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iary is an SSS-class reward RAW novel - Chapter 61
61화. 이유 길드 (2)
치킨을 해치운 후, 고주연과 진준성은 집으로 돌아갔다.
진준성은 자고 가겠다고 했지만 아직 미성년자인 녀석을 외박하게 둘 수는 없어서 집으로 돌려보냈고. 고주연은 서울에 있는 이모네 집에서 신세를 지기로 했다며, 진준성을 데려다줄 겸 같이 돌아가겠다고 했다.
나도 집으로 돌아갈까 하다가 윤지석을 혼자 두고 가기도 그렇고, 1층에 두고 온 천혜 길드장의 알도 마음에 걸려서 자고 가기로 했다.
나는 알을 들고 4층으로 올라가 빈방에 자리 잡았다.
천혜 길드장도 알을 아이템창에서 꺼냈으니, 아마 다시 아이템창에 넣을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아이템창 안에 들어간 물건은 외부와 완전히 단절된 채 시간이 흐르지 않는다.
강남 길드장보다 빨리 알을 키워야 하는 만큼 가능한 꺼내두는 게 좋을 것 같았다.
나는 알을 침대 옆에 두었다.
알에서는 여전히 미약한 심장 소리가 들리고 있었지만, 그 후로 별다른 변화는 없었다.
‘그러고 보니 일기장 확인을 못 했네.’
벗어뒀던 겉옷 오른쪽 주머니를 확인하자, 내 일기장을 이불처럼 덮고 자고 있는 화신이 보였다. 나는 내 일기장을 꺼낸 뒤, 휴지를 대신 덮어 주었다.
그리고는 침대에 드러누워 일기장을 확인했다.
「202x. xx. xx 날씨: 눈.
오늘은 C급 던전, ‘서리 장막’에 대해 적어보려 한다.
던전 중에는 설화를 테마로 한 던전이 있는데, 이번 ‘서리 장막’ 던전 역시 ‘이시미와 강철이’라는 설화와 연관이 있다.
보스 몬스터인 이시미는 설화의 내용처럼 흰 비늘과 서리 안개라는 능력을 지녔다. 또한 ‘추락한 용’ 던전의 강철이처럼 상태 이상 ‘환각’을 사용한다.
설화의 영향인지 녀석은 강철이랑 비슷한 ‘열’ 능력을 가진 헌터를 질투해, 먼저 공격한다.
녀석의 설화와 이런 특성을 고려하여 7대죄 중 ‘질투’에 넣고자 한다.
.
.
.」
다 읽은 일기장은 빛이 되어 사라졌다.
지금까지 공략한 7대죄 몬스터는 총 여섯 마리, 이제 남은 7대죄는 교만 하나뿐이다.
교만은 7대죄 중 등급이 가장 높은 B급 몬스터였다. 다른 7대죄 녀석들이 전부 두 등급이 올랐으니, 이 녀석은 분명 S급으로 올랐을 것이다.
변이에 당해 S급까지 올랐던 화염 불곰을 생각해보면, 교만을 나 혼자 힘으로 상대하긴 어려울 것이다. 함께 싸워줄 사람이 반드시 필요했다.
부르면 와줄 사람이 누가 있을지 생각하다 보니, 순간적으로 조금 웃음이 났다.
와줄 것 같은 사람들이 꽤 되었기 때문이다.
회귀한 지 한 달도 안 된 사이에 믿고 함께 싸울 만한 사람이 상당히 많아졌다.
이렇게 함께 싸울 수 있는 사람들을 모아간다면, 분명 회귀 전과 같은 결과가 반복되지 않을 것이다.
나는 그렇게 앞으로의 전투와 믿고 싸울 녀석들에 대해 생각하다가 잠이 들었다.
***
다음 날 아침, 나는 운동으로 가볍게 몸을 풀고 아침 메뉴를 정하고 있었다.
이 정도로 꾸며진 취사실이 있다면 요리하고 싶어질 만도 하지만, 나는 요리를 못 한다.
적당히 찬장에 있던 라면이나 끓여 먹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윤지석이 괴상한 소리를 내며 방에서 나왔다.
“흐어어….”
자고 일어나도 숙취가 가시질 않았는지 윤지석은 핼쑥해진 얼굴로 골골거렸다.
나를 발견한 윤지석은 있는 대로 갈라진 목소리로 말했다.
