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iary is an SSS-class reward RAW novel - Chapter 8
8화. 강화 기간 (1)
“이상하네.”
『지금 한가하게 ‘이상하네.’ 이러고 폼 잡을 때가 아니라구요!』
“있어 봐, 생각 중이니까.”
화신은 느긋한 내 태도가 마음에 안 드는지 주위를 빙빙 날아다녔다.
조금 전, 나는 화신에게 이야기를 듣자마자 헌터 협회 쪽에 확인부터 했다.
마침 어제 헤어지기 전에 팀장이 준 명함이 있어서 그쪽으로 전화를 걸었다.
‘해치 던전처럼 게이트가 나타나자마자 닫힌 던전 말입니까? 아뇨, 그런 보고는 받은 적 없습니다.’
팀장은 내가 갑자기 이런 질문을 한 연유를 캐고 싶어 했으나, 나는 최대한 말을 돌려 대답을 피한 후 전화를 끊었다.
순식간에 닫힌 해치 던전의 게이트도 포착할 만큼, 헌터 협회는 반드시 게이트를 발견할 수 있는 기술을 갖고 있다.
던전이 만들어졌는데도 화신이 감지를 못한 건 아닌 것 같았다. 정말로 던전 자체가 만들어지지 않은 것이다.
핸드폰으로 실시간 기사도 확인해봤지만 던전 브레이크가 일어났다던가 몬스터를 목격했다는 부류의 기사는 없었다.
“헌터가 헌터인 이유는 몬스터를 사냥해서인데, 그게 반대가 되면 뭐라고 해야 하지?”
『무슨 헛소리예요? 단서라도 알아냈어요?』
“아니….”
『이유영! 좀 더 진지하게 받아들여요!』
화신의 말과 다르게 나는 지금 매우 진지하다.
던전이 몬스터를 가두는 새장이라고 치자.
새장을 탈출한 새는 마음껏 자유를 만끽한다. 마찬가지로 던전을 부수고 나온 몬스터도 이때만을 기다렸다는 듯이 사람을 마구잡이로 죽이고 다닌다.
그런데 애초에 새장에 갇혀본 적 없는 새들이라면 어떨까. 그러니까, 야생의 새라면 말이다.
야생의 새는 닥치는 대로 죽이지 않는다. 때를 노려서 사냥하지.
던전이라는 우리가 없어지면 먹이 사슬이 바뀌는 건 시간문제다.
헌터는 사냥하는 사람이 아니라, 사냥당하는 사람이 될지도 모른다.
“근데 가장 큰 문제가 뭔지 알아?”
『뭔데요?』
“시스템이 그 몬스터가 어디 있는지 알아내지 못하면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거야.”
『그건…! 사실이네요….』
아무리 심각한 일이라 해도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게 없으면 어쩔 수 없다. 문제를 끙끙 앓고만 있어봤자 시간 낭비다.
아버지 성묘 가다 말고 오류 이 자식을 죽이겠다며 지랄발광을 할 필요는 없다는 뜻이다.
“알아내는 데 얼마나 걸릴 것 같아?”
『음…. 빨리 해도 2주는 걸리겠는데요.』
2주? 아무리 내가 여유롭게 말했다 해도 이건 너무 오래 걸린다.
시스템이라는 녀석이 이래서 쓰나.
“너 언제까지 오류한테 지고만 살 거야?”
『……네?』
“던전이고 헌터고 만들면 뭐 해. 사람들 다 죽고 나 혼자 살아남았는데. 근데 회귀하고 나선 일기장도 뺏겨, 이젠 던전도 뺏겨, 오류 능력이면 헌터 상태창도 뺏겨. 다음엔 또 뭘 뺏기려고….”
화신은 거의 울 것 같은 눈망울로 나를 원망스럽게 쳐다봤다.
그리고 울며 겨자 먹는 소리로 말했다.
