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iary is an SSS-class reward RAW novel - Chapter 59
59화. 초대받지 않은 손님 (3)
묘한 긴장감이 감도는 응접실.
나는 천혜 길드장과 마주 앉은 채, 뒤에서 진준성에게 끌려 나가는 윤지석을 바라봤다.
술을 얼마나 마신 건지 깨워도 일어나질 않아서 진준성이 끌고 나가는 중이었다.
“저런, 윤지석 씨와 진준성 군, 고주연 씨 모두와 함께 대화를 나눠도 좋았을 텐데.”
천혜 길드장은 보기 거슬릴 만큼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우리 길드원들의 이름을 노골적으로 하나씩 불렀다.
나는 아직 정식으로 사무소 등록을 하지 않았고, 우리 길드원들 역시 사적으로 만나서 내게 권유받은 것뿐이다. 내 길드에 길드원이 누가 있는지 알 방법은 없다. 게다가 내가 교습소에 간 것은 김상엽 팀장과 협회의 몇몇을 제외하면 알 수 없는 정보다.
그런데도 이 녀석은 분명 나한테 옆에 있는 길드원들까지 같이 데려오라고 전화로 말했다.
즉, 나에 대해 철저한 뒷조사를 끝냈다는 것을 직접적으로 밝히고 있는 것이다.
“볼일은 저한테 있는 거 아닙니까? 괜히 다른 사람 들먹이지 말고, 오래 기다리셨는데 짧게 끝내죠.”
“그러게, 오래 기다렸는데… 너무 성의 없이 구네. 겁먹었나요?”
“그런 도발 안 먹힙니다.”
뒤에서 마수를 지켜보며 대화를 듣고 있던 고주연도 내가 알아서 할 거라고 판단했는지 문을 닫고 나갔다.
이 응접실에는 이제 나와 천혜 길드장, 그리고 녀석의 마수만이 남아있었다.
천혜 길드장은 자신의 마수를 불러 본인 밑에 앉히고,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그런데, 내 아이가 ‘마수’라는 건 어떻게 안 거죠? 보통 소환수라고 하던데.”
“둘이 뭐가 다릅니까? 그냥 떠오르는 대로 말한 겁니다.”
진준성이 이 드래곤을 보고 놀랐을 때 내가 마수라고 말했던 걸 들은 모양이다.
소환수라고 하기엔 이 녀석의 능력이 소환하는 능력이 아니었고, 회귀 전에 천혜 길드장이 이 녀석을 마수라고 칭한 걸 알고 있었다.
다만 내가 말해주지 않는 이상, 이 사람이 내가 왜 마수라고 칭했는지 알 길은 없을 것이다.
“듣던 대로 재밌네요, 이유영 길드장. 흥미가 생겨요.”
“이제 슬슬 용건을 말하시죠. 참고로 SSS급 아이템을 드릴 생각도 없고, 그 아이템의 정체가 뭔지 말해줄 생각도 없습니다.”
“어쩜 내가 하고 싶었던 말을 다 얘기하네?”
녀석은 내 반응을 노골적으로 살피더니 수상하게 웃었다. 그러자 녀석의 밑에 있던 마수가 몸을 일으키더니 내가 앉은 소파 옆으로 다가왔다.
마수가 고양이처럼 내 다리에 머리를 비비는 걸 무시하고 나는 녀석의 말을 들었다.
“길게 얘기 안 할게요. 난 ‘최후 인류의 기록’을 갖고 싶어요.”
“안된다고 말했습니다.”
“그럼 나도 재밌는 얘기를 못 해줄 텐데…. 듣고 싶지 않아요? 그 SSS급이 지니고 있는 힘과 누가 그것을 노리고 있는지.”
노리는 놈들이야 지천으로 널려 있을 것이다. 눈앞에 있는 이 인간도 노리고 있고, 대형 길드들도 아닌 척 탐내고 있겠지.
다만 천혜 길드장이 생각하는 ‘SSS급이 지니고 있는 힘’이 무엇일지는 알아낼 필요가 있었다. 높은 확률로 쓸만한 정보일 테니까.
“우선 착각하고 계신 것 같아서 하나 짚고 넘어가죠.”
“최후 인류의 기록에 대해 말해줄 마음이 들었나 보네요?”
“그건 아니고, 저한테 SSS급 아이템은 이제 없습니다. 이미 다 썼거든요.”
