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iary is an SSS-class reward RAW novel - Chapter 80
80화. 불청객 (2)
유태오가 길드에서 싹수를 갱신하고 떠난 며칠 뒤.
던전을 공략하고 길드로 돌아가던 길에 나는 집주인에게서 연락을 받았다.
갑작스러운 연락이었다.
한동안 길드에서 지내느라 내가 살던 원룸에 가지 않았던 탓에, 나는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건가 싶어 바로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
『아휴, 총각! 큰일 났어!』
예전에도 집에 바퀴벌레가 나오면 큰일 났다고 전화하셨던 분이었다.
나는 별생각 없이,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며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또 벌레라도 나왔습니까?”
『그게 아니고! 요즘 집에 안 들어오던데, 깡패한테 돈이라도 빌려서 그런 거야? 어휴, 어쩜 좋아.』
“예?”
깡패? 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는 거지?
짐작 가는 일이 전혀 없었다.
그런데 그때, 핸드폰 너머로 우당탕 소리가 들려왔고 집주인이 짧게 비명을 질렀다.
『어머!!!』
“무슨 일입니까?!”
집주인 아주머니가 대답할 틈도 없이, 곧바로 핸드폰을 뺏어가는 듯한 소리가 이어졌다.
소란스러운 소리가 가라앉고 전화를 받은 건 집주인 아주머니가 아니었다.
그러나 내가 알고 있는 목소리였다.
『어디냐, 이유영? 너 때문에 이 아줌마 고생하고 있는데.』
유태오의 목소리였다.
녀석은 낄낄대고 웃으며 말을 이었다.
『네 구린 월셋집 말인데, 내가 이 아줌마한테서 샀다?』
“뭐?”
『워워, 합법적 절차 거쳐서 산 거니까 너무 오해하진 말고. 뭣하면 옆에 계신 강남 길드 전담 변호사님 좀 바꿔 드릴까?』
그 말을 들으니 내가 무슨 짓을 당한 건지 확실하게 깨달았다.
이 새끼가 나한테 후회할 거라고 하더니, 이딴 짓을 하려고 그런 말을 한 건가?
당연히 던전에서 부딪히거나 싸움이나 걸어올 줄 알았지, 이런 비열한 짓을 할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당장 갈 테니까 아주머니는 건들지 마.”
『어이구, 구원 길드 영웅님이랑 어울리신다더니 본인도 영웅 다 되셨네. 올 거면 빨리 와라. 우리 2분대 애들이 좀 거칠어서 말이야, 나도 얘네가 뭔 짓을 할지 모르겠네?』
유태오는 그 말을 마지막으로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어 버렸다.
“…….”
정말 유치한 일에 유치한 대사였지만, 나를 빡치게 하는 게 목적이었다면 정말 훌륭한 언행이었다.
분노가 머리 꼭대기까지 차올랐다.
나는 화를 가라앉히기 위해 쓸데없이 맑고 깨끗한 하늘을 바라봤다.
일단, 지금은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 집주인 아주머니까지 피해를 보고 있으니까.
‘근데 이 미친 새끼가 이딴 짓거리까지 해?’
나는 주먹을 쥐며 주위를 둘러봤다. 하필 내가 있는 곳은 버스 정류장이나 지하철역이 없는 곳이었다.
택시를 타려면 도로변으로 한참 빠져 나가야만 한다. 그럴 바에야 달려가는 게 훨씬 빠를 것이다.
그러던 중, 길가에 있는 무인 자전거 대여소가 보였다.
‘….’
침착하게 생각해보면 뛰어가는 건 리스크가 너무 크다.
길거리를 미친놈처럼 달리면 또 새 영상이 찍히고 말 것이다.
자전거로 가면 최소한 영상은 안 찍힐 테니, 나는 곧장 자전거 하나를 끌고 와 페달을 미친 듯이 밟기 시작했다.
