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iary is an SSS-class reward RAW novel - Chapter 65
65화. 영웅의 고민 (1)
다음 날.
길드 사무소의 숙직실에서 잠들었던 나는 무언가 내 뺨을 때리는 느낌에 잠에서 깨어났다.
『이유영, 일어나요!』
흰 앞발로 내 뺨을 연신 때려대던 화신은 내가 눈을 뜨자, 정신 사납게 날아다니기 시작했다.
『특급 속보예요! 마지막 7대죄를 찾아냈어요!』
“뭐?”
잠이 확 달아나는 기분이었다. 이 녀석이 웬일로 유능한 모습을 보이는 거지?
시계를 확인해 보니 아직 오전 5시였다. 마지막 녀석이 어디에 있든 당장 출발할 수 있는 시간이다.
“어디야? 당장 가게.”
『잠깐! 서두를 거 없어요! 지금 당장 갈 수도 없고요!』
이 자식이 장난하는 건가. 하지만 화신은 여전히 어딘가 자신만만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녀석은 흰 발을 앞으로 척 치켜들고 눈을 빛내며 말했다.
『시스템이 ‘교만’을 던전에 가두는 데 성공했으니, 서두르지 않아도 된답니다!』
“…던전에 가뒀다고? 얻은 일기장도 없는데 어디서 그런 힘이 생겼어?”
분명 던전을 생성하려면 내 일기장의 힘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간 모은 일기장은 색욕과 분노를 상대할 때 녀석이 장벽을 세우는 데 사용했고, 그 이후로 얻은 일기장은 이시미를 상대하고 얻은 것 하나뿐이다. 그런데 무슨 수로 던전을 만들었다는 거지?
『이유영, 김제니 헌터를 기억하나요?』
“네가 상태창을 빼앗은 녀석이잖아. 기억해.”
『그렇다면 이야기가 빠르겠네요!』
녀석은 순진무구한 표정으로 자신만만하게 얘기했다.
『시스템이 한 명의 인간을 헌터로 각성시키기 위해 쓰는 힘은 결코 작지 않다는 걸 아나요? 시스템은 김제니에게 부여한 힘을 회수했고, 그 잉여 에너지를 이용해 마지막 남은 야생의 몬스터를 던전에 가두는 데 성공했어요! 대단한 성공을 이룬 것이죠!』
시스템이 생각하는 대단함의 기준은 알 수 없어서 그런지, 나는 어딘가 꺼림칙하다는 기분이 먼저 들었다.
이 녀석에겐 그 헌터가 왜 몬스터가 되었는지, 힘을 잃은 녀석의 인생이 어떻게 될지에 관한 생각은 전혀 없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내가 그 신입 헌터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하기 때문에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언젠가 누구나 납득할 만한 이유로 몬스터의 편이 된 사람이 생겨도, 이 녀석은 같은 선택을 할 것이다. 그리고 헌터에게서 회수한 힘은 다른 곳에 사용되겠지. 그 대상이 진준성이나, 고주연, 내가 된다고 해도 말이다.
‘뭐, 나야 그런 식으로 몬스터 편이 될 바에 죽는 걸 택하겠지만.’
어쨌든 무슨 방법을 썼든 간에, 마지막 몬스터를 던전에 가뒀다는 건 좋은 일이다. 마지막 남은 녀석은 S급 수준의 능력을 갖고 있을 테고 아직 내 능력으로는 그 녀석을 혼자 잡을 수 없다.
고주연과 진준성이 있지만, 진준성 같은 미성년자를 그런 위험한 곳에 데려갈 수는 없고. 아직 고주연과 단둘이 S급 던전을 공략하기에는 무리가 있기 때문에 다른 전력이 더 있어야 한다.
“던전은 아직 준비 중인 거야?”
『맞아요! 오늘 밤이라면 완성할 수 있으니, 그전까지 준비를 마쳐두라고 친절하게 깨운 거랍니다.』
뺨을 때려서 깨워놓고 스스로 친절하다고 하는 게 어이없었지만, 확실히 오늘 밤이 출전이라면 미리 준비를 해둬야 한다.
다만 걸리는 게 하나 있었다.
“그런데 그 던전, 평소랑 같은 던전이야? 게이트가 열리면 협회가 무조건 포착할 텐데, 그럼 고주연을 데리고 갈 수가 없어. 아직 헌터 교육 수료가 안 끝나서.”
『흐흠… 게이트를 만들지 않으면 되는 건가요?』
“가능해? 게이트가 생겨야 던전이 생기잖아.”
화신은 비장한 미소를 짓더니 앞발 하나를 들고 고개를 저었다.
