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iary is an SSS-class reward RAW novel - Chapter 82
82화. 둥지
신입 헌터 교육을 받기 위해 떠났던 길드원들이 드디어 오늘 돌아온다.
윤지석과 나는 이제 정식으로 헌터가 된 두 사람을 위해 축하 파티를 준비하고 있었다.
솔직히 굳이 파티까지 해야 하나 싶었지만. 윤지석이 작은 회사도 환영회를 하는데 우리 길드도 해야 하지 않겠냐고 하는 바람에 설득당하고 말았다.
“이유영 씨는 가만 보면 참 재미없게 사신다니까요.”
“전 나름 재밌습니다.”
“어우, 대답도 재미없어.”
나는 윤지석을 무시하며 테이블에 음식을 세팅했다.
윤지석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핸드폰으로 축하 음악을 틀어뒀다.
솔직히 이런 파티 준비는 난생처음이었지만, 케이크에 초 하나까지 꽂고 나니 기분이 나쁘진 않았다.
고주연은 잘 모르겠지만, 진준성은 좋아할 테니 말이다.
윤지석이 틀어둔 노래 한 곡이 끝나갈 때쯤, 길드 사무소의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길드장님, 저희 왔어요.”
“뭐야, 왜 불이 꺼져 있어?”
“무슨 노랫소리 같은 게 들리는데요…?”
불을 끄는 건 깜짝 파티의 정석이라며 윤지석이 미리 불을 꺼뒀었다.
윤지석과 나는 초에 불을 붙이고 두 사람을 환영하러 갔다.
때마침 생일 축하합니다 노래가 흘러나왔고, 윤지석은 생일 축하합니다에 맞춰 헌터 축하합니다로 개사해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헌터 축하합니다, 헌터 축하합니다!”
그러다 윤지석이 내 어깨를 퍽 치는 바람에 나도 노래를 불러야 했다.
“…는 두 사람의 헌터 축하합니다.”
“뭐야?”
“풉!”
고주연은 당황한 표정으로 우리를 쳐다봤고, 진준성은 내 노래를 듣고 웃음을 터트렸다.
그러게 왜 갑자기 노래 같은 걸 부르라고 해서.
나는 아직 불이 붙어 있는 초를 두 사람 가까이에 내밀었다.
“불 끄고 소원 비세요.”
“생일도 아닌데 무슨 소원이야.”
“전 이유 길드 사람들이 모두 건강하게 해달라고 빌래요!”
진준성의 순진한 소원을 들은 고주연은 피식 웃더니, 같이 후 불어서 초를 껐다.
윤지석은 들고 있던 꽃다발을 둘에게 하나씩 내밀었다. 고주연은 떨떠름하게 받았고, 진준성은 기분이 매우 좋아 보였다.
“네가 이런 거 할 거라고 생각도 못 했네. 고마워.”
“완전 감동이에요…. 저 평생 이유 길드 길드원 할래요!”
둘 다 만족한 모양이다.
윤지석은 내게 하이파이브를 하자고 손을 들었고, 나는 윤지석과 손뼉을 마주쳤다.
깜짝 파티에 만족한 두 사람을 보니 나도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나는 평생 우리 길드원이 되겠다는 진준성에게 말했다.
“준성 학생, 슬슬 계약서 쓰게 부모님 모셔 왔으면 하는데. 가능합니까?”
“아….”
갑자기 짧은 탄식을 뱉은 진준성이 자리에서 돌처럼 굳었다.
어째서인지 윤지석의 표정도 좋지 않아 보였다.
두 사람을 보고 있던 고주연이 나를 살짝 치며 말했다.
“왜 갑자기 쓸데없는 말을 해서 분위기를 망쳐.”
그러자 진준성이 당황하며 허둥지둥 대답했다.
“아, 아녜요. 죄송한데 며칠만… 기다려주실 수 있을까요?”
“알겠습니다.”
이후 파티는 별 탈 없이 무사히 진행됐다.
다행히 진준성은 음식을 먹고 여러 이야기를 하며 기분이 금방 좋아진 것 같았다.
진준성과 고주연이 자리를 비운 사이, 나는 윤지석에게 슬쩍 물어봤다.
“준성 학생 부모님은 어떤 분이십니까? 잘 아시는 것 같던데.”
윤지석은 내 질문에 한숨을 쉬며 답했다.
“뭐 일단, 준성이 아버지는 되게 바쁜 분이세요. 그러니까 자연스럽게 어머니가 준성이를 다 키웠는데…, 준성이한테 애착이 강한 분이시죠.”
“길드 가입을 허락 맡는 게 쉽지 않았겠군요.”
진준성처럼 성적이 우수한 학생의 진로가 ‘헌터’ 한 가지로 정해져 버렸으니, 부모 입장에선 속이 상할 것이다.
윤지석은 착잡한 표정으로 고갤 끄덕이며 말했다.