『열흘! 열흘이면 할 수 있어요…!』
“그래, 수고해.”
고작 나흘 줄긴 했지만, 그 정도는 괜찮겠지.
열흘. 나는 그동안 일기장을 더 많이 되찾아 으로 쓸 수 있는 스킬 목록을 더 늘린다.
‘그리고 슬슬 동료도 모아야겠지.’
생각해 둔 사람은 있었다.
회귀 전, 모두가 입을 모아 손꼽았던 최강의 원거리 공격계 헌터.
기억상으로 아직 ‘그 사람’은 헌터로 각성하지 않았을 것이다.
까칠한 성격이지만 아직 헌터가 아닌 만큼 동료로 만들만한 방법은 있었다.
그 사람이 동료가 되어 준다면 야생의 몬스터 사냥도 그렇게 어렵진 않을 것이다.
『이유영은 정말 못된 사람이에요. 제가 시스템의 원리를 설명해줬는데도 그런 말이 쉽게 나오는 건가요?』
이 녀석은 내가 그걸 이해했을 거라 생각하는 건가? 뼈문과인 나한테 너무 많은 걸 바라고 있다.
“네가 빨리해야 사람 한 명 더 살리는데 어떡하냐.”
『정말 못됐어요. 저는 추적에 집중해야 하니 이 화신체는 잠시 잠들게 둘 거예요. 깨우지 말아요.』
“그래.”
화신은 뾰로통한 표정을 지으며 말하고는 주머니 속으로 들어가 꺼진 로봇처럼 잠들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이 녀석 없이 회귀했다면 오류가 그런 수를 쓴지도 몰랐을 것이다.
나는 나름의 배려로 화신이 들어간 주머니에 휴지 조각을 넣어 주었다.
햄스터도 톱밥 같은 걸 깔고 자니까 이 녀석도 비슷하겠지.
***
오랜만에 보는 아버지의 묘는 과거의 내가 자주 찾아왔었는지 관리가 깨끗하게 되어 있었다.
나는 아버지와 대화하듯 그 앞에 앉아, 아버지 이름 석 자를 바라봤다.
이하중, 할아버지께서 멀고 무거운 길을 가는 사람이 되라며 지어주셨다고 했던가. 아버지는 그 이름에 맞게 살던 분이셨다.
그런 아버지가 내게 남긴 유언은 하나였다.
‘유영아, 너는 절대로 죽지 말아라.’
아버지는 종로에서 오래된 철물점을 운영하며 날 혼자 키우셨었다.
정이 헤픈 사람은 아니었지만, 무뚝뚝하게 의리를 지키는 남자였다.
술을 좀 드시긴 했어도 절대 술주정을 부리는 일은 없었다.
아버지는 언제나 사람은 공부를 잘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특히, 글을 잘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면서 매일 내게 신문을 읽고 일기를 쓰게 했다. 주에 한번은 책을 읽고 독후감을 써서 검사를 받기도 했었다.
그렇게 나는 그놈의 ‘글’을 전공으로 대학에 진학했다. 아버지가 드물게 웃으셨던 모습이 잊히질 않는다.
대학을 졸업하는 날, 아버지는 한 번도 닫지 않았던 철물점을 닫고 날 축하하러 오셨다.
그러나 바로 그날, 아버지는 돌아가셨다.
‘최초의 던전 브레이크.’ 수많은 희생자를 냈던 사건.
하필 이 빌어먹을 사건이 내 대학 졸업식 날 터졌기 때문이다.
“한 잔 받으세요.”
나는 근처 편의점에서 사온 소주를 따라 아버지 이름이 새겨진 비석 옆에 두었다.
그날 이후로 나는 헌터가 되었지만, 그다지 행복하진 않았다.
F급 스탯에 절대로 죽지 않는 능력까지 겹치고 나니 별의별 일을 다 겪었다. 그런 상황에서 위로해줄 만한 가족도 없었다. 행복한 게 더 신기할 환경이었다.
