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iary is an SSS-class reward RAW novel - Chapter 50
50화. 신입 헌터 합동 교육 (2)
신입 헌터 합동 교육을 위해 이번 달에 각성한 신입 헌터들 스무 명이 모두 모였다.
신입 헌터들은 협회 본부 앞에 모인 뒤, 협회의 버스를 타고 교습소로 향했다.
이제 막 각성한 신입 헌터들은 아직 헌터보단 민간인에 더 가까웠다.
그중에서도 그나마 눈에 띄는 것이 국가 대표 선수였던 고주연. 강남 길드에 스카우트 받았다는 노란 머리의 헌터. 그리고 최연소로 각성한 특수계 진준성 정도다.
묘한 긴장감과 설렘이 감돌던 버스는 한참을 달려 교습소가 있는 산속에 진입했다.
산속 깊이 들어갈수록 안개가 자욱했다. 이대로 운전해도 되나 싶을 정도로 점점 더 안개가 짙어질 무렵, 안개 사이에서 신입 헌터 교습소가 모습을 드러냈다.
교육동과 숙박동으로 이뤄진 넓은 교습소. 이곳에서 단연 눈에 띄는 것은 교육동 옆에 있는 넓은 호수였다.
호수에서 잔잔하게 피어오르는 안개는 이 교습소 전체를 완전히 덮고 있었다.
‘오늘 날씨에 안개 주의보가 있었나?’
진준성이 핸드폰으로 확인해봤지만, 오늘 날씨는 맑음이었다. 여기가 산이라서 그런 걸까? 적당히 넘기며 진준성은 고주연과 함께 버스에서 내려, 협회원의 안내를 따라갔다.
***
스무 명의 신입 헌터들은 버스에서 내려 오리엔테이션을 듣기 위해 교육동 강당에 모였다.
단상에 선 김상엽 팀장은 신입 헌터들을 쭉 살핀 뒤, 마이크를 쥐고 말했다.
“반갑습니다, 신입 헌터 여러분들. 저는 이번 신입 헌터 교육의 교관으로 참여한 김상엽이라고 합니다.”
김상엽 팀장은 이어서 간단한 개회사를 시작했다.
“여러분들 모두 헌터증은 발급받았지만, 아직 진정한 헌터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이번 교육을 통해 헌터의 역할과 기본적인 소양을 배우며 진정한 헌터로 거듭날 수 있을 것입니다. 앞으로 일주일, 모두 힘내주시기를 바랍니다.”
가벼운 박수 소리와 함께 김상엽 팀장이 물러선 뒤, 다른 사람에게 마이크를 넘겼다.
마이크를 받은 협회원은 능숙하게 진행을 이어받았다.
“지금부터 교육생 여러분들의 조를 나누는 시간을 갖겠습니다. 헌터 등록 당시 측정된 메인 스킬의 계통대로 조를 나눌 예정입니다. 우선 공격계 먼저 앞으로 나와주시길 바랍니다.”
그 말에 모여 있던 헌터 중 절반이 앞으로 나갔다. 그중에는 고주연도 있었고, 노란 머리 헌터도 있었다.
“다음으로 방어계는 가운데로 모여주시길 바랍니다.”
그러자 기다리고 있던 나머지 헌터들의 대부분이 빠져나갔다.
남아있는 헌터는 이제 진준성을 포함해 딱 3명뿐이었다.
“마지막으로 만능계는 오른쪽으로 모여주시길 바랍니다.”
진준성은 그 말에 당황했다. 만능계가 마지막이라니, 그게 무슨 말이지?
그가 당황하는 사이, 남아있던 두 헌터가 오른쪽으로 나갔고 진준성은 혼자 덩그러니 남게 되었다.
혼자 남아있는 진준성에게 헌터들의 시선이 일제히 모이자, 진준성의 안색이 새하얘졌다.
‘뭐, 뭐지? 특수계는 왜 안 부르는 거지?’
조를 호명하던 협회원도 혼자 남아있는 진준성을 보고 어리둥절해하자,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김상엽 팀장이 단상에서 내려와 협회원에게 귀띔했다.
그러자 그 협회원이 뒤늦게 진준성을 향해 말했다.
“죄송합니다. 워낙 오랜만에 보는 바람에 누락했네요. 마지막으로 만능계 옆에 특수계가 서도록 하겠습니다.”
