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iary is an SSS-class reward RAW novel - Chapter 53
53화. 신입 헌터 합동 교육 (4)
진준성의 전략을 들은 세 사람의 반응은 다음과 같았다.
“아이고, 그 정도라면 부족한 저라도 충분히 할 수 있겠네요.”
“덜 귀찮은 전략이네.”
“…”
조용해는 입을 다물고 있었지만, 만족스러운 표정이었다. 그러나 김제니는 혼자 불만족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나한테 겨우 이런 역할이나 맡으라고요? 어제 나랑 몇 번 부딪혔다고 지금 날 배제하려는 거예요?”
김제니는 상기된 얼굴로 진준성에게 따지고 들었으나, 진준성은 침착하게 대꾸했다.
“김제니 헌터님이 맡은 역할도 중요한 역할이에요. 아니, 여기서 중요하지 않은 역할은 하나도 없어요.”
김제니는 더 따지고 싶었으나,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진준성의 논리에 허점이 없었다. 게다가 김제니를 바라보는 팀원들의 눈길도 곱지 않았다.
결국 김제니는 어쩔 수 없이 맡은 역할을 수행할 수밖에 없었다.
“준비됐으면 시작하겠습니다.”
곧 진준성과 팀원들은 팀전이 시작됐다.
협회원이 휘슬을 불고, 강당의 중앙에서 절제된 모습으로 신입 헌터들의 선공을 기다렸다.
“이도움 헌터님!”
“아이고, 알겠습니다!”
진준성은 이도움 헌터를 불렀고, 그는 사전에 이야기 한 대로 스킬을 사용했다.
그러자 강당 곳곳에 볏짚을 닮은 엄폐물이 생성되었다.
“기찬하 헌터님!”
“네, 네.”
기찬하는 곧바로 거대한 종이를 생성해 협회원의 시야를 가렸고, 그 틈에 진준성과 팀원들은 각각 엄폐물 뒤로 몸을 숨겼다.
이도움이 생성한 엄폐물은 총 8개. 협회원도 엄폐물의 내구도가 강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던 터라, 가까운 곳에 있던 엄폐물부터 하나씩 부숴나가기 시작했다.
협회원이 세 번째 엄폐물을 부수자, 그 뒤에 있던 기찬하가 튀어나왔다. 기찬하는 수백 장을 덧댄 종이 방벽을 소환해 협회원을 포위했다.
협회원은 종이 방패를 향해 단단한 바위 주먹을 내질렀으나, 종이 방패와는 상성이 좋지 않은 공격이었다.
타격으로는 질기고 유연한 종이에 유효한 흠집을 낼 수 없었다.
기찬하가 훌륭하게 탱커 역을 수행하며 협회원에게서 시간을 끌던 중, 조용해가 외쳤다.
“준비 끝났다!”
그러자 협회원의 뒤쪽에서 김제니가 나타났다. 김제니는 협회원을 포박하기 위해 사슬을 휘둘렀다.
그러나 협회원이 능숙하게 사슬을 피해냈고, 김제니는 순간적으로 당황하고 멈칫했다. 노련한 협회원은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아이고…!”
그러나 엄폐물 뒤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이도움이 협회원과 김제니의 사이에 새로운 볏단을 만들었다.
동시에 기찬하가 김제니를 대신해 기다란 종이를 소환해 협회원의 왼쪽 손목을 붙들었다.
그 순간, 엄폐물에 숨어 때를 기다리고 있던 조용해가 서브 스킬, 초고속 이동을 이용해 순식간에 협회원에게 다가갔다.
“…!”
공격을 피하기엔 늦었다고 판단한 협회원이 스킬을 발동해 손목 위에 바위를 덮었으나, 조용해가 모아두었던 기는 서브 스킬을 발동한 고주연의 화살에 버금갈 위력을 지니고 있었다.
콰앙!
축적해두었던 기를 협회원을 향해 날리자, 협회원이 손목에 두른 바위와 함께 나무 조각이 산산조각이 났다.
부서진 나무 조각을 확인한 협회원은 만족스럽게 웃으며 말했다.
“수고하셨습니다. 여러분들의 승리입니다.”
다들 성격이 성격이다 보니, 고주연의 조처럼 서로 얼싸안고 환호하는 그림은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뿌듯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다들 팀전을 하기엔 제법 까다로운 스킬이었을 텐데, 전략을 잘 짰네요.”
협회원은 자연스럽게 진준성을 바라봤다. 팀원들 역시 진준성에게 그 공을 돌렸다.
“아이고, 진준성 헌터 전략이 아주 기깔나더군요.”
“덜 귀찮은 전략이었어요.”
“훌륭했다.”
“감사합니다. 그래도 다들 역할을 잘 수행해주신 덕분이죠. 특히 마지막에….”
진준성은 세 사람이 김제니가 저지른 실수를 커버해 주었던 걸 무심코 칭찬하려다가 말을 멈췄다.
분위기 좋은 팀원들과 달리, 김제니의 표정은 한껏 가라앉아 있었다.
“……화장실 좀.”
