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iary is an SSS-class reward RAW novel - Chapter 84
84화. 소집 명령 (1)
나는 이전에 악마의 미궁이 열릴 거라는 경고 알림을 보내달라고 화신한테 부탁했다.
그리고 오늘, 드디어 그 안내창이 떠올랐다.
[ 경고! ]『서울 시내에 S급 이상의 던전이 나타날 예정입니다.』
『게이트 활성화 기간: 10일』
그 밑으로 서울 한 지역에 붉은 점이 찍힌 지도가 올라왔다.
게이트 활성화 기간이 열흘이라면, 열흘 안에 던전 안에 들어가야 한다는 소리였다.
이 안내창이 올라오자마자 헌터넷은 뜨겁게 달아올랐다.
「방금 안내창 받은 사람??」
「ㅅㅂ 드디어 올 게 왔구나」
「이거 B급 이상만 해당되는 거지?」
「재앙이다! 재앙이다! 재앙이다!」
보니까 시스템이 모든 헌터들에게 알림창을 보낸 듯했다.
이런 안내창이 떠오른 것은 처음이라, 사람들은 혼란스러워하고 있었다.
이 안내창을 받았을 우리 길드원 둘한테서도 아침부터 문자가 왔다.
「이유영, 너도 이상한 안내창 받았어?」
「길드장님. 저 오늘 아침에 이상한 안내창을 봤는데, 이거 어떻게 해야 하나요…?」
나는 두 사람에게 당황하지 않아도 된다는 답을 해준 뒤, 김상엽 팀장에게 연락했다.
이 알림창의 목적이었던 ‘B급 헌터 모으기’를 해줄 수 있는 사람과 약속을 잡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지금, 나는 그 사람과 만나기 위해 약속 장소로 가고 있었다.
***
‘대체 왜 여기서 만나자고 하는 거야?’
나는 만나기로 한 장소가 정말 여기가 맞는지 몇 번이나 확인했다.
협회로 오라고 하거나 카페에서 만나자고 할 줄 알았더니. 그 녀석이 오라고 한 곳은 ‘뜨끈 찜질방’이라는 간판이 걸린 찜질방이었다.
솔직히 들어가고 싶지 않았지만, 안 들어갈 수도 없는 상황이다.
벌써 그 녀석한테 말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나는 착실하게 찜질방 복으로 갈아입고 안으로 들어갔다.
찜질방에는 오늘 만나기로 한 두 사람이 똑같은 찜질방 복장을 하고 있었다.
바닥에 앉아있던 김상엽 팀장이 자리에서 일어나 내게 인사했다.
“이유영 헌터님, 오셨습니까.”
항상 양복에 검은 선글라스, 세팅한 머리를 하고 있던 김상엽 팀장조차 찜질방 옷을 입고 있었다.
게다가 옆에 있는 녀석의 짓인지, 수건으로 양 머리를 말아서 쓴 상태였다.
왜인지 선글라스는 계속 쓰고 있었지만, 그보다 더 걸리는 건 옆에서 날 보며 실실 웃고 있는 녀석이었다.
“오늘은 고분고분 말 잘 듣네?”
오늘 만나기로 한 주인공, 헌터 협회장 도나리였다.
도나리는 분홍색 반팔, 반바지를 입고 김상엽과 똑같이 양머리 수건을 쓰고 있었다. 어디서 다친 건진 모르겠지만, 이마에는 큰 밴드가 붙어 있었다.
게다가 아주 끝내주게 찜질방을 즐기고 있는 듯, 찜질방 명물인 구운 달걀을 까는 중이었다.
김상엽 팀장이야 당연히 도나리한테 휘말려서 저런 꼴을 하고 있을 것이고.
도나리는 대체 무슨 생각인지 알 수가 없었다.
나는 황당한 마음을 감추지 못한 채 두 사람 앞에 앉았다.
“뭡니까? 왜 여기서 만나자고 한 거예요?”
내가 막 질문을 하던 때, 도나리는 기습적으로 구운 달걀 하나를 내 머리에 치려고 했고 나는 본능적으로 회피했다.
만약 여기서 손을 쳐냈다면 도나리의 ‘사이코메트리’에 손쉽게 당했을 것이다.
도나리는 혀를 차며 바닥에 달걀을 내려쳤다.
“영악한 녀석.”
“그건 제가 할 말입니다.”
도나리는 달걀 껍데기를 까내며 말했다.
