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iary is an SSS-class reward RAW novel - Chapter 72
72화. 심연 (1)
눈을 깜빡여도 눈앞에는 어둠만이 펼쳐졌다.
내가 눈을 뜨고 있는 건지, 아니면 감고 있는 건지 헷갈릴 때쯤. 무언가가 보이기 시작했다.
그것은 검고 진득하며, 불쾌한 감정을 일으키는 모습을 하고 있었다.
보는 것만으로도 구역질이 났지만, 낯설진 않았다.
최초의 던전 브레이크 때 나타났던 몬스터들은 전부 저런 형상을 띄고 있었으니까.
이건 꿈인가?
아니면 정신 공격에 당한 건가?
상관없었다. 저것은 몬스터였다.
몬스터는 결국 죽여야 할 존재다. 현실이건, 꿈속이건, 정신 속이건, 없애야 하는 존재였다.
나는 놈을 공격하기 위해 몸을 움직였다.
그러나 앞으로 나아가는 감각이 없었다.
팔과 다리를 움직이려 해도 어떠한 느낌도 들지 않았다.
그제야 어둠 속에 가려져 보이지 않았던 내 꼴이 눈에 들어왔다.
지금 내겐 몸이 없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나는 이곳에 존재하지 않았다.
마치 생생한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것처럼, 이곳을 들여다보고 있을 뿐이었다.
그 순간, 눈앞에 있던 최초의 몬스터가 기괴하고 불쾌한 목소리를 냈다.
『일어서라.』
마치 주문과도 같은 그 말과 함께, 바닥에서부터 검고 진득한 기운이 솟구쳤다.
꿈틀거리며 솟아난 검은 기운은 서서히 형체를 갖춰가더니, 최초의 몬스터의 모습이 되었다.
그러나 그것들은 아직 생을 부여받지 못한 것처럼 움직이지 않았다.
그때, 목소리를 낸 녀석은 가장 왼쪽에 있는 형체의 앞으로 다가가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식탐의 본질은 힘을 갈구하는 것이다. 먹고 또 먹어 치워라. 게걸스럽게 모든 것을 먹어 치워라. 그것이 네 나약함을 보완할 방법이다.』
그와 동시에 목소리를 낸 녀석에게서 종이 한 장이 빠져나와, 가장 왼쪽의 형체로 스며 들어갔다.
종이에선 강한 빛이 뿜어져 나왔다. 내뿜는 빛이 어쩐지 익숙해서 자세히 들여다보니, 그 종이의 정체를 쉽게 알 수 있었다.
‘내 일기장이잖아!’
종이에는 익숙한 필체로 글씨가 빼곡하게 적혀 있었다.
종이의 빛이 익숙한 것도 당연했다. 내가 일기장을 다 읽고 난 후, 사라지며 내뿜는 빛과 동일했으니까.
하지만 내 손에서 사라졌을 때와는 다르게, 저 일기장은 반대 방향으로 빛을 내뿜고 있었다.
마치 일기장이 흡수되길 거부하는 것처럼 보였다.
일기장은 끈질긴 반항을 이어갔다. 하지만 목소리를 내던 녀석이 일기장을 향해 검고 칙칙한 기운을 쏘아내자, 일기장은 빛을 잃고 검은 아우라에 휩싸인 채 흡수되어 갔다.
일기장을 흡수한 몬스터에게선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인간의 인지 영역에서 벗어난 끔찍한 모습을 하고 있던 녀석의 형체가 마구잡이로 뒤틀리더니, 서서히 익숙한 모습이 되어갔다.
마침내 완성된 것은 내가 ‘식탐’으로 분류했던 금돼지였다.
그제야 알 수 있었다.
나는 지금 7대죄가 야생의 몬스터로 태어나고 있는 순간을 들여다보고 있는 것이었다.
내 생각이 맞다는 것을 증명하듯, 식탐과 같은 과정을 거쳐 7대죄 몬스터가 한 마리씩 만들어졌다.