바퀴는 자전거가 낼 수 있는 최대한의 속력으로 구르며 골목길을 질주했다.
“와, 자전거 경주하나?”
“어우, 바람 여기까지 온다.”
나는 사람들이 수군거리는 것을 개의치 않고 분노를 담아 페달을 밟았다.
그러나 거의 다 도착할 무렵 체인이 속도를 견디지 못하고 끊어지는 바람에, 나는 결국 미친놈처럼 뛰어서 집으로 가야 했다.
***
원래 1시간 걸릴 거리를 20분 만에 도착했다.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른 나를 반기는 건 집 앞에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쓰레기들이었다.
자세히 보니 전부 내 짐이었다.
옷이며 이불, 수저나 그릇 같은 것들이 전부 쓰레기처럼 내다 버려져 있었다.
이 정도면 분노를 넘어서 어이가 없어진다.
나는 숨을 고르며 짐 위에 있던 깨진 액자를 집어 들었다.
대학 입학식 때 아버지와 찍었던 사진이 담긴 액자였다.
액자에 담긴 사진을 빼내서 챙기는데, 뒤에서 떠드는 소리가 들렸다.
“와, 진짜 구리네. 여기 사람 살 수 있는 데는 맞아?”
“우리 새 분대장님이 계시기엔 구린내가 작렬하네요.”
녀석들은 내 집에서 키득거리며 나오고 있었다.
놈들은 마구잡이로 팽개쳐진 짐 앞에서 쭈그려 앉아 있는 나를 발견하고는 비웃기 시작했다.
어이가 없어서 화조차 나지 않는 상황이었다.
녀석들의 중앙에 있던 유태오는 나를 향해 유유히 걸어오며, 턱을 치켜들고 말했다.
“내가 너 후회하게 해준다고 했지? 이제 주제 파악이 좀 돼?”
화가 안 난다고 생각했는데, 내 착각이었던 것 같다.
유태오의 목소리를 들으니 갑자기 형용할 수 없는 분노가 차올랐다.
나는 자꾸 치켜 올라가려는 주먹을 애써 내리눌렀다.
지금은 폭력이 아닌 다른 방법을 써야 한다. 기분대로 쥐어팼다간, 미래의 내가 불쌍해진다.
“이번에도 안 받아들이면 다음은 니네 길드가 이 꼴 날 거다. 어쩔까, 생각할 시간 좀 줘?”
이딴 식으로 협박한다면 나도 비슷한 방법을 쓰는 수밖에 없다.
나는 미래의 나를 위해 우선은 순순히 대답했다.
“…그래.”
약간의 연기를 섞어 고개까지 푹 숙여주자, 유태오는 내가 완전히 마음이 꺾였다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녀석은 광대를 씰룩거리면서, 기분 나쁘게 내 어깨를 손가락으로 툭툭 찌르고 있었다.
“그래, 진작 이렇게 굴었으면 얼마나 좋아. 주제 파악 못 하고 깝치니까 이딴 꼴을 당하는 거야. 알아들어?”
“……X새끼가 알겠다니까 계속 화를 돋우네.”
나는 이 새끼들이 버린 내 짐 중 아무거나 들었다. 잘 보니 내가 베고 자던 베개였다.
유태오는 잠깐 움찔거리더니,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딴 솜뭉치로 뭐 어쩌려고. 왜, 들고 패기라도 하게?”
“그래, 내가 솜뭉치로 맞아도 골절될 수 있다는 걸 보여줘 볼 생각이거든.”
내가 베개를 들어 올리자, 유태오는 급하게 한 발짝 내게서 멀어졌다.
나는 베개를 거의 구기듯이 쥔 채로 놈에게 다가갔고, 놈은 계속 뒷걸음질 치다가 제 발에 걸려 넘어졌다.
나는 넘어진 놈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일어나.”
“이런, XX…!”
욕을 지껄인 유태오가 꼴사납게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서둘러 뒤를 돌아 달아나기 시작했다.
