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iary is an SSS-class reward RAW novel - Chapter 66
66화. 영웅의 고민 (2)
“와! 여기가 이유영 씨 길드예요? 좋다!”
구지상 이 녀석은 길드 등록한 지 얼마나 됐다고 여길 알아내서 찾아온 거지?
길드 앞까지 찾아온 손님을 내쫓을 수도 없는 노릇이고, 일단 안으로 들여보냈더니 아직 시공도 안 끝난 곳을 좋다고 칭찬하고 있었다.
“위에서 제 길드원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용건 있으시면 빨리 끝내죠.”
“길드원이요? 그 유명한 고주연 씨인가!”
고주연은 또 어떻게 알고 있는 거지?
국가대표 고주연이 유명한 건 사실이지만, 내 길드원이란 게 밝혀진 건 이상하다. 구원 길드 헌터한테 들은 건가?
구지상은 응접실 문을 열고 있는 나를 지나쳐 먼저 응접실에 들어갔다.
“저도 고주연 씨 소개해주시면 안 돼요? 완전 팬인데!”
“대한민국에 고주연 팬 아닌 사람도 있습니까? 용건부터 말씀하시죠.”
“우와, 매정해. 저희 오랜만에 만났는데 반갑지도 않아요?”
화신 녀석도 그렇고, 왜 용건만 빨리 끝내자고만 하면 매정하다는 말을 듣는 걸까. 보통 이 시간에 찾아올 정도면 급한 볼일이 있어서 온 거 아닌가?
구지상의 차림새는 집 앞 슈퍼에 다녀올 정도의 편한 차림이었다. 나는 녀석에게 떠보듯이 물어봤다.
“딱히 용건이 없나 봅니다?”
“어, 아니에요! 용건 있어요!”
구지상은 캡모자를 고쳐 쓰며 사뭇 진지한 표정이 되었다.
나는 녀석한테 소파에 앉으라고 한 뒤, 반대편에 앉았다.
구지상은 의자에 앉으며 무게를 잡고 말했다.
“이유영 씨, 5대 길드장이 만나서 회의했던 거 아세요?”
“압니다. 강남 길드에서 저랑 제 SSS급 아이템을 까발리기 위해 소집했다면서요.”
“엇, 수호 길드장님이 먼저 얘기했나? 선수를 빼앗겼네요, 아깝다!”
강남 길드에 대해 말해주려고 온 건가.
직접 찾아와서 말해줄 정도라면 적어도 구원 길드가 나를 적대하진 않는다는 뜻이다.
나는 적당히 감사를 담아서 말했다.
“구원 길드에서도 말하러 와준 건 솔직히 예상 못 했네요. 고맙습니다.”
그런데 구지상은 못 들을 말이라도 들은 것처럼 눈을 크게 뜨고 껌뻑거렸다.
기껏 사람이 고맙다고 말했건만.
“이유영 씨가 고맙다는 말을 해줄 거라곤 생각 못 했어요…!”
“뭡니까? 철회해요?”
“아뇨! 그보다 이유영 씨, 아직도 구원 길드에 올 생각 없어요? 저희 길드는 이유영 씨 편이 되어드릴 수 있는데. 아, 다른 길드원들이 걱정이면 다 같이 오셔도 좋아요! 저 길드 안에서 발언권 세요!”
이 녀석은 내 길드원들까지 줄줄이 낚아 가겠다는 말을 어떻게 저렇게 당당하게 하는 걸까.
그 당돌함이 어이없어서 헛웃음이 나왔다.
“안 갑니다.”
“정말로요? 강남 길드가 좀, 뭐라고 해야 하지? 무슨 짓을 벌일지 모르는 사람들이라서… 앞으로 길드 이끌기 힘들 수 있어요. 그래도 싫어요?”
구지상은 진심으로 걱정해주는 것 같았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 길드를 삼키겠다는 건 정상적인 방법은 아니지만 말이다.
