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iary is an SSS-class reward RAW novel - Chapter 92
92화. 선발대의 리더는
50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던전에서 함께 손발을 맞추기 위해서는 사전에 맞춰봐야 할 사안이 많다.
공략대 인원들의 스킬이나 능력치도 파악해야 하고, 유사시에 어떻게 조를 나누고 어떤 식으로 움직여야 할지도 정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공략대를 지휘하고 이끌 리더를 선발해야 한다.
협회의 소집으로부터 일주일 후, 선발대 52명은 모두 모여 전략 회의를 시작했다.
소집 장소는 수호 길드였다. 선발대에 속한 인원 중 수호 길드 소속이 많기도 했고, 50명이 넘는 사람들을 수용할만한 공간이 수호 길드밖에 없기 때문이다.
모인 사람들의 표정은 다들 하나같이 결의에 차 있었다. 누군가는 이 기회에 이름값을 알려보고 싶다는 욕심이 보였고, 누군가는 사람들을 위험에 처하게 할 수 없다는 결의가 보였다.
그중 몇몇은 딱히 생각이 없는 건지 고주연의 얼굴을 보며 감탄하고 있었다.
“역시, 전직 국가대표는 다른가 봐. 저 생각에 잠긴 표정을 봐.”
“분명 공략대의 앞날에 대해 깊은 생각을 하고 있는 거겠지.”
고주연이 워낙 냉한 인상이라 그런지, 조용히 허공을 보고 있으면 저런 오해를 종종 받곤 했다.
고주연은 지금 그냥 멍 때리고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고주연과 비슷한 오해를 받고 있는 녀석이 하나 더 있었다.
“저 사람, 부산 길드장이 끼고 다니던 헌터 맞지? 무슨 모델 같다.”
“분명 부산 길드 간부겠지? 진지해 보이는데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
김신욱도 얼굴만큼은 분위기가 있어서 입 다물고 있으면 진중해 보이긴 했다.
입만 열면 분위기 깨는 게 문제지만 말이다.
저 녀석의 이름값을 이용해 공략대 리더 자리를 차지하려는 나로서는 저런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는 게 도움이 되었다.
조금 소란스러운 분위기 속에서, 정하나가 박수를 치며 주목을 끌었다.
“자, 다들 집중! 우리가 왜 모였는지는 다들 잘 알고 있을 거야. 누구 말해볼 사람?”
“공략 전, 전략 회의를 위해서라고 들었습니다!”
“정답이다. 아주 훌륭해!”
대답을 한 건 수호 길드원이었다. 정하나는 머리를 빡빡 밀은 듬직한 수호 길드원의 머리를 벅벅 쓰다듬으며 분위기를 띄웠다.
그때 한 명이 손을 들고서 질문했다.
“질문이 있습니다. 우리가 아는 건 S급 이상 던전이라는 거 하나뿐인데, 전략을 짜는 게 의미가 있나요?”
그 헌터의 질문을 받은 건 안수연이었다.
안수연은 친절하게 그에게 질문했다.
“혹시 솔로 헌터인가요?”
“네, 제가 가본 던전은 B급 이하가 대부분이어서요. 이런 작전 회의 자체가 처음입니다.”
솔로 헌터에 A급 던전을 들어가 본 경험이 없다면 이런 회의는 처음일 수밖에 없다.
안수연 역시 그 사실을 이해했는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해 주었다.
“던전이나 몬스터에는 어느 정도 패턴이 있어요. 각 패턴마다 어떻게 움직이면 좋을지, 돌발 상황에선 어떻게 행동할지 미리 정해두고 가면 공략 성공률이 더 높아집니다. 부상자도 적어지고요.”
솔로 헌터는 안수연의 설명을 듣고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를 힐긋 보면서 대화를 듣고 있던 정하나는 툭 던지듯 한마디 했다.
“전략도 전략이지만, 오늘 모인 가장 중요한 이유는 공략대 리더를 뽑기 위해서야.”
급 낮은 던전이어도 던전 공략 지휘권을 누가 가질지는 반드시 미리 정해놓고 들어간다.
이건 길드 소속 헌터든, 솔로 헌터든, 누구나 아는 사실이었다.
리더라는 소리를 들은 수호 길드 사람들은 정하나를 추켜세우기 시작했다.