“물 좀 주십쇼….”
냉장고에 있던 생수를 따라서 건네자, 단번에 원샷한 윤지석은 좀 살 것 같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는 이제야 정신이 돌아왔는지 나를 보고 의아해했다.
“근데 이유영 씨가 왜 여깄습니까?”
설마 어제 있던 일을 기억하지 못하는 건가?
나는 운동하러 나갔다가 사 온 숙취해소제를 윤지석 앞에 내밀며 말했다.
“길드장이 자기 길드에 있는 게 이상합니까?”
“다른 길드야 이상할 거 없죠. 근데 이유영 씨잖아요. 나한테 사무소 다 맡기고 한 번도 안 와봤으면서.”
윤지석은 투덜대며 눈앞에 놓인 숙취해소제를 한입에 털어 넣었다.
그러다 어제 일이 떠오른 건지 손뼉을 쳤다.
“그나저나 천혜 길드장님은 잘 들어갔습니까?”
“마수 타고 잘 돌아갔습니다. 선물까지 주더군요.”
나는 윤지석에게 천혜 길드장이 준 알을 보여줬다.
윤지석은 영롱한 빛깔을 내는 알을 신기하게 바라보며 표면을 쓰다듬었다. 그러다 알에서 울리는 심장 소리를 느낀 건지 기겁하며 손을 뗐다.
“이, 이거 움직인 것 같은데요?! 뭡니까, 이거?”
“어제 윤지석 씨가 끌어안고 자던 드레이크 같은 게 들어있는 알입니다.”
그 말에 윤지석은 순식간에 알에서 멀어졌다. 태권도 관장이라 그런지 멀어지는 속도가 장난 아니었다.
윤지석은 알과 나를 번갈아 보며 말했다.
“…설마, 그거 키울 겁니까?”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습니다. 당분간은 제가 길드에 있으면서 책임질 생각입니다. 다른 길드원들한테도 자주 오라고 했고요.”
“만약에 길드원들 다 같이 자리를 비우게 되면 어쩝니까?”
“가능한 그런 일 없게 할 겁니다.”
뭐, 그런 일이 생기면 우리 셋 중 한 명이 아이템창에 알을 넣어두면 된다.
하지만 윤지석은 내 품에 있는 알을 핵폭탄처럼 보며 불안에 떨고 있었다.
“이유영 씨, 오늘은 어디 안 가죠?”
“아침 먹고 잠깐 협회에 갈 생각이긴 한데, 준성 학생이 교대로 올 테니까 괜찮을 겁니다.”
“그 후엔 쭉 길드에 붙어 있을 거죠?”
“오후에도 잠깐 볼 일이 있어서 붙어 있긴 어려울 것 같은데요.”
내 말을 들은 윤지석은 천장을 바라보며 깊은 한숨을 쉬더니, 핸드폰을 꺼내 무언가를 한참을 뒤적거렸다.
나는 라면을 끓이며 그런 윤지석을 구경했다.
다 끓인 라면을 테이블에 올려놓을 때쯤 윤지석이 통보하듯이 말했다.
“알 가둬둘 철창 주문했습니다. 오늘 퀵으로 온다고 하니까, 이유영 씨 자리 비우면 그거 철창에 넣어놓고 가요.”
“…알겠습니다.”
라면을 덜어주던 나는 어이없어서 웃음이 나왔다. 철창을 주문한다는 일반인 같은 사고방식이 그냥 웃겼다.
우리는 어제 천혜 길드장과 무슨 일이 있었는지 얘기하며 라면을 먹었다.
윤지석은 물을 너무 많이 부어서 맛이 없다는 둥 잔소리를 했지만, 결국 밥까지 말아서 국물도 남기지 않고 먹었다.
오랜만에 평화로운 아침 식사라 그런가, 나쁘지 않은 기분이었다.
***
윤지석과 라면을 먹고 얼마 안 있어서 진준성이 도착했다.
나는 진준성에게 알을 맡긴 후, 정식으로 길드 등록을 하기 위해 협회로 향했다.
협회에 도착하니, 창구 직원들이 아는 척을 해왔다.
“이유영 헌터님, 오늘도 헌터증 갱신 창구에 가실 줄 알았는데 다른 일로 찾아주셨네요?”
“예, 오늘은 길드 등록을 하려고요.”
나는 직원이 건네주는 서류에 길드 등록 신청서를 작성했다.