“저도 딱히 가만히 있진 않을 거니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이유영 씨가 말하니까 묘하게 신뢰가 가긴 하네요. 신기하네.”
“그럼 구원 길드는 안 가는 걸로 알아두시고. 또, 뭐 할 얘기 있습니까?”
고주연한테 손님이 와서 잠깐 다녀온다고 말하긴 했지만, 그대로 두고 온 게 좀 걸렸다.
잘 생각해보면 올 때부터 기분이 별로였던 것 같은데 내가 그걸 자극한 것 같았다.
빨리 보내겠다는 의도로 악의를 담아 말했지만, 구지상은 사람 좋아 보이는 미소를 지었다.
“이유영 씨! 아침 드셨어요? 전 아직 안 먹었는데!”
이 녀석과 내가 밥을 같이 먹을 사이는 전혀 아니다. 묘하게 대화를 질질 끌고 싶어서 하는 말 같았다.
나는 한숨을 작게 내쉬고 물었다.
“갑자기 무슨 밥입니까. 하고 싶은 말 있으면 그냥 하시죠. 뭔 일 있습니까?”
예의상 건네본 말이었는데, 구지상의 반응이 의외였다.
“…어떻게 아셨어요?”
진짜 뭔 일이 있는 사람인 것 같았다. 생각해보니, 강남 길드에 대한 얘기는 아침부터 찾아와서 해줄 얘기는 아니다.
굳이 여길 찾아온 걸 보면 구원 길드장한테 털어놓을 만한 얘기가 아닌 것 같은데, 대체 뭐지?
문득, 저 녀석이 오늘 에덴 길드에 간다고 했던 구원 길드 감마팀 분대장 녀석의 얘기가 떠올랐다.
이 시기에 구지상이 할 만한 고민이 에덴 길드 말고는 딱히 없을 것 같았다. 게다가 오늘 미국 가는 녀석이 굳이 여기까지 찾아온 걸 보면 더 말할 것도 없다.
“에덴 길드 때문입니까? 구지상 씨가 에덴에 다녀올 거라는 말을 들어서요.”
“정확하게 꿰뚫어 보시네요…! 혹시 그런 스킬 있으신 건 아니죠?”
“글쎄요. 뭐, 가기 싫다고 말할 친구가 없어서 온 겁니까?”
장난으로 한 말이었는데 녀석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계속 웃기만 하던 놈이 저런 얼굴을 하니, 마치 내가 상처를 건드린 것 같았다.
친구가 없으면 내가 더 없을 것이다. 왜 저런 반응인지 나로선 이해할 수가 없었다.
구지상은 어딘가 멋쩍게 대답했다.
“사실, 이유영 씨가 길드도 열었다고 하는 소문도 들은 겸, 강남 길드 얘기도 전해드릴 겸, 답답한 마음에 산책하다가 겸사겸사 와 봤어요. 친구가 없는 것도 사실이고!”
이 녀석이 왜 친구가 없지? 연예인이 고독한 직업이라더니 그게 사실이었던 걸까.
정말 가기 싫다고 고민 상담할 사람이 없어서 온 거라면, 묘안이 하나 떠올랐다.
마침 ‘교만’을 잡기 위해 강한 헌터 한 명이 필요하던 참이다.
김상엽 팀장한테 부탁할까 했지만, 김상엽 팀장보단 구지상이 훨씬 더 적합한 인재다. 아직 우리나라에 이 녀석보다 강한 헌터는 없으니까.
나는 녀석을 떠보기 위해 물었다.
“미국행 비행기는 언제 탑니까?”
“음, 오늘 밤이요. 그래서 낮에는 자유시간이에요.”
“거기 가기 싫은 거 맞죠? 방금 구지상 씨가 안 가도 될 것 같은 방법이 하나 떠올랐는데.”
솔직히 이 녀석의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도 하지 못해서 떠올려 보지도 않았다.