『나태의 본질은 의무를 놓게 하는 것이다. 너의 나태를 퍼뜨려라. 인간들이 나태에 취해 제 의무를 망각하게 만들어라. 살아간다는 의무까지 저버리도록 만들어라.』
『탐욕의 본질은 빼앗기지 않는 것이다. 네가 소유한 그 무엇도 빼앗기지 말아라. 네 것을 빼앗으려 드는 자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처단해라.』
『색욕의 본질은 상대의 정신을 취하는 것이다. 네 본질에 따라 인간을 홀리고 이용해라. 인간들이 네 노예가 되도록 만들어라.』
『분노의 본질은 고통을 참지 않고 돌려주는 것이다. 작은 고통도 참지 말아라. 네가 받은 고통은 몇 배로 돌려주어라.』
『질투의 본질은 네가 갖지 못한 것을 빼앗는 것이다. 만물을 부러워하고 빼앗으려 들어라. 네가 갖지 못한 힘은 악랄하게 괴롭혀서라도 빼앗아라.』
지금까지 만들어진 몬스터는 총 여섯 마리. 이제 남은 것은 마지막 한 마리뿐이었다.
『교만의 본질은 너의 강함을 믿고 상대를 멸시하는 것이다. 강한 것이야말로 진리이고, 강해져야만 진리에 도달한다. 너는 이미 진리에 도달하였으니, 네 강함을 의심하지 말아라.』
이번에도 녀석은 일기장을 하사했고 일기장은 저항했으나, 녀석이 쏘아낸 검은 기운에 잠식되어 결국 흡수되고 말았다.
마침내 ‘교만’인 백수의 왕까지 모두 만들어지자, 놈은 태어난 일곱 마리의 몬스터를 점검하듯 살핀 후 말했다.
『너희들에게는 우리를 사사건건 방해하던 ‘그 의지’의 힘이 깃들었으니, 다른 동족과 달리 갇히지 않고 지상에 설 수 있을 것이다. 너희의 본능에 따라 활개 쳐도 좋다. 단, 한 가지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녀석에게서 또다시 검은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그 기운은 서서히 움직여 사람의 모습을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섬세하게 움직인 기운은 누가 마주치더라도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뚜렷한 사람의 모습을 만들어냈다.
그건 나의 모습이었다.
『이 녀석의 이름은 이유영. ‘그 의지’가 주시하고 있는 인간이다. 너희들은 이유영을 마주친다면 반드시 죽이도록 해라.』
『네!』
식탐부터 차례대로 녀석의 명령을 받들기라도 하듯, 고개를 조아리기 시작했다.
마지막으로 교만 놈이 조아릴 차례가 되었으나, 놈은 다른 7대죄 놈들과 달리 고개를 빳빳이 쳐들고 있었다.
『강한 것이 진리이고, 나는 이미 진리에 도달했다면, 내가 명령을 들을 필요가 있나?』
그 말에 7대죄를 만들어 낸 녀석은 흥미롭다는 태도를 보였다.
『’그 의지’의 힘이 생각보다 잘 융화된 모양이군. 그래, 네 행동은 교만 그 자체로구나. 아주 훌륭하다.』
『헛소리를 지껄이는군. 나는 나보다 약한 녀석의 명령 따위 듣지 않는다.』
『재미있는 말이로구나. 네가 교만하게 굴 수 있는 힘은 나에게서 비롯되었는데 말이다.』
녀석의 말과 동시에 교만 놈에게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교만 놈의 몸으로부터 검은 기운이 스멀거리며 빠져나오더니, 다시 7대죄를 만든 녀석에게로 되돌아가기 시작했다.
『컥, 커억, 컥!』
교만 놈은 몸부림치며 괴로워하고 있었다. 교만의 모습은 서서히 무너지더니, 곤죽처럼 변해가기 시작했다.
