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iary is an SSS-class reward RAW novel - Chapter 55
55화. 신입 헌터 합동 교육 (5)
김상엽 팀장에게 교습소에 데려가 달라는 부탁을 하고 이틀 뒤.
진준성에겐 고주연을 부탁한다는 연락을 남기고, 나는 협회에서 이번 신입 헌터 교습에 참여하는 조교인 척 교육을 받았다.
김상엽 팀장은 다른 협회원들에게 나를 야생의 몬스터 대응팀의 신입으로 소개했다.
나도 조용히 넘어가고 싶어서 적당히 그런 척했고, 다른 협회원들은 김상엽이 데려온 사람이라서 별생각 없는 눈치였다.
그렇게 교육을 마치고 무사히 협회원들과 함께 버스를 타고 교습소로 출발했다.
몇 시간을 달려서 교습소에 도착할 때쯤, 나는 이 근처에만 유난히 안개가 자욱하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버스에서 내릴 땐 곧바로 생명의 의지가 발동되기도 했다.
[ 메인 스킬, 가 발동됩니다. ] [ 상태 이상, ‘환각’에 저항합니다. ]이 차가운 안개와 상태이상 환각은 모두 몬스터 ‘이시미’의 능력이다.
환각이 통하지 않는 내 눈에 이 교습소는 적막하고 음습했으나, 다른 녀석들은 이상한 걸 눈치채지 못한 듯했다.
심지어 김상엽 팀장은 텅 비어있는 경비소 안에서 허공과 인사를 나누고 있었다.
‘환각으로 정상적인 교습소 모습을 만들어낸 건가.’
나는 팀장이 경비실에서 나오자마자 안개가 강한 환각을 유발하고 있는 것 같으니 주의하라고 알렸다.
아이템 포션을 마시고 환각에서 풀려난 팀장은 자신이 허공과 인사를 나눴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지만, 곧 정신을 차렸다.
우리는 이곳에 몬스터가 있다고 확신한 뒤 역할을 분담했다.
김상엽은 협회원과 신입 헌터 보호에 힘을 쓰고, 상태 이상이 통하지 않는 나는 몬스터를 탐지하기로 했다.
나는 먼저 숙박동으로 향했다.
협회원 교육에서 가르쳐준 바로, 이 교습소는 크게 교육동과 숙박동으로 나눌 수 있다. 교육동에선 김상엽 팀장이 신입 헌터들을 데리고 OT를 진행할 테니, 곧 신입 헌터들이 지내게 될 숙박동을 살펴두는 게 우선이었다.
숙박동을 돌며 흑견의 탐지 스킬로 몬스터를 탐색했지만, 발견된 몬스터는 없었다. 다만 직원들은 대다수가 보이지 않았고, 남아있는 소수의 인원도 이미 환각에 당해 이 기묘함을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이렇게 강력한 상태이상을 발생시키려면 무조건 몬스터가 근처에 있어야 한다.
그러나 숙박동을 뒤집어엎듯이 몇 번을 돌아다녔지만, 몬스터가 지나간 흔적조차 발견할 수 없었다. 관리실에 가서 CCTV까지 돌려봤지만, 2주 전부터 모든 CCTV가 꺼져서 아무것도 녹화되어 있지 않았다.
이 정도로 치밀한 걸 보면 야생의 몬스터가 이전보다 훨씬 더 영리해졌다고 봐야 했다.
나는 이 사실을 전달하기 위해 김상엽이 교육을 진행하고 있는 교육동의 강당으로 향했다.
그곳에선 신입 헌터들이 스킬을 시연하며 자신의 역량을 파악하고 있었고, 팀장은 그들을 감독하고 있었다.
팀장에게 피해 정황에 대해 전달하자, 팀장도 몬스터의 영리함에 긴장했다.
그는 정신력이 강한 협회원 둘에게 지금 상황에 대해 전달했고, 환각 해제를 유도했으며 몬스터의 기습을 대비해 강당 내에서 훈련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야외에는 안개가 자욱하고 변수가 많으니, 괜찮은 판단이었다.
