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iary is an SSS-class reward RAW novel - Chapter 87
87화. 소집 명령 (4)
고주연과 나는 우리의 반대쪽에 앉는 구원 길드와 구지상을 쳐다봤다.
노골적으로 우리랑 제일 멀리 떨어져서 앉는 게 보여서 기가 찰 정도였다.
고주연은 그 모습을 보며 말했다.
“쟨 왜 오려다가 말아?”
“구원 길드장은 구지상 씨가 우리랑 노는 게 싫은가 봅니다.”
“뭐야, 그게? 구지상 엄마도 아니고.”
구원 길드장의 입장에선 우리가 착한 아이 구지상을 나쁜 길로 빠트리는 불량아로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자기 말 잘 듣던 간판 헌터가 마음대로 일정을 째질 않나, 수습하려고 벌인 기자 회견에서는 남의 이름값 높여주는 짓이나 하질 않나.
게다가 자기네 길드원이 아닌 나와 야생의 몬스터를 잡으러 가는 바람에, 물밑에서는 구지상과 구원 길드의 불화설도 심심찮게 올라오는 중이었다.
그런 와중에 사람들 다 모인 자리에서 대놓고 친분을 과시하려 든다면 말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저 녀석한테 공감하는 건 아니다.
여러모로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내가 나설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옆에 있던 고주연 역시 구원 길드장이 별로였는지, 조용히 중얼거렸다.
“구원 길드 안 가길 잘했네.”
“동의합니다.”
고주연 말에 조용히 맞장구쳐주고 있는데, 갑자기 우리 대화에 끼어드는 사람이 있었다.
“그렇게 말씀하시면 섭섭한데요.”
목소리가 들려온 쪽을 돌아보니, 낯익은 얼굴이 있었다.
구원 길드 훈련장에서 만나 고주연에게 내기를 걸고 스카우트까지 제안했던 구원 길드원, 이용건이었다.
녀석은 이전과 마찬가지로 수상쩍은 실눈으로 우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오늘은 소집 명령 때문인지, 훈련장에서 봤을 때보다 깔끔한 차림새였다.
이용건은 미소를 지으며 고주연에게 인사를 건넸다.
“오랜만입니다, 고주연 씨.”
“오랜만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인사하러 와도 되는 겁니까? 구원 길드장님이 우릴 별로 안 좋아하시는 것 같은데.”
나는 고주연을 대신해서 녀석한테 대답했다.
그러자 녀석은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상관없습니다. 지금은 다들 구지상 씨한테 정신이 팔려 있어서요. 제가 뭘 하든 별로 관심 없을 겁니다.”
그 말대로긴 했다. 대부분의 헌터들이 구지상한테 어떻게든 말 한 번 붙여보려고 몰려 있어서, 구원 길드 헌터 한 명이 빠져나온 걸 눈치챌만한 상황이 아니었다.
이용건은 고주연의 옆에 서서 말을 걸어왔다.
“고주연 씨, 얼마 전에 드디어 던전 데뷔전을 치르셨다면서요?”
“네.”
“혹시 길드장님한테 데뷔전 기념 선물은 받으셨어요?”
나는 그런 것까지 챙겨야 한다고 생각하지 못해서 주지 않았다.
고주연은 고개를 저었고, 녀석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피식 웃었다.
그리고 아이템창을 열어서 곱게 포장된 상자를 하나 꺼냈다. 누가 봐도 상당히 공들인 포장이었다.
“잘됐네요. 제가 하나 준비했는데, 받아주실래요?”
“뭔데요?”
“열어보세요. 마음에 들면 좋겠네요.”
고주연이 상자를 열어보자, 그 안에는 양궁용 보호대가 들어 있었다.
생긴 것 자체는 투박해 보였으나, 센스 없다고 욕할 순 없었다.
일단 고주연은 디자인에 민감한 사람이 아니다. 무조건 실용적인 선물을 좋아한다.
게다가 선물 상자가 아이템창에서 나온 걸 보면, 저 양궁용 보호대는 던전 보상템이 틀림없었다.
이용건은 아이템을 이리저리 둘러보는 고주연에게 말했다.
“방어구 아이템입니다. 등급은 C급밖에 안 되니까 부담 갖지 말고 쓰세요.”
C급밖에 안 된다고?