내 말에 순간 천혜 길드장의 미소가 사라졌다. 아마 그 대단한 아이템을 다 써버렸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던 모양이다.
실제로 내 일기장은 읽는 순간 가능성 스킬로 등록되거나 빛이 되어 사라지기 때문에, 내 아이템창에 최후 인류의 기록 같은 건 없었다. 그래서 걱정 없이 뒷생각 안 하고 움직이던 것도 있다. 나한테서 털어낼 물증이 없으니까.
천혜 길드장은 다시 포커페이스를 되찾으며 말했다.
“그럼 이유영 길드장이 지금 그 아이템의 정보를 아는 유일한 사람이겠네요.”
“그렇죠. 다만 물질적으로 줄 수 있는 건 없는 상황입니다. 참고로 이걸 말씀드린 건 천혜 길드장님이 유일합니다. 그러니 이제 그쪽에서도 정보 하나를 주시죠.”
“고작 아이템 다 썼다는 말 하나로 내 정보랑 교환하려고 하는 걸 보니, 평소에 간이 크다는 말 좀 들었겠어요?”
내 발밑에서 치근덕거리던 마수가 내 신발을 코로 툭툭 치다가 이로 잘근잘근 씹어댔다.
나를 방심하게 하려는 고도의 수단인 것 같아서 나는 마수를 무시하고 천혜 길드장에게 집중했다.
“이 정도는 말해줄 생각이 있었으니까 말해줄게요. 내가 SSS급 아이템을 가져야겠는 이유는 시스템이 책정한 그 ‘SSS급’에 주목했기 때문이에요.”
“거기에 주목했다는 건 결국 높은 급인 아이템이라서 갖고 싶다는 말 아닙니까?”
“그건 얄팍한 생각이죠. 내가 주목하는 건 왜 SSS급인지, 시스템이라는 아이러니한 존재가 최고점을 매긴 그 아이템의 가능성이 뭔지. 그런 것들이에요. 궁금하지 않나요?”
아이템의 사회적인 가치보다 시스템이 아이템에게 준 가치에 흥미가 있다는 건가.
내가 별반응이 없자, 천혜 길드장은 웃으며 말을 덧붙였다.
“난 시스템이 어떤 기준으로 아이템에 급을 매기는지 탐구했고, 그걸 통해 시스템이 SSS급을 매긴 이유에 대해 추론했어요.”
“… 그 추론의 결과가 뭡니까?”
“A급 이하의 아이템은 기본적으로 스킬의 위력만을 향상시키죠. 이건 시스템의 권한 안에서 일어나는 일이에요. 그런데 S급 아이템은 보유한 스킬에서 다른 힘을 끌어낼 수 있어요. 시스템의 권한에서 벗어난 힘을 얻는다는 것이죠.”
그럴싸한 추론이었다.
실제로 회귀 전에 S급은 ‘시스템이 헌터에게 줄 수 없는 힘’으로 인식되었다.
처음 헌터가 되었을 때 S급으로 시작한 헌터는 아무도 없었고, 모두 자력으로 끌어올려서 S급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S가 세 개나 있는 SSS급은 더 대단하다는 말을 하고 싶으신 겁니까?”
“단순하기는. 이유영 길드장. 아직 SS도 등장하지 않았는데, SSS부터 등장한 이유가 뭘 것 같아요?”
“글쎄요. SS보다 더 뛰어난 아이템이어서 그런 것 아니겠습니까.”
“난 이렇게 생각해요. 아직 시스템조차, 그 아이템의 가능성을 다 파악하지 못했다고.”
그 말이 끝남과 동시에 내 밑에서 놀던 마수가 몸을 일으켜 천혜 길드장 옆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조금 전의 반려동물 같은 태도는 사라지고 날카로운 금색 눈동자로 나를 보기 시작했다.
“이유영 길드장, 나는 알아내고 싶은 건 어떻게 해서든 알아내야 하는 성격이에요. 그리고 내 연구를 방해하는 것들은 적으로 간주하죠.”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는 이해했습니다. 근데 제가 협박이 안 먹히는 타입입니다. 그리고 당신이 하는 연구는 분명 협회에서 금지하고 있는 사안일 텐데요.”
내 말에 천혜 길드장이 입을 다물고 나를 바라봤다. 후드의 그늘 탓에 음습한 시선이 나를 훑고 지나갔다.
뭐, 솔직히 나도 이 녀석이 저런 반응을 보이는 걸 이해 못 하는 건 아니다.