김제니는 그대로 수업 도중에 나가, 수업이 끝날 때까지 돌아오지 않았다.
***
‘내가 원한 건 이런 게 아니었는데!’
김제니는 수업을 빠지고 교육동 바깥을 배회했다.
대체 왜 이렇게 된 걸까, 시작은 분명 좋았었는데 말이다.
준수한 종합 능력치에 ‘만병(萬兵)의 통달자’라는, 모든 무기를 다룰 수 있는 메인 스킬을 가진 김제니다.
그녀는 각성한 당시, 자신이 세상의 주인공이 된 것만 같았다. 게다가 강남 길드에게 컨택을 받았을 때는 그게 사실이라고 확신할 수 있었다.
김제니는 아이템창에서 강남 길드에게 받은 사슬낫을 소환했다.
강남 길드에게 계약금 대신 받은 사슬낫. 이 무기는 김제니 외에는 다룰 수 있는 사람이 없었다.
남들과는 다른 특별한 무기를 가지게 되었다는 사실에 김제니는 한껏 들떴었다.
이제 김제니의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그녀는 생각했다.
그러나 신입 헌터 교육에서 김제니는 이 세상의 주인공은 따로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고주연. 대한민국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 국가대표 양궁 선수. 무슨 그림에서 튀어나온 것 같은 외모에 뛰어난 실력과 스킬까지.
무뚝뚝하게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은 똑바로 마주하는 게 어려웠다. 그런 기백이 있는 사람이었다.
자신이 더 뛰어나다는 것을 어떻게든 증명하려 했으나, 그 시도는 번번이 가로막혔다.
‘그 어린놈 때문에…!’
진준성. 이쪽도 세상의 주인공답기는 만만치 않았다.
미성년자이면서 벌써 각성했고, 남들과는 다른 특별한 스킬까지 갖고 있었다.
자기가 나서서 싸울 수 있는 것도 아닌 주제에 왜 그렇게 당당한 건지. 김제니는 어떻게든 진준성을 깎아내리려 했으나, 진준성은 한 번도 꺾이지 않았다.
‘왜 나만… 왜 나만 이따위인 거야…?’
사실 알고 있었다.
강남 길드에서 자신에게 사슬낫을 준 것은 남들은 쓸 수 없는 무기, 즉 쓸모없는 무기였기 때문이라는 것도.
계약금 대신 그 쓸모없는 무기를 줬을 만큼 김제니는 그렇게 인정받은 존재가 아니라는 것도.
그걸 알면서도 모른 척, 그저 강남 길드에 컨택 받았다는 사실에 좋아서 넘어갔다는 것도.
왜 나만 이따위인 걸까. 왜 그 녀석들은 모두에게 쉽게 인정받는데, 나는 한 번도 인정받지 못하는 걸까.
추악한 질투심이 고개를 쳐들고 마구잡이로 몸집을 키워가던 중, 어디선가 김제니의 마음을 파고드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강해지고 싶나?』
목소리의 주인을 찾아 황급히 주위를 둘러본 김제니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호숫가 근처에 와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
그때, 또다시 목소리가 들려왔다.
『지금보다 강해지고 싶나?』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본 듯한 목소리에 김제니는 자신도 모르게 툭 내뱉었다.
“당연한 거 아니야?”
『무슨 대가를 치르더라도 강해지고 싶나?』
“당연한 거 아니냐고! 나도, 인정받는 사람이 되고 싶어….”
『그 말, 후회하지 않을 수 있나?』
김제니가 무심코 고개를 끄덕이자, 호숫가에 거대한 물그림자가 지더니 수면 위로 무언가가 찬찬히 떠올랐다.
그 광경을 본 김제니는 순간 놀라서 그대로 엉덩방아를 찧고 말았다.
‘몬스터…!’
거대한 흰 뱀의 머리가 수면 위로 떠올라 김제니를 바라봤다.
그 표독스러운 눈동자는 김제니를 집어삼킬 것처럼 흉흉하게 빛나고 있었다.
김제니는 거대한 존재 앞에서 본능적으로 극심한 두려움을 느꼈다. 제일 먼저 떠오른 것은 죽음, 그다음으로 떠오른 것은 복종이었다.
김제니는 그 앞에 무릎을 꿇었다.
흰 뱀은 그 모습을 보며 입이 찢어져라 웃었다.
***
점심 식사 후에는 강당에서 이론 수업이 진행됐다.
이번에도 수업 장소가 강당이라니, 진준성은 이상함을 느꼈다.
‘분명 시청각실이랑 강의실이 있는데, 또 강당이라고?’
이상하다는 점을 깨닫고 나자, 진준성의 눈에 묘하게 긴장된 협회원들의 모습이 들어왔다.
강당 안을 세팅하면서도 그들은 창밖이나 문 쪽을 흘끗거리며, 경계하는 태도를 보였다.
강당 안에 들어온 교육생의 인원을 체크하던 한 협회원이 물었다.
“김제니 교육생 본 사람 없습니까?”
그러고 보니 아까 팀플레이 수업을 한 이후부터 김제니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신입 헌터 중 김제니의 모습을 본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것을 확인한 협회원들의 얼굴이 심각해졌다.
