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iary is an SSS-class reward RAW novel - Chapter 90
90화. 소집 명령 (7)
소집 당일날, 나는 정하나를 설득할 생각으로 먼저 만나서 회의하자고 이야기했었다.
그리고 오늘 아침, 정하나가 이유 길드에 도착했다.
그런데 정하나의 옆에는 선발대의 또 다른 핵심 전력인 김신욱이 있었다.
“둘이 같이 온 겁니까?”
하도 타이밍이 절묘해서 미리 약속이라도 한 줄 알고 물어봤으나, 이 둘은 서로를 쳐다보며 동시에 말했다.
“누가 같이 왔다는 거야?”
서로 동시에 같은 말을 내뱉자, 두 사람은 더 격렬하게 서로를 노려봤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오는 길에 싸운 건지 별로 사이가 안 좋아 보였다.
선발대의 주요 전력인 두 사람이 벌써 이렇게 안 맞는다니, 앞으로가 걱정이었다.
나는 두 사람을 응접실로 안내하면서 김신욱에게 물었다.
“넌 온다는 연락도 없이 무슨 일이야?”
“내가 네 번호를 어떻게 알고 연락을 해? 아무튼. 지금 영감탱한테 걸리면 뒤지거든. 도망 온 거지, 도망.”
자기 멋대로 선발대에 참여했으니, 노진수의 성격상 김신욱에게 화를 내는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그러니 도망치는 건 이해할 수 있는데, 왜 하필 우리 길드로 도망 온 건지는 알 수 없었다.
그래도 이 녀석도 회의에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참이라, 잘된 일이긴 했다.
김신욱의 얘기를 들은 정하나는 한심하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젓다가, 나를 보며 말했다.
“근데 넌 얼굴이 왜 그 모양이야?”
“제 얼굴에 무슨 문제라도 있습니까?”
“한 10년은 늙은 것 같잖아. 잠 안 잤어?”
잠을 못 잔 건 사실이다. 악마의 미궁은 절대 만만한 던전이 아니니 말이다.
대답을 안 하고 있었더니, 정하나가 내 등짝을 치며 말했다.
“내가 가는데 뭐가 그렇게 걱정이야?”
“그러는 정하나 길드장도 안색이 별로인데요.”
“아니? 완전 멀쩡한데?”
정하나는 일부러 눈을 동그랗게 떴지만, 눈 밑에는 짙은 다크서클이 있었다.
정하나도 수호 길드장으로서 책임감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우리 셋은 각기 다른 이유로 한숨을 쉬며 응접실 소파에 앉았다.
던전 들어가기 전부터 만만치 않았다.
***
“먼저, 너네 스킬이 뭔지 자세히 말해봐. 적어도 우리 셋의 스킬이 뭔지는 공유할 필요가 있어.”
정하나는 어제 꽤나 고민했는지, 회의를 시작하자마자 제법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이 둘의 스킬을 꽤 상세하게 알고 있지만, 두 사람은 서로의 스킬도 알지 못할 것이다.
이 자리에서 본인이 무엇을 잘하고, 무엇에 약한지 미리 공유해두면 앞으로의 전투에서 편해질 것이다.
그런데 김신욱은 파탄 난 인성을 증명이라도 하려는 듯, 7살 애처럼 굴었다.
“싫은데, 내가 왜? 얼마 줄 건데?”
열 받은 정하나는 김신욱의 등짝을 세게 쳤고, 김신욱은 낄낄거리면서 웃었다.
마치 초등학교 교실에서나 보일 법한 풍경이었다.
정말 이 녀석들을 데리고 악마의 미궁을 공략해야 한다는 건가?
정하나는 김신욱을 가리키며 말했다.
“야, 이유영! 이런 애송이랑 진짜 던전 들어갈 거야?”
“이 꼬맹이가 누구보고 애송이라는 거야.”
두 사람은 또 서로를 노려봤다. 정말 눈앞이 캄캄해지는 기분이었다.
나는 둘이 또 싸우기 전에 말했다.
“김신욱 헌터는 반드시 필요한 전력입니다. 그리고 정하나 길드장 말대로, 서로 스킬을 알아둘 필요가 있습니다. 두 분 다 살아 돌아와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건 어린 애들 장난이 아닙니다.”