『후훗. 그건 사람들의 착각일 뿐이에요! 게이트는 인간들이 던전으로 진입하기 쉽도록 만들어준 ‘입구’일 뿐이거든요.』
“그게 뭔 소리야?”
이후 화신이 어렵고 난해한 개념을 장황하게 늘어놨는데, 요약하자면 이랬다.
게이트는 사람이 던전에 들어가기 쉽도록 만들어낸 ‘문’이라서, 문짝을 안 달면 게이트가 만들어지지 않는다고 한다. 즉, 게이트를 만들지 않는 게 더 쉽다는 뜻이다.
게이트가 만들어지지 않으면 협회는 던전을 발견할 수 없고, 나는 필요한 전력만 갖춰서 몬스터를 공략할 수 있다.
“그럼 게이트 만들지 말아줘. 고주연을 데려가고 싶거든.”
고주연의 말대로, 그녀를 길드에 들인 건 같이 싸우기 위해서다. 이번 몬스터는 위험하지만, 지금까지 봐 온 고주연의 실력이라면 충분히 제 역할을 다해줄 수 있을 것이다.
나는 화신에게 게이트는 만들지 말아 달라고 부탁한 뒤, 서브 스킬 ‘자각몽’을 발동했다.
내 기억으로 마지막 남은 7대죄는 과거 B급이었음에도 그 녀석의 특징 때문에 잡몹이 상당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S급으로 진화한 녀석이라면 아마 그때와는 비교도 하기 어려울 만큼 다양한 잡몹을 부리고, 녀석 또한 강해졌을 것이다.
이 녀석을 통해 반드시 배후에 있는 ‘그분’의 정체를 알아내야 한다.
회귀 전, 갑자기 나타났던 오류가 원래 어디에 숨어있었는지. 회귀를 막으려 하고, 일기장에 장난을 쳐놓기까지 했으면서 아직까지 등장하지 않는 이유가 뭔지. ‘그분’의 정체에 다가가면 알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려면 ‘교만’의 공략법에 대해 자세히 알아둘 필요가 있었다.
***
아침 7시쯤, 자각몽으로 공략법을 살핀 나는 회의실에 앉아 고민하고 있었다.
녀석을 물리치려면 강력한 한 방을 쏠 수 있는 고주연은 반드시 필요하다. 고주연도 싸울 의지가 있었고, 데려가면 분명 제 역할을 다할 것이다. 하지만 문제가 있었다.
회귀 전의 고주연은 1:1 대련을 할 때 나를 이길 만큼 전투에 능했지만, 지금은 아니다.
내가 고주연이 다치지 않게 어느 정도 커버해줄 수는 있지만, 완벽히 커버해주면서 몬스터를 처리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결국 강력한 헌터를 최소 한 명은 더 데려가야 하는데, 마땅히 떠오르는 사람이 없었다.
몇몇 떠오르긴 했지만, 그 녀석들은 이 전투에 알맞지 않다.
먼저 정하나. 누구보다 최선의 방어를 해주겠지만, 그만큼 공격 면에서 보조가 부족해진다.
교만은 잡몹을 많이 부리는 몬스터인 만큼 방어에 능한 사람보단 공격적인 사람이 필요했다.
‘그러면서 내 커버가 필요 없을 만큼 잘 싸워야 한단 말이지.’
그런 놈이 지금 시기에 있는지가 의문이었다.
안수연이라면 전투 센스가 있지만 그렇게 강력한 전투기는 없다. 박종훈의 검술은 강력하지만, 근거리 전투에 치중되어 있다는 게 문제다.
그럼 남는 건 한 명밖에 없었다.
‘이번에도 김상엽 팀장님한테 부탁해야 하나….’
그런데 그때, 길드 사무소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나가 보니 고주연이었다. 고주연은 내가 준 깃털활을 들고 선수 훈련복을 입고 있었다.
고주연도 나를 보고 놀란 듯했다.
“뭐야, 너 벌써 나왔어?”
“그러는 고주연 씨야말로 이 이른 시간에 무슨 일이십니까?”
고주연은 답지 않게 난처해 보이는 얼굴이었다.
뭐, 길드원이 길드 사무소에 온 게 이상한 건 아니지만 아침 7시에 출근하는 건 이상했다. 뭔가 이유가 있어서 온 거겠지.
“훈련 좀 하려고 왔는데, 아직 훈련장을 만든 건 아니니까 일단 사무소부터 들어와 봤어.”
“훈련장이라면… 제가 어제 좀 만들어놨습니다.”
어차피 알이 있는 동안 여기서 지내야 하기도 하고, 훈련장을 빨리 만들어놔야 길드원들을 훈련시킬 수 있어서 적당히 공사를 해두긴 했다.