특수계가 귀하다고는 들었는데, 언급하는 것도 잊을 정도로 드문 걸까. 특수계라는 말에 호기심이 생겼는지, 신입 헌터들은 진준성을 신기하게 바라보았다.
진준성은 있는 대로 부담을 느끼며 만능계 옆으로 쭈뼛쭈뼛 다가가서 섰다.
“그럼 조를 전부 나눴으니, 지금부터 각자 스킬을 시연해보는 시간을 갖겠습니다. 스킬 시연은 강당 뒤쪽으로 이동해 진행하겠습니다.”
협회원은 능숙하게 헌터들을 이끌고 강당 뒤쪽으로 이동했다.
그곳에는 각종 무기가 놓여 있었고, 과녁과 목각 인형 등이 세워져 있었다.
여러 설비들을 구경하던 진준성은 문득 의아함을 느꼈다.
‘야외 훈련장이 있던데 왜 강당에서 진행하는 거지?’
오면서 언뜻 봤을 때, 야외 훈련장은 규모도 크고 시설도 잘 갖춰져 있었다. 그런데 강당에 들인 것들은 야외 훈련장에서 급하게 가져와 설치한 것처럼 보였다.
‘안개 때문에 그런가…?’
바깥의 안개는 추울 만큼 짙게 깔려 있었다. 협회원들이라면 아마 최선의 판단을 해서 훈련 장소를 옮겼을 것이다.
진준성은 잠시 창밖의 안개를 바라보던 중, 강당 문이 열리는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협회원 한 명이 들어와 곧장 김상엽 팀장에게 다가가 무언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에게 잠깐 시선이 쏠렸으나, 다시 스킬 시연 진행이 시작된 탓에 다들 금방 관심을 껐다.
“그럼 공격계부터 시연을 시작하겠습니다.”
그는 공격계 헌터들을 한 명씩 호명했다.
근거리는 나무 인형을, 원거리는 과녁을 공격하는 것으로 스킬을 시연하는 방식이었다.
호명된 사람들이 스킬을 시연하던 걸 유심히 살펴보던 진준성은 한 가지 깨달을 수 있었다.
‘등급이 낮은 순서대로 부르고 있나 보네.’
후에 불릴수록 나무인형에 입히는 타격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 그렇다면 뒤로 갈수록 등급이 높을 것이다.
그렇게 대부분의 공격계 헌터들이 시연을 마치고 남은 사람은 이제 단둘, 고주연과 노란 머리 헌터뿐이었다.
“다음은 김제니 교육생 차례입니다. 사용하실 무기와 시연 방법을 말씀해주세요.”
호명을 듣고 당당하게 나온 노란 머리 헌터는 놓여 있는 무기를 쓱 확인하고 우습다는 듯 피식 웃으며 말했다.
“협회에서 주는 무기 따윈 필요 없어요. 제겐 길드에서 직접 제공해준 무기가 있으니까요.”
그리고는 아이템창에서 무기를 직접 소환해냈다. 그녀가 소환한 무기는 한 쌍의 사슬낫이었다.
‘사슬낫의… 제니…?’
순간 그네를 타고 있는 외국인 꼬맹이가 생각났지만, 진준성은 고개를 휘휘 저었다.
신입 헌터 교육을 수료하기 전부터 강남 길드에게 컨택을 받고, 고주연과 함께 끝까지 불리지 않을 정도라면 분명 강한 헌터일 것이다.
김제니는 보란 듯이 사슬낫을 한 바퀴 돌리며 말했다.
“보시다시피 근거리, 원거리 모두 가능한 무기예요. 둘 다 보여드리도록 하죠.”
“좋습니다. 그럼 과녁과 나무 인형을 모두 준비하도록 하겠습니다.”
협회의 준비가 끝나자, 김제니는 똑똑히 지켜보라는 듯이, 고주연 쪽을 한번 돌아보았다. 그리고 스킬을 발동했다.
슈아악!
김제니가 다루는 사슬낫에서 화려한 빛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그녀는 마치 묘기를 부리듯이 사슬낫을 현란하게 돌렸다. 그리고 나무 인형을 향해 빠르게 달려들었다.
서걱!
마치 무기가 스스로 의지를 가진 것처럼 매끄럽게 움직였다.
순식간에 사슬로 나무 인형을 포박한 후, 날카로운 낫이 인형의 목을 깔끔하게 떨어트렸다.
“훗, 이 정도쯤이야.”