내 말에 정하나가 잡고 있던 김신욱의 멱살을 놓았다.
김신욱은 혀를 차고 팔짱을 끼더니, 아까보단 태도가 진지해졌다.
나는 두 사람이 스킬을 서로 공유할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내 스킬부터 설명했다.
“어제 말씀드렸듯이 저는 힐러입니다. 웬만한 상태이상, 부상은 치유 가능합니다. 그리고 정하나 길드장은 아시겠지만, 전 공격 스킬이 있습니다.”
“안 그래도 그거 물어보려고 했는데, 대체 어떻게 된 거야? 그게 말이 돼?”
정하나는 상당히 궁금했던 건지 빨리 말하라고 눈으로 재촉하고 있었다.
나는 가능성 스킬에 대해 적당히 얘기했다.
“물대포를 쏠 수 있고, 열풍을 만들 수 있고, 채찍 같은 나무줄기도 휘두를 수 있습니다. 그냥 여러 가지가 가능한 스킬이라고 생각해주세요.”
“완전 포X몬이네.”
그 외에도 괴력, 은신, 위압감 등의 스킬이 있지만, 이것까지 밝힐 필요는 없었다.
나는 김신욱의 말을 무시하며 계속 얘기했다.
“기본적으로 힐러보단 공격계 헌터라고 생각하세요. 저도 그렇게 움직일 겁니다.”
힐에 집중하기엔, 나만큼의 공격을 넣어줄 헌터가 별로 없다.
구지상 정도 되는 헌터가 있으면 모를까 그것도 아니고. 선발대 인원도 고작 50명 정도여서 무조건 내가 전방에 나서서 공격에 가담해야 한다.
나랑 같이 싸워본 경험이 있는 정하나는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자신의 스킬도 설명하기 시작했다.
“내 스킬은 절대 방어가 가능한 ‘암흑’을 만들어내는 거야. 기본적으로 몬스터의 스킬은 내 암흑에 무조건 막혀. 몬스터를 가두는 것도 가능하고. 뭐, 공격도 가능하지만, 절대 방어를 두고 공격에 임하는 건 어리석은 짓이지.”
정하나는 꽤 진지하게 설명해줬다.
헌터들은 자신의 스킬을 밝히는 걸 꺼리기 때문에, 이런 상세한 설명은 어느 정도 대범함이 있어야 했다.
나는 그 용기에 화답할 겸 말했다.
“정하나 길드장은 가능하면 방어계 헌터들을 이끌어 주세요. 방어계 헌터의 우상인 당신 지시라면 헌터들도 별말 없이 따르겠죠.”
정하나는 기분이 좋아진 듯 웃는 얼굴이 되더니, 자길 툭툭 치며 자신만만하게 대답했다.
“당연한 거 아냐? 나 말고 지휘 가능한 사람이 어딨어?”
“어차피 방어계 대다수가 수호 길드인데 뭔 당연한 소리를 하냐.”
김신욱은 또 트집을 잡으며 정하나를 열받게 만들었다.
참지 않는 정하나는 곧바로 김신욱의 어깨를 퍽 쳤다.
“너도 빨리 말해. 그 노인네랑 비슷한 스킬이야?”
정하나의 말에 김신욱은 인상을 팍 구겼다. 녀석은 부산 길드장과 비교당하는 걸 굉장히 싫어하기 때문이다.
덕분에 저 유치한 놈이 술술 말하기 시작했다.
“아니? 전혀 다르거든? 무식하게 패는 것밖에 모르는 영감탱이랑은 격이 다르다고. 잘 봐.”
잘 보라고 말하던 녀석은 돌연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스킬을 발동했다.
그러자 녀석의 주위로 빛이 뿜어져 나오며 거대한 헤일로가 만들어졌다. 눈도 뜨기 어려운 흰 빛 앞에 선 녀석은 정하나를 보며 자신만만하게 웃었다.
녀석은 그 빛 속에서 창 하나를 뽑아내 가볍게 휘둘렀다.
“이런 걸 몇백 개는 만들 수 있어. 아무리 너라고 해도 다 못 막을걸?”
김신욱의 메인 스킬인 ‘빛의 창’.
