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iary is an SSS-class reward RAW novel - Chapter 56
56화. 신입 헌터 합동 교육 (5)
『건방진 녀석!!』
이시미는 내게 차가운 안개를 뿜어내며 순식간에 주변을 얼렸다.
그러나 이 녀석의 능력인 ‘서리 안개’는 내게 통하지 않는다. 내겐 그보다 강력한 열풍이 있었으니까.
[ 메인 스킬, 을 발동합니다. ] [ 스킬, 을 사용합니다. ]열풍을 발동하자, 내 몸에서 뿜어져 나온 붉은 아지랑이가 얼어가는 것들을 녹이며 서서히 공기를 데웠다.
이시미는 나를 둘러싼 아지랑이를 보며 분노 섞인 외침을 내질렀다.
『감히 인간 주제에!! 감히 인간 주제에 그 능력을 쓴단 말이냐!!』
녀석의 외침과 함께 아까보다 더 강력한 한기가 뿜어졌다.
마치 내 열풍에 분노한 것처럼 녀석은 미친 듯이 서리 안개를 발산하며 내 열풍을 얼리려 들었다.
그러나 서리가 열풍을 이길 수는 없는 노릇이다.
“소용없어.”
내가 이 녀석을 7대죄 중 ‘질투’로 분류한 이유는 바로 이런 모습 때문이다.
녀석은 ‘이시미와 강철이’라는 설화와 똑같이 강한 것에 집착하고, ‘열’을 다루는 헌터에게 질투한다.
그 설화 속에서 이시미는 흰 비늘과 추위를 만드는 능력 때문에 저주받은 이무기 취급을 받았다. 반면 검은 비늘과 따뜻한 바람을 만드는 능력을 가진 강철이는 1000마리의 뱀을 다스리며 산의 주인으로서 군림했다.
이시미는 강철이를 부러워하며 강철이 흉내를 내기 시작한다. 자신의 비늘에 흙탕물을 묻히는가 하면 인간들에게서 추위를 빼앗아 더위를 만들어낸 것이다. 그렇게 녀석은 점점 추악해진다.
결말부에선 강철이한테 걸려서 망신을 당하게 되고, 숨어 살면서 새벽에 나타나 서리를 만들고 가는 존재로 남는다.
이런 설화를 갖고 있는 녀석은 강철이와 완전히 똑같은 능력을 쓰는 내게 어김없이 분노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분노가 열풍을 이기게 할 수는 없었다. 내 열풍에 밀리기 시작하자, 녀석은 사악한 목소리로 변이된 인간들에게 명령했다.
『어서, 어서 더 강한 인간을 데리고 와!! 어서!!』
이 이상의 피해자를 늘릴 수는 없다.
나는 화왕검에 메인 스킬을 담아 녀석의 약점을 향해 검기를 발산했다.
이무기 설화를 가진 이시미는 심장에 박힌 여의주를 깨트려야만 공략 가능했고, 붉게 아지랑이를 피워내는 검기는 녀석의 심장을 노렸다.
하지만, 그 검기를 무리하게 받아내는 것이 있었다.
챙!
멀리서 날아온 사슬낫이 붉은 검기를 받아내며, 두 동강이 되어 쪼개졌다.
그 찰나의 순간, 검기를 피한 이시미는 몸을 뱀처럼 바닥에 붙이고 쏜살같이 달아나기 시작했다.
신입 헌터는 쪼개진 사슬낫을 보고 혀를 차더니, 변이된 인간들과 함께 내게서 도망갔다.
도망가는 두 녀석 중 내가 노려야 하는 건 이시미 쪽이다. 나는 몬스터를 쫓기 전, 그 신입 헌터를 향해 외쳤다.
“넌 왜 몬스터의 말에 따르는 거지?!”
신입 헌터는 잠깐 멈칫했지만, 끝내 내 쪽을 돌아보지 않았다.
나는 마지막으로 녀석에게 말했다.
“헌터가 됐다면 네가 노려야 하는 건 몬스터야. 착각해선 안 돼.”
“…….”
그러나 녀석은 내 말을 끝내 무시했다. 그때, 몬스터가 달아난 방향에서 쿵쿵 울리는 소리가 났고 나도 발길을 서둘렀다.
몬스터 놈이 바닥을 얼리며 달아난 탓에 열풍으로 언 바닥을 녹이면서 쫓아야 했다.
그렇게 달려간 복도 끝에서 미친 듯이 벽을 꼬리로 내려치고 있는 몬스터가 보였다.
『이유영!! 네놈은 반드시 내가 죽일 것이다!!』
그 악에 받친 외침과 함께 붕괴음을 내며 벽이 갈라졌다.
두꺼운 벽이 완전히 무너진 순간, 나는 이 녀석의 지능이 말도 안 되게 높아졌다는 걸 깨달았다.
콰르륵!
마치 쏟아져 내리길 기다리고 있었던 것처럼, 무너진 벽 뒤에서 대량의 물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나는 이 교육동의 지하와 호수가 벽 하나를 두고서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녀석은 애초에 내게서 도망간 게 아니라, 수중전을 만들기 위해 이곳으로 유인한 것이었다.