거의 1, 2주 단위로 협회에 얼굴을 비쳤으니 알아보는 게 당연할지도 모르겠다. 나도 이 사람들의 얼굴을 외웠으니 말이다.
직원은 몇 가지 확인 절차를 거친 뒤 내게 신청이 완료됐음을 알렸다. 며칠 뒤면 길드 등록증이 사무소 우편으로 도착할 것이다.
등록을 마친 나는 직원들에게 간단히 인사하고 협회의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지난번에 갔던 대응팀 사무실 문을 노크하자, 곧바로 들어오라는 목소리가 들렸다.
들어가니 팀원들과 박종훈이 내게 아는 척을 해왔다.
“유영이 형, 어쩐 일이야?”
“김상엽 팀장님이 부르셔서 왔는데, 어디 계셔?”
“팀장님도 형도 진짜 바쁘게 사네. 아, 저기 오신다.”
그러자 안쪽에서 김상엽 팀장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팀장은 여전히 반깁스한 다리로 나를 맞이해줬다.
“이쪽으로 오시죠, 이유영 헌터님.”
김상엽 팀장은 개인실로 안내하며, 응접용 테이블에 앉으라고 권했다.
커피 믹스를 타온 팀장은 테이블에 커피잔을 내려놓으며 물었다.
“길드 등록은 마치셨나 봅니다. 축하드려야 하는데 개인적으론 아쉽군요. 이유영 헌터님께서 협회에 들어와 주셨다면 좋았을 텐데 말입니다.”
“권유는 감사합니다. 대신 도움이 필요하시면 언제든지 도와드리겠습니다.”
우리는 간단한 인사치레를 나누고 커피를 한 모금씩 마셨다.
나는 팀장의 불편해 보이는 깁스한 다리를 바라봤다. 만약 내 생명의 의지라면 벌써 다 나았을 텐데, 타이밍을 놓쳐서 치유해주지 못했다.
게다가 이번엔 날 도와주며 전투까지 하느라 상태가 더 심해졌을 테니, 그 책임감이 상당히 무겁게 느껴졌다.
“깁스는 언제쯤 푸실 수 있는 겁니까?”
“한 달은 더 걸릴 거라고 하더군요. 원래 2주면 된다고 했는데, 이번에 조금 무리했나 봅니다.”
“신윤현 헌터의 도움을 받을 순 없는 겁니까?”
지난번 강릉에 던전이 터졌을 때도 신윤현이 파견 나왔고, 협회는 신윤현의 약을 사서 구비해둔다고 알고 있다.
김상엽 팀장쯤 되는 위치면 그의 도움을 받는 게 어렵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멋쩍게 웃을 뿐이었다.
“그렇게 걱정하실 부분은 아닙니다. 기다리면 낫는 저보다는 중상자한테 기회가 돌아가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사람은 착하게 살아야 한다지만, 이 사람을 보면 답답하다는 기분을 떨칠 수 없었다.
김상엽 팀장은 정작 본인이 중상자가 된다고 해도 다른 사람에게 치료를 양보할 것만 같은 사람이었다.
“그러기엔 김상엽 팀장님이 해주셔야 할 일이 많습니다. 다치시면 곤란해요.”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언젠가 때가 되면 김상엽 팀장에게 밝혀야겠다고 생각하기도 했고, 지금이 가장 알맞은 타이밍인 것 같았다. 나한테 자신이 가진 서브 스킬에 대해 털어놓은 사람한테 나도 신뢰를 보여주는 게 맞을 것이다.
김상엽 팀장은 내 말을 곧이곧대로 해석한 듯 침착하게 대꾸했다.
“맞는 말입니다. 제가 실력이 부족한 탓에…”
“그 말이 아닙니다.”
나는 쭈그려 앉아서 깁스한 다리 근처에 손을 가져다 댔다.
그리고 메인 스킬을 발동했다.
[ 메인 스킬, 를 발동합니다. ] [ 대상자에게 살아가는 것의 힘이 스며듭니다. ] [ 생명의 의지가 다시 한번 생명을 불어넣습니다. ]내 손에서 뻗어 나온 녹색의 빛이 김상엽 팀장의 다리를 감쌌다.
나는 당황한 표정을 하고 있는 김상엽 팀장에게 말했다.
“이제 무리 없이 걸으실 수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