『또 명령을 듣기 싫은 녀석 있나?』
다른 7대죄 놈들은 공포에 질린 듯, 몸을 떨며 고개를 저었다.
그 모습을 확인한 녀석은 다시 교만 놈에게 물었다.
『너는 어떻지? 여전히 내 명령을 들을 생각이 없나?』
『힘을, 내 힘을, 돌려준다면, 무슨 명령이든…!』
녀석에게는 표정을 알아볼 만한 기관이 없었음에도, 나는 녀석이 교만의 대답에 만족스러워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녀석은 교만에게서 회수한 검은 기운을 다시 돌려주었다.
교만은 다시 내가 알던 온전한 사자의 형상이 되었음에도, 거칠게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너희처럼 하찮은 녀석들이 ‘그 의지’의 힘을 받아들일 수 있었던 건, 내 힘이 보조했기 때문이다. 그러니 내 명령을 잊지 마라. 이유영을 마주친다면 반드시 죽여라. 설령 너희가 죽는 한이 있더라도 이 녀석만은 반드시 죽여야 한다. 알겠나?』
『명령을 받들겠습니다.』
7대죄 놈들은 녀석에게 일제히 고개를 조아렸다.
특히나 교만 놈은 몸을 부들거리며 떤 채, 고개를 완전히 수그리고 있었다.
『내가 지상으로 나갈 준비를 마칠 그날까지, 너희들이 나를 대신하여 인간들을 도륙해라. 너희들에게 하사한 내 힘을 사용하여도 좋다. 너희들의 행동은 모두 고스란히 나의 경험이 되어 돌아올 것이니.』
『알겠습니다.』
『자아, 그럼 이제 지상으로 나아가도록 해라.』
그 말과 함께 녀석들의 모습이 하나씩 사라지기 시작했다.
어둠 속에서 모든 7대죄가 사라지자, 내 시점도 갑작스럽게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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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바뀐 시점은 조선 시대 왕이 살던 궁궐처럼 널찍하고 웅장한 장소였다.
대문 앞에 무관복을 입은 돼지들이 경계를 서 있었고, 넓은 마당에는 광대 차림을 한 돼지들이 사람처럼 춤을 추고 있었다.
그리고 궐 안쪽에 놓인 식탁에는 빛깔 화려한 각종 음식이 놓여 있었다.
내가 처음으로 쓰러뜨린 7대죄, 금돼지가 있던 장소였다.
『이게 그분의 힘인가…!』
감탄하는 놈의 앞에는 교복을 입고 돼지처럼 변해있는 학생이 한 명 있었다.
금돼지는 돼지로 변한 학생을 보고 연신 감탄하며, 그 학생에게 이것저것 명령을 내렸다. 그러자 학생은 금돼지 녀석의 명령을 충실히 수행하는 모습을 보였다.
충분히 시험해본 후 만족한 놈은 학생에게 새로운 명령을 내렸다.
『지금부터 이 그림 속으로 인간을 잡아 와라. 나는 이곳에서 너희 인간들을 먹어 치우고 더욱더 강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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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시점이 바뀌었다.
이번에 나타난 장소는 병원이었다.
병원의 문틈 사이로 흰 기체가 스며 들어가고 있었다. 허공을 떠돌던 기체가 병원 곳곳으로 퍼져나가자, 병원에 있던 사람들이 하나둘씩 픽 픽 쓰러지기 시작했다.
『잠드는 걸로는… 부족하려나…?』
병원에 있는 모든 사람이 잠들었으나, 사명감이 투철한 몇몇 간호사와 의사들에게선 깨어날 조짐을 보였다.
『인간의 의무를 포기하게 해야… 아… 이러면 되겠다….』
그러자 흰 기체가 한자리에 뭉치더니, 민달팽이의 모습이 되었다.
녀석은 촉수를 꺼내 깨어날 기미를 보이는 사람들의 입에 촉수를 박아 넣었다.