“뒤는 제게 맡겨주세요. 나머지 수색도 부탁드립니다.”
우리는 서로를 신뢰해야 하는 상황이었고, 둘 다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나는 팀장에게 뒤를 맡기고 교육동을 수색하기 위해 강당을 나섰다.
그런데 나가려던 참에, 신입 헌터들 사이에서 쩔쩔매고 있는 진준성이 눈에 들어왔다.
진준성 같은 녀석이 이딴 곳에서 기가 죽는 건 말이 되지 않았다.
나는 녀석에게 슬쩍 다가가서, 이곳에서 가장 강한 헌터의 스킬을 최대로 끌어올릴 수 있는 전략을 짜보라고 조언했다.
아까 팀장과 얘기하면서 구경해보니, 이 중에서 가장 강한 헌터인 고주연이 스킬을 쓰는 게 미숙해 보였기 때문이다.
진준성이라면 고주연의 능력을 끌어올리는 방법을 알 것이다.
나는 진준성의 자신감에 찬 표정을 확인한 뒤, 다시 강당 밖으로 나왔다.
그렇게 교육동을 포함해 야외까지 샅샅이 수색했지만, 결국 몬스터를 발견해내지 못하고 해가 저물었다.
결국 밤 동안 신입 헌터들이 지내는 숙박동에서 보초를 서며 몬스터의 습격을 대비했다.
다행히 별다른 사건은 벌어지지 않았고, 해가 밝았다.
***
그렇게 다음 날 아침.
김상엽 팀장도 밤을 새운 건지 피곤이 덕지덕지 붙은 낯으로 내게 새로운 사실을 전달했다.
“이 교습소는 원래 최초의 던전 브레이크 때 무너진 공무원 연수원을 인수해서 개조한 것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개조하며 막아버리거나, 없앤 공간이 있는 것 같습니다.”
팀장은 핸드폰으로 지도 하나를 보여줬다. 이 건물의 건축 설계도였다.
나는 팀장의 유능함에 감탄하며 설계도를 자세히 살펴봤다. 이렇게 설계도로 보니 아직 확인하지 않은 지하 공간이 여러 군데 있었다.
“이 설계도 굉장히 자세하네요. 찾느라 고생 좀 하셨겠습니다.”
“이유영 헌터님은 밤새 보초를 서시지 않았습니까. 이 정도는 당연히 해야 합니다. 참, 그리고…”
팀장은 이번엔 기사 하나를 보여줬다.
그런데 그 기사는 나도 본 적 있는 기사였다. 화신이 이 몬스터의 위치를 알려줬을 때 근처에서 실종 사건이 있었는지 검색해보다가 찾았던 기사였다.
“교관으로 오래 근무한 협회원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이 교습소에서 일하시는 직원분들의 이야기였습니다. 원래는 근처 마을 주민분들이셨는데, 첫 번째 던전 브레이크로 마을이 초토화 되고 그곳을 복구하기 위해 이곳에서 일하시며 숙박도 겸하시는 것 같습니다.”
“출퇴근이 아니고 여기서 지내시는 거군요. 직원분들은 완전히 실종되었다고 보는 게 맞는 것 같습니다.”
실종이 기정사실이 되었으니, 이제부터 해야 할 일은 숨겨진 지하 공간을 뒤지는 것이다.
높은 확률로 실종된 사람들은 변이되었을 것이고, 신입 헌터들이 왔는데도 활동하지 않는 걸 보면 몬스터가 적절한 때를 기다리며 잠복시켜놨다고 봐야 한다.
“슬슬 몬스터도 활동을 시작할 것 같으니, 신입 헌터들이 위험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건 제가 책임질 테니 걱정하지 마십쇼. 나머지 탐색, 부탁드립니다.”
김상엽 팀장과 일을 나눈 뒤, 나는 다시 탐색을 재개했다.
교육동과 숙박동의 지하 공간으로 가기 전, 설계도를 유심히 보니 신경 쓰이는 게 하나 있었다.
