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iary is an SSS-class reward RAW novel - Chapter 63
63화. 이유 길드 (4)
그는 고주연과 함께 시뮬레이터 룸으로 들어가, 익숙하다는 듯이 시뮬레이터를 조작했다.
“고주연 씨는 시뮬레이터 이용이 처음이신 것 같으니 세팅은 제가 할게요. 혹시 원하는 던전 유형 있으세요?”
“아무거나 하시죠.”
“알겠습니다. 그럼 초심자용으로 좋은 D급 던전으로 해볼게요.”
그가 시뮬레이터를 조작하자, 벽에 ‘D급 던전, ’이라는 글씨가 뜨더니 공간이 어두컴컴한 땅굴처럼 변했다.
고주연은 그 최첨단 기술에 짧게 감탄하며 단순히 시뮬레이터를 즐기고 있었다.
한편 진준성과 나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그런 고주연을 바라보고 있었다.
“괜찮을까요…? 말렸어야 하는 거 아닐까요?”
“…… 고주연 씨를 믿읍시다.”
신입 헌터 중에서도 제일 강한 헌터가 바로 고주연이다. 아직 정식으로 헌터가 된 건 아니지만, 그럼에도 고주연은 상당히 강한 축에 속한다.
그러나 고주연의 옆에 있는 저 녀석이 수상함을 덕지덕지 붙여놓은 것 같다는 게 문제였다. 눈도 실눈을 뜨고 있고, 미소도 악당 같은 게 여간 거슬리는 게 아니었다.
나는 진준성과 함께 관전할 수 있는 장소에서 두 사람을 지켜보는 중이었다.
“뭐, 내기를 하는 것도 아니고 단순히 같이 훈련하는 거니까 걱정할 것 없습니다.”
“그렇다기엔 길드장님 아까부터 말이 많아지신 것 같은데요…. 역시 안 괜찮으신 거죠….”
안 괜찮다기보단, 고주연이 여기서 지면 자존심에 타격이라도 입을 게 걱정일 뿐이다.
하지만 아까부터 알 수 없는 불안감이 들고 있었다.
진준성과 내가 그러거나 말거나, 고주연은 태평하게 실눈 녀석한테 시뮬레이터 사용법을 들었다.
“시뮬레이터 룸에서는 점수 기록 때문에 개인 무기는 사용 금지라서요. 여기 있는 무기 중에서 골라 사용하시면 됩니다.”
실눈 녀석은 고주연에게 무기 선택법을 친절히 가르쳐 줬다.
고주연은 무기를 한 번 훑어보고 당연하다는 듯 활을 잡아 들었다. 그런데 무슨 자신감인지, 실눈 녀석도 고주연과 똑같은 활을 집어 들었다.
고주연이 그 녀석을 빤히 쳐다보자, 녀석은 멋쩍게 웃었다.
“이거, 국가대표까지 하셨던 분 앞에서 활을 잡으려니 민망하네요. 그래도 원거리 무기 중에는 활만큼 좋은 무기가 없지 않습니까.”
그 말에 옆에 있던 진준성이 총이 더 좋지 않냐는 순수한 질문을 했다. 내 생각에도 실눈 녀석이 고주연에게 점수를 따려고 하는 말 같았다.
두 사람은 각자 활을 조정했다. 실눈 녀석은 활과 함께 화살 몇 자루와 단검을 추가로 챙기며 꽤 익숙하게 전투 준비를 마쳤다.
“시작하기 전에, 저랑 간단한 내기 하지 않으시겠어요?”
고주연이 뭔 소리냐는 듯한 표정으로 상대를 바라봤지만, 실눈 녀석은 고주연을 은근히 도발하듯 말했다.
“말씀드렸다시피 시뮬레이터는 개인 점수를 기록하거든요. 누가 더 높은 점수를 낼지 대결해보죠. 고주연 선수님이라면 이런 대결 거절 안 하시겠죠?”
내가 아는 고주연은 본인을 자랑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도발에는 굉장히 약한 사람이었다.
나랑 진준성이 손으로 엑스 표시를 하며 당장 거절하라는 신호를 마구 보냈지만, 정작 고주연은 우리를 안 보고 있었다.
“내기 보상은?”
“간단하게 부탁 하나 들어주기 어떠세요? 물론 상대가 들어줄 수 있는 선으로 한정해서요. 저는 사인받기, 이런 거 부탁드리고 싶네요. 하하.”
“그래요.”
고주연의 승낙을 받아낸 그는 만족스럽게 웃고는 시뮬레이터를 재생시켰다.
혼신을 다해 거절하라는 메시지를 보냈건만, 허무하게 내기가 이뤄지고 말았다. 진준성과 나는 맥 빠진 얼굴로 자리에 앉았다.
그런데 옆에 앉은 진준성이 곤란하다는 투로 말했다.
