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iary is an SSS-class reward RAW novel - Chapter 93
93화. 악마의 미궁 (1)
오늘 새벽, 악마의 미궁 공략에 참여하는 선발대가 모였다.
협회는 측정 불가 등급의 게이트를 발견했고, 우리는 모두 그 게이트가 시스템이 경고한 S급 이상의 던전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선발대는 다들 이 순간만을 기다렸다는듯, 전원이 늦지 않게 모였다.
정하나와 수호 길드, 구원 길드원들을 이끈 이용건, 천혜 길드의 헌터, 솔로 헌터와 중소 길드의 헌터들, 김신욱, 고주연.
이 50명의 헌터들의 선두에는 내가 있었다.
나는 긴장한 모습으로 게이트를 보고있는 공략대원들을 향해 말했다.
“갑시다.”
악마의 미궁 던전 공략의 시작이었다.
***
게이트를 빠져나오자마자 펼쳐진 것은 숲이었다.
나무와 풀, 꽃과 잎사귀들이 전부 핏빛으로 물든 검붉은 숲은 마치 지옥의 한 풍경을 옮겨다 놓은 것 같았다.
저 멀리에는 이 던전의 보스몬스터, ‘마왕’이 살고 있는 악마의 성이 보였다.
이 악마의 숲을 빠져서 나가야 저 성 안으로 진입할 수 있다.
모두가 숲의 전경을 살피는 사이, 던전 알림창이 떠올랐다.
[ SS급 던전, 악마의 미궁 ]「사람을 현혹하는 미로의 끝에는 마왕이 살고 있습니다.
마왕과 수하들은 당신의 욕망을 자극해 영원한 미궁 속에 빠뜨릴 것입니다.
올바른 답을 찾아, 이 던전에서 탈출하시길 바랍니다.」
{ 보상: ??? }
던전 알림창을 확인한 사람들은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SS급? S급이 아니었어…?”
“S급이어도 공략이 아슬아슬할 것 같은데 SS급이라니, 말도 안 돼.”
“그러고 보니 시스템창에도 S급 이상이라고 되어 있었지? 암담하네.”
다들 SS급이라는 사실에는 적잖이 놀란 듯했다.
나는 당혹감과 긴장감으로 얼어붙은 공략대를 향해 말했다.
“급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저희가 해야 할 일은 여전히 변하지 않았습니다. 몬스터를 물리치고, 던전을 공략합시다.”
내 말에 웅성거리던 소리가 잦아들었다.
딱히 호응해주지는 않았지만, 다들 우울한 소리를 해봤자 아무것도 안 달라진다는 것을 알게 된 것 같았다.
한숨이나 쉬던 공략대원들은 저 멀리 드높게 솟아있는 성을 바라봤다.
저곳에 있는 보스 몬스터를 무찌른다면 이 던전은 공략할 수 있다. 급이 한 단계 높아졌다고 해도, 그 사실 만큼은 변하지 않았다.
다들 마음의 준비가 끝난 게 눈으로 보일 때쯤, 공략대원 한 명이 말했다.
“이 길을 통해 가면 되는 겁니까?”
그는 뚫려있는 길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 길은 마치 성으로 향하는 길처럼 보여서, 아무 생각 없이 그 길로 걸어가게끔 만들었다.
하지만 이 던전에 들어온 순간부터 그 무엇도 믿어선 안 된다.
미궁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언제 어디서 함정이 튀어나올지 모른다.
대표적인 함정이 바로 저 ‘길’이다. 생각 없이 저걸 따라간다면 아마 황천길로 가게 될 것이다.
나는 공략대를 보며 대답했다.
“저 길의 끝에는 낭떠러지가 있습니다. 제가 천리안 스킬을 발동해 길을 찾아보겠습니다. 모두 저를 따라주세요.”
다들 경험이 많은 헌터인 만큼 내 말의 의미를 금방 이해하는 듯했다.
나는 곧장 천리안 스킬을 발동했다.