무기 아이템이었으면 그런 말이 먹혔을 것이다. 하지만 방어구 아이템은 얘기가 다르다.
방어구는 현시점에서 몇 개 풀린 게 없었다. 그렇게 많은 던전을 공략하고 다닌 나도 아직 방어구 아이템은 구경해본 적이 없을 정도다.
심지어 이용건 본인도 활을 쓰면서 이걸 고주연한테 준다는 건 말이 되지 않았다.
어딘가 멋쩍어 보이는 얼굴에 묘한 기류까지, 저 선물이 의미하는 건 하나밖에 없었다.
“구원 길드로 오라는 뇌물입니까?”
내 말에 보호대를 둘러보던 고주연도 경계하는 눈으로 이용건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고주연은 선물을 다시 상자에 내려놓으며 말했다.
“안 간다고 분명 말했을 텐데요.”
싸늘한 목소리였다. 회귀 전의 냉랭했던 고주연이 떠오를 정도였다.
그러자 이용건은 당황한 듯 손사래를 치며 변명하기 시작했다.
“뇌물이라뇨, 전 순수한 마음으로 드린 겁니다.”
“이렇게 귀한 아이템을 순수한 마음으로요?”
내가 의심스러운 어투로 묻자, 이용건은 어색하게 말을 덧붙였다.
“친해지고 싶다는 사심을 담았다고 하면… 이해되시죠?”
“친해지고 나서 구원 길드로 꼬드기려는 겁니까?”
고주연과 내가 쳐다보자, 이용건은 한숨을 쉬었다.
그러다가 하는 수 없다는 듯 말했다.
“이렇게 해야겠네요. 고주연 씨에게 구원 길드 영입 제안은 더 이상 하지 않겠다고 약속하겠습니다. 그러니 선물은 받아주세요.”
이용건은 실눈이던 눈까지 뜨고서 말했다.
이렇게까지 말하는데 내가 간섭할 이유는 없었다. 고주연도 내심 선물이 마음에 들어 보였으니까.
이용건은 선물을 보기만 하고 있는 고주연에게 말했다.
“착용해보실래요? 제가 하는 거 도와드릴게요.”
“그래요.”
이용건은 무릎 꿇고 앉아서 고주연이 보호대를 착용하는 걸 도와줬다.
보호대의 끈을 팔에 맞게 조여주며, 마지막 매듭까지 깔끔하게 묶어줬다. 어쩐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섬세한 손길이었다.
보호대는 투박한 회색의 가죽이었지만, 고주연이 착용하고 나니 상당히 고급스러워 보였다.
고주연도 마음에 들었는지 이리저리 둘러보다가 말했다.
“괜찮네요. 잘 쓸게요.”
고주연의 말에 이용건은 어디가 아픈 사람처럼 안색이 붉어졌다.
이용건이 고주연에게 전화번호를 물어보던 중, 강당이 다시 소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 또 누가 등장하는 모양이었다.
들어온 사람의 정체는 곧바로 알 수 있었다.
“뭐야, 내가 왔는데 너무 조용한 거 아니야?”
“우리보다 구원 길드가 먼저 왔나 보네.”
바로 수호 길드였다. 수호 길드는 길드장인 정하나와 오른팔인 안수연을 필두로 세우고 들어오고 있었다.
정하나는 구지상한테 사람이 몰려 있는 걸 보면서 말했다.
“에라이, 저 녀석 때문에 주목 다 뺏겼네.”
정하나는 녀석한테서 고개를 홱 돌리다가, 나와 눈이 마주쳤다.
그리고 누가 봐도 반가운 기색이 역력한 얼굴로 곧장 내게 달려왔다.
“얌마, 이유영! 넌 퇴원했으면 말을 했어야 할 거 아냐! 하필 구원 길드 쪽 병원으로 가서 문병도 못 갔네.”
정하나는 얼굴은 반가워하고 있으면서 말로는 구박했다. 곧바로 정하나를 따라온 안수연은 웃으며 말했다.
“오랜만이네요, 이유영 씨. 소식 듣고 놀랐어요. 저도 그렇고, 하나도 걱정 많이 했고요. 지금은 건강해 보이네요?”
병실에 있던 꽃 중에는 수호 길드에서 보내줬던 것도 있었다.
나는 다소 늦은 감사 인사를 전했다.