우리나라처럼 던전과 시스템, 몬스터에 대한 민간 연구를 완전히 금지하고 통제하는 나라는 전 세계에 얼마 없다. 한국은 그 연구를 전부 협회가 담당하고 있어서, 협회의 허락이 없으면 함부로 연구를 할 수 없었다.
이 탓에 길드의 권한은 약화되고 협회가 가지는 힘이 커진 것도 있다. 여기에 반대하는 길드도 많지만, 국민들은 악용을 우려해 전적으로 협회를 지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회귀 전에는 결국 여기에 반발하는 길드들이 협회와 부딪혔고, 천혜 길드도 거기에 포함되어 있었다.
이 녀석은 그때 길드가 망할 정도로 큰 잘못을 저질렀고, 아마 지금도 그때와 같은 수순을 밟고 있을 것이다.
‘그렇게 둘 수는 없지.’
나는 이 녀석한테 상당한 도움을 받았다.
이 녀석이 길드가 망하고 숨어 살면서 꿋꿋하게 연구를 이어간 덕에 나는 그 연구자료를 읽으며 몬스터의 공략법을 적었기 때문이다.
사실상 최후 인류의 기록에 데이터베이스를 제공해준 건 이 녀석인 셈이다.
그런 인재를 도망자처럼 살며 열악한 환경에서 연구 활동을 하게 두는 건 인류적인 손실이다.
“이렇게 하죠. 우선, 협회와 부딪히지 마세요. 그럼 당신의 연구에 협력해드리겠습니다.”
“연구에 협력을 해준다고요?”
“당신이 제일 바라는 게 그거 아닙니까?”
5대 길드 중 협회와 강하게 척을 지고 있는 것은 두말할 것도 없이 강남 길드다. 녀석들은 쓸데없는 야욕을 행동 원리로 움직이기 때문에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놈들이 아니다.
다만 이 천혜 길드는 연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 녀석들까지 그놈들에게 휩쓸리도록 둘 수는 없었다.
“저는 이미 아이템을 다 썼습니다. 길드장님도 예상하셨겠지만, 그 SSS급 아이템을 제가 썼다면 그 힘이 제게 있다는 것 아니겠습니까?”
“본인한테 그런 힘이 있다고 인정하는 건가요?”
“글쎄요. 저는 협회와 대적하는 놈들한테는 협력해줄 생각이 없습니다. 하지만 당신이 내 편이 되어준다면, 연구를 도와드릴 겁니다.”
천혜 길드장은 내 제안이 예상 밖이었는지 고민하는 모습을 보였다.
도와준다고야 했지만, 사실 뭐 대단한 걸 해줄 수 있는 건 아니다. 대신 이 녀석이 연구한 기록물을 토대로 몬스터의 공략을 적은 만큼, 저 녀석이 궁금해하는 것들에 힌트를 줄 수 있다. 이건 지금 녀석이 나한테서 원하는 것보다 더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유영 길드장은 협회와 상당히 친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내게 그런 제안을 하는 이유가 뭐죠? 당신 말대로 난 협회에서 금지하는 연구에 흥미가 아주 많은 사람인데.”
“저도 당신과 비슷하게 이뤄야만 하는 목표가 있다는 것 정도만 말해두죠.”
천혜 길드장의 스킬이라면 나와 화신이 포착해내지 못한 야생의 몬스터의 특징이나, 언젠가 반드시 모습을 드러낼 오류에게서 무언가를 발견해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 녀석의 스킬은 무려 자신이 만난 몬스터를 마수로 생성해낼 수 있는 능력이니 말이다.
나를 노려보고 있는 저 드래곤 마수 역시 A급 몬스터인 ‘섀도우 드레이크’를 마수로 만들어내 나온 생명체이다.
실제 몬스터의 새끼 수준의 크기로 진짜보단 약하지만, 몬스터의 능력을 쓸 수 있고 인간에게 친화적이라는 장점을 갖고 있다.
이 녀석이 오류를 만난다면, 회귀 전에는 알아내지 못했던 무언가를 반드시 알아낼 것이다.
“그래서, 결정하셨습니까?”
“음… 그럼, 나도 제안을 하나 하죠. SSS급 아이템을 다 썼다는 말도, 그 힘이 이유영 길드장 안에서 작용하고 있다는 말도 증명해줄 필요가 있잖아요?”
천혜 길드장은 아이템창을 열어 무언가를 소환했다.