구지상은 예전에 던전 브레이크를 혼자 책임지고 영웅처럼 죽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힐러인 내가 옆에 있다. 고주연도 뒤를 지켜줄 것이고, 이 녀석이 영웅처럼 싸우다가 죽을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구지상에게 든든한 동료와 같이 싸우는 경험을 시켜주기 딱 좋은 환경이었다. 이 녀석이 제 발로 날 찾아오기까지 했는데 데려가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안 가도 되는 방법이요? 그런 게 있어요?”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결석 사유가 있으면 되는 거 아닙니까. 이것 때문에 빠진다면 구원 길드장도, 에덴 길드장도 납득할 겁니다.”
“그게 뭔데요?”
나는 진지한 얼굴로 무게를 잡고 얘기했다.
“제가 야생의 몬스터를 발견했는데, 오늘 밤에 그 녀석을 잡으러 갈 겁니다. 구지상 씨도 같이 가시죠.”
구지상은 놀란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야생의 몬스터요?! 그거 큰일이잖아요!”
“그러니까요. 이런 큰일을 처리하러 가는 거면 에덴 길드 초청에 빠져도 괜찮을 것 같지 않습니까?”
구지상은 전혀 예상치 못한 얘기였는지 조금 전부터 표정 관리가 안 되고 있었다.
녀석은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었다.
“그걸 그런 식으로 이용해도 되는 걸까요? 되게 큰일인 것 같은데. 막, 토벌대 꾸리고 가야 하지 않아요?”
“저랑 구지상 씨, 고주연 씨가 갈 건데 그 이상의 전력이 필요합니까? 원래는 협회원 한 분께 부탁드리려던 참이었습니다. 야생의 몬스터는 되도록 사건이 커지지 않게 처리해야 하니까요.”
무엇보다 화신이 급조한 이 던전을 설명할 방법이 없어서 많은 사람을 끌고 갈 수가 없었다.
나는 녀석이 솔깃할 만한 말을 하나 더 꺼냈다.
“제가 구지상 씨한테 도움 요청을 보냈고, 구지상 씨는 차마 그 도움을 거절할 수 없어서 왔다고 하세요.”
이렇게 되면 우리 ‘이유 길드’가 구지상과 친분이 있다는 걸 과시하는 효과도 있다.
거기다 저 녀석이 구원 길드의 착한 어린이가 아닌, 일탈을 해보는 것도 자신에게 유의미한 일로 남을 것이다.
나는 마지막으로 구지상이 승낙할 수밖에 없게 말했다.
“별로인가 봅니다. 역시 김상엽 팀장님이랑 가야 하나….”
“앗, 잠깐만요! 아직 별로라는 말 안 했어요!”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위에서 고주연 씨가 기다리셔서 말입니다. 빨리 결정해주셨으면 하는데….”
내가 대놓고 재촉하자 구지상이 성급하게 말했다.
“갈게요! 갈게요. 이유영 씨 정말 안 그렇게 생겨서 설득 엄청 잘하시네요.”
이런 것도 설득이라고 할 수 있나? 저 녀석이 좋게 해석해주는데 딱히 반박하고 싶진 않았다.
솔직히 운이 좋았다. 구지상이 공략대에 있으면 내가 하던 고민들이 모두 해결될 것이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그럼 위에서 같이 훈련이나 하죠. 몬스터랑 전투 들어가기 전에 합도 맞춰볼 겸. 괜히 나갔다가 다른 사람한테 걸리지 말고.”
“와! 그럼 고주연 씨 소개해주시는 거예요?”
“그렇게 됐네요.”
고주연의 달갑지 않아 하는 표정이 눈에 선했다. 하지만 이 녀석이 최강의 전력이라는 건 고주연도 인정해줄 것이다.
그렇게 응접실에서 나가려던 중, 우리의 대화를 엿듣고 있던 두 사람과 마주쳤다.
“엇, 벌써 나오세요?”
“헉… 진짜 구지상….”
