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iary is an SSS-class reward RAW novel - Chapter 78
78화. 이유 길드 제1회 친목회 (3)
이유 길드원들은 GodUK라는 사람과 함께 첫 게임을 시작했다.
이유영이 캐릭터를 고르고 나자, GodUK는 비어있는 힐러 직군의 캐릭터를 잡았다.
아무래도 조합을 보고 캐릭터를 고르려고 이유영을 기다려주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그는 시작 전, 그는 채팅창에 귀여운 이모티콘을 보냈다.
[ GodUK: 초심자 커버 가능 부담 ㄴㄴ~ 즐기면서~ ] [ GodUK: ㅎㅇㅌ~ ]조합도 맞춰주고 초심자 부담까지 덜어주는 데다가 심지어 등급도 다이아다.
인성과 실력을 모두 갖춘 완벽한 플레이어였다.
고주연은 GodUK의 말에 화답했다.
[ 대가리따개: ㅎㅇㅌ ] [ 호랑이기운: 다들 즐겜 해봅시다!! ] [ JS050718: 감사합니다! ]채팅은 고주연, 윤지석, 진준성 순이었다.
이유영의 채팅은 한발 늦게 올라왔다.
[ 2Uold: ㄳㄳ ]채팅창을 못 찾고 헤메는 바람에 고주연이 알려주고 나서야 올린 탓이었다.
그렇게 첫 게임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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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분 후.
[ 교회는영어로: 왘ㅋㅋㅋㅋㅋ 미친 XX 감사한다고 절하면 되는 거냐? ] [ 계성왕만두: XX 최플 저 새끼한테 줘야 함 ㅋㅋㅋㅋㅋㅋㅋㅋㅋ ] [ 아무리생각캐도난마늘: 2U야 스파이 노릇 하느라 고생했다. 이제 돌아와라. ]상대 팀에서 고주연의 팀을 조롱하는 채팅이 마구 올라왔다.
고주연은 평소 같았으면 키보드 배틀을 했겠지만, 지금은 하도 기가 막혀 키보드를 두드릴 의욕이 나질 않았다.
그만큼 이유영의 플레이가 가관이었다.
[ GodUK: XX 게임 X같이 하네 ]그 채팅을 마지막으로 힐러는 파티에서 탈퇴했다.
헤드셋을 벗어던진 윤지석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말했다.
“아니, 이유영 씨. 아군을 죽이면 어떡합니까?????”
그렇다. 이유영은 아군을 죽였는데, 상대 팀보다 이유영이 죽인 아군의 수가 더 많았다. 아무리 뉴비라지만, 정말 희대의 플레이를 펼쳤다.
콜오히는 몇몇 캐릭터의 공격기에 아군에게도 통하는 공격기가 달려 있어서 망겜 소리를 자주 듣긴 했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아군을 죽이는 게 더 힘든 일인데, 이유영은 그 어려운 걸 해냈다.
“캐릭터가 똑같이 생겨서 누가 아군이고 누가 적군인지 구별이 안 됩니다.”
“제가 아군이니까 쏘지 말라고 중간에 말했는데!!”
“미안합니다.”
정말 어처구니가 없었던 것은 이유영의 적중률이 높아서 공격을 피하기도 어려웠다는 것이다.
시작하자마자 GodUK를 죽인 이유영은 이어서 진준성을 없애버렸고, 다음으로는 윤지석을 따라다녔다.
윤지석은 이유영을 피해 마구 달아났지만, 마지막쯤에 결국 죽고 말았다.
진짜 공포 영화의 한 장면이었다.
이유영은 당혹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이번엔 아군과 적군을 구분해 보겠습니다. 한 판만 더 해보죠.”
“이번엔 제발 아군 맞추지 마세요. 아니면 힐러를 해서 아군만 맞추시던가.”
이유영은 윤지석의 말대로 이번엔 힐러 캐릭터를 잡았다.
그렇게 두 번째 게임이 시작됐다.
하지만 이어진 다섯 번의 플레이 동안 이유영이 벌인 짓은 다음과 같았다.
상대 팀 아무도 없는 허공에 궁극기 발사하기.
궁극기 쓰다가 낙사하기.
원거리 딜러로 근딜하기.
힐러로 탱커하기.
힐 보조기 달린 딜러로 힐러하기.
처음이야 게임에 익숙하지 않아서 그럴 거라고 생각했지만, 갈수록 나아지기는커녕 기상천외한 플레이를 했다.
결국 지친 윤지석이 말했다.
“우리 그냥 게임 하지 맙시다.”
“응, 하지 맙시다.”
진준성은 차분하게 게임을 나갔다.
고주연도 솔직히 더는 하기 싫었다.
이유영은 머쓱해 하며 게임을 끄고 말했다.
“그럼 다음 일정으로 넘어가죠. 다음은 노래방이었던가요?”
이유영의 기상천외한 플레이를 감당해야 했던 세 사람은 어딘가 지친 상태였다.