– 분류: 서브 스킬
「심연에 닿은 자의 인지 영역은 확장되기 마련입니다.
스킬 사용 시, 천 리 바깥의 일을 내다볼 수 있습니다.
또한, 특정 조건을 만족할 시, 대상의 심연을 들여다볼 수 있습니다.
(단, 심연을 들여다볼 시, 일부 부작용이 생길 수 있습니다.)」
천리안을 발동하자, 눈가의 핏줄이 울긋불긋 솟아오르며 세상이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색이 흑백으로 뒤집히며, 순식간에 이 숲의 끝자락까지 시야가 확장됐다. 몇 km는 떨어진 곳에 있는 것들이 빠르게 눈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숲이 만들어낸 길은 내 예상대로 낭떠러지가 있었다. 성으로 가려면 그 반대편, 나무와 덩굴로 빽빽하게 막힌 울창한 숲을 뚫고 들어가야 했다.
아직 스킬이 미숙하기 때문인지, 천리안으로 성의 내부까지 확인할 수는 없었다.
가능하면 마왕이 있는 곳까지 확인하고 싶었지만, 지금은 이 숲의 길을 찾아내는 데 만족해야 할 것 같았다.
나는 천리안 스킬을 발동한 채로 공략대원들에게 말했다.
“이쪽이 길입니다.”
내가 가리킨 곳에는 나무와 덩굴로 막혀 있는 울창한 핏빛의 숲이 펼쳐져 있었다.
앞장서서 나아갔지만, 사람들은 나를 따라오는 걸 조금 망설였다. 정하나와 김신욱이 나를 뒤따르고 나서야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따라왔다.
처음부터 잘 따라줄 거라고 생각하진 않았다. 정하나와 김신욱만 날 따라온다면 다른 사람들도 별수 없이 따라오게 될 것이다.
문득, 뒤를 따라오던 김신욱이 내 뒤에 바짝 붙어서 남들이 들리지 않을 목소리로 물어봤다.
“야, 저기 길 있는데 왜 여기로 가는 거냐?”
이 녀석은 들어오기 전 나한테만 슬쩍 밝혔는데, 이번 던전이 처음이라고 했다.
부산 길드장이 선발대에 들어가겠다는 김신욱에게 왜 역정을 냈는지 그제서야 알 수 있었다. 그 사실을 알았다면 아무리 이 녀석이 괜찮은 스킬을 가졌어도 데려오지 않았을 것이다.
덕분에 여러 가지가 이해되지 않을 것이다.
아무리 A급으로 각성한 부산 길드의 대표 헌터라 해도, 사실상 초짜나 다름없었다.
나는 가로막는 덩굴을 뜯어서 길을 열어내며 말했다.
“저건 길이 아니야. 이 숲은 살아서 움직이고 있거든. 우리가 그쪽으로 가도록 유도하는 숲의 함정이야.”
덩굴을 뜯어버리며 앞으로 나아가자, 딱 내 말을 증명할 수 있는 풍경이 펼쳐졌다.
숲의 핏빛 식물들이 뿌리로 걸어 다니다가 우리를 발견하며 움직임을 멈췄다. 그러다 갑자기 우다다 뛰어가며 마치 각자의 자리를 찾아가듯이 땅에 심어졌다.
그것들이 전부 땅에 심어진 풍경은, 조금 전 게이트에 들어오자마자 보였던 풍경과 똑같았다. 숲이 같은 풍경을 재현한 것이다.
공략대원들은 그 모습을 보며 술렁거렸다.
“우릴 속이려고 움직여 다니는 건가?”
“숲 자체에 지능이 있나 보군. 이거 상당히 위험해 보이는데.”
“저기 또 길이 있어!”
이번에도 보란 듯이 길이 하나 열려 있었다. 저 길을 통해서 간다면 영영 숲에서 빠져나가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김신욱은 내 말을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다가 말했다.
“이거 네 스킬 아니면 의지할 데가 없겠는데. 근데 그 스킬 안 아프냐? 눈이 막 엄청 아파 보이는데?”