제법 단단한 나무 인형이 종잇장처럼 잘리 상황이다.
그 모습에 신입 헌터들은 넋을 놓고 손뼉을 쳤다.
“강남 길드한테 컨택 받았다더니 확실히 다르다.”
“저런 동작은 어떻게 하는 거지? 대단하네….”
이어서 김제니는 사슬로 곡예를 부리며 과녁을 향해 던졌다.
지그재그로 날렵하게 움직이던 낫은 한 바퀴를 휘리릭 돌아서 과녁의 정중앙에 꽂혔다.
기량을 보여주는 화려한 시연이었다.
김제니는 관심을 즐기며 위풍당당한 발걸음으로 자리에 돌아갔다.
은근히 고주연에게 시선을 던졌는데, 고주연은 하품을 하다가 그 시선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김제니가 시연을 마친 뒤, 이제 남은 것은 고주연뿐이었다.
협회원은 고주연을 호명했다.
“마지막 공격계군요. 고주연 교육생, 사용하실 무기와 시연 방법을 말씀해주세요.”
“무기는 활로. 방법은 과녁 맞히기로 하겠습니다.”
“알겠습니다. 그 외에 특별히 요청할 부분 있습니까?”
진준성은 협회원이 은근히 기대에 차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
주위를 둘러보니, 신입 헌터들 또한 기대 어린 눈빛으로 고주연을 바라보고 있었다. 전직 양궁 국가대표의 시연이니 어찌 보면 당연한 반응이기도 했다.
고주연은 그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과녁과의 거리를 대충 가늠해보더니 말했다.
“과녁 최대한 멀리 놓아주세요. 가까이에서 쏘면 부서져요.”
“알겠습니다. 강당 끝에 완전히 붙여두는 정도로 괜찮으시겠습니까?”
벽까지 붙이면 기존에 과녁이 놓였던 위치보다 두 배는 멀어진다.
고주연은 덤덤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협회원에게 받은 활을 확인했다.
협회원은 고주연의 부탁대로 과녁을 저 벽 끝까지 붙였다.
“과녁 설치 끝났습니다. 시연해주시면 됩니다.”
“잠깐만요. 혹시 모르니까 저쪽에서 쏠게요.”
고주연은 주변을 한 번 둘러보다가 돌연 강당의 끝, 바깥 호수가 보이는 전면창으로 걸어갔다. 육안으로 과녁이 보이기는 할까 싶은 거리였다.
진준성이 긴장한 채로 보고 있는데, 옆에서 비웃는 듯한 목소리가 들렸다.
“괜히 허세 부리기는.”
사슬낫의 제니, 아니, 김제니였다.
김제니의 비웃음을 무시하듯이 고주연이 활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 고주연이 활시위를 당김과 동시에 그녀의 손끝에서 빛을 내는 화살이 생겨났다. 화려하지 않지만 시선이 떨어지지 않는 은빛 화살이 활시위에 걸렸다.
슈우욱!
탕!
활시위를 놓자, 은빛 화살이 거센 바람을 일으키며 순식간에 과녁을 맞혔다.
진준성은 재빨리 과녁을 확인했다. 그사이 세 번의 화살이 연달아 쏟아졌고 그 차가운 빛을 내는 화살은 모두 정확하게 과녁의 정중앙에 꽂혀 있었다.
탕!
마지막으로 고주연이 한 발의 화살을 더 쏘자, 또다시 정중앙을 맞은 과녁은 콰직 소리와 함께 두 동강으로 쪼개졌다.
시연 중 과녁을 쪼갠 건 고주연이 처음이었다.
깔끔하고 인상적인 시연이었다. 다른 신입 헌터들도 똑같이 생각했는지 감탄하며 박수를 쳤다.
“멋있다….”
“저거 과녁 단단하던데 그냥 쪼개지네. 대박이다….”
“가운데만 맞힌 거 봐. 국가대표는 진짜 다르구나.”
국가대표 선수의 양궁 시연에 김제니는 잊힌 지 오래였다.
김제니는 왜인지 어딘가 분한 표정으로 고주연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나 고주연은 묵묵히 제자리로 돌아올 뿐이었다.
진준성도 속으로 생각했다.
‘멋지다…. 난 저런 사람이랑 같은 길드에 있는 거구나.’