“요즘 몸이 찌뿌둥해서 찜질방에 오고 싶었는데 마침 네가 만나자길래 온 거야. 달걀 줘?”
“됐습니다.”
김상엽 팀장은 나를 진정시키려는 건지 아이스 커피를 건네줬다. 파란색 뚜껑의 물통에 담긴 커다란 아이스 커피에는 빨대가 세 개 꽂혀 있었고, 도나리는 초록색이 네 거라며 태연하게 말했다.
나는 그 초록색 빨대로 모기처럼 아이스 커피를 빨아 먹었다. 열불이 나서 찬 걸 속에 넣어야 할 것 같았다.
김상엽 팀장은 이 상황에서도 진지하게 얘기를 꺼냈다.
“협회장님. 이유영 헌터님이 만나자고 하신 건 오늘 아침에 시스템이 띄운 경고 알림창 때문입니다. 그에 관한 얘기를 해보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맞아, 그것 때문이었지? 그래, 어디 한 번 얘기해봐.”
도나리를 상대로 정상적인 대화를 하는 김상엽 팀장이 새삼 대단해 보였다.
나는 아이스 커피를 내려놓으며 말했다.
“본론부터 말하겠습니다. 협회장님 권한으로 전국에 있는 B급 헌터들을 소집해주시죠. 미성년자는 제외하고요.”
“미성년자는 제외? 너희 길드의 준성 군은 빼내겠다는 거야? 이런 이기적인 녀석을 봤나. 그럴 거면 걔 협회로 보내. 우리가 키워주지.”
“안 됩니다.”
내가 단호하게 거절하자, 김상엽 팀장은 도나리에게 미성년자 헌터는 던전 공략에 참여하지 않아도 된다는 법 조항을 성심성의껏 설명했다.
아마 도나리는 다 알고 있으면서도 그냥 진준성이 탐나서 저런 말을 했을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도나리는 누가 그것도 모르는 줄 아냐며 김상엽을 타박했다.
그리고 내게 말했다.
“이봐, 전국에 있는 B급 헌터들은 200명이 넘어. 그걸 무슨 수로 모으라는 거야?”
“저도 방도가 없으니까 협회장님을 찾아온 거 아니겠습니까.”
“그놈들이 부른다고 올 것 같아? B급이 넘는 녀석들은 하나 같이 제멋대로에 이상한 놈들뿐이야. 너처럼 말이야.”
나는 도나리가 능청을 떤다는 걸 알고 있었다.
협회가 만들어진 이유는 바로 이런 일에 헌터들을 소집하기 위해서다. 누구든 협회의 소집 명령에 따라야 하고, 유사시에는 협회가 헌터들을 지휘할 권리를 가진다.
아직 헌터들을 소집한 적이 없어서 그렇지, 기본적으로 협회는 그런 곳이었다.
“협회장님은 불렀는데 안 오면 협박하실 분이라는 거 압니다.”
“날 아주 잘 아는군.”
도나리는 정의로운 사람은 결코 아니지만, 협회의 역할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었다.
내가 이 녀석한테 이런 부탁을 하는 것도, 이 녀석이 자신의 권력을 욕심에 쓰는 녀석은 아니기 때문이다.
나는 이번엔 녀석이 흥미로워할 만한 말을 꺼냈다.
“우선 협회는 이번 공략에 참여하지 마시죠.”
“이유는?”
“참여하지 않는 녀석들이 헛짓거리 못 하게 감시하셔야죠.”
도나리는 깐 달걀을 씹어 먹으며 나를 쳐다봤다.
헌터들이 대거 빠진 틈을 타, 나머지 녀석들이 어떤 쓰레기 같은 짓을 할지 모른다. 충분히 그러고도 남을 놈이 이미 5대 길드 안에도 있었다.
도나리는 내가 하는 말의 의미를 모르지 않을 것이다.
“이봐, 협회가 끼지 않으면 던전 안에서 생기는 분열을 어떻게 막을 거야?”
“분열은 언제나 생깁니다. 중요한 건 싸움을 막는 게 아니라 아무도 죽지 않고 던전을 공략하는 겁니다.”
“말은 잘하는군. 그걸 네가 할 수 있다는 거야?”
몇십, 어쩌면 백이 될 수도 있는 인원이 아무도 죽지 않고 던전을 공략하는 일이 나한테 가능할까? 나 혼자라면 불가능하다.
