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iary is an SSS-class reward RAW novel - Chapter 77
77화. 이유 길드 제1회 친목회 (2)
아침 9시.
늘 7시에 맞춰오던 고주연도, 10시쯤 느지막이 오던 진준성도, 랜덤으로 나타나던 윤지석도, 오늘은 다 같이 9시에 이유 길드 사무소에 모였다.
이유영도 볼 때마다 입고 있던 카키색 외투 대신 캐주얼한 옷을 입고 4층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어제 받은 스케줄표를 확인하고 있던 이유영이 물었다.
“그런데 이 스케줄은 무슨 기준으로 짠 겁니까?”
스케줄에는 각각 영화, 게임, 노래방이 적혀 있었고 중간에 점심시간이 끼어 있었다.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좋아할 취미를 기준으로 했죠.”
윤지석은 이유 길드 세 명의 취미로 짰다는 것은 굳이 밝히지 않았다.
실제로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한 번쯤 해봤을 취미 생활이기도 하니 말이다.
윤지석은 이유영에게 말했다.
“그러고 보니 정작 이유영 씨한테는 안 물어봤네요. 이유영 씨는 취미 있어요?”
윤지석의 물음에 고주연과 진준성도 궁금하다는 듯 쳐다봤다.
이유영은 한참을 고민하더니, 고민이 무색하게 의미 없는 대답을 했다.
“취미가 꼭 있어야 합니까?”
“어휴, 재미없어. 근데 그럴 것 같긴 했어요.”
어제 고주연, 윤지석, 진준성 세 명은 스케쥴표를 짜며 이유영의 취미는 뭘지 고민해봤었다.
고주연은 던전 공략이 취미인 것 같다고 했고, 진준성은 몬스터랑 전투하는 게 취미인 것 같다고 했다.
그리고 결국 이유영은 취미가 없는 것 같다는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그런 이유영을 위해 이렇게 야심차게 스케쥴표까지 짠 것이다.
대망의 첫 번째 스케쥴, 영화 보기를 시작하기 위해 네 사람은 4층 숙직실의 거실로 향했다.
거실에는 큰 티비와 음질 좋은 스피커가 있었다.
윤지석은 주방에서 나쵸와 치즈 소스를 그릇에 담아왔고, 고주연과 이유영은 소파에 앉아 있었다.
진준성은 티비 앞에 앉아 넷플렉스에 들어가 영화를 하나 골랐는데, 웬일로 이유영이 아는 척을 해왔다.
“에프터 디스트로이(After Distroy)네요. 닐런 감독 거.”
감독까지 외우고 있다니, 사실 이유영의 취미도 영화 보기였던 걸까?
고주연은 이유영을 신기하게 쳐다봤다. 그런데 고주연보다 더 열렬하게 진준성이 반응했다.
“길드장님도 아세요?!”
“감독이 워낙 유명하잖아요.”
“아시는구나…! 역시 길드장님이세요. 그쵸, 닐런 감독 모르는 사람은 없죠. 이 영화도 천만 가볍게 찍은 작품이거든요. 요즘 공부하느라 바빠서 극장 못 간 게 제 한이에요. 심지어 이번 작품은 음악 감독으로 참여하신 분이 제가 좋아하는….”
진준성은 tmi를 늘어놓기 시작했다.
이유영은 잠자코 듣고 있었는데, 주방에서 먹을 걸 들고 오던 윤지석이 재빨리 진준성의 말을 잘라버렸다.
“이야, 그런 대단한 영화면 빨리 봐야겠네! 자자, 재생하자. 다들 자리 잡아.”
윤지석이 고의로 자기 말을 끊은 걸 알아챈 진준성은 투덜거렸으나, 영화가 시작되자 금세 조용해졌다.
영화는 웅장한 BGM과 함께 시작됐다.
고주연은 윤지석이 가져온 나초를 집어 먹으며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영화를 보는지 구경했다.