교육동 옆에는 호수가 하나 있었는데, 꽤 깊어서 함부로 들어갈 수 없는 곳이었다. 그런데 교육동 지하 공간의 넓이가 상당해서 그 호수와 맞닿아 있을 가능성이 커 보였다. 아마도 두꺼운 벽 하나를 세워두고 호수와 분리한 공간인 듯했다.
폐쇄해서 관리가 안 된 지금은 바로 옆에 있을 호수의 물에 영향을 받았을 것이다.
습하고 환기가 안 되는 공간이라면 몬스터의 스킬이 최적화로 발휘될 것이고, 이 영리한 녀석은 그 사실을 놓치지 않고 은신처로 삼았을 것이다.
나는 그곳에 가는 것은 최후로 미뤘다.
녀석이 변수를 만들지 못하도록 미리 다른 가능성을 차단해두기 위해서였다.
그렇게 숨겨진 지하 공간을 먼저 수색하던 중, 끔찍한 몰골을 하고 있는 세 명의 피해자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끄으윽…”
그들은 변이에 당한 채 간신히 숨만 붙어있는 상태로 지하 바닥에 버려져 있었다.
버려진 이유를 추측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그들은 인간의 모습을 거의 유지하지 못하고 움직이는 것조차 불가능해 보일 정도로 몸이 괴물처럼 변해 있었다. 마치 끔찍한 인체 개조 실험을 당한 것처럼 보였다.
나는 당장 생명의 의지를 발동해 그들에게 힐을 넣었지만, 이 상태이상은 내 힐이 통하지 않아 치유하는 게 불가능했다.
대체 무슨 짓을 했길래 이들이 이렇게 된 건지 알 수 없었다.
그러나 이시미가 변이 능력을 다른 몬스터와는 다르게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은 알 수 있었다.
나는 김상엽 팀장에게 피해자를 발견했으니 의료팀 지원을 부탁한다는 문자를 넣고, 의료팀이 오기 전까지 몬스터를 해치우기 위해 마지막 남은 지하 공간으로 향했다.
***
교육동의 지하로 내려가는 에스컬레이터가 있어야 할 자리는 대리석으로 막혀 있었다. 비상계단 역시 셔터가 내려져 있어서 아래로 갈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바닥이나 셔터를 부숴버리면 바로 지하로 갈 수 있겠지만 그랬다간 날 데리고 온 김상엽 팀장이 곤란해진다.
‘셔터를 억지로 올려야 하나?’
나는 셔터를 덜컹거리다가 문득 설계도에 있던 환기구를 떠올렸다.
마침 교육동 바로 옆에 지하철 근처에서나 볼 법한 커다란 환기구가 있었다. 철망과 움직이지도 않는 프로펠러를 뜯어내고 안을 핸드폰 플래시로 비추며 들어가자, 매캐한 먼지 냄새와 습하고 차가운 공기가 훅 올라왔다.
쿵!
지하에 달린 프로펠러를 부수고 밑으로 뛰어내리자, 지하 공간의 전경이 보였다.
여기저기 부서진 물건들이 먼지가 쌓인 채로 방치되어 있었고,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아 전반적으로 음산한 분위기를 풍겼다.
게다가 바깥과는 차원이 다르게 차가운 안개가 깔려 있어 마치 얼음산에 들어온 것 같았다.
이 추위는 근처에 몬스터가 있다는 증거였다.
탐색 스킬을 쓸 것도 없이, 본능적으로 이곳에 날 노리는 몬스터가 있다는 게 느껴졌다.
조용히 화왕검을 소환하던 때, 사악함을 응축한 것 같은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기다리고 있었다, 이유영.』
이 녀석들은 짜놓기라도 한 건지 하는 대사가 늘 똑같다.
소리가 들리던 곳으로 빛을 비추며 다가가던 중, 명백한 ‘사람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저 녀석을 잡으면 되나요?”
『그렇다, 네 능력이 얼마나 많이 강해졌는지 실험하기에 딱 좋은 상대지.』
“뭐라고요? 저런 녀석쯤은 제가 강해지지 않았어도 충분히 죽여버릴 수 있어요! 제 상대가 되는 건 고주연뿐이라고요!”