“이유영 씨가 준성이를 잘 돌봐줄 수 있다는 모습을 보여주셔야 할 겁니다. 저도 옆에서 거들게요.”
“……알겠습니다.”
평소라면 걱정할 거 없다고 넉살 좋게 넘어갔을 텐데 저런 반응인 걸 보면, 상당히 엄한 분인 듯했다.
사실 어떤 부모든 자식 옆에 신뢰할 수 있는 어른이 있어야 마음이 놓일 것이다.
특히 길드장인 나는 책임감을 가져야 하는 부분이었다.
***
진준성은 어머니를 설득하는 데 꽤 시간이 필요했던 건지, 며칠간 길드에 오지 못했다.
고주연은 이미 길드 계약서를 쓰고 등록까지 마쳐 정식 길드원이 됐는데도, 진준성은 시간이 걸릴 것 같다는 연락만 할 뿐이었다.
매일 같이 출석하던 애가 오질 않고 있으니 길드의 분위기가 날이 갈수록 어두워졌다.
“준성이가 허락 못 받으면 어떡하죠?”
“…어쩔 수 없습니다. 이건 보호자의 허락이 반드시 필요한 일이니까요.”
윤지석은 깊게 한숨을 쉬었다.
침울해진 길드 분위기를 따라, 알도 어딘가 색이 탁해진 것 같았다.
한쪽에서 화살 만드는 연습을 하고 있던 고주연은 알을 힐긋 쳐다보고 말했다.
“그거 진준성 안 오니까 날이 갈수록 시들더라.”
“저도 그 생각을 하던 참입니다. 아무래도 준성 학생이 없으면 부화도 어려울 것 같네요.”
지금까지 지켜본 결과, 알은 헌터의 감정 에너지만 가져가는 듯했다.
나랑 고주연도 열심히 돌봐 봤지만, 우리가 삭막한 사람이라 그런지 결과가 이 모양이다.
진준성이 만약 이대로 허락을 받지 못한다면 이 알과 천혜 길드장 모두 포기하는 수밖에 없었다.
다들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던 건지, 우리 셋은 비슷한 타이밍에 한숨을 쉬었다.
그런데 그때, 드디어 진준성에게서 기다리던 문자가 왔다.
「길드장님, 오늘 오후 7시쯤에 어머니랑 같이 사무소에 가도 될까요?」
나는 핸드폰 화면을 보며 윤지석과 고주연을 향해 말했다.
“…준성 학생이 오늘 7시에 온다고 하네요.”
“결전의 날이네.”
“드디어 올 것이 왔네요.”
고주연과 윤지석이 긴장한 표정으로 말했다.
나 역시 SS급 몬스터와 싸울 때도 없었던 긴장감이 돌았다.
“다들 정장 같은 옷으로 갈아입고 오실 수 있습니까? 아무래도 첫인상이 중요할 것 같아서요.”
“무슨 면접 보는 것 같네. 일단 알겠어.”
“저도 양복 입고 오겠습니다.”
우리는 오후 5시까지 각자 제일 그럴듯한 옷을 입고 모이기로 했다.
미리 만나서 우리 길드의 장점과 진준성을 어떻게 돌볼지, 학업에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 회의하기 위해서였다.
‘PPT 미리 만들어놓길 잘했네.’
만약을 대비해 전교 1등 진준성의 어머니라도 솔깃할 만한 발표도 준비해놓은 상태다.
PPT도 윤지석과 함께 최선의 가독성과 디자인으로 신뢰감을 더해놨다.
이제 남은 건 실전 발표뿐이다.
나는 오직 오늘만을 위해 미리 구매해놓은 정장을 입었다.
고주연과 윤지석 역시 가벼운 정장 스타일로 옷을 맞춰 입고 왔다.
두 사람에게 준비해놓은 발표에 대해 미리 설명해주는데, 가만히 듣고 있던 고주연이 한마디 했다.
“근데 이러는 게 의미 있어? 솔직히 이유 길드에 그렇게 큰 장점 같은 건 없잖아.”
“하나 있잖아요, 준성이 학교랑 가깝다.”
“….”
마치 화살에 찔린 것 같은 기분이었지만, 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만들어놓은 PPT도 스크린으로 띄웠다.
그곳에는 이유 길드의 장점을 설명할 수 있는 자료들이 모여 있었다.
PPT를 구경하던 고주연이 또 한마디 했다.
“진준성의 아이큐 능력을 향상할 수 있는 두뇌 능력 증진 프로그램? 이건 사기 아니야?”
“준성 학생이 스킬을 연습하다 보면 똑똑해지니까 사기는 아닙니다.”
고주연이 또 한마디 하려고 하던 그때, 갑자기 바깥에서 사무소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예정된 시간보다 1시간 반은 이른 시간이었다.
“저, 길드장님… 어머니 모시고 왔어요….”
“여긴 나와보는 사람이 원래 없니?”
이어지는 날 선 목소리에 우리 셋은 서둘러 바깥으로 뛰쳐나갔다.