“퇴원하고 정신없어서 연락도 못 했네요. 꽃 잘 받았습니다. 감사합니다.”
“알면 됐어! 근데 너 유명해졌더라? 구지상하고 야생의 몬스터 잡았다며?”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습니다.”
내 말에 정하나랑 안수연은 서로 시선을 교환했다.
그러다 키득거리며 내게 말했다.
“그런 식으로 대답할 줄 알았다. 오기 전에 수연 언니가 말한 그대로 대답하네. 그거 네가 직접 찾은 거 아냐? 수연 언니도 그러다가 만난 거잖아.”
“그거 혹시 질문입니까?”
나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정하나에게 물었다.
정하나와는 이전에 길드 대 길드로 계약을 맺은 적이 있었다.
내가 정하나의 질문에 대답하면 수호 길드는 우리한테 협력한다는 조건이었다.
‘정하나의 ‘수호 길드’와 이유영의 ‘이유영 길드’ 간에 협력 관계를 맺는 대신, 이유영은 정하나의 질문에 성실하게 대답한다.’
내가 그 점을 들먹이자, 정하나는 혀를 차며 말했다.
“치사하게도 구네. 됐고, 계약서나 수정해. 너 길드 이름 바꿨더라?”
“길드원들이 기존 이름을 안 좋아해서요. 지금 수정할까요?”
꽤 많은 헌터들이 정하나와 나를 주목하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계약서를 수정하면 이유 길드와 수호 길드의 협력 관계를 만천하에 드러내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정하나는 내 물음의 뜻을 이해한 건지, 씨익 웃으며 답했다.
“이러려고 우리랑 계약 맺은 거 아니었어?”
지금 정하나와의 친분을 과시하면 앞으로 우리 길드를 함부로 건드는 놈들이 줄어들 것이다. 정하나는 그걸 단번에 알아차린 듯했다.
“여기서 이유영이 우리 길드랑 찐한 관계라는 걸 보여줘야지. 그래야 남들이 안 넘볼 거 아냐.”
“뭐 해요, 이유영 씨? 얼른 계약서 꺼내서 자랑해요.”
안수연도 나를 재촉하고 있었다. 수호 길드도 나와 협력 관계라는 걸 알리는 게 이득인 모양이다.
이전에 계약을 맺을 때 사용했던 계약서 아이템인 ‘디케의 언약 증명’은 사용하고 나면 계약 내용을 적은 종이는 사라진다. 하지만 상호 동의하에 계약서를 다시 불러올 수 있었다.
내가 계약서를 소환해내자, 아까보다 더 많은 헌터들이 우리를 구경했다.
나는 이전에 적힌 계약서에 길드 이름을 ‘이유 길드’라고 고쳤다.
수정을 마친 뒤 이전과 같은 저울이 소환되었고, 정하나와 나는 피를 한 방울씩 떨어트려 재계약을 마쳤다.
“온 김에 저희 길드원도 소개받고 가시죠.”
나는 어느새 이용건을 보내고 우리를 구경하고 있던 고주연에게 정하나와 안수연을 소개했다.
“이쪽은 수호 길드의 정하나 길드장과 안수연 씨입니다. 방금 보셨듯이 이유 길드와 협력하기로 계약을 맺은 사이입니다.”
고주연도 수호 길드 정도는 이름을 들어봐서 그런지, 별다른 질문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이번엔 정하나와 안수연을 보며 말했다.
“이쪽은 저희 길드의 고주연 씨입니다. 자세한 건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이미 알고 계실 것 같네요.”
“만나서 영광이에요, 고주연 씨. 선수 시절부터 팬이었어요.”
안수연은 정중하게 손을 내밀며 고주연과 악수했다. 고주연은 따로 돌려줄 말이 없었는지, 가볍게 고맙다고 대꾸했다.
그런데 정하나가 상당히 의외의 모습을 보였다.
“안녕하세요, 수호 길드장인 정하나라고 해요. 앞으로 잘 부탁드릴게요.”
정하나는 무려 존댓말을 쓰며 고주연한테 인사를 건네고 있었다.
회귀 전에도 존댓말을 쓰기야 했지만, 그때야 정하나가 철이 들어서 그런 거고.
