 1대 1로 상대할 경우 C급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약하지만, 모습을 감추는 능력이 있어 찾아내는 게 어려웠다.
거기다 하급 도깨비를 끊임없이 만들어 내니, 잡몹만 상대하다가 지쳐서 당하기에 딱 좋은 던전이었다.
그렇다면 녀석을 어떻게 찾아내느냐.
그 답은 하급 도깨비 한 마리를 살려둔 것과 관련이 있었다.
마침, 내게서 달아난 하급 도깨비가 저택 마루를 향해 달려가 무릎을 꿇고 있었다.
그러자 아무것도 없던 곳에서 대감 도깨비가 모습을 드러냈다.
‘좋았어.’
3m는 족히 넘는 거대한 몸집.
마치 양반처럼 입고 있는 흰 도포와 머리 위에 쓴 감투.
쓰고 있는 하회탈 너머로 보이는 섬뜩한 붉은 빛.
확실히, 하급 도깨비와는 다른 기개가 느껴진다.
녀석은 자신에게 달려온 하급 도깨비를 한 손에 쥐더니 그대로 흡수했다.
미세하지만 아까보다 조금 더 몸집이 부풀어 있었다.
지금까지 가능성 스킬을 쓰지 않은 건 이 순간을 위해서였다.
저 녀석이 모습을 드러낸 지금, 원거리 공격이 가능한 ‘심판의 물’을 쓰면 금과 보석, SSS급 아이템이 된 일기장까지 모두 내 차지다.
그러나 가능성 스킬을 발동하려던 순간.
저 멀리서 도깨비들의 웃음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그 웃음소리 사이에는 고통에 찬 사람의 신음 소리가 섞여 있었다.
“으윽, 끄으윽….”
자세히 보니 쌍철 길드원 녀석들 중, 아까 넘어질 뻔했던 놈이 내는 소리였다.
그놈은 하급 도깨비들한테 머리채를 잡힌 채 바닥에 끌려오고 있었다.
놈이 끌려간 자리에는 붉은 선혈이 두껍고 기다란 선을 만들고 있었다.
피는 놈의 머리에서 흐르고 있었다.
흘린 피의 양이 지나치게 많았다. 놈이 내는 신음 소리도 점점 작아지고 있었다.
‘구지상이 저걸 놓쳤다고?’
믿을 수 없는 일에 눈이 치켜 뜨였다. 고작 C급 던전에서 구지상이 다쳤을 리는 없으니, 우르르 몰려들든 해서 저놈만을 납치해온 것 같았다.
대감 도깨비는 던전에 들어온 사람을 먹으면 강해진다. 쌍철 길드원 녀석을 이대로 두면 대감 도깨비의 식탁 위에 올라갈 게 뻔한 상황이었다.
만약 내가 대감 도깨비부터 처리한다고 심판의 물을 쓰면 하급 도깨비들이 끼어들어 방해할 것이고, 그 사이 대감 도깨비는 저 쌍철 길드원만 데리고 사라질 가능성이 높았다. 그리고는 지금보다 더 강해져서 다시 돌아올 게 분명했다. 그랬다간 진짜로 골치 아파진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감히 힐러인 내 앞에서 죽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
나는 쌍철 길드원을 향해 달려 나가며, 생명의 의지를 발동했다.
[ 메인 스킬, 를 발동합니다. ] [ 대상자에게 살아가는 것의 힘이 스며듭니다. ] [ 생명의 의지가 다시 한번 생명을 불어넣습니다. ]내 손에서 뻗어나간 녹색 빛이 쌍철 길드원의 몸을 뒤덮었다. 놈에게서 흐르던 피가 멈추고, 머리의 상처가 순식간에 회복되었다.
그러나 동시에, 나를 발견한 대감 도깨비가 도포 자락을 크게 휘둘렀다.
그러자 도포 자락 사이로 엄청난 수의 하급 도깨비들이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키킥!
키키킥!
크큭!
눈으로 셀 수 없는 양의 도깨비들이 쏟아져 나왔다.
대감 도깨비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하급 도깨비들은 전부 나를 향해 달려들었다.
“이런 XX….”
하여간, 되는 게 하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