고주연의 능력이 화살을 만들어내는 것이라면, 김신욱의 능력은 창을 만들어내는 것이었다.
언젠가 김신욱이 완전히 성장하면, 저 눈 부신 빛에서 무수히 많은 창을 생성해 엄청난 공격을 퍼부을 수 있을 것이다.
회귀 전, 오류 녀석이 나한테 쓴 스킬 역시 김신욱의 ‘빛의 창’이었다.
그 스킬에 당한 나는 배가 뚫리고 죽을 뻔했었다.
김신욱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빛을 보니 그때 생각이 나서 기분이 묘했다.
정하나는 김신욱의 도발에 열이 받은 것 같았다.
김신욱은 못 막을 거라고 했지만, 내가 볼 땐 당연히 정하나가 이길 것이다. 김신욱이 정하나한테 한 번 당하고 정신을 차리게 두는 것도 좋겠지만, 내 길드에서 그딴 짓을 하게 둘 수는 없었다.
“여기는 제 길드입니다. 싸우지 마세요.”
하지만 김신욱은 정하나에게 혀를 내밀고 메롱까지 하며 약 올렸다. 눈이 뒤집힌 정하나는 김신욱의 뒤통수를 벼락같이 후려쳤다. 그렇게 두 사람은 내 말을 무시하고 투닥거리기 시작했다.
저 철부지들만 보면 상상도 할 수 없지만, 저 둘은 회귀 전에 ‘빛의 창과 어둠의 방패’라고 불리우며 환상의 콤비를 보여주던 녀석들이다.
물론 그때의 정하나는 안수연과 수호 길드를 잃으며 독기가 가득했었다. 그리고 김신욱은 노진수를 잃고 스스로 부산 길드장이 되길 자처하며 철이 들었던 때다.
‘저 녀석들이 악마의 미궁에서도 그때 같은 모습만 보여주면 공략이 불가능하진 않을 텐데….’
내가 꿈 같은 생각이나 하던 그때, 응접실로 누군가 들어왔다.
다들 행동을 멈추고 문으로 시선을 돌리자, 그곳엔 고주연이 있었다.
고주연은 김신욱의 머리채를 잡고 있는 정하나와 스킬을 써서 위협적인 빛의 창을 들고 있는 김신욱, 말리다가 지쳐가던 나를 한 번씩 봤다.
“방해했나 보네. 갈게.”
고주연은 그 한마디만 남기고 은근슬쩍 도망가려 하고 있었다.
나는 고주연이 나가기 전에 서둘러 말했다.
“고주연 씨도 참여했으면 해서 불렀습니다. 다들 이미 소개받았으니 고주연 씨에 대해서는 알고 있겠죠.”
고주연이 도망가게 둘 수는 없었다. 이 천방지축 둘을 나 혼자 감당하는 건 무리였다.
회귀 전부터 정하나도, 김신욱도 이상하게 고주연을 어려워했다. 고주연이 앉아있는 것만으로 두 사람의 싸움을 어느 정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
고주연이 하는 수 없다는 듯이 자리에 앉자, 진짜로 두 사람이 싸움을 멈췄다.
정하나는 김신욱의 머리채를 놨고, 김신욱은 스킬을 해제한 채 조용해졌다.
아주 이상적인 풍경이었다.
나는 이제야 정돈된 분위기를 보며, 드디어 오늘 회의에서 얘기해야 할 중요한 말을 시작할 수 있었다.
“우선, 저희 선발대는 던전에 들어가서 반드시 분열할 겁니다.”
“뭐?”
“저희는 안 맞을 거고, 공략대원들은 말을 안 들어서 힘들 거고, 그러다가 싸우고 다치기까지 할 겁니다.”
내 악담을 이해하지 못한 정하나와 김신욱은 처음엔 눈만 끔뻑였다.
그러다 어이없다는 듯 화를 내기 시작했다.
“야, 네가 그렇게 말하면 내가 선발대 온 게 뭐가 되냐?”
“아니, 그보다 내가 있는데 감히 누가 다친다는 거야?”
김신욱과 정하나가 차례로 말하자, 두 사람을 가만히 보던 고주연이 한마디 했다.
“지금도 안 맞네.”