윤지석이 센스 있게 2층의 다른 공간을 정리해둬서 기껏해야 바닥재를 깔아둔 게 전부지만, 이런 곳에서 할 수 있는 훈련이 하나 있다.
“마침 할 말도 있었는데 잘됐네요. 같이 올라가시죠.”
“할 말? 뭔데.”
나는 먼저 2층으로 향했다.
안 그래도 고주연한테 전투 훈련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던 참이었다. 교만을 잡기 전에 고주연에게 기본적인 전투를 알려주고, 실전에서 발전시키게 하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 전투 실력을 키우는 가장 좋은 방법은 경험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야생의 몬스터를 찾아냈습니다. 이번엔 저 혼자 물리치는 데 무리가 있을 것 같아서 고주연 씨의 도움을 받았으면 합니다.”
고주연은 내 말에 표정이 심각해졌다. 이시미를 잡고 얼마 지나지 않아 또 몬스터를 발견했다고 하니 놀라는 것도 당연하다.
나는 훈련장의 문을 열며 덧붙여 말했다.
“고주연 씨만큼의 파괴적인 공격력과 정확도를 가진 헌터는 찾기 어렵습니다. 아직 신입 헌터 교육이 끝나지 않았지만, 고주연 씨만 할 수 있는 일이 많습니다. 도와주셨으면 합니다.”
“…그래, 알았어.”
훈련장은 태권도 관장이 처음 손을 봐둔 만큼 어딘가 태권도장 같은 느낌이 있었다.
그 덕분에 격투를 하기에 안성맞춤이기도 했다.
회귀 전에 고주연이랑 1:1 대련을 몇 번 했었다.
내가 고주연의 전투 스타일을 기억하고 있고, 고주연은 기본 능력치가 좋은 만큼 알맞게 가르쳐주면 금방 체득할 것이다.
나는 적당히 몸을 풀면서 말했다.
“오늘 밤에 잡으러 가려 합니다. 다만 고주연 씨가 아직 협회에서 배우지 못한 게 있어서요. 지금 제가 가르쳐 드리겠습니다.”
“뭘 가르쳐주겠다는 거야?”
“몬스터랑 싸울 때 맞고 죽진 않는 방법을 가르쳐 드리겠습니다.”
고주연은 원거리 공격계인 만큼 근접 전투에 들어갈 일은 많이 없을 것이다. 보통 방어계 뒤에서 때를 노리며 몬스터의 약점을 공격하는 역할이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활이 없으면 싸울 수 없는 사람이 되는 건 곤란했다.
전투 시범을 보여줄 사람이 있으면 좋았겠지만, 사람이 없으니 어쩔 수 없었다. 바로 실전으로 들어가는 수밖에.
오늘 밤 던전에 들어가기 전까지 기본적인 감각은 습득해둘 필요가 있다.
그런데 그때, 갑자기 핸드폰 진동 소리가 울렸다.
하필 이 중요한 타이밍에 누가 전화를 하는 거지?
고주연은 벨소리를 듣고 들고 있던 활이랑 짐을 내려두며 얘기했다.
“전화부터 받아. 넌 너무 생각하는 걸 그대로 행동으로 옮기는 면이 있어. 나도 마음의 준비 좀 하자. ”
“…알겠습니다.”
확실히, 이제 막 길드에 도착한 사람한테 대뜸 꺼낸 이야기가 너무 많다. 내가 생각해도 예전에 고주연한테 대했던 것처럼 너무 앞뒤를 생략하고 말했다.
핸드폰이 계속 울려댔던 탓에, 우선 나는 누가 전화를 걸었는지부터 확인했다.
그리고 그 예상치 못한 이름에 좀 심란해진 기분으로 전화를 받았다.
핸드폰 너머에선 특유의 쾌활한 목소리가 울렸다.
『어! 끊으려던 참에 받으셨네요! 오랜만이죠! 잘 지내셨어요, 이유영 씨?』
여전히 따라가기 어려운 하이 텐션이다.
대체 이 녀석이 아침 일찍부터 나한테 무슨 볼일이 있나 싶었다.
“무슨 일이십니까, 구지상 씨.”
그냥 대답만 했을 뿐인데 구지상은 뭐가 웃긴 건지 사람 좋게 웃으며 말했다.
『저 이유영 씨 길드 앞인데. 지금 만날 수 있어요?』
“뭐라고요?”
대답하면서 창밖을 내려다보자, 캡모자를 눌러쓰고 마스크까지 한 수상한 남자가 길드 앞에 서 있었다.
그 모자로도 다 가려지지 않는 주황빛의 머리가 녀석의 말이 사실임을 밝혔다.
구지상은 고개를 올리며, 2층에서 창밖으로 내다보고 있는 나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