김상엽 팀장은 협회원 몇몇에게 직접 찾아볼 것을 지시했다. 그 김상엽 팀장조차 무척 긴장한 것처럼 보였다.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건가…?’
진준성 역시 덩달아 긴장하게 되었다.
다들 초조하게 김제니가 돌아오길 기다리며 시간이 흘렀다.
그렇게 20분쯤 지났을 무렵.
강당 문이 힘겹게 열리더니, 협회원 한 명이 들어오다가 문틀에서 쓰러졌다.
모두가 놀라 그를 바라보자, 그는 곳곳에 자상을 입고 두 팔에는 심각한 동상을 입은 상태였다.
“크윽, 다들… 김제니를… 조심….”
협회원들이 다급히 달려가 그를 부축했으나, 그는 정신을 잃고 말았다.
신입 헌터들은 놀라서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협회원들은 서로 빠르게 눈빛을 교환했고, 김상엽 팀장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더니 신입 헌터들을 향해 말했다.
“다들 야생의 몬스터 사태에 대해 들어본 적 있으십니까?”
야생의 몬스터. 진준성이 모를 수가 없는 사건이었다. 그 사건 덕분에 진준성이 헌터로 각성해 지금 이 자리에 있었으니까.
“그, 영상 헌터랑 까마귀 몬스터 사건 말인가요?”
“맞습니다.”
누군가 이유영이 유명해진 사건에 대해 말했다.
이유영이 나오던 그 동영상은 대다수가 본 적 있었는지, 술렁거리며 반응했다.
김상엽 팀장은 차분하게 말을 이었다.
“저희는 신입 헌터 교육이 시작될 무렵, 이곳에 야생의 몬스터가 있다는 징조를 발견했습니다. 그리고 조금 전, 실제로 이곳에 야생의 몬스터가 숨어 있음을 확인했습니다.”
“야, 야생의 몬스터가 여기에 있다고?!”
신입 헌터들의 웅성거림이 커졌다. 누군가는 이것도 교육의 일환이 아니냐 말하기도 했고, 누군가는 공포에 질린 얼굴로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팀장은 그들을 진정시키기 위해 아까보다 더 큰 목소리로 얘기했다.
“저희 협회원들은 최선을 다해 여러분들을 지킬 것입니다. 하지만 여러분, 우리가 헌터가 되었음을 잊어선 안 됩니다. 언젠가 반드시 마주하게 될 몬스터와의 전투가 이르게 찾아왔을 뿐입니다. 다들 정신을 단단히 붙잡으시길 바랍니다.”
진준성은 그제서야 그 많은 공간을 두고 강당에서만 수업을 진행했던 이유를 깨달았다. 이 건물에서 몬스터와 수비전을 하기에 강당만큼 좋은 장소도 없었다.
협회원들은 처음부터 몬스터와의 전투를 대비하고 교육을 진행하고 있었던 것이다.
김상엽 팀장의 말이 끝나자, 협회원들이 강당의 문을 봉쇄했다.
이어서 방어계 협회원들이 신입 헌터들 주변을 지키듯이 둘러쌌다.
신입 헌터들은 그제야 이 모든 게 실제 상황임을 깨달았다.
그러나 패닉을 일으킬 수 없었다. 제일 먼저 고주연이 활을 들어 전투 태세를 갖췄고, 신입 헌터들이 더 이상 민간인이 아닌, 헌터라는 사실을 자각하게 했다.
이제 그들은 보호받는 존재가 아니라, ‘지켜주는 존재’였다.
신입 헌터들은 하나둘씩 고주연을 따라 전투 태세를 갖췄다.
숨 막히는 긴장감이 강당을 메우던 그때.
쿠과가가각!!
엄청난 소리와 함께 창밖에서 호수가 솟구치더니, 물속에서 거대한 흰 뱀이 호수의 수면을 얼리면서 나타났다.
다들 창밖에 시선을 빼앗기던 중, 더 큰 위험이 찾아왔다.
쾅!!!
강당 문이 부서지며, 자욱한 안개와 함께 무언가가 들이닥치기 시작했다.
안개를 가르고 나타난 것은 반은 뱀, 반은 인간의 형태를 한 것들이었다.
“저, 저게 뭐야?!”
“윽… 토할 것 같아….”
미리 대비하고 있던 신입 헌터들이었으나, 그 끔찍한 모습에 공포심이 들어차기 시작했다.
그때 우두머리에 있던 것이 입을 열고 말했다.
“다들 여기 모여 있을 줄이야. 덕분에 찾는 수고를 덜었네요.”
그 우두머리는 다른 몬스터화 된 인간들과 달랐다.
피부 곳곳이 흰 비늘로 덮여 있고 눈이 뱀처럼 변해 있었으나, 그는 명백히 사람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심지어 이곳에 있는 사람 모두 그가 누구인지 알아차릴 수 있을 만한 사람의 모습이었다.
“김제니 헌터?!”
자신의 이름이 불리자, 뱀의 혀를 날름거린 김제니는 사슬낫을 쥔 채로 씨익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