그곳에는 어딘가 위축된 진준성과 안경을 쓴 차가운 인상의 중년의 여성이 같이 서 있었다.
나는 제일 앞에서 깍듯하게 인사를 드렸다.
“안녕하세요. 이유 길드의 길드장, 이유영이라고 합니다. 안쪽으로 모시겠습니다.”
“아니, 그럴 거 없고.”
진준성의 어머니는 한쪽 손을 내밀었다.
“계약서나 줘요. 사인하고 가게.”
“……예?”
진준성은 고개도 못 들고 바닥만 보고 있었다.
진준성의 어머니는 내 멍청한 반응에 한숨을 쉬었다. 그러다 팔짱을 끼고 말을 아끼더니, 내뱉듯이 한마디 했다.
“평생 내 말에 반항 한 번 안 하던 애가 나한테 대들더라고요, 당신 때문에.”
“어, 엄마….”
진준성은 어머니의 팔을 살짝 잡았지만, 그 태도가 어머니의 기분을 더 안 좋게 만드는 듯했다.
진준성의 어머니는 눈만 껌뻑이고 있는 나한테 이어서 말했다.
“준성이가 당신 때문에 헌터가 됐다면서요?”
“…….”
“솔직히 난 얘가 좋은 대학 가서 편한 인생을 살았으면 좋겠거든요? 생각해봐, 그간 해온 게 얼마나 아까워.”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굉장히 날 선 말투였지만, 진준성 어머니의 표정이 곧 눈물이라도 흘릴 것 같은 얼굴이었기 때문이다.
진준성이 그간 길드에 오지 않았던 건, 어머니를 설득하기 위해서였던 모양이다.
우리 셋이 할 역할을 진준성이 하고 말았다.
옷을 갖춰 입고, PPT로 사기극이나 펼치려고 했던 나 자신이 한심해지는 순간이었다.
내가 면목이 없다는 듯이 서 있었더니, 진준성의 어머니가 마른 입술을 축이며 말을 이었다.
“내가 당신들이 좋아서 계약서 내놓으라는 게 아니에요. 얘가, 안 웃던 애가 하도 행복해 보여서 허락해주는 거야. 알아들어요?”
진준성의 어머니는 울컥거리는 마음을 가라앉히지 못하는 듯했다.
옆에 있던 진준성 역시 입술을 깨물고 있었다.
헌터는 명예로운 직업이지만, 그 명예는 싸움터에서 목숨을 걸고 싸우기 때문에 나온다.
과연 자식을 싸움터로 보내고 싶은 부모가 얼마나 될까.
나는 잠자코 들은 뒤, 길드장으로서 할 수 있는 말을 하기 위해 입을 열었다.
“준성 학생은… 다채로운 인재입니다. 노력한다면 뭐든 될 수 있는 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준성이가 다른 것을 두고 우리 길드에 오고 싶다고 했을 때, 고민이 많았습니다. 좀 더 준성이를 훌륭한 사람으로 키워줄 수 있는 곳이 많을 테니까요.”
진준성의 어머니는 눈물을 참는 듯, 더 날 선 얼굴로 나를 쳐다봤다.
그럼에도 나는 해야 할 말을 했다.
“제가 어머니께 해드릴 수 있는 말 하나는, 준성이가 이곳을 선택한 걸 후회하진 않게 해주겠다는 것입니다.”
비록 훌륭한 사람으로 만들어주진 못해도, 진준성이 나와 이 길드를 선택해준 것을 후회하지 않게 해줄 것이다.
회귀 전의 진준성처럼 삭막한 사람이 아닌, 지금의 다채로운 아이로서 클 수 있도록 노력하고 싶었다.
그 마음만큼은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걱정이 많으시다는 거 이해합니다. 그럼에도 준성이의 행복을 위한 선택을 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나는 허리를 숙여 인사드렸다. 이것이 길드장으로서 진준성을 위해, 거짓 없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말이라고 생각했다.
내 말을 듣던 진준성의 어머니는 축축한 눈가를 닦다가, 고주연이 들고나온 계약서를 거칠게 빼앗았다.
울음을 참고 있던 진준성은 조용히 훌쩍였고 윤지석은 진준성을 안아주었다.
이날은 드디어 이유 길드가 세 명의 식구를 품은 둥지가 된 날이었다.
***
밖이 눈물바다가 되던 그사이, 이유영이 사기꾼 PPT를 준비해놓은 회의실.
그곳에는 이유 길드의 애물단지인 알이 있었다.
진준성이 오지 않아 탁한 색을 띠고 있었던 알은 어느새 원래의 색으로 돌아와 있었다.
바깥에서는 울음소리가 들리더니, 곧 작은 웃음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순간 알에서 옅은 빛이 뿜어져 나왔다.
달그락!
이유 길드가 둥지가 되었다는 걸 알도 깨달은 것일까.
알은 기분 좋게 달그락거리며, 처음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