소환한 아이템을 내 앞에 뒀는데, 이건 어떻게 봐도 ‘알’이었다.
“그 알을 선물로 줄게요. 부화한다면 당신 안에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죠.”
“이게 뭔 줄 알고, 순순히 받으라는 겁니까?”
“안심해요. 그 알은 부화하는 게 거의 불가능해서 폐기한 실험체거든요. 그리고 난 똑같은 알을 강남 길드장에게도 줬어요.”
이 녀석 이미 강남 길드와 손을 잡을 생각이었던 건가.
그렇다면 강남 길드장의 손을 잡을지 말지 검증하기 위해 내 뒷조사를 했고 날 만나러 오기까지 한 모양이다.
“그 강남 길드가 SSS급 아이템을 제가 다 갖고 있다고 까발렸다던데. 저랑 그 강남 길드를 시험하겠다는 겁니까?”
“나로선 국내 4위 길드의 길드장과 당신을 동일선상에 놓고 봐주는 거예요. 이 정도 절차는 햇병아리 이유영 길드장이 감수해줘야죠?”
누굴 보고 햇병아리라고 하는 건지. 하지만 아직 길드 사무소 등록도 안 한 상황이라 반박할 말이 없었다.
마수는 나를 향해 콧방귀를 뀌고서 천혜 길드장과 함께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알은 말 그대로 선물이니까 만약에 부화에 성공시킨다면 당신이 가져도 좋아요.”
“뭐가 태어나는 건지도 설명을 안 해주겠다는 겁니까?”
“글쎄요, 나도 뭐가 태어날지 모르는 알이라서. 아마 부화시킨 사람과 닮은 게 태어나지 않으려나?”
무책임한 말에 열받긴 했지만, 부화에 성공한다면 내가 가져도 된다고 했으니 참기로 했다.
안 그래도 우리 길드원들에게 적절한 ‘무기’를 챙겨줘야겠다고 생각하던 참이었다. 뭐가 나오든 마수라면 강할 것이고 그걸 활용하는 게 특기인 녀석이 우리 길드에 있다.
마침 그 가능성이 풍부한 청소년이 응접실 문밖 창문을 통해 우리를 힐끔 보고 있는 게 보였다.
“… 부화 조건 정도는 알려주시죠.”
“아마도 시스템에게는 없고 인간에게만 있는 힘일 거예요. 예를 들면, 마음의 힘 같은 거? 그래서 난 못 키우겠더라고.”
녀석은 진준성과 고주연에게 손을 들어 인사까지 하며 여유롭게 밖으로 향했다.
마수도 길드장을 따라 하듯이 몸을 푸르르 털고서 뒤따랐다.
“그럼 다음에 또 봐요? 오늘은 즐거웠어요.”
“다음엔 연락하고 오세요. 아니면 내쫓습니다.”
“이런, 매정하기도 하지. 다음에 만날 땐… 새로운 아이랑 함께이길 바랄게요.”
그 말을 끝으로 녀석은 마수를 타고 하늘 위로 날아올랐다.
드레이크는 날개를 펼쳐 천혜 길드장을 태우고 어두운 밤하늘을 가르고 비행했다.
그 모습을 보니, 마수가 있으면 이동 수단도 걱정 없어 보이고 전투할 때 도망가기도 괜찮을 것 같았다.
진준성과 고주연은 윤지석을 재우고 내가 대화를 끝내길 기다리고 있던 건지, 응접실 바로 앞에 앉지도 않고 서 있었다.
나는 진준성과 고주연에게 들고 있던 알을 보여주며 말했다.
“우리 이유영 길드가 해야 할 일이 생겼습니다.”
“뭔데요? 그거랑 관련 있는 거예요?”
고주연은 내가 들고 있는 게 뭔지 크게 관심이 없어 보였지만, 진준성은 아까서부터 흥미롭게 보고 있었다.
천혜 길드장의 말대로 부화 조건이 마음의 힘이라면, 삶의 풍파를 맞은 어른보다는 청소년이 더 큰 힘을 갖고 있을 것이다.
나는 진준성에게 그 알을 넘겨주며 말했다.
“준성 학생의 역할이 큽니다.”
“제, 제 역할이요…?”
“네. 이 알을 부화시키는 게 우리가 해야 할 일입니다.”
성인 남성의 팔뚝만 한 크기의 알은 진준성의 품에 들어가자 미약하게 심장 소리를 냈다.
진준성도 그 알을 신기하게 보며 좋아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