“안 아파.”
“눈에 이렇게 막, 핏줄 섰는데 안 아프다고?”
김신욱은 자기 눈으로 내 모습을 흉내 냈다.
천리안 스킬을 장시간 사용하면 두통이 오긴 한다. 하지만 딱히 눈이 아픈 건 아니다. 게다가 던전의 맵을 알아내는 스킬을 가진 진준성이 없는 상황이라, 내 천리안에 의지할 수밖에 없었다.
나는 대강 대꾸해준 뒤 다시 길을 찾아 이동했다.
숲이 꽤 크기 때문에 느긋하게 움직일 수는 없었다.
한참 더 나아가자, 키 큰 나무들이 잔뜩 심어진 구간이 나왔다. 나무의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드높아서 공략대원들 모두 고개를 치켜들고 하늘 위를 바라봤다.
그런데 그때, 선두에 있던 내 앞에 무언가 퍽 소리를 내며 떨어졌다.
이어서 공략대의 머리 위로 일제히 떨어져 내리기 시작했다.
“어우 씨, 뭐가 계속 떨어지는데?”
공략대원들은 적당히 그것을 쳐내거나, 피하며 앞으로 나아갔다.
이건 저 나무의 열매다. 열매 자체는 크게 위협이 되지 않지만, 피해낸 다음이 문제였다.
바닥에 떨어진 열매는 땅에 흡수되어 순식간에 싹을 틔우고 줄기를 뻗어 자라난다. 그 줄기는 사람의 생명력을 빼앗는 놈이었다.
나는 공략대원들을 향해 말했다.
“방금 열매가 떨어진 자리에서 촉수와 같은 줄기가 뻗어져 나올 겁니다. 줄기가 생명력을 빨아들이니, 반드시 자르거나 뜯어내세요.”
그때, 자라난 줄기들이 촉수처럼 꿈틀대며 공략대원들의 발목을 휘감았다.
공략대원들은 내 말을 잘 들은 건지 다행히 침착하게 줄기를 잘라냈다.
아직 초보인 김신욱과 고주연도 주변 사람들을 보며 곧바로 대응하고 있었다.
이 식물은 첫 번째 잡몹인 ‘악마의 씨앗’으로, 빠른 대처가 있다면 큰 문제가 되진 않는다.
다만, 끊임없이 떨어지는 열매들을 피하고, 휘감아오는 줄기들을 잘라내며 계속 전진하는 일은 체력을 소모시켰다.
다행인 건 내 생각보다 공략대의 인내심이 깊었다는 것이다. 등급을 제한해 모집한 덕인지, 아직까진 나름 침착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공략대원들은 서로를 도우며 순조롭게 나를 따라왔다.
자세히 보니, 그 협력의 중심에는 정하나가 있었다.
정하나는 종종 뒤를 돌아보며 외쳤다.
“각자 옆에 있는 사람, 앞에 있는 사람 도우면서 가라! 잠깐, 거기! 스킬 쓰지 말고 칼로 잘라! 힘으로 끊든가!”
“예? 스킬 쓰면 안 돼요?”
“우린 뭐 스킬 없어서 안 쓰는 줄 아냐? 다닥다닥 붙어서 가는데 네 스킬에 남 다치면 어쩌려고 그래? 힘으로 끊어, 이렇게!”
정하나는 꾸물거리는 줄기를 콱 움켜쥐고 매섭게 뜯어버렸다.
그 기세에 수호 길드원들이 박수를 쳐줬고, 공략대원들은 어쩔 수 없다는 듯 칼을 쓰거나 힘을 써서 줄기를 끊었다.
저런 모습을 보면 괜히 국내 2위의 길드장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게 된다.
정하나 덕에 순조롭게 나아가던 중, 바닥의 풀들은 새까맣게 타버린 것처럼 시든 곳이 보였다.
주변에 있던 모든 핏빛의 식물들은 말라비틀어져 있었고, 마치 지옥 끝에 온 것처럼 곳곳에 생기가 없었다.