“이거, 고주연 헌터님이 질 수도 있겠는데요…?”
진준성의 두 눈은 스킬을 발동한 건지 푸른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군사 전략으로 두 사람의 정보를 미리 파악해본 모양이다.
군사 전략의 정확성은 잘 알고 있지만, 그래도 고주연이 진다는 게 머릿속에서 그림이 잘 그려지지 않아서 물었다.
“어떤 부분에서 그런 판단을 내린 겁니까?”
“그게, 스킬이나 등급은 고주연 헌터님이 우세이긴 한데요. 던전과 상성이 썩 좋지 않고… 저쪽 헌터분은 고주연 헌터님에게 없는 걸 갖고 계세요.”
고주연한테 없고 저 녀석한테 있는 거라면, 나도 예상가는 게 있었다.
그사이 두 사람은 잡몹과 조우해 벌써 전투에 들어간 상황이었다.
가동되는 시뮬레이터가 구현해낸 던전 모습을 보니, 진준성의 말을 확실히 이해할 수 있었다.
나는 회귀 전 거의 모든 던전에 대해 일기장에 적은 만큼, 지금 시뮬레이터로 나오고 있는 던전도 모르지 않았다.
‘그때 이렇게 적었지.’
「202X. XX. XX. 날씨: 더럽게 푹푹 찜
오늘 적을 던전은 D급, 개미굴이다.
개미굴이라는 이름답게 던전에서 나오는 몬스터는 전부 개미다. 이 개미 몬스터는 D급보다 더 약하다. 솔직히 E급 던전 몬스터보다도 못하다. 그러나 이 던전이 D급인 이유는 잡몹의 수가 어마어마하게 많기 때문이다. 정말, 지겨울 정도로 많다.
.
.
.」
이 던전의 특별한 점은 딱 하나였다. 바로 몬스터의 수가 어마어마하게 많다는 것.
회귀 전 고주연은 동료가 없던 솔로 헌터였던 만큼 스스로 약점을 보완해 근접 전투에도 능숙했다.
하지만 지금의 고주연은 내가 알던 고주연이 아닌, 던전 한 번도 안 들어가 본 초심자였다.
원거리 공격계인 고주연은 본래 후방에서 강력한 한 방을 날리는 역할이 어울린다. 여긴 지금의 고주연에게는 확실히 불리한 던전이다.
하지만 두 사람은 이미 시뮬레이터 전투를 시작하고 있었다.
슈우욱!
탕!
고주연의 강력한 화살은 단 한 발로 개미를 여러 마리 꿰뚫을 만큼 대단한 위력을 선보였다. 하지만 그사이에 달려드는 놈들과 거리를 벌리느라 잡몹 처리가 더뎠다.
반면 실눈 녀석이 발사한 화살은 그리 강하지 않았다. 그러나 치고 들어온 몬스터에 당황하지 않고 빠르게 단검을 들어 처리하는 노련함이 있었다.
딱 봐도 던전 공략 경험이 많아 보이는 헌터였다.
나는 그 둘의 전투를 지켜보고 있던 진준성에게 물었다.
“고주연 씨한테 없고 저 헌터한테는 있는 거, ‘노련함’을 말한 겁니까?”
“네…. 제 스킬로 보면 저분, 경험이 많다는 게 장점으로 뜰 정도로 강한 사람이에요.”
진준성은 걱정스럽게 둘의 대결을 바라보고 있었다. 고주연이 한 마리 처리할 때, 상대 쪽에서는 두세 마리씩 처리하고 있는 상황이다.
누가 봐도 밀리고 있었지만, 다행히 고주연은 상대 페이스에 휘말리지 않고 자신의 방식대로 잡몹을 처리해 나갔다.
어느덧 두 사람이 잡은 몬스터가 거의 백여 마리가 되어가자, 남아있던 개미 다섯 마리가 일제히 도망치기 시작했다.
원래 던전의 공략법대로라면, 이 개미를 따라 직접 굴 안쪽으로 이동해야 한다.
그 기믹을 알 길이 없는 고주연이 도망치는 개미들을 마저 처리하려 하자, 실눈 녀석이 급하게 고주연을 말렸다.
“한 마리는 남겨둬야 해요! 안 그러면 보스 몬스터를 못 만날 거예요.”
“…알았어요.”
고주연은 세 마리의 개미를 향해 화살을 연달아 발사했고, 실눈 녀석이 개미 한 마리를 더 처리했다.
두 사람이 살려준 한 마리는 동료가 죽은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도망가는 데 열중하고 있었다.
그러자 시뮬레이터가 비추는 공간을 바꿨다.
미로처럼 얽힌 굴을 달리던 개미는 마침내 거대한 공동에 도착했다. 그 안에는 지금까지 만난 개미의 두 배는 될 정도로 거대한 개미가 잠을 자고 있었다. 개미굴의 보스 몬스터인 자이언트 여왕개미였다.