진준성은 입을 살짝 벌린 채 영화에 몰입하고 있었다.
말 한마디 하지 않고 화면에 빨려 들어갈 기세로 보는 게, 영화 마니아다운 모습이었다.
윤지석도 의외로 집중해서 영화를 감상했다.
특히 극한의 상황에 놓인 주인공들이 경쾌한 액션을 선보일 때마다, 감탄사를 내뱉곤 했다.
이유영은 아깐 관심이 있는 것 같더니, 생각보다 지루해하고 있었다.
영화가 재미없어서가 아니라,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을 다시 보느라 그렇다는 느낌이었다.
의외로 공포에 약한 건지 끔찍하게 멸망한 지구의 모습을 볼 때는 표정이 굳었다.
고주연은 나초를 진준성 앞에 밀어놓고 눈앞의 화면을 쳐다봤다.
영화에 집중해 보려 했으나, TV를 10분 정도 응시하고 있자 서서히 눈이 감기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고주연은 이렇게 2시간이나 가만히 앉아서 화면만 쳐다봐야 하는 일을 잘 못 했다. 고주연에게 있어 영화 감상은 솔직히 숙면 시간이나 다름없었다.
그렇게 앉은 채로 숙면을 취하다가, 작품의 위대함을 표현하는 진준성의 목소리에 잠에서 깨어났다.
“역시 닐런 감독이라니까! 이건 진짜 극장 가서 봤어야 했는데 아쉽다. 어떻게 그 하이라이트 장면에서 카메라 연출이 그렇게 들어가지? 노래도 진짜 감동적이었어…. 형은 어땠어?”
“장난 아니었지. 주인공 배우 몸 봤어? 이두박근이 아주 그냥….”
윤지석이 자기 팔을 탁탁 쳐보더니, 갑자기 팔을 움직이며 근육 운동을 하기 시작했다.
진준성은 윤지석을 퍽 치며 말했다.
“작품이 어땠냐니까 왜 갑자기 운동을 하는 거야!”
“작품? 그냥 환경을 보호하자는 소리 아니야?”
“뭐, 주제만 놓고 보면 맞긴 합니다.”
이유영이 윤지석의 말에 동의해주자, 진준성은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두 사람을 번갈아 봤다.
그리고 열변을 토하기 시작했다.
“길드장님, 지석이 형, 정말 그 한마디로 끝내실 거예요? 이 작품은 인간의 오만과 실패가 초래한 자연의 보복을 그리고 있잖아요. 닐런 감독은 이번에도 완벽한 클리셰 뒤집기를 선보이며, 해결 방법이 안 보였던 자연의 분노를 모두가 예상치도 못했던 방법으로 주제를….”
그 이후로도 진준성의 영화 찬양은 계속되었고, 이유영과 윤지석은 꼼짝도 못 하고 그 얘길 들었다.
고주연은 하품을 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진준성의 어깨에 손을 턱 올리며 말했다.
“점심 먹자.”
고주연의 말에 드디어 진준성이 찬양을 멈췄다.
이유영도 시간을 확인하더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배달시키겠습니다.”
“뭐 시키게?”
“우리 오늘 같은 날은 비싼 것 좀 먹으면 안 돼요?”
윤지석은 짜장면, 국밥 말고 다른 메뉴를 골라달라고 부탁했다.
고주연도 이유영이 오늘은 다른 걸 먹을지 궁금해졌다. 이유영은 매일 국밥만 먹고, 가끔 짜장면을 먹었기 때문이다.
잠시 고민하던 이유영이 말했다.
“그럼 초밥 어떻습니까?”
“와, 저 초밥 오랜만에 먹어요!”
“역시 이유영 씨! 리모델링 하라고 카드 줄 때도 알아봤지만, 은근히 통이 크다니까.”
이유영은 계산은 자기가 할 테니 윤지석에게 원하는 거 시키라며, 주문을 맡겼다.
윤지석은 특초밥 네 팩에 활어회 두 팩을 아무렇지 않게 턱턱 주문했다.