“리더는 당연히 우리 정하나 길드장님께서 맡아야 하는 거 아닙니까?”
“맞죠, 우리 수호 길드장님 말고 또 누가 리더를 하겠습니까.”
수호 길드가 대놓고 바람을 잡긴 했지만, 다들 정하나가 공략대 리더를 맡는 게 당연하다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정하나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니, 공략대 리더는 이유영한테 넘길 거야.”
정하나의 파격적인 선언에 선발대 사람들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특히나 수호 길드 사람들은 말 자체를 이해하지 못했는지, 하나같이 바보 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나는 그런 사람들을 향해 고개를 숙여 인사를 건넸다.
“잘 이끌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다들 잘 부탁합니다.”
내 인사를 받고서야 드디어 하나둘씩 반발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특히나 가장 격렬하게 반발한 것은 수호 길드였다.
“아니, 당연히 길드장님이 리더여야 하는 거 아닙니까?”
“길드장님보다 잘 이끌 수 있는 사람이 어딨다고 그러십니까?”
덩치도 크고 사나운 녀석들이 화를 내니 고릴라들이 폭주하는 것 같아서 꽤 무서웠다.
녀석들은 당장이라도 나를 팰 것처럼 노려보고 있었다.
하지만 정하나는 제일 시끄러운 녀석의 정강이를 차며 말했다.
“시끄러워! 이유영이 더 잘 이끌 것 같으니까 넘긴 거야. 내가 그렇게 판단했다는 데 불만 있어?”
“이해가 안 되어서 그럽니다. 이유영 헌터가 아무리 대단하다고는 해도 그 정도까지는….”
이 정도는 예상했던 반발이었다. 그래서 정하나와 김신욱한테 미리 도와달라고 부탁하기도 한 거고.
하지만 지금 사람들을 납득시켜야 나를 조금이나마 인정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정하나에게 칭얼거리던 수호 길드원에게 말했다.
“제가 정하나 길드장한테 부탁했습니다. 정하나 길드장보다 잘 이끌 수 있는 이유가 있어서 말입니다.”
“우리 길드장님보다 잘할 수 있는 이유가 있다고요? 대체 그 자신감의 근원이 뭡니까?”
“제겐 던전에 들어가기 전에 던전 정보를 알 수 있는 능력이 있습니다.”
내 말에 사람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나는 모든 던전의 정보를 공략법을 기록해둔 만큼, 사전에 던전 정보를 알 수 있었다.
그러나 대다수의 사람들이 내 말을 허풍이라고 생각하는 듯했다.
“무슨 뻥을 쳐도 그런 뻥을 쳐요? 이게 장난도 아니고!”
“뻥 아닙니다.”
“증거 있어요? 증거 대봐요!”
증거는 없다. 내 머릿속을 보여줄 수도 없으니 말이다.
내가 시선을 피하자 수호 길드원은 뻥쟁이라면서 길길이 날뛰었다.
그때 가만히 앉아있던 고주연이 입을 열었다.
“내가 봤어. 이유영한테 서브 스킬 있어서 들어가 보지도 않은 던전 정보를 다 알아.”
나는 서브 스킬 때문이라고 확답을 준 적 없지만, 고주연은 그렇다고 생각하기로 한 모양이었다.
기껏 고주연이 증명해줬지만, 내 길드 사람이라 그런지 반응이 좋지 않았다.
그때 여태껏 곰곰이 생각하고 있던 안수연이 한마디 했다.
“이전에 야생의 몬스터를 상대할 때도 이유영 씨는 몬스터에 대해 잘 알고 있는 듯이 행동했었죠. 그것도 서브 스킬 때문이었나 보네요.”
정하나의 오른팔이라 알려진 안수연이 지원 사격에 나서자 분위기가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나는 이 분위기를 이어갈 수 있도록 내 스킬을 한 가지 더 공개했다.
“제가 리더를 해야 하는 이유는 하나 더 있습니다. 제겐 천리안 스킬이 있어서 던전 내부를 쉽게 탐색할 수 있습니다. 길을 찾을 수 있는 제가 지시를 내리는 편이 낫지 않겠습니까?”
몇몇 헌터들이 솔깃해하는 게 보였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두가 인정하는 건 아니었다.
특히 구원 길드 헌터들의 반응이 좋지 않았다.
이용건은 나를 보며 말했다.