도망치던 개미는 기분 나쁜 소리를 내며 자이언트 여왕개미를 깨웠다. 부름에 깨어난 여왕개미의 눈이 벌겋게 빛나기 시작하더니 기분 나쁜 소리로 포효하기 시작했다.
『키에에에엑!!』
시뮬레이터는 몬스터의 포효와 진동까지 생생하게 담아냈다.
몬스터가 익숙하지 않은 헌터들이라면 움찔거릴 만한 박력이었으나, 고주연은 침착하게 몬스터를 응시하고 있었다.
이미 A급 몬스터를 두 마리나 잡아본 고주연이 D급 몬스터의 포효 따위에 겁먹을 리 없다. 실눈 녀석 역시 침착한 태도였다.
두 사람은 거의 동시에 여왕개미를 향해 활을 겨눴다.
그러나 화살을 걸고 활시위를 당기는 건, 당연하게도 고주연이 더 빨랐다.
탕!
은빛 화살은 허공을 가르고 나아가, 여왕개미의 머리에 꽂혀 들어갔다.
그러나 여왕개미의 약점은 머리에 얹어진 왕관이다. 정확히 왕관을 없애야 빠르게 공략할 수 있었다.
아쉬운 실수라고 생각했지만, 고주연은 거기서 끝내지 않았다.
펑!!
폭발음과 함께 거센 충격파가 시뮬레이터 룸을 휩쓸고 지나갔다.
고주연의 서브 스킬 충격파는 A급 몬스터의 여의주를 한 번에 깨트린 스킬이다. 겨우 D급 보스 몬스터가 견딜 수 있는 힘이 아니었다.
자이언트 여왕개미의 왕관은 완전히 파괴되었고, 옆에 있던 잡몹까지 폭발에 휩쓸려 죽었다.
곧 시뮬레이터 벽에는 공략 성공이라는 글자가 떠올랐다.
“와, 진짜 잘하네. 역시 고주연이다.”
“각성한 지 얼마 안 됐다던데 엄청나다, 정말.”
어느새 나랑 진준성 뒤로 모인 구경꾼들은 고주연의 승리를 예상하며 수군거렸다.
그러나 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진준성과 내 표정은 별로 좋지 않았다. 우리 둘 다 이 대결의 결과를 짐작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마침 점수 결과가 시뮬레이터 룸의 벽에 나왔다.
[ D급 던전, 개미굴 공략 점수 결과1위 이용건: 487
2위 고주연: 482 ]
“이야, 아슬아슬했네요. 고주연 씨가 잡몹을 몇 마리만 더 잡았으면 제가 질 뻔했어요.”
그 말대로였다. 고주연이 보스 몬스터를 혼자 잡아서 점수 차이가 크게 나지는 않았지만, 이 던전의 핵심은 ‘잡몹이 많다’는 점이었다.
저 녀석이 처리한 잡몹은 고주연의 두 배쯤 됐을 것이다. 다만 저 녀석이 이 던전을 골랐고, 아직 신입 헌터 교육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고주연을 끌어들인 걸 감안하면, 이 승리는 예정된 것이었다.
나는 진준성과 함께 따지기 위해 고주연의 옆으로 다가갔다.
그러나 고주연은 전직 스포츠인답게 순순히 결과를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그래서, 부탁할 건 뭔가요?”
“자, 잠깐… 진짜로 부탁 들어주시려고요?”
진준성이 다급하게 고주연의 앞을 막아섰으나, 실눈 녀석이 진준성에게 친근하게 어깨동무를 하며 말을 끊었다.
“에이, 간단한 내기잖아요. 들어주는 게 당연한 거죠. 그렇죠, 고주연 선수님?”
“일단 무슨 부탁인지 들어나 보죠. 사인쯤이야 고주연 씨도 해줄 의향이 있으실 겁니다.”
내가 고주연을 대신해서 대답했다. 그리고 녀석이 어깨동무를 해서 굳어버린 진준성을 빼내 왔다.
고주연은 네가 무슨 매니저라도 되냐며 뭐라고 했지만, 나는 무시하고 녀석을 쳐다봤다.
“어쩌죠? 사인 말고 다른 걸 부탁하고 싶어졌는데.”
“뭘 부탁하고 싶으신데요?”
나랑 진준성은 긴장한 채 녀석의 말을 기다렸다. 정작 고주연이 제일 침착해 보이는 상황이었다.
실눈 녀석은 이 상황이 즐거운지 실실 웃으며 고주연에게 명함을 전달했다.
“정식으로 인사드릴게요. 구원 길드 헌터, 이용건입니다. 고주연 선수님, 저희 구원 길드에 가입해주시죠!”
고주연은 당황한 낯으로 그 명함을 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