이 녀석은 고주연과 동갑인 나한테 초면부터 반말을 했었다. 분명 나보다 2살이나 어리면서 말이다.
나는 황당한 마음에 정하나를 불렀다.
“정하나 길드장.”
“왜?”
어째서인지 나한테는 당연하게도 반말이 돌아왔다.
뭐라도 말하고 싶었지만, 정하나의 눈빛이 하도 똘망똘망해서 할 말이 사라지고 말았다.
“…아무것도 아닙니다.”
“싱겁긴. 그럼 난 간다.”
“오랜만에 만나서 즐거웠어요, 이유영 씨.”
나는 자리를 찾아 돌아가는 두 사람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김신욱도 그렇고, 정하나도 그렇고, 박종훈도 그렇고. 심지어 고주연까지도.
다들 초면에 본 나한테 바로 반말을 했었다.
나는 그중 한 명인 고주연에게 물었다.
“고주연 씨가 보기에는 제가 좀 만만해 보입니까?”
“갑자기 왜?”
“그냥 좀 궁금해서요.”
고주연은 내 얼굴을 빤히 바라봤다.
“…솔직하게 말해?”
“아닙니다, 됐습니다.”
이미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대답이었다.
그 후로 고주연과의 대화가 잠시 끊겼다. 그렇게 서로 침묵을 유지하던 중, 다시 한번 강당 입구가 소란스러워졌다.
“이야, 부산에서 먼 걸음 하셨네.”
“우리나라 최강자들이 다 모이는구만?”
부산 길드의 등장이었다.
회귀 전, 부산 길드장 노진수와 몇 번 얼굴을 본 적 있었다. 지금의 노진수는 확실히 그때보다 정정해 보였다.
노진수의 옆에는 김신욱이 걸어 들어오고 있었다. 김신욱의 얼굴이 뛰어나서 그런지, 노진수보다 김신욱에 대해 관심을 갖는 사람들도 있었다.
둘이 닮았다며 신기해하는 사람들도 있었는데, 김신욱은 인상을 있는 대로 찌푸리며 그 사람들을 노려봤다.
저 모습은 회귀 전이나 지금이나 다를 게 없는 듯했다.
김신욱은 노진수를 자기 아버지로 인정하지 않는다. 저 두 사람이 성이 다른 이유도 김신욱이 자기 어머니 성을 쓰기 때문이다.
김신욱은 순순히 부산 길드를 따라가는가 싶더니, 자리에 앉자마자 노진수와 큰 소리를 내며 싸우기 시작했다.
노진수가 싹바가지 없는 새끼라고 소리치면 김신욱은 애비 없이 자라서 그렇다며 언성을 높였다.
모두가 수군거리던 때, 김신욱이 벌떡 일어났다.
저 성깔에 순순히 있을 리가 없긴 했다. 저대로 나가나 싶었는데, 김신욱은 내가 있는 쪽으로 오더니 자연스럽게 내 옆에 털썩 앉았다.
“아… 열받아.”
김신욱은 의자 등받이에 머리를 기대며 천장을 바라봤다.
이 녀석의 돌발 행동 덕분에 부산 길드장서부터 강당의 모든 헌터들이 나를 주목했다.
나는 애써 노진수의 시선을 무시하며 옆에 있던 김신욱에게 말했다.
“너 왜 여기에 앉냐?”
“불만 있냐? 저번엔 네 길드도 들어오라며.”
이 녀석의 태도가 하도 뻔뻔해서 어이가 없었다.
김신욱을 가만히 쳐다보고 있던 고주연은 김신욱의 말에 의아하다는 듯 물었다.
“누구야?”
김신욱은 그제야 고주연을 발견한 듯했다.
녀석은 고주연을 한참 보다가 슬며시 자세를 고쳐 앉더니, 어색하게 겉옷을 고쳐 입었다.
왜 이러는 건지 모르겠지만, 나는 우선 고주연에게 김신욱을 소개해줬다.
“부산 길드의 김신욱 헌터입니다. 지난번에 저희 길드로 찾아온 적이 있어서 알게 되었습니다. 대학 후배라서 밥 한 번 사줬거든요.”
“네 후배라고? 의외네.”
고주연은 김신욱에게 먼저 악수하자고 손을 내밀었다. 우리 길드에 오라고 했다는 말 때문에 관심을 주는 것 같았다.