그래도 오늘 마지막 일정을 하지 않을 수는 없었다. 이것은 세 사람이 하기로 한 친목회였기 때문이다.
오전에 영화를 봤던 4층 TV에는 노래방 기능이 탑재되어 있었다.
그렇게 이유 길드원들은 마지막 일정을 수행하기 위해 다시 4층으로 올라갔다.
***
그래도 막상 노래방 기기를 연결하다 보니, 얼추 노래방 분위기가 나며 들뜨게 하긴 했다.
윤지석은 어디선가 마이크를 꺼내와 능숙하게 티비에 연결했고, 진준성은 탬버린을, 이유영은 마실 것을 준비해서 테이블 위에 올려두었다.
고주연은, 그 세 사람을 응원해줬다.
첫 번째로 예약한 사람은 윤지석이었다.
윤지석은 분위기를 살리려는 듯, 탬버린을 화려하게 짤랑이며 말했다.
“그럼 제가 먼저 시원하게 한 곡 뽑아보겠습니다!”
고주연과 진준성, 이유영은 적당히 박수를 쳐줬다.
그리고 티비 화면에는 윤지석이 예약했던 노래의 제목이 떠올랐다.
「Thorn」
2030이라면 한때 가슴에 품고 있기로 유명한 남성 밴드의 노래가 흘러나왔다.
윤지석은 한껏 감성을 잡으며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너 없는 하늘은 미치도록 어두운데
이 사실을 아는지 사람들은 모두 웃고 있어.』
그리고 이어지는 하이라이트 부분에서는 있는 대로 목소리를 쥐어 짜내며 열창했다.
열창하는 윤지석의 목에는 핏대까지 서 있었다.
『내 가슴 속에 박힌 가시는
무슨 수를 써도 빠지지 않아~~~』
윤지석의 노래는 적당히 나쁘지 않았다. 정말 열창이라는 느낌이 있었다.
노래가 끝나고 모두 박수를 쳐주는 사이, 화면에 점수가 떴다.
『점수: 89점』
윤지석은 점수에 관계없이 여전히 노래 감성에 취한 얼굴로 진준성에게 마이크를 건넸다.
진준성은 약간 긴장하며 마이크를 받았다.
다음 곡은 진준성이 예약한 곡이었다.
「인연은 은하수 다락방에서」
독특한 감성의 인디밴드 남성 보컬이 부른 노래로, 포근한 가사가 인상적인 노래였다.
진준성은 목을 가다듬더니, 잔잔한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새로운 인연은
은하수가 보이는 다락방에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피어나는 법이에요~~』
윤지석은 박자에 맞춰 탬버린을 흔들며 진준성의 노래에 호응해 주었다.
이유영과 고주연도 가볍게 손뼉을 쳐주며 호응했다.
손주 재롱 잔치 같았던 진준성의 무대가 끝나고, 점수가 떴다.
『점수: 91점』
부를 때는 기분 좋게 부르더니 막상 끝나고 나니까 부끄러웠는지, 진준성은 어색하게 고주연에게 마이크를 건넸다.
고주연은 마이크를 받고, 자리에서 일어나지도 않은 편한 자세로 화면을 주시했다.
「나랑 너」
고주연의 선곡은 한때 국민 여동생으로 유명했던 여성 싱어송라이터가 부른 노래로, 네가 있을 미래를 기다리는 설렘을 담은 노래였다.
그런데 고주연이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자, 세 사람의 눈이 동시에 커졌다.
『아직 너에겐 조금 부족해
하지만 충분히 서두르고 있어
그 자리에 서서 넌 날 기다려줘~~』
고주연의 가창 실력은 수준급이었다. 목소리 톤도 이 가수의 노래와 잘 어울렸고, 화려한 음정을 가뿐히 소화해내는 실력자였다.
특히 전 국민이 다 알법한 하이라이트 부분에선 시원하게 3단 고음을 뽑아냈다.
고주연의 노래가 끝나자, 윤지석과 진준성, 이유영에게서 박수가 터져 나왔다.
고주연의 점수는 100점이었다.
“와, 고주연 씨 게임만 잘하는 게 아니라 노래도 잘하시네요.”
“그러니까요…! 완전 멋있었어요.”
“오늘 고주연 씨의 의외의 모습을 많이 알게 되네요.”
칭찬을 잔뜩 받긴 했지만, 사실 고주연은 본인이 노래를 잘 부른다고 생각하진 않았다. 어머니랑 이모가 합창단 출신의 수준급 소프라노여서 노래방에 가면 고주연한테 이래라저래라 잔소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랜만에 잔소리 하나 없이 시원하게 한 곡 내지르니 기분은 좋았다.
고주연은 이유영에게 마이크를 넘기며 말했다.
“너도 한 곡 해야지.”
이유영은 고주연에게서 떨떠름하게 마이크를 받았다.
하는 수 없다는 듯 인기 TOP100 차트를 몇 번이나 뒤적거리더니, 아는 노래를 하나 찾은 듯 그것을 골랐다.