이어지는 방어계 헌터의 시연은 자동 야구공 발사기의 공격을 막아내는 식으로 이루어졌다. 만능계 헌터는 자신 있는 분야를 선택해 공격하거나, 방어하는 방식이었다.
다만 김제니와 고주연처럼 크게 눈에 띄는 기량을 가진 신입 헌터는 없었다.
점점 자신의 시연 차례가 다가오자 진준성은 긴장하고 있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내 메인 스킬은 저렇게 보여줄 수 있는 게 없는데, 어떡하지?’
진준성의 메인 스킬, ‘군사 전략’은 진준성이 원활하게 전략을 짜낼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해주는 스킬이다.
‘스킬 써봐도 과녁 내구도나 헌터들의 간략한 특징 정도밖에 안 뜨는데….’
게다가 정보를 제공하는 창도 진준성 혼자만 볼 수 있던 터라 남들한테 보여줄 수 있는 게 없었다.
같은 길드인 고주연도 멋있게 시연하는 모습을 보여줬으니, 진준성도 가만히 있고 싶진 않았다. 하지만 어떻게 해야 무언가를 보여줄 수 있을지 도무지 감이 오지 않았다.
진준성이 혼자 고민하고 있던 찰나, 갑자기 누군가 진준성에게 다가왔다.
“고민이 많아 보이네요.”
익숙한 목소리에 진준성이 뒤를 돌아보자, 그곳에는 다른 협회원처럼 머리를 올백으로 넘기고 검은 선글라스와 양복을 입은 협회원이 있었다.
‘이유영 헌터님 목소리 같았는데… 아닌가?’
바쁘다고 고주연을 마중 나오지도 않은 이유영이 이 자리에 있을 리가 없었다. 하지만 도무지 혼자 고민해도 풀리지 않을 문제를 안고 있던 와중에 익숙한 목소리를 듣자, 진준성은 자기도 모르게 품고 있던 고민을 얘기했다.
“그게, 제 스킬을 어떻게 시연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제 스킬은 눈에 띄게 보여줄 수 있는 게 없어서….”
“특수계는 굳이 시연하지 않아도 됩니다. 다들 충분히 납득할 겁니다.”
“그치만, 저도 뭔가 보여주고 싶어요.”
협회원은 제법 진지하게 진준성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어쩐지 그 모습조차 진준성에게 익숙하게 느껴졌다.
“뭔가를 보여주고 싶은 이유가 있습니까?”
“될놈될이라는 말이 있잖아요? 제가 정말로 될 놈인지… 증명해 보이고 싶은 사람이 있어요.”
이유영이 고주연을 첫 번째 길드원이라고 당당하게 말한 것은 아마 저런 강한 힘을 가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진준성도 고주연만큼 쓸모있는 사람이라는 걸 증명한다면, 이유영도 그런 보호자 같은 태도가 아니라 한 명의 길드원으로서 여겨줄지도 모른다.
처음 보는 사람에게 자신도 모르게 속내를 고백하고 나니 부끄러웠지만, 다행히 상대방은 여전히 진지한 자세로 들어주고 있었다.
“그럼 다른 헌터의 힘을 빌리면 되지 않겠습니까?”
“다른 헌터의 힘을요? 어떻게요?”
“아군이 가진 100%의 전투 능력을 끌어내 보세요. 진준성 군이라면 충분히 할 수 있을 겁니다.”
협회원의 말대로 진준성은 다른 헌터의 전투 능력을 분석할 수 있었다.
게임처럼 한 헌터의 최대 전투력을 끌어내는 방법을 분석할 수 있었고, 아마 진준성이 조언하면 처음 시연했을 때와 명확한 차이를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뭔가 보여줘야겠다면 가장 강한 교육생에게 스킬을 써보는 것도 좋겠네요.”
가장 강한 교육생이라면 고주연을 말하는 것 같았다. 사실 진준성의 스킬로 봤을 때 고주연은 가진 힘의 반도 쓰지 않고 있어서, 조금 아쉬운 마음도 있던 참이었다.
그녀에게 부탁해 스킬을 최대치로 사용할 수 있게 도와준다면 진준성의 목적은 달성할 것이다.
진준성이 고민을 끝내고 협회원에게 고마움을 전하고자 뒤를 돌아보니, 그곳엔 아무도 없었다.
바빠서 가버린 걸까? 그를 찾고 싶었지만 협회원이 진준성을 부르는 탓에 그럴 수 없었다.
그렇게 드디어 진준성의 차례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