윤지석과 진준성이었다.
두 사람의 시선은 내 뒤에 있는 구지상에게 꽂혀 있었다.
이 둘까지 이러는 걸 보니, 새삼 구지상이 인기인이라는 게 실감 났다.
구지상은 두 사람에게 사람 좋아 보이는 웃음과 함께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이유영 씨 만나러 온 구원 길드 구지상이에요. 두 분은 이유영 씨 길드 길드원이에요?”
“어이쿠, 안녕하십니까. 저는 헌터는 아니고… 여기 사무장입니다. 윤지석이라고 합니다.”
윤지석은 넉살 좋게 구지상과 악수를 나눴다.
그런데 옆에 있던 진준성은 대답이 없었다. 이 녀석이 인기인이라고 긴장한 건가?
그런데 내 예상과 달리 진준성은 시무룩한 얼굴로 내게 얘기했다.
“저 엿들어버렸는데… 고주연 헌터님이랑 길드장님, 몬스터 잡으러 가시는 거예요…?”
진준성의 말에 솔직히 당황했다.
그게 내 뒤에 있는 우리나라 최고 유명 헌터가 건넨 인사보다 중요한 사실일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이 사춘기 청소년은 미성년자고, 스스로 요청했던 만큼 성인이 될 때까지 무모한 짓을 시키고 싶지 않다.
하지만 길드원 셋 중 둘이 가는데 혼자 남는 건 확실히 기분이 좋은 일은 아닐 것이다.
진준성을 어떻게 달래야 하나 고민하던 중, 의외로 윤지석이 먼저 말했다.
“진준성. 너 성인 때까지 헌터 활동 안 하려고 이유영 씨 길드 들어와 놓고서 그런 말을 해? 아무리 이유영 길드장님이라 해도 곤란해하신다. 괜히 어른들 가는데 위험하게 따라갈 생각 말고, 얌전히 남아서 공부해.”
저번부터 느낀 거지만 윤지석은 진준성에게 보호자의 역할을 해주는 것 같았다.
진준성도 윤지석의 말이라면 잘 따르는 것 같았고.
뒤에 있던 구지상도 한마디 얹었다.
“이름이 준성이에요? 그럼 소문의 미성년자 헌터구나! 이유영 씨 길드 소속이면 분명 엄청 대단할 테니까, 나중에 던전에서 만날 일이 있겠죠?”
그 넉살 좋은 한마디에 진준성이 어버버거렸다.
나는 이 녀석이 왜 진준성까지 알고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고주연까진 그렇다 쳐도, 진준성은 알 방법이 없지 않나?
내가 노골적으로 쳐다보자, 구지상은 엄지를 치켜들어 보였다. 마치 자신의 커버가 괜찮지 않았냐는 반응이었다.
하여간 안 맞는 놈이다.
나는 아직도 어버버거리는 진준성의 어깨를 툭툭 두들겨줬다.
진준성은 나를 올려다봤고,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친절한 목소리로 말했다.
“금방 해치우고 올 겁니다. 준성 학생은 이 사무소를 지켜주면 좋겠습니다.”
“…이상한 고집 부려서 죄송해요. 혹시… 저도 공부하다가 위층 훈련 구경하러 가도 돼요?”
“준성 학생은 제가 나중에 따로 훈련시켜 줄 겁니다. 지금은 고주연 씨가 급해서 먼저 하는 것뿐이에요. 여긴 준성 학생의 길드니까 오는 건 당연히 자유고요.”
그 말에 진준성의 표정이 한층 밝아졌다.
내가 고주연만 챙겨준다고 오해했던 모양이다.
나는 윤지석에게 자세한 건 나중에 설명하겠다고 말한 뒤, 구지상과 2층에 올라갔다.
진준성도 납득한 것 같았고 남은 건 교만과 싸우기 전까지 단기 특훈뿐이다.
2층에는 이미 준비 운동을 끝낸 것 같은 고주연이 기다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