유태오가 혼자 도망가는 것을 보고 있던 부하 놈들은 벙찐 얼굴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러던 중, 정신이 든 건지 아니면 나간 건지, 몇몇 놈이 되도 않는 폼을 잡으며 내게로 다가왔다.
“아니, 이 새끼가 보자 보자 하니까….”
나는 용감하게 걸어오는 녀석들을 말리지 않았다.
“그래, 한 놈 정도는 덤벼봐. 나도 화는 풀어야지.”
“이, 이 새끼 눈깔이….”
내가 녀석들한테 다가가자 놈들은 유태오처럼 뒤돌아 도망치기 시작했다.
녀석들은 내 눈빛이 맛이 갔다느니, 미친 새끼라느니, 별 같잖은 핑계를 대면서 도망갔다.
결국 내 화풀이 상대가 되어주는 놈은 아무도 없었다.
“….”
인생 꼬락서니가 황당하기 그지없어서 나는 분노를 삭일 겸 바닥에 철퍼덕 앉았다.
차가운 바닥에 앉아서 하늘을 보고 있었더니, 역시 한 놈쯤은 팼어야 했다는 생각이 앞서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때,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이고, 총각. 다친 데는 없어? 무서워서 나와볼 수가 있어야지, 원….”
“…괜찮습니다. 시끄럽게 해서 죄송해요.”
“아휴, 이걸 다 이렇게 망가뜨려 놨네. 어째 이런 일이 다 있어.”
아주머니는 쓰레기들을 나서서 정리하기 시작했다.
분리수거조차 하지 않고 마구잡이로 던져둔 탓에 누군가는 이걸 치워야 하는 상황이었다.
나는 급하게 아주머니 옆으로 와서 같이 짐을 정리했다.
아주머니는 깨진 조각들을 치우는 나한테 쓰레받기를 가져다주시며, 더럽혀진 옷들을 들고 헌 옷 수거함에 가져가셨다.
그 모습을 보니 감사한 것과는 별개로 착잡한 마음이 앞섰다.
이건 나 혼자 피해를 본 게 아니다. 집주인한테도, 이 동네 사람들한테도 민폐였다.
내 기분을 망치려고 주변 사람들까지 건든다면, 나도 가만히 있을 수 없다.
다시는 이런 짓을 못 하게 해둘 필요가 있었다.
마음 같아서는 강남 길드를 아예 부숴버리고 싶었지만, 그건 안 된다.
강남 길드장은 인성은 개 같아도 능력은 좋은 놈이다.
목줄을 채워서라도 언젠가 오류와의 전투에서 써먹어야 하는 놈이었다.
지금 해야 할 건 녀석이 더는 이런 개 같은 짓거리를 하지 못하도록 목줄을 준비하는 것이다.
그리고 나는 녀석에게 아주 잘 어울리는 목줄을 알고 있었다.
***
그날 밤. 하루아침에 집을 잃은 나는 길드 사무소로 향했다.
그 쓰레기들을 전부 치우고 나니 벌써 해가 지고 있었다.
고주연의 말대로 길드를 제대로 세워놓길 잘했지, 아니었으면 길거리에 나앉을 뻔했다.
숙직실로 들어가니, 엄청난 심적 피로가 밀려왔다.
나는 숙직실 침대에 늘어져서 스킬을 발동했다.
[ 서브 스킬, 을 발동합니다. ]최후의 인류가 되고 심심했던 나는 협회가 지니고 있던 모든 자료를 읽어봤었다.
그곳엔 강남 길드가 무슨 비리를 저질렀는지 상세하게 기술된 자료도 있었다.
협회는 강남 길드의 비리 증거 자료를 꽤 많이 가지고 있었다. 녀석들이 협회와 시도 때도 없이 부딪혔던 탓에, 사소한 부분까지 전부 협회에서 증거로 만들어 보관하고 있는 것 같았다.