“이유영 헌터는 공략대 리더보단 참모 역할이 좋아 보입니다. 리더는 선두에서 사람들을 이끌 수 있는 강한 사람이 맡아줘야 합니다.”
강한 사람이라는 말에 수호 길드원들이 옳다고 소리쳤다.
여론이 다시 정하나 쪽으로 기울기 시작하자, 정하나가 답답해하면서 말했다.
“아니, 난 리더를 이유영한테 맡기겠다니까?”
“왜요! 우린 길드장님 아니면 안 된다고요!”
수호 길드원들이 시끄럽게 굴자, 정하나는 수호 길드원들의 머리에 꿀밤을 놓았다.
결국 주눅이 든 수호 길드원들을 대신해 이용건이 변명하고 나섰다.
“기왕이면 다들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리더여야 하지 않겠습니까? 상징성은 생각보다 중요한 겁니다.”
정말 구지상을 상징으로 내세우고 있는 구원 길드 헌터다운 발언이었다.
수호 길드원들은 이때다 싶어서 고개를 끄덕였고, 갈팡질팡하던 헌터들도 정하나가 리더를 맡는 게 맞겠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그때, 여태 잠자코 듣고만 있던 김신욱이 책상을 탕탕 내리치며 말했다.
“그러니까, 이유영이 저 꼬맹이만큼 강하면 된다는 소리잖아. SSS급 아이템 독점하고 있는 놈이 쟤보다 강하면 강하지, 약하겠냐?”
김신욱의 말에 정하나가 화를 내며 달려든 탓에 한바탕 싸움이 일어날 뻔했다.
안수연과 내가 둘을 말려 간신히 싸움은 멈춰졌다.
그런데 소란만 피운 줄 알았던 김신욱의 말이 의외로 효과가 있었다.
솔로 헌터와 중소길드의 헌터들이 놀란 눈으로 내게 물어왔다.
“최후 인류의 기록 말입니까? 그걸 독점하고 있다고요?”
“SSS급 아이템을 독점할 정도면 공략했던 던전에서 계속 최고 공헌자를 맡았다는 소리잖아요! 사실입니까?”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헌터들의 반응이 놀라울 만큼 격해졌다.
생각보다 엄청난 사람이었다며 자기네들끼리 떠들고 있었다.
그런데 문득 어디선가 냉한 시선이 느껴졌다.
시선이 느껴지는 곳을 바라보자, 그곳엔 나를 살벌하게 쳐다보는 고주연이 있었다.
고주연은 나만 들릴 정도로 작게 중얼거렸다.
“이건 또 처음 듣는 얘기네.”
5대 길드에 공공연하게 밝혀진 사실을 정작 내 길드원인 고주연에게는 말하지 않았다는 걸 잊고 있었다.
고주연은 살벌한 분위기를 풍기며 책상을 쾅 쳐서 사람들을 집중시켰다.
“이 정도면 이유영이 리더가 될 자격은 충분한 것 같은데. 더 입증해야 할 게 있어?”
“하지만 따지고 보면 우리 수호 길드장님이….”
“그 수호 길드장이 이유영한테 맡기겠다잖아.”
고주연이 사람들을 노려보며 말하자, 사람들은 압도되기라도 한 듯 입을 다물었다.
그 모습을 본 정하나가 마무리하듯 한 마디를 더했다.
“자, 그럼 우리 선발대 리더는 이유영인 걸로.”
여전히 나를 못 미더워하는 눈빛이 많았다. 이렇게 우당탕 정해졌으니 어쩔 수 없었다.
지금은 신뢰하지 않아도 상관없었다. 어차피 신뢰는 던전 안에서 쌓는 것이다.
나는 뻔뻔하게 자리에서 일어나며 리더답게 말했다.
“그럼 리더도 정해졌으니, 이제 전략 회의를 시작해 볼까요.”
***
그리고 며칠 뒤.
[헌터 협회] 5월 27일 5시 45분.서울시 동작구에서 측정 불가(S급 이상 추정) 등급 던전 게이트 발생.
위험지역에 계신 분들은 해당 지역에서 떨어진 안전한 곳으로 대피 바랍니다.
근처에 있는 헌터들은 공략 지원 부탁드립니다.
자세한 위치는 아래 링크에서 확인 가능.
….
악마의 미궁 게이트가 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