고주연이 내 말을 지지해주기 위해 저런 말을 한 건 아니겠지만, 두 사람은 조용해졌다.
나는 다시 입을 열었다.
“우리가 안 맞을 거라는 사실을 이해하느냐, 아니냐는 중요합니다. 특히 정하나 길드장과 부산 길드 대표로 온 김신욱 헌터는 이걸 반드시 이해해야 합니다.”
“왜 이해해야 하는데?”
“공략대원들이 저보다 두 사람을 의지할 테니까요.”
사실상 이 두 사람에게 공략의 성공이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모두가 살아서 악마의 미궁을 공략하고 나오려면 이 두 사람이 공략대원들이 분열하지 않도록 활약해줘야 했다.
여기엔 중요한 게 하나 더 있었다.
“하지만, 공략대의 지휘는 제가 맡습니다.”
“뭔 소리야? 앞뒤가 안 맞잖아.”
“네가 지휘를 맡기엔 별로 안 믿음직스럽지 않냐?”
정하나와 김신욱이 차례로 말했다.
하지만 나는 그렇기 때문에 내가 지휘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만약, 정하나 길드장이 지휘를 맡는다고 생각해보세요. 모든 선발대 헌터들은 당신을 가장 의지할 겁니다. 그런 정하나 길드장이 만에 하나 실수를 한다면 이후에 어떻게 되겠습니까? 공략대의 사기는 바닥으로 떨어지고, 이후의 공략은 더 어려워집니다.”
정하나가 실수를 할 거라는 말이 아니다.
사람들이 신뢰하는 사람은 신뢰하는 사람으로 남아있는 쪽이 낫다는 얘기였다.
나는 계속 말을 이어갔다.
“저의 경우엔 처음부터 기대감이 없는 상태입니다. 제 실수는 다들 욕 몇 마디 하고 넘길 겁니다. 김신욱 헌터와 정하나 길드장, 두 사람이 사람들을 북돋우고 그들의 편이 되어주세요. 질타를 받는 건 저 하나인 게 낫습니다.”
“그러니까 너 혼자 욕 다 처먹을 거고 우리는 그 욕하는 놈들 부둥부둥 해줘라, 이거냐?”
김신욱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이 있었다.
“그렇지만 정하나 길드장과 김신욱 헌터, 두 사람은 절 신뢰해줘야 합니다.”
고주연이 나를 힐긋 쳐다봤는데, 고주연은 이런 말이 없어도 날 신뢰해줄 것이다. 하지만 이 두 사람은 다르다.
내가 이렇게 부탁하지 않으면, 독단적인 판단으로 멋대로 굴고도 남을 녀석들이었다.
그랬다간 공략대 전체가 흔들린다.
“두 분이서 절 믿어주시면, 나중엔 다른 분들도 절 믿을 수밖에 없을 겁니다. 부탁드립니다.”
다행인 게 하나 있다면, 이 두 사람은 단순하다는 것이었다.
부산 길드장이나, 구지상 같은 녀석이었다면 내 말을 반박하고도 남았을 텐데, 두 사람은 쉽게 설득된 것 같았다.
정하나는 부탁이라면 어쩔 수 없다는 듯 말했다.
“알겠어. 근데 나는 다른 놈들이 너 마냥 욕하게 둘 생각은 없어.”
김신욱이 웬일로 정하나의 말에 동조하며 고갤 끄덕이며 말했다.
“어차피 얘나 다른 놈들은 너만큼 머리 안 돌아가잖아? 그러니까 머리 써야 하는 건 이유영, 네가 해. 나머지는 내가 할 테니까.”
정하나는 자기가 왜 머리가 안 돌아가냐며 또 투덕거렸다.
그 미궁을 헤쳐나가려면, 천리안을 가진 내가 반드시 지휘해야 한다. 내 말을 듣지 않으면 미궁에서 길을 잃고 말 것이다.
모든 공략대원이 내 말을 듣게 하려면, 이 두 사람이 내 말에 따라줘야 한다. 그리고 지금, 이 두 사람에게서 공식적으로 지휘권을 인정받았다.
이제 남은 것은 하나뿐이다.
던전을 공략하러 가는 동안, 비어있는 이유 길드를 지켜줄 사람을 찾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