그래도 살았다. 어차피 행복한 사람이 더 적은 세상이다.
나는 산 사람이었고, 악착같이 살아남아 왔다.
“저 아버지 말 잘 듣지 않습니까. 이 정도면 효자 같은데요.”
죽지 말라고 해서 최후의 인류가 될 때까지 살아남았으니 이 정도면 최고의 효자상이라도 받아야 한다.
아니지, 이렇게까지 해서 살아남은 덕에 회귀라는 기회를 얻었으니, 받을 상은 이미 받은 건지도 모른다.
묵묵히 서 있는 비석이 어쩐지 나를 위로하는 것 같았다.
그 모습이 꼭 생전 아버지를 바라보는 것 같아 나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걱정하지 마세요. 이번엔 저 혼자만 살아남는 일은 없을 겁니다.”
회귀가 3년만 더 빨랐어도 아버지를 뵐 수 있었을 텐데. 무슨 기준으로 날 이 시점에 보낸 걸까.
나는 잔에 담긴 술을 입 안에 털어 넣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답을 얻을 수 없는 과거의 질문은 고민해봤자다.
중요한 건, 이제부터 어떻게 살아가느냐다.
지금 살아있는 사람들을 어떻게든 살린다.
그러기 위해 나는 돌아왔다.
***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나는 ‘헌터넷’에 접속해 금은보화 상자를 경매에 올렸다.
헌터넷은 헌터증을 발급받은 헌터들만 가입할 수 있는 헌터 전용 사이트로, 던전과 몬스터, 아이템, 헌터에 관한 정보를 열람할 수 있는 곳이었다.
또한 익명 커뮤니티의 기능도 겸하고 있어 수많은 찌라시가 나도는 곳이기도 했다.
헌터넷에서 가장 자주 이용되는 기능은 바로 경매 기능.
던전 보상템을 돈으로 바꾸려는 헌터들은 보통 이 경매 기능을 이용했다.
아이템을 사고파는 사람 모두 본인 인증을 거쳐야 하고, 헌터 협회에서 거래의 중개를 맡고 있어서 그나마 사기당할 위험이 적었다.
나는 금은보화 상자의 사진과 함께 간단하게 설명을 적은 후, 가볍게 1억부터 시작해 올려두었다.
곧 있으면 알아서 가격을 올리며 최종 금액이 결정될 것이다.
당분간 월세 걱정할 필요는 없어지겠지.
돈이 달달하게 올라가는 걸 기다리며, 나는 동료로 삼으려는 ‘그 사람’에 대해 검색했다.
대한민국 대표 양궁 선수인 만큼 검색하자마자 프로필이 바로 떴다.
올림픽에서 금메달 3관왕을 하며 전 국민에게 이름을 알린 양궁 선수, 고주연.
고주연이 올림픽 개인전 결승전에서 올텐을 달성하던 장면은 SNS에서 없던 애국심도 만들어주는 짤이라며 자주 돌아다니곤 했었다.
그때 이후로 생겼던 별명이 ‘대한의 아르테미스’였던가.
고주연과 만난 건 내가 헌터가 된 지 4년 정도 지난 시점으로, 성격이나 전투 스타일이 잘 맞아 같이 활동했었다. 솔로 헌터로 다녔었던 내가 그나마 동료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었다.
나는 잠시 헌터넷에서 나와 달력을 확인했다.
오늘 날짜는 3월 7일.
고주연이 헌터가 되는 건 오늘로부터 열흘 뒤에 일어나는 ‘강릉 대규모 던전 브레이크’ 사태 때문이었다.
이날 터졌던 던전이 하필 A급이었던 탓에 게이트를 통제하던 헌터 협회 사람들도 무참하게 당했었으며, 풀려나온 몬스터들은 강릉 일대를 완전히 쑥대밭으로 만들어 버렸다.