다시 촉수를 빼내자, 사람들의 모습은 민달팽이처럼 변해가고 있었다.
『다들… 나랑 같이… 나태해지자….』
병원은 얼마 안 있어 고요함에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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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나타난 장소는 하늘이었다.
눈이 붉은 까마귀 한 마리가 상공을 날며 도시를 살피고 있었다.
놈은 무언가를 발견한 듯, 재빨리 하강하기 시작했다.
『감히 내 보석을 건드리다니….』
놈이 하강한 자리에는 기분 나쁜 기운을 품고 있는 보석을 들고 있는 헌터가 있었다.
“보석보다는 무기 아이템이 좋은데. 이거, 기분 나쁘게 생겨서 팔 수는 있으려나?”
놈은 제 깃털 하나를 뽑아 들었다. 깃털의 끝자락에는 검고 진득한 불쾌한 기운이 뚝뚝 흘러나오고 있었다.
놈은 그 깃털을 보석을 들고 있던 헌터에게 날려, 단번에 꽂아 넣었다.
“으아악! 이게 뭐야!!”
그 헌터의 비명은 오래 가지 않았다.
반인반조의 모습으로 변해버린 그 헌터는 비명 대신 까마귀 울음소리를 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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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매직 캐슬이 비치고 있었다.
공포의 사막에 있는 모래사장 아래에서, 데스스토커와 화염 불곰이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보였다.
『이유영 그 녀석한테 벌써 세 녀석이나 당했다. 그 녀석이 그렇게 강한 건가?』
『케헥! 손을 봐줘야겠군. 너도, 나도 부릴 수 있는 부하들이 없으니 힘을 합치는 게 좋겠어.』
『괜찮은 방법이다. 이번에는 ‘그 의지’가 우릴 찾아내는 게 아니라, 우리가 녀석을 유인하도록 하지.』
『준비를 철저히 해둬야겠군! 이유영은 인간에게 약하다고 하니, 쓸만한 노예들을 많이 구해둬야겠어. 케헤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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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다음으로는 신입 헌터 교습소가 비쳤다.
거대한 몸체를 이끌고, 조용히 호수 속으로 잠입한 이시미는 교습소 전체에 환각이 섞인 안개를 깔고 있었다.
“김 씨, 호숫가 쪽은 갑자기 왜 가자는 거야?”
교습소 관리 직원으로 보이는 사람 한 명이 호숫가를 향해 가고 있었다.
그는 분명 혼자였음에도 불구하고, 옆에 누군가가 있는 것처럼 굴었다.
마침내 호숫가 근처에 도착한 직원은 갑자기 주위를 두리번거리기 시작했다.
“어라, 이 양반 갑자기 어디 갔어? 김 씨, 이봐, 김 씨!”
아무리 불러도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당연한 일이었다. 그가 지금까지 보고 있던 동행인은 환각이었으니까.
직원은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다시 돌아가려 했다.
그러나 갑자기 호수가 요동치기 시작하더니, 물을 가르고 거대한 흰 뱀의 머리가 드러났다.
『나의, 부하가, 되어라.』
“크어억, 이게 무슨…!”
비명과 함께 직원의 모습이 서서히 변해갔으나, 그 형상은 기괴하기 짝이 없었다.
뱀도, 인간도 아닌 기괴한 형체로 변한 직원은 사지조차 제대로 가누지 못했다.
『쯧, 이번에도 실패작이군. 역시 정신을 온전히 유지한 채 변이시키려면… 그래, 헌터 정도는 되어야겠어.』
혼자 중얼거린 녀석은 쓰러진 직원을 입에 물고는 안개 속으로 모습을 감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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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비친 공간은 어느 산속이었다.
산을 오르던 사람이 한 명 있었는데, 돌연 그의 주의로 엄청난 돌풍이 불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바람 속에서 등장한 교만의 분신이 재빠르게 사람을 낚아챘다.