김신욱은 어색하게 손을 한 번 잡고서 다시 똥폼을 잡았다.
아까까지 제멋대로 굴던 녀석이 어째서인지 조용해졌다.
고주연도 별말이 없어서 둘 사이에 낀 나까지 할 말이 없어졌다.
침묵만이 이어지는 와중에도 이 보기 드문 미남과 미녀에게 알 수 없는 시선들이 향했다.
슬슬 둘 사이에 있는 게 부담스러워질 때쯤, 또 다른 5대 길드 중 하나가 강당 안으로 들어왔다.
천혜 길드의 등장으로 사람들의 시선은 일제히 천혜 길드장한테 향했다.
다른 5대 길드 사람들이 한 무리씩 끌고 들어온 것과 달리, 천혜 길드장은 양옆으로 두 명의 길드원만 대동한 채로 들어왔다.
왼쪽에 있는 헌터는 상당히 딱딱한 자세로 천혜 길드장을 따르고 있었고, 오른쪽에 있는 헌터는 헤드셋을 낀 채로 건들거리며 들어오고 있었다.
분위기는 달랐지만, 두 사람은 쌍둥이인 건지 생긴 게 똑같았다.
천혜 길드장은 누구와도 인사를 나누지 않은 채, 조용히 자리에 앉았다.
천혜 길드가 들어오며 어느덧 협회에서 고시한 집합 시간이 되었다.
강당을 정비하던 협회원 중 한 명이 시간을 확인하고 헌터들을 향해 외쳤다.
“잠시 인원 체크 하도록 하겠습니다!”
협회원들은 헌터들의 얼굴을 확인하며 인원 체크를 진행했는데, 표정이 썩 좋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게 강당 안에는 아직도 비어있는 의자의 수가 제법 있었다.
게다가 5대 길드 중 하나인 강남 길드 녀석들이 아직 오지 않은 상황이다.
강남 길드가 협회와 사이가 나쁜 건 딱히 비밀은 아니었다.
그렇지만 그 강남 길드장이 이런 공공연한 자리에 불참하는 바보 같은 짓을 저지를 리는 없었다.
아마 일부러 늦게 와서 협회랑 기 싸움이나 벌이려는 모양이다.
아니나 다를까, 소집 시간에서 10분쯤 지날 때쯤 적막을 깨고 강당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저희가 조금 늦은 모양이군요.”
그 말과 함께 한 무리의 헌터들이 들어왔다.
가장 앞에는 안경을 쓰고 단정하게 머리를 넘긴 사람이 있었다. 상당히 고급스러워 보이는 양복을 입고 있는 녀석은 헌터보단 사업가에 가까워 보였다.
강남 길드장, 한이경이었다.
녀석의 뒤로는 마치 자기가 헌터라는 것을 과시하듯 비싼 방어구를 둘둘 감고 있는 이들이 따라 들어왔다.
그중에는 내가 아는 얼굴도 있었다.
며칠 전, 우리 길드로 와서 인수 합병이니 뭐니 하는 난장판을 쳐 놓고 갔던 유태오였다. 삐까뻔쩍한 플레이트 메일을 걸친 녀석은 좀 꼴불견이었다.
늦게 들어온 주제에 하나같이 고개를 뻣뻣이 들고 있는 게, 마치 주인공이라도 되는 것 같았다.
그러나 오늘의 주인공은 저 녀석들이 아니다.
강남 길드 녀석들이 자리를 잡고 앉자, 고요했던 단상에 불이 켜졌다.
헌터들의 시선도 자연스럽게 단상으로 향했다.
또각, 또각
주목을 한층 더 끌어 올리는 남자 구두 소리가 단상에 울려 퍼졌다.
구두 소리의 주인은 곧은 걸음걸이로 단상을 걸어가 정중앙에 섰다.
그리고는 강당에 모인 헌터들을 둘러보고서 입을 열었다.
“164명. 예상보단 적은 수군요. 협회의 호출에 응하지 않은 사람들이 이렇게나 많다니, 유감입니다.”
부드러운 목소리로 유감을 표하는 남자는 헌터 협회의 이인자자, 협회장 도나리를 대신해 협회의 얼굴을 담당하는 헌터 협회의 부협회장, 서정현이었다.
오늘의 주인공이 있다면, 바로 저 사람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