이쯤 되면 이유영한테 돈이 많은 건지, 윤지석이 염치가 없는 건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고주연은 원래 남의 문제에 관심이 별로 없었기 때문에, 그러려니 하고 넘겼다.
잠시 후, 포만감 넘치는 식사를 끝낸 네 명은 다음 스케줄로 넘어갔다.
다음 스케줄은 ‘게임’이었다.
***
게임을 할 곳은 1층에 있는 사무실이었다.
네 명이 사무실에 들어서자, 새것으로 보이는 컴퓨터 네 대가 마주 보며 놓여 있었다.
윤지석은 컴퓨터를 쭉 둘러보며 자랑스럽게 말했다.
“제가 전부 PC방급 사양으로 빵빵하게 맞춰 놨습니다.”
고주연은 컴퓨터를 켜고 컴퓨터 성능을 확인해봤다. 컴퓨터 좀 볼 줄 아는 고주연의 눈에도 정말로 괜찮게 맞춰져 있었다.
이유영은 고주연을 보며 의외라는 듯이 물었다.
“고주연 씨, 관심이 있어 보이시네요.”
“예전에 지인들 조립컴도 내가 몇 번 맞춰줬거든. 보니까 사무장님이 좋은 거로 해놓으셨네.”
“이 정도면 한 대당 얼마나 나옵니까?”
“모니터까지 포함하면 한 100만 원 정도 나오려나.”
한 대당 100만 원. 즉, 네 대를 합하면 400만 원인 셈이다.
이유영은 윤지석을 노려봤고, 윤지석은 넉살 좋게 웃어넘기며 말했다. 사실 더 비싸긴 했지만, 이유영이 알아차릴 수는 없을 것이다.
“이게 다 직원 복지에요, 복지. 자자, 이유영 씨는 여기 고주연 씨 옆에 앉으시고. 준성이 넌 여기 앉자.”
이유영은 한숨을 쉬며 컴퓨터 전원을 켰다.
고주연은 멀뚱히 화면만 보고 있는 이유영에게 물었다.
“넌 좋아하는 게임 없어? 웬만한 건 다 깔린 것 같던데.”
“게임은 거의 안 해봤습니다. 사실 일정표에 게임이라고 적혀 있어서, 카드놀이 같은 걸 할 거라고 생각했어요.”
고주연은 할 말을 잃었다.
이유영은 분명 고주연이랑 동갑일 텐데, 가끔 이렇게 같은 시대 사람조차 아닌 것처럼 굴 때가 있었다.
그때, 윤지석이 말했다.
“콜오히 하시는 분? 준성이가 하는 게 이것밖에 없어요.”
“아, 그걸 말하면 어떡해…!”
진준성은 뭐가 부끄러운 건지 윤지석을 팍 때렸다.
고주연도 잘 아는 게임이라서 고주연은 익숙하게 접속했다.
콜오히는 최근 가장 인기 있는 FPS 게임으로, 다섯 명이 한 팀이 되어 상대방과 미션에 맞는 전투를 수행하며 겨루는 게임이었다.
인기가 대단해서 게임을 안 하는 사람들도 콜오히의 이름 정도는 들어봤을 터였다.
그런데 이유영은 줄임말조차 알아듣지 못하는 듯했다.
“콜오히가 뭡니까?”
고주연은 잠깐 이유영을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쳐다보다가, 바탕화면에 있는 소용돌이 아이콘을 가리켰다.
“이거, 콜 오브 히어로즈.”
그 사이 윤지석과 진준성은 이미 접속했는지, 사무실에는 신나는 게임 BGM이 울려 퍼지고 있었다.
두 사람은 이유영이 콜오히를 모른다는 것도 모르고 신나게 떠들었다.
“형 언제 다이아 찍었어?”
“최근에 경쟁전 좀 빡세게 돌렸지. 넌 브론즈 탈출 언제 하냐?”