“모, 몬스터?! 몬스터가 왜 여기에…!”
발버둥 치던 사람의 목소리는 얼마 안 있어 뚝 끊어졌다.
교만의 분신은 축 늘어진 사람을 물어와, 기절한 사람들 위에 던져 놓았다.
그 모습을 왕처럼 지켜보고 있던 교만이 중얼거렸다.
『어리석은 놈들. 그분의 힘에만 의지하려 드니 나약하게 당할 수밖에.』
놈은 흉흉한 눈빛으로 분신들이 지키고 있는 한 곳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갇힌 채로 벌벌 떨며 교만을 바라보고 있는 사람들이 있었다.
『나약한 인간 놈들은 동족의 죽음을 보면 패닉에 빠진다고 하니, 너희들은 그 녀석을 상대할 때 목숨을 끊어주도록 하지.』
그런데 그 순간, 놈의 주위로 거대한 암흑의 소용돌이가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놈은 당황하며 저항하려 했으나 순식간에 생겨난 블랙홀은 그 일대를 전부 빨아들였다.
『큭, ‘그 의지’가 나선 건가!』
눈 깜짝할 새에 녀석이 있던 풍경이 바뀌었다.
방금 전까지 산이었던 장소는 사바나 초원을 연상시키는 장소로 바뀌었다.
하지만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놈은 수확한 인간들이 여전히 있다는 걸 확인한 뒤, 다시 여유로운 태도로 일관했다.
『뒤늦게 손을 쓴 모양이지만, 이미 늦었다.』
녀석은 쌓여 있는 사람들의 시체 위에 올라서며, 결전을 대비해 식사를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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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바뀐 시점은 처음 보았던 칠흑 같은 어둠 속이었다.
7대죄를 만들어 낸 ‘그분’은 여전히 그곳에 남아 있었다.
『결국 전부 당하고 말았군. 그래도 시간 벌이 정도로는 나쁘지 않았다. ‘경험’도 충분히 쌓았으니.』
기괴한 형체를 하고 있던 녀석의 형상은 서서히 바뀌기 시작했다.
필요 없는 부분은 녹아내려 사라지고, 덧붙일 부분은 검은 기운이 피어올라 형체를 만들었다.
마침내 녀석의 모습이 완성되자, 나는 속에서부터 여러 감정이 들끓어 오르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나는 세상에 존재했던 모든 던전의 공략법을 적었지만, 그중 상당수는 다른 사람이 남긴 기록을 정리한 것이었다.
모든 던전의 공략법을 알고 있지만, 그게 모든 몬스터의 모습을 알고 있다는 건 아니었다.
그러나 지금 눈앞에 있는 녀석은 분명 내가 본 적이 있는 녀석이었다.
내 손으로 공략했던 몬스터였기 때문이다.
『이젠 나도 지상으로 나갈 때가 되었군.』
언뜻 보기에 인간처럼 생긴 외형. 그것도 수려하다는 말이 어울리는 외관이었다.
그러나 머리에 달린 흉측한 뿔 한 쌍과 등 뒤의 달린 세 쌍의 검은 날개는 저것이 인간이 아님을 명백히 증명하고 있었다.
회귀 전 최초의 SS급 몬스터이자, 진준성과 100명의 헌터를 죽음에 몰아넣은 던전 ‘악마의 미궁’의 보스 몬스터, ‘마왕’.
그 마왕이 내 눈앞에서 태어나고 있었다.
녀석을 더 자세히 들여다보려는 순간.
솨아아
바람 소리와 함께 초록색의 잎사귀가 내 시야를 덮쳐왔다. 마왕의 뒤로 무언가가 보인 것 같았으나, 몰려드는 잎사귀가 내 시야를 덮어버렸다.
잎사귀에 의해 완전히 시야가 차단되던 그때.
나는 잠에서 깨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