당시엔 적당히 읽고 넘겼지만, 내겐 그런 것도 자세히 떠올리게 해주는 ‘자각몽’ 스킬이 있었다.
그런데 스킬로 당시의 기억을 살펴보던 중, 나는 이상한 점을 하나 발견했다.
그 보고서들의 최종 승인자 이름이 전부 부협회장의 이름으로 되어 있었다.
좀 더 확인해 보니. 강남 길드 대응책이나 굉장히 내밀한 비리 조사 모두 부협회장이 총책임자로 있었다.
‘부협회장이 강남 길드를 전담해서 주시했나?’
꿈속의 나는 부협회장이 만든 ‘G-131544’라는 서류도 발견했는데, 서류는 수상하게 전부 암호로 되어 있었다.
내용물을 읽지 않았지만 직감할 수 있었다. 저건 강남 길드를 무너뜨릴 정도의 무언가를 담고 있는 자료일 것이다.
그도 그럴 게, 강남 길드와 협회의 싸움은 결국 협회의 승리로 돌아갔기 때문이다.
G-131544는 3년 장기 프로젝트로, 프로젝트가 종료된 시기는 지금으로부터 1년 뒤였다.
그렇다면 부협회장은 작년부터 강남 길드를 상대하고 있었다는 말이 된다.
‘이런 일을 한 줄은 몰랐네. 언제 한 번 만나봐야겠는데.’
우선, 나는 현시점에 강남 길드가 저지른 비리들을 꿈에서 현실로 옮겨와 전부 자료로 만들었다.
내겐 생각한 걸 그대로 글로 옮겨적을 수 있는 ‘역사의 한 페이지’라는 서브 스킬이 있어서,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았다.
지금은 이것만으로도 녀석들을 협박할 수 있는 무기가 될 것이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쓰레기통을 뒤져서 유태오가 준 명함을 찾았다.
명함에는 다행히 번호가 적혀 있었다.
나는 유태오의 번호로 문자를 하나 남겨뒀다.
『이유영입니다. 내일 길드로 오시죠. 할 말 있습니다.』
이걸로 녀석들이 자제하면 좋겠지만, 아마 그러지 않을 것이다.
그땐 나도 부협회장과 한 팀이 되는 수밖에 없다.
***
이유영의 집을 강제로 매수해서 본때를 보여준 다음 날의 아침.
유태오는 이유 길드로 향하며, 자신의 핸드폰으로 온 문자를 보고 있었다.
‘역시 돈이면 안 되는 일이 없어.’
돈만 있으면 이유영 같은 기고만장한 놈을 누르기도 이렇게 쉬워진다.
아직 완전히 굴복하진 않은 것 같지만, 격의 차이를 느끼다 보면 곧 알아서 빌빌 기어 다닐 게 뻔했다.
유태오는 신나게 스포츠카를 몰아 이유 길드 앞에 도착했다.
길드 사무실로 들어가니, 사무장도 유태오를 보는 시선이 달라져 있었다.
처음 만났을 땐 묘하게 깔보는 듯해서 마음에 안 들었던 사람이다. 하지만 그도 이젠 유태오의 격을 깨달은 듯, 정중하게 회의실로 모시는 게 나쁘지 않았다.
그렇게 자리에 앉은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이유영이 도착했다.
‘저건 다 뭐야?’
이유영은 노트북과 여러 가지 서류 다발을 들고 있었다.
사무장은 이유영이 가져온 노트북을 빔프로젝트에 연결하며 무언가를 준비했다. 마치 회사에서 발표를 준비하는 풍경과 같았다.
그제야 유태오는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그러고 보니 왜 응접실이 아니라 회의실로 들어온 거지?
유태오가 한마디 하려는 순간, 이유영이 화면을 틀었다. 그러자 상상도 못 한 것이 떠올랐다.