“아, 나한테 게임 할 시간이 어딨어!”
한편 이유영은 첫 화면부터 버벅거리다가, 고주연의 도움을 받아 게임 계정을 만들고 있었다.
윤지석과 진준성은 그제야 이유영이 계정도 없다는 걸 안 건지, 옆으로 와서 같이 계정 만드는 걸 구경했다.
그러다 문득 윤지석이 고주연에게 물었다.
“고주연 씨는 이 게임 아시는 거죠?”
“알죠. 자주 해요.”
“그럼 친추 하죠! 아이디 알려주세요.”
고주연이 아이디를 알려주자, 윤지석은 친추를 하러 갔다.
그런데 아이디를 검색하던 윤지석은 당황한 목소리로 고주연에게 물었다.
“고주연 씨 닉네임이… 대가리따개 맞아요?”
“네.”
“그랜드 마스터인 대가리따개?”
“맞아요, 제 거.”
윤지석과 진준성은 믿기지 않는지, 고주연의 자리로 가서 계정을 직접 확인했다.
고주연의 화면에는 진짜로 그랜드 마스터의 문장이 떡하니 그려져 있었다.
이유영은 그랜드 마스터가 뭔지도 모르는지 엉뚱한 질문을 했다.
“대가리따개가 무슨 의미입니까?”
“개기면 머리를 따주겠다는 거지.”
윤지석과 진준성은 대한의 아르테미스가 어쩌고저쩌고 중얼거렸는데, 고주연이 노려보자 바로 입을 다물었다.
드디어 이유영의 계정 생성이 끝나고, 다들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 게임을 플레이할 준비를 마쳤다.
고주연은 룰과 함께 간단한 조작법을 알려주었다.
설명을 들은 이유영은 어렵지 않게 고주연이 가르쳐준 대로 곧잘 따라 했다.
재밌어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이유영도 컴퓨터 화면에 집중하고 있었다.
곧 윤지석이 이유 길드 사람들을 모아, 게임을 시작했다.
같은 팀 다섯 명이 채워져야 해서, 이유 길드 사람들 말고도 모르는 한 명이 파티원으로 참여했다.
“이 사람도 닉네임 특이하네.”
“그러게, GodUK?”
‘GodUK’가 파티에 들어오며 곧 캐릭터를 선택할 수 있는 창이 떠올랐다.
고주연은 항상 하던 궁술사 캐릭터를 골랐다.
어려운 캐릭터지만, 잘 다루면 2인분의 공격량이 나오는 캐릭터다.
진준성은 딜러 중 기관총을 다루는 군인 캐릭터를 골랐다.
밸런스가 잘 잡혀 있어 운용 난이도가 낮은 초보자용 캐릭터였다.
윤지석은 조합을 확인하고 탱커를 골랐다.
이쪽은 진준성, 이유영과 달리 딱히 고주연이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남은 건 이유영과 ‘GodUK’ 뿐이었다.
이유영은 캐릭터를 고르기 위해 캐릭터 설명창을 정독하고 있었다.
보다 못한 고주연은 캐릭터 하나를 골라주었다.
“이게 그나마 쉬워. 이걸로 해.”
고주연이 골라준 건 요술봉처럼 생긴 지팡이를 휘두르고 있는 여학생 캐릭터였다.
외관은 저래도 운용은 쉬운데 화력이 좋아서 밸런스 사기로 불리는 캐릭터 중 하나였다.
“알겠습니다.”
이유영은 큰 거부감 없이 고주연의 추천 캐릭터를 골랐다.
그리고 미리 키를 익혀두는 게. 초보자치고는 능숙해 보였다.
‘잘하려나?’
처음이어도 어쩐지 이유영이라면 잘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체시력과 반사신경이 중요한 게임이니, 헌터로서 그런 감각들을 다져온 이유영이라면 잘할 게 분명했다.
그렇게 고주연은 잠시 후, 이유영의 플레이에 깜짝 놀라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