녀석은 그 물살을 가르며 호수 속으로 뛰어들었다.
수중전으로 가면 내가 불리해지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녀석을 놓칠 수도 없었다.
나는 크게 숨을 들이쉬고, 녀석을 따라 그 터져 나오는 물을 가르며 호수 속으로 입수했다.
***
차가운 물 속.
몬스터 녀석이 능력을 쓴 건지 물의 온도가 한층 더 차갑게 느껴졌다.
물이 구멍으로 빠져나가고 있는 탓에 거슬러서 헤엄쳐가는 게 쉽지 않았다.
그 사이, 몬스터는 물뱀처럼 헤엄치며 빠르게 멀어져갔다.
그런데 녀석이 사라지던 방향에서 하얗게 빛나는 무언가가 마구잡이로 떠내려오기 시작했다.
[ 메인 스킬, 가 발동됩니다. ]뺨을 스치고 지나간 무언가를 붙잡아 보니, 뱀의 비늘이었다.
칼날처럼 날카로운 그 비늘은 스치기만 해도 몸에 상처를 냈다. 물살을 따라 불규칙적으로 떠밀려오는 탓에 피해낼 방법도 없었다.
점점 산소가 부족해졌고, 상처가 늘어갈수록 한기가 심해졌다. 그야말로 죽을 것 같은 상황 속에서 나는 이를 악물고 녀석을 따라갔다.
그렇게 생명의 의지가 나를 간신히 되살려가며 마침내 녀석이랑 가까워졌을 때.
나는 이미 녀석에게 당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따라간 것이 몬스터가 아니라 흰 껍질 같은 뱀의 허물이었다.
문득 위를 올려다보니, 수면 위가 얼음으로 덮여 호수 전체가 서서히 얼어가고 있었다.
‘젠장…!’
내가 따라올 걸 예상한 녀석이 물속에 들어가자마자 허물을 벗었고, 나는 멍청하게 물살에 휩쓸려간 녀석의 허물을 쫓아가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녀석은 이미 물속을 탈출한 채 수면을 얼려 나를 호수 속에 가뒀다고 봐야 한다.
나는 분노를 원동력 삼아 화왕검에 열풍을 눌러 담았다.
물 속이라 열풍의 위력이 크게 떨어지는 만큼, 최대 출력을 담아야 저 얼음을 뚫고 물 밖으로 탈출할 수 있을 것이다.
화왕검은 내 분노를 집어삼키듯이 점점 검날의 크기를 키웠고, 나는 끓어오르는 열기를 발산하며 화왕검을 휘둘렀다.
콰강!
검기가 화려하게 물을 가르고 뻗어나가 얼어버린 수면을 부쉈다. 뜨거운 열기가 주위의 얼음을 순식간에 녹였고 순식간에 거대한 구멍이 생겨났다.
스킬의 출력량을 높일수록 검기가 강해진다는 사실을 알아낸 건 좋았지만, 여전히 A급 몬스터의 스킬을 무리하게 쓰면 몸이 무거웠다.
나는 간신히 물 밖으로 나와 목에 걸린 물을 뱉어냈으나, 내 앞에 펼쳐진 풍경이 살벌해 기침을 뱉어낼 수도 없었다.
“…….”
대체 어떻게 된 상황인지 모르겠지만, 얼음판 위에는 이시미가 쓰러져 있었고 녀석을 쓰러트린 것으로 추정되는 사람이 한 명 서 있었다.
그리고 그 사람은 당장이라도 나를 죽일 것처럼 활시위를 겨누고 있었다.
“……고주연 씨, 접니다.”
나는 순간적으로 고주연이 이시미의 변이에 당해서 날 죽이려 하는 줄 알았다.
긴장한 상태로 두 팔을 들어 적의가 없음을 밝히는 동안 심장이 쿵쾅거렸다.
“이유영…?”
다행히 고주연은 내 얼굴을 확인하고 활시위를 내렸다.
그제서야 이시미를 자세히 보니, 녀석은 머리에 고주연의 화살이 박힌 채 안면 반쪽이 터져나간 상태였다.
옆을 보니, 교육동 안에서 진준성과 김상엽 팀장이 변이된 인간들을 상대하고 있는 듯했다.
고주연은 몬스터를 예의주시하며 살벌한 목소리로 말했다.
“넌… 얘부터 죽이고 보자.”
마치 나를 죽이겠다는 살벌함이 느껴지는 목소리였다. 변이에 당하지 않아도 나를 죽일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솔직히 고주연한테 잘못한 게 한둘이 아니어서 공포가 느껴졌다.
하지만 고주연의 말대로 지금은 몬스터를 처리하는 게 먼저였다. 나는 고주연에게 다가가, 녀석의 약점인 여의주가 있는 곳을 손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저 녀석의 약점은 심장에 있는 작은 구슬입니다.”
진준성이 고주연을 이곳에 보낸 건, 저 녀석을 상대하는 데 고주연의 능력이 가장 이상적이기 때문일 것이다.