이 앞에 숲의 주인이 있기 때문이다.
천리안으로 확인해 보니, 징그럽게 가지들을 꾸물거리고 있는 붉은색 나무가 보였다.
저 나무는 가까이 있는 모든 것의 생명력을 빼앗는다. 지금보다 가까이 간다면, 이 주변의 마른 풀처럼 시들어버리고 말 것이다.
그렇다면 멀리서 공격하면 되는 일이다.
나는 원거리 공격계 헌터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원거리 분들 중, 저 앞에 있는 붉은 나무를 확인할 수 있는 분 계십니까?”
마치 점처럼 보일 만큼 먼 곳에 있는 나무라, 눈이 좋아야만 볼 수 있었다.
그때, 구원 길드의 이용건이 제일 먼저 손을 들고 앞으로 나왔다. 이어서 구원 길드원 한 명과 솔로 헌터 한 명, 고주연이 나와서 그의 옆에 섰다.
정하나랑 김신욱은 눈을 찌푸리며 먼 곳을 정신없이 보다가 말했다.
“저 빨간 게 나무냐? 뭔 점만 보이는데.”
“키도 작은 게 눈도 안 좋아서 어떡하냐. 저거 가지 같은 거 달려 있잖아.”
김신욱의 말에 정하나는 김신욱의 등짝을 내려쳤다.
나는 김신욱을 정하나로부터 격리해 놓으며, 세 명의 원거리 공격계들에게 말했다.
“이곳에서 저 나무를 저격해 맞춰야 합니다. 최대한의 공격을 퍼부어주세요.”
“알겠습니다.”
이용건은 자신이 제일 앞에 서며, 뒤에 세 명의 헌터들을 세웠다.
그리고 능숙하게 어떻게 공격할지 의논한 다음, 가장 효율적인 방법을 찾아 공격을 준비했다.
네 명의 원거리 공격계 헌터들이 일제히 무기를 들고 점처럼 보이는 붉은 나무에 공격 초점을 맞췄다.
그리고 이용건의 신호가 떨어진 순간, 여러 개의 화살과 총알이 그 나무를 향해 매섭게 날아갔다.
쾅!
날아간 공격이 무언가에 맞고 폭발하며, 엄청난 소리가 들려왔다.
천리안으로 확인해 보니, 정확히 나무에 떨어진 공격들이 폭발을 일으켜 나무를 불태우고 있었다.
꽤 튼튼한 나무라 여러 번 공격을 해야 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용건의 지시가 꽤 좋았던 것 같다.
숲의 주인은 얼마 지나지 않아 재가 되어 사라졌다.
그와 동시에, 나무가 사라진 자리에서부터 푸른색 풀이 자라나기 시작했다.
까맣게 그을린 바닥은 녹색 빛의 잔디가 깔렸고, 검붉은색의 나무들은 싱그러움을 되찾아 갔다.
악마의 숲을 지배하고 있던 숲의 주인이 사라진 덕분이었다.
공략대원들은 그 모습을 보며 감탄했다.
원거리 공격계들의 활약을 칭찬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우리나라에서 뛰어난 헌터들을 다 모아온 게 맞긴 하구만! 멋지다, 원거리!”
“저 몬스터가 이 숲의 중간보스였나 봐요? 숲이 원래대로 돌아왔네.”
이제 숲의 장난질은 끝나겠지만, 저건 그저 잡몹에 불과하다.
앞으로 나올 녀석들은 훨씬 더 악랄하고 강한 것들 뿐이다.
나는 활약해준 고주연을 향해 한 번 고개를 끄덕여 보이는 것으로, 반응을 대신했다.
고주연도 똑같이 고개를 한 번 끄덕이고 원래의 자리로 되돌아갔다.
원거리 공격계가 처치한 나무 너머에는 멀쩡한 길이 있었다.
공략대는 첫 번째 난관을 해치우고 앞으로 나아갔다.
다음으로 해치울 난관은 ‘동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