하지만 정하나가 있다면 그 가능성은 크게 올라간다.
구지상과 부산 길드장까지 있다면, 더는 불가능하지 않다.
나는 잠자코 우리의 대화를 듣고 있는 김상엽 팀장에게 물었다.
“김상엽 팀장님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유영 헌터님이라면… 가능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전국에 있는 어떤 헌터들보다 가능성이 높으신 분입니다.”
솔직히 김상엽 팀장이 치켜올려 주는 것 같았지만, 지금은 이 대답이 필요했다.
물론 나보다 잘 싸우는 헌터들이야 많다. 당장 구지상도 그렇고, 5대 길드장 모두 나보다 더 잘 싸우는 녀석들이다.
하지만 공략대를 죽이지 않고 공략하는 능력은 내가 그 녀석들보다 나을 수밖에 없다. 난 힐러니까.
내가 힐러라는 걸 알고 있는 김상엽 팀장은 역시나 내가 기대했던 대답을 해줬다.
김상엽의 말이라면 도나리도 신뢰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도나리는 김상엽 팀장의 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나만 쳐다봤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는 연한 색의 눈동자가 나를 뚫어져라 보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씨익 웃으며 말했다.
“이유영, 거래를 하나 하자.”
이 상황에서 내가 왜 거래를 해야 하나 싶었지만, 만약 협회장이 마음을 먹지 않는다면 헌터들을 소집하는 건 불가능하다. 사실상 이 녀석이 나서주는 게 유일한 방법이었다.
나는 들어나 보자는 생각으로 말했다.
“무슨 제안인지부터 먼저 말씀해 주시죠.”
“네 말대로 헌터를 모으는 건 내겐 일도 아니야. 나는 딱히 수단이나 방법을 가리지 않거든. 하지만 내 방식을 마음에 안 들어 하는 놈들이 많아서, 네 부탁을 들어주면 협회는 언론에 물어뜯기게 될 거야.”
맞는 말이다. 도나리는 언론에 표적이 되기 쉬운 사람이었다.
헌터 소집 명령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은 막을 수 없다. 아무리 도나리라고 해도 며칠은 꽤 귀찮을 것이다.
내가 이 녀석을 설득하기 위해 이런 찜질방에 순순히 온 것도 그것 때문이었다.
고갤 끄덕이자, 도나리는 이어서 말했다.
“그러니 나도 얻는 게 있어야 하지 않겠어?”
“뭘 원하는지 말씀해 보시죠.”
“우선, 소집한 B급 이상의 헌터는 무조건 둘로 나눈다. 선발대와 후발대. 선발대가 몰살당하면 그때 후발대가 움직이게 할 거야. 선발대에는 네가 들어가고, 후발대에는 구지상과 노진수가 들어간다. 공략은 무조건 네 선에서 끝내. 판을 깔아줄 테니 후발대가 나설 일이 없게 하란 말이야.”
이 녀석이 하는 말만 들어보면, 이게 녀석한테 무슨 이득이 있나 싶었다.
하지만 잘 생각해보면 녀석은 분명 협회에 이득인 조건을 제시하고 있었다.
구지상이 이번 던전 공략에서 활약하게 되면 구원 길드의 위상은 지금보다 커질 것이다.
게다가 노진수 역시, 던전에 들어가면 분명 지휘를 맡을 테니 영웅이 되기 쉽겠지. 그럼 이번에야말로 수호 길드와 서열이 뒤집힐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럼 결과적으로 5대 길드 중에서 협회에 중립적인 입장을 보이는 세력이 커지고 만다.
하지만 공식적으로 협회와 친한 내가 이번 공략에 성공한다면, 협회에겐 이득이었다. 자연스럽게 나머지를 견제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밸런스상으로 들어가게 될 수호 길드 역시 협회와 친하다는 걸 감안하면, 철저히 협회를 위한 제안이었다.
“참 협회장님다운 제안이네요.”
“무슨 소리야? 아직 내 얘기 안 끝났어. 방금 건 네가 당연히 해야 할 일이고.”
도나리는 옆에 있던 김상엽 팀장에게 시선을 돌렸다.
“난 그보다 이 곰탱이의 주장에 대한 근거가 뭔지 듣고 싶거든? 이유영 네가 말해도 된다고 허락해라. 그럼 원하는 대로 헌터들을 소집해주지.”