고주연의 ‘신념의 화살’은 나보다도 정확하고 강력하게 몬스터의 약점을 노릴 수 있으니, 고주연이 도와준다면 훨씬 수월하게 녀석을 처리할 수 있다.
“제가 몬스터의 주의를 끌어서 약점을 노릴 시간을 벌 테니, 그곳을 노려 주세요.”
“알겠어.”
고주연은 그 한마디만을 내뱉고 곧바로 몬스터에게 집중했다. 신입 헌터라고 생각하기 어려울 만큼 전투에 몰입하는 속도가 빨랐다.
고주연의 화살에선 빛이 나기 시작했고 그 화살의 끝은 분명하게 이시미의 심장을 노렸다.
나는 다시 한번 화왕검에 메인 스킬을 담으며 녀석한테 다가갔다. 화왕검에서 피어나온 붉은 검날은 어쩐지 이전보다 더 크기를 키운 것처럼 길게 자라나 있었다.
『어리석은 인간들이…』
머리가 반이나 날아갔지만, 약점이 파괴되지 않은 몬스터는 다시 몸을 일으켰다.
녀석은 고주연을 향해 눈을 부릅떴고 그 눈동자에선 흉흉한 빛이 감돌았다. 녀석이 상태 이상을 걸 때 나타나는 징조였다.
『이봐, 네 화살로 정말 나를 무너트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나? 이번에도 봐, 너는 나를 끝냈다고 생각했지만, 나는 지금 아주 멀쩡하잖아.』
사악함을 응축한 것 같은 목소리가 시린 안개를 타고 기이하게 울려 퍼졌다.
이 목소리에 대답하는 순간, 정신이 파괴되는 수준의 악질적인 환각이 펼쳐진다.
“고주연 씨, 녀석의 도발에 넘어가면 안 됩니다. 무슨 말을 하든 대답하지 마세요!”
내가 이 녀석을 7대죄에 넣었던 이유도 이 녀석의 환각이 유독 악질적이었기 때문이다.
몬스터는 안개 속에서 두 눈만을 빛내며 악독한 목소리를 흘려보냈다.
『네가 더 강했다면 이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어. 난 아까 전에 죽고, 넌 영웅이 됐겠지. 네가 약하지만 않았다면, 조금만 더 강했다면 가능했던 일이야.』
“…….”
『더 강한 힘을 원하지 않나? 난 네게 힘을 줄 수 있다. 그 누구보다 너를 강하게 만들어줄 수 있지. 저 이유영보다도 말이야!!』
나는 재잘재잘 떠드는 녀석을 향해 화왕검을 휘둘렀다.
안개 속에 숨어 있던 녀석은 재빠르게 검기를 피하며 나를 향해 꼬리를 휘둘렀고, 나는 그 거대한 꼬리에 칼을 찔러넣으며 화왕검의 검기를 발동했다.
슈아악!
뻗어나간 붉은 검기가 녀석의 꼬리를 찢어 갈겼다.
그러나 녀석은 꼬리가 잘려 나가는 와중에도 고주연의 멘탈을 흔들어놓을 작정인지, 다시 한번 소리쳤다.
『내 힘이 필요하다고 말해라!! 그렇다면, 너를 그 누구보다 강한 인간으로 만들어주겠다!』
그러나 그 순간.
내 뒤에서 강렬한 빛이 솟아오르기 시작했다. 달빛을 빼닮은 시린 빛이 한 점으로 모이며 유성처럼 하늘을 갈랐다.
슈우욱
탕!
세상 사람들이 모두 남을 시기하고 질투하진 않는다. 신념이 있는 사람이라면 남의 말에 휘둘리지 않는 법이다.
그리고 고주연은 내가 아는 사람 중 가장 신념이 강한 사람이었다.
『어째서!!!』
몬스터는 서리 안개를 내뿜으며 화살을 얼리려 했으나, 얼어붙은 화살이 ‘충격파’에 의해 터지며 녀석의 시야를 가렸다.
그리고 연달아 발사되었던 또 다른 화살이 녀석의 심장을 파고 들어갔다.
푹!
몬스터는 몸을 꿈틀거리며 마지막 발악을 하듯 나를 향해 입을 벌렸으나, 심장에 박힌 화살에서 충격파가 터져 나왔다.
쾅, 하는 소리와 함께 녀석의 심장에 박힌 여의주가 완전히 부서졌고 몬스터의 몸은 재로 변해갔다.
『어째서… 용, 서하지 않…』
그 말을 마지막으로 녀석은 재가 되어 사라졌다.
이건 고주연이 이뤄낸 깔끔한 승리였다.
녀석이 사라짐과 동시에 주위에 음습하게 퍼져있던 안개도 전부 휘발되듯 사라졌다.
하늘에선 맑은 햇살이 내려왔고 변이된 인간들도 전부 원상태로 돌아가고 있었다.
바닥에는 종잇조각 하나가 남아 있었다.
내가 그것을 주워 주머니에 집어넣자, 뒤에서 사라진 안개보다 서늘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유영.”
어쩐지 몬스터를 상대할 때는 없던 공포가 밀려왔다.
이제부턴 밀린 업보를 청산해야 하는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