이유영이 선택한 그 곡은 고주연, 진준성, 윤지석을 모두 놀라게 했다.
「가슴 쓰린 스토리」
두껍고 탁한 음색이 매력적인 남성 발라드 가수의 노래였다. 이별 후 괴로움을 담은 노래로, 하이라이트 부분에서 치고 올라가는 고음 부분과 피처링으로 들어간 랩 부분이 인성적인 노래였다.
상당히 난이도가 있는 곡이었다.
이전에 고주연의 노래를 들었기 때문에 청중의 기대는 한껏 높아져 있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드디어 이유영이 노래를 시작했다.
『안녕, 안녕, 안녕
이젠 널 보내줘야겠지』
“큷.”
이유영이 첫 소절을 부르자마자, 셋 중 누군가에게서 이상한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윤지석은 갑자기 입을 가리고 슬픈 생각을 하는 듯 눈이 촉촉해졌고, 진준성은 입술을 꽉 문 채, 리듬을 따라 까딱이며 창밖을 봤다.
고주연은 이유영을 신기하다는 듯이 쳐다보고 있었다.
「떠난 넌 울지마
난 너 없이 잘 있어
넌 날 다 잊고 행복하게 살아」
노래에는 리듬과 멜로디가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고주연은 이유영의 노래는 정말 특이하다고 생각했다.
목소리는 좋았는데, 노래라기보단 구연동화를 듣는 기분이었다.
뭐라고 해야 할까, 그냥 신기했다.
이유영도 자기가 노래를 못 부른다는 걸 알고 있는 듯했다.
하지만 역시 길드장이라 책임감이 있는 걸까. 이유영은 끝까지 최선을 다했다.
피처링 부분의 랩까지, 이유영은 시종일관 진지한 얼굴이었다.
불경을 외는 듯한 랩도 대단했지만, 분위기 안 망치겠다고 끝까지 부르는 이유영의 모습은 정말 안 웃을 수가 없었다.
길드원에게 큰 웃음을 선사한 노래가 끝나고, 이유영의 점수가 떠올랐다.
『점수: 14점』
이유영은 마이크를 결연하게 내려놓으며 말했다.
“제가 원래 노래를 잘 못 합니다.”
“크흠, 하지만 이유영 씨. 진짜 재밌었어요.”
“그거면 됐습니다….”
이후 두 시간. 배가 고파져서 마이크를 들지 못할 만큼 길드원들은 노래를 부르고 놀았다.
윤지석은 신나게 웃었고, 진준성도 즐거워했다. 고주연도 드물게 웃었으며, 이유영 역시 자연스럽게 웃고 있었다.
저녁은 바베큐 파티를 하기로 했는데, 윤지석이 화로는 사두고 고기 올릴 불판을 안 사서 메뉴가 보쌈으로 바뀌었다.
마지막 저녁 식사까지, 그야말로 엉망진창이었던 친목회였다.
그러나 이유 길드원들의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했다.
***
다음 날 아침.
고주연은 이전처럼 7시에 맞춰 길드에 도착했다.
평소 같으면 문 앞에서 고주연을 기다리고 있었을 이유영은 회의실에 앉아서 노트에 무언가를 적고 있었다.
“뭐해?”
고주연이 가까이 다가가자 이유영은 노트를 덮어버렸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품 안에 숨기며 말했다.
“오늘도 일찍 오셨네요, 고주연 씨.”
“뭐 했냐니까? 방금 뭐 쓰고 있었잖아.”
고주연은 이유영이 노트를 숨긴 곳을 쳐다봤다.
이유영은 머쓱하게 노트를 꺼내 테이블에 내려놓으며 말했다.
“별건 아니고 일기 좀 썼습니다. 한동안 지겨워서 안 쓰고 있었는데, 어제는 간만에 재밌는 일도 많았고 해서요.”
고주연은 살면서 일기를 써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이유영 성격이면 일기를 쓰고도 남겠다 싶었다.
이유영은 노트를 내려다보며 중얼거리듯 말했다.
“생각해보면 일기는 특별한 소재 없이도 즐겁게 적을 수 있는 거였는데 말이죠.”
맥락을 모르는 고주연은 적당히 어제 친목회가 즐거웠다는 말로 알아들었다.
“재밌었다니 다행이네.”
“가끔은 이렇게 다 같이 친목을 다지는 것도 괜찮은 것 같습니다. 다음번엔 스케줄 구성을 바꿔보는 것도 좋겠네요.”
“그래, 사무장님이랑 준성이한테 또 계획 짜보라고 하지 뭐.”
두 사람은 처음엔 자기들한테 다 떠넘겼다며 툴툴거리겠지만, 아마 누구보다 신나서 계획을 짤 것이다.
다음 친목회도 이번처럼 엉망진창으로 끝날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때는 이유 길드의 멤버들이 많아졌을지도 모르고.
그래도 분명 즐거울 거라고, 고주연은 장담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