동시에 무언가가 나를 향해 날아왔다.
나는 화왕검으로 그것을 쳐냈지만, 그것과 닿은 부분에 냉기가 퍼져 화왕검이 얼어붙고 있었다.
내가 쳐낸 무언가는 마치 낫과 같았고, 짤그랑거리는 사슬 소리가 같이 들렸었다.
‘사슬낫인가?’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았지만, 누군가 던진 사슬낫에서 범상치 않은 냉기가 흘러나온 듯했다.
방금의 목소리와 이 공격은 누가 봐도 사람, 그것도 헌터가, 몬스터와 대화하며 자의를 갖고 나를 공격했다고 봐야 한다.
날 노린 방향으로 핸드폰 플래시를 들어 올리자, 거대한 뱀의 형상과 한 여자의 모습이 보였다.
“감히 내 공격을 쳐내다니!”
여자는 변이에 당했다고 생각하기 어려울 만큼 인간에 가까운 모습을 하고 있었다.
사람의 팔다리가 제대로 있었고, 얼굴도 사람의 형태였다. 다만 눈이 뱀의 눈처럼 번뜩였고 드러난 피부에는 드문드문 흰색 비늘이 올라와 있었다.
녀석은 냉기를 흘리는 사슬낫을 들고서 나를 노려봤다.
“저런 녀석쯤은 나 혼자서도…!”
녀석이 스킬을 발동한 건지, 들고 있던 사슬낫에서 빛이 솟아오르며 화려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녀석은 마치 곡예를 부리듯이 그 사슬낫을 휘두르며 내게로 다가왔다. 사슬낫에선 이시미의 능력처럼 차가운 안개가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나는 그 모습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몬스터 새끼가 신입 헌터한테 변이를 일으킨 모양인데, 그 변이의 느낌이 아예 달랐다.
마치 데스스토커가 화염 불곰에게 변이를 일으켰던 것처럼, 헌터에게 몬스터의 힘을 입혀 온전히 강화한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얼마나 강해졌든 간에 신입 헌터라는 티가 나는 녀석에게 질 내가 아니다.
나는 얼어붙은 화왕검에 가능성 스킬, 열풍을 담아냈다.
[ 메인 스킬, 을 발동합니다. ] [ 스킬, 을 사용합니다. ]화왕검의 위로 붉은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며 얼어붙었던 곳들이 서서히 녹았다.
그것이 신호탄이 된 듯, 사슬낫을 쓰던 녀석은 마구잡이로 낫을 던져왔다. 동시에 이곳저곳에서 뱀으로 변이된 이들이 나타나며 나를 향해 꼬리를 휘두르고 물어뜯기 위해 달려들었다.
“샤아악!”
변이된 인간들을 절묘하게 피하며 사슬낫이 공격을 해왔지만, 패턴이 뻔히 읽혔다. 다만 그 낫을 피하느라 변이된 인간들을 제압하는 게 쉽지 않았다.
그때, 뒤에서 전투를 관망하고 있던 몬스터가 돌연 신입 헌터 녀석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꼬리로 녀석을 감아서 옥죄기 시작했다.
『쓸모없기는… 너 같은 놈으로는 이유영을 이길 수 없다. 나의 부하들을 이끌고 위에서 가장 강한 헌터를 내게 데려와라. 명령이다.』
“아, 아냐. 할 수 있어! 내가… 내가 제일 강한데….”
『명령이라고 했지 않느냐!!』
몬스터는 말을 듣지 않는 녀석을 으스러트리려 했지만, 내가 그렇게 두지 않았다.
나는 녀석의 꼬리를 향해 화왕검의 검기를 발동했다. 몬스터는 재빠르게 내 검기를 피했으나, 그 과정에서 붙들고 있던 신입 헌터를 놓치고 말았다.
『이런 건방진…!』
저 헌터가 왜 몬스터의 편에 섰는지 알 수 없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무언가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내가 죽여야 하는 것은 눈앞에서 나를 죽일 듯이 노려보고 있는 몬스터 이시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