하필 그 타이밍에 돌아온 고주연은 엉망이 된 고향을 보고 헌터로 각성하며 혼자 힘으로 풀려나온 몬스터를 잡았었다고 한다.
그 후로 고주연은 오직 복수를 위해 모든 것을 버리고 던전만을 미친 듯이 공략하고 다녔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라질 것이다.
나는 미리 강릉에 내려가 던전 브레이크를 막을 생각이다.
고주연의 고향인 강릉도 구하고, 트라우마도 막을 수 있다. 특히 내가 고향을 구해 준 후, 고주연에게 동료가 되자고 제안한다면 고주연의 성격상 분명 받아줄 것이다.
그야말로 일석삼조. 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그때, 핸드폰에서 알림이 떴다.
[헌터넷] 고객님의 아이템이 현재 10억의 낙찰가로 경매되고 있습니다.나는 그만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고 말았다.
여기가 고속버스만 아니었어도… 아니었어도 딱히 할 건 없다.
다시 자리에 앉고 보니, 이 시기의 나는 돈을 얻어도 자랑할 곳이 하나도 없었다.
27살을 먹고도 친구가 하나 없다니, 과거의 나는 실패한 놈이었을지도 모른다.
[헌터넷] 고객님의 아이템이 현재 20억의 낙찰가로 경매되고 있습니다. [헌터넷] 고객님의 아이템이 현재 50억의 낙찰가로 경매되고 있습니다. [헌터넷] 고객님의 아이템이 현재 55억의 낙찰가로 경매되고 있습니다. [헌터넷] 고객님의 아이템이 현재 70억의 낙찰가로 경매되고 있습니다.“….”
슬슬 손이 떨리기 시작한다.
진짜로 백억 찍으려나?
회귀 전에도 돈을 못 만져본 건 아니지만, 하루 만에 백억을 얻진 못했다.
[헌터넷] 고객님의 아이템이 현재 222억의 낙찰가로 경매되고 있습니다.나는 일단 알림을 꺼두기로 했다.
나 같은 서민 헌터에게 이런 숫자는 심장에 무리가 온다.
내일 확인해서 승낙해도 충분할 것이다.
헌터넷은 잠시 뒤로 하고, 나는 고주연에 대해 좀 더 알아봤다.
SNS를 하지 않아서 일상을 알아낼 방법은 없었지만, 국가대표 양궁 선수들에 관한 기사를 하나 발견할 수 있었다.
지금 선수들이 중국 선수들과 만나 합동 훈련을 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고주연 역시 포함되어 있었고, 마침 열흘 뒤에 입국할 예정이라고 쓰여 있었다.
고주연이 입국하는 날도, 던전 브레이크가 터지는 날도, 시스템이 야생의 몬스터를 포착해내는 날도 열흘 뒤다.
이 열흘 동안 내가 해야 할 일은 강해지는 것이다.
강릉에서 터진 던전 브레이크에서 나온 몬스터는 A급. 지금의 내 능력치로는 싸우는 데 한계가 있다.
적어도 종합 능력치가 최소 C급은 되어야 상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고 보니 도깨비랑 싸우면서 스탯이 좀 올랐을 텐데.’
나는 상태창을 열어 내 스탯을 확인했다.
[상태창]이름: 이유영
종합 능력치: E+ (1등급 상승)
– 공격력: E+(2등급 상승)
– 방어력: E+
– 민첩: E (1등급 상승)
보유 스킬 목록
– 메인 스킬: ,
– 서브 스킬:
현재 내 종합 능력치 등급은 E+. 목표로 하는 등급은 C다.
적어도 다섯 단계는 올려야 하는 셈.
열흘 안에 등급을 다섯 단계나 올리는 것은 보통 불가능하다.
능력치를 그렇게 한 번에 올릴 수 있다면 A급 헌터들이 넘쳐났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탑 티어를 한번 찍었던 회귀자다.
당연히 나만 알고 있는 방법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