“던전 공략하는 일에 참 치사하게 구십니다.”
“네가 허락해야 곰탱이가 대답할 거 아냐. 얼른 허락해.”
애초에 내가 거절할 거라는 생각조차 없는 듯했다.
억울하지만, 사실 내가 이 거래에서 벗어날 방법은 없다.
내가 여기서 싫다고 한다면, 도나리는 정말로 소집 명령을 내리지 않을 것이다. 그러고도 남을 녀석이었다.
김상엽 팀장은 꽤 당황한 듯했고, 나는 팀장을 대신해서 대답했다.
“대답은 팀장님 대신 제가 하겠습니다. 아마 팀장님은 제가 사람을 살리는 재능이 특출나다는 걸 아셔서 그렇게 말씀하셨을 겁니다.”
도나리가 알고 싶은 정보는 부정할 수 없는 근거다. 그리고 그건, 내가 힐러라는 사실이었다.
이 녀석은 그걸 알아낼 때까지 계속 말꼬리를 잡고 늘어질 게 뻔했다.
게다가 도나리의 계획대로라면 선발대와 후발대는 협회장 권한으로 나누게 될 것이다.
내가 선발대에 들어간다면, 이 녀석에게 내가 힐러라는 정보를 알리는 게 나았다. 그래야 다른 사람들도 납득할 테니까.
나는 도나리가 이마에 붙이고 있던 밴드 가까이에 손을 가져다 댔다.
그리고 스킬을 발동했다.
[ 메인 스킬, 를 발동합니다. ] [ 대상자에게 살아가는 것의 힘이 스며듭니다. ] [ 생명의 의지가 다시 한번 생명을 불어넣습니다. ]손에서 뻗어나간 녹색 빛이 짧게 상처 위를 머물다 갔다. 아마 도나리도 상처가 나았다는 기분을 확실히 느꼈을 것이다.
도나리는 곧장 밴드를 거칠게 떼어내더니 자기 이마를 만져봤다. 드물게 도나리의 표정에 여유가 사라져 있었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며 말했다.
“아무리 협회장님이어도 제가 힐러라니 놀라긴 놀라시나 봅니다. 어쨌든, 이 정도 정보면 충분한 거래 아닙니까?”
“충분하지.”
“그럼 헌터 소집 명령은 협회장님이 책임지신다고 봐도 됩니까?”
도나리는 내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그 대신 김상엽 팀장에게 너는 다 알면서도 감히 자기에게 말하지 않았냐고 갈구기 시작했다.
그러다 상처가 나은 곳에 밴드를 도로 붙이며 말했다.
“아니! 이걸 멋대로 낫게 한 죗값은 치러야지.”
“그게 뭔….”
“난 너한테, 곰탱이가 말하게 허락하라고 했어. 제시 조건을 어긴 건 너야.”
“아니, 진짜 이러실 겁니까?”
도나리는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따라오라며 나랑 김상엽 팀장을 끌고 불한증막 사우나를 데려갔다.
내가 도망가면 거래는 없던 일로 할 거라고 협박하는 바람에 강제로 끌려가야 했다.
아무리 불한증막이 뜨겁다고 해도, 각성자인 우리 셋은 어떤 타격도 받지 않는다. 덕분에 들어오는 민간인들의 구경거리가 되었다.
“저 사람 영상 헌터 아니야?”
“맞네…. 헌터도 찜질방을 다니나?”
“헌터도 사람이잖아.”
나를 알아본 사람들이 수군거리고 있었다.
도나리는 나를 쿡쿡 찌르며 저 사람들이 네 얘기를 한다는 둥, 화 안 나냐는 둥, 성질나게 굴었지만 나는 참았다.
“재미없는 녀석.”
“이제 슬슬 대답이나 해주시죠. 시간 아깝습니다.”
“시간이 왜 아까워? 찜질방에 와서 찜질은 즐겨야 할 거 아냐.”
대체 이게 뭔 헛소리인가 싶었다.
그때, 옆에서 같이 인내심 수련을 하고 있던 김상엽 팀장이 조심스럽게 도나리한테 말했다.
“협회장님, 슬슬 부협회장님과 만나실 시간입니다.”
그 말에 도나리는 어린애처럼 입을 삐죽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사우나를 나가며, 한마디를 남겼다.
“다음엔 소집 명령으로 만나지.”
하여간, 협회장 설득하는 게 이렇게 힘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