[ 연도별 강남 길드 비리 행적 ]유태오가 황당하게 그 화면을 보고 있었더니, 이유영이 말했다.
“보니까 여기에 네가 브로커 짓한 것도 꽤 있더라. 폭력 같은 건 말할 것도 없고. 이거 협회에 넘기면 바로 자격 정지 먹겠던데?”
유태오는 순간 머릿속이 백지장처럼 하얘졌다. 대체 이 새끼가 이걸 어떻게 알아낸 거지?
이유영이 띄운 화면에는 강남 길드가 시장 독점을 하기 위해 저지른 일들, 아이템 사재기, 주가 조작 등에 관한 부정할 수 없는 사실들까지 나열되어 있었다.
“이 개새끼가 무슨 짓거리야?!”
“너 보라고 만든 거 아니야. 볼 사람은 따로 있거든.”
불길한 느낌에 뒤를 돌아보자, 어느새 사무장이라는 놈이 이 모습을 촬영하고 있었다.
설마 라이브라도 찍고 있는 걸까? 그랬다간 정말로 큰일이었다.
“이 xx!!!”
유태오는 이유영의 얼굴에 주먹을 내다 꽂고 싶었지만, 참아야 했다. 그 모습이 촬영되었다간 정말로 헌터 생활은 끝이었다.
이유영은 유태오에게 서류 다발을 쥐여줬다. 이유영이 화면에 띄운 그 자료였다.
“너네 길드장한테 선물로 줘라. 이유 길드에서 보내는 선물이라고 해.”
“너 진짜 미쳤냐…? 뒤지고 싶어서 환장했어?!”
“내가 제정신이니까 이러는 거라는 생각은 안 들어? 제정신이 아니었으면 널 죽기 직전까지 팼겠지.”
이유영은 살벌하게 유태오를 쳐다봤다. 유태오는 이유영이 저런 표정을 지을 때마다 알 수 없는 공포심이 들었다.
마치 몬스터를 마주할 때와 같은, 사냥감이 된 기분이었다.
유태오가 본능적으로 한발 물러서자, 이유영은 한발 다가왔다.
“가서 한이경한테 그만하라고 설득해.”
“…기, 길드장님이 너 같은 새끼한테 겁이라도 먹을 것 같냐?”
“네가 설득하라고, 넌 겁먹었잖아.”
유태오는 이유영의 그 한마디에 자존심이 부서진 것 같았다.
내가 겁을 먹었다고? 강남 길드의 2분대 분대장인 유태오가?
그러나 유태오는 어째서인지 아까부터 이유영에게 주먹 한 대를 갈기지 못하고 있었다.
‘촬영하고 있으니까 x발 당연하지 ….’
유태오는 신경질적으로 회의실에 있는 테이블을 쾅 찼다. 그러고는 아직도 촬영하고 있는 사무장을 향해 외쳤다.
“당장 카메라 안 꺼?!”
하지만 사무장은 간이 배 밖으로 나온 건지 그런 유태오를 향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그 모습까지 촬영할 뿐이었다.
유태오는 이 개 같은 길드에 더 남아있을 수 없었다. 더 있다간 혈압이 올라서 그대로 뒤져버릴 것 같았다.
유태오는 신경질적으로 회의실 문을 박차고 밖으로 나왔다.
‘x발…! 길드장님한테 뭐라고 말해야 하지?’
유태오는 비굴한 낯짝으로 차 핸들에 머리를 박았다. 강남 길드장 성격에 도무지 조용히 넘어갈 것 같지 않았다.
하지만 이걸 전해주지 않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게 협회에 넘어가면 아무리 강남 길드라 해도 타격이 너무 컸다.
유태오는 이유영이 준 강남 길드의 비리 행적이 낱낱이 적힌 자료를 원망스럽게 노려보다가, 애꿎은 차 핸들만 몇 번을 내려쳤다.
강남 길드로 돌아가는 길이 마치 지옥 길처럼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