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iary is an SSS-class reward RAW novel - Chapter 97
97화. 악마의 미궁 (5)
지금까지 던전 공략은 무척이나 순조로웠다.
협조적인 태도의 공략대원들과 내가 알고 있는 던전 정보까지 합쳐지니 두려울 게 없었다.
비록 던전 초입이긴 해도, 아직 큰 부상을 입은 사람들도 없었다.
그래서 잠시 방심했다.
이 던전에 들어온 사람들 중, 누구보다도 내가 이곳의 위험성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는데도 말이다.
이곳은 야생의 몬스터들을 부리는 마왕이 있는 던전이다.
녀석은 내 일기장을 이용해 7대죄 녀석들에게 특별한 힘을 주고, 7대죄의 경험을 앗아간 녀석이었다.
그런데도 이렇게 방심한 것은 내 실책이었다.
나는 손에 피가 날 정도로 주먹을 꽉 쥐며 달렸다.
바위 절벽이 있는 방향을 향해 천리안을 쓰고 있었지만, 잡혀간 사람들도, 몬스터의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절벽에 가까워질수록 마음이 초조해졌다.
‘왜 모습이 보이질 않지?’
설상가상 천리안을 과도하게 쓴 탓에 두통이 찾아오고 있었다.
그러나 나는 숨은그림찾기라도 하듯이 샅샅이 절벽을 살폈다.
곧 절벽의 중간쯤에 작은 굴 하나가 덤불에 가려져 있는 게 보였다.
그 안을 들여다보니, 불침번들이 피를 흘리고 쓰러져 있었다.
다들 당장 죽어도 이상하지 않은 부상을 입었지만, 분명 숨을 쉬고 있었다.
그렇다면 내가 살릴 수 있다. 숨만 붙어 있다면 생명의 의지는 작동한다.
나는 다리를 한계까지 움직여 달렸다.
전속력으로 달리다 보니 바람을 맞는 뺨이 얼얼했다. 뛴다는 느낌조차 사라질 만큼 다리가 움직였다.
마침내 절벽 앞까지 도착한 나는 까마득하게 높은 절벽 위, 덤불로 가려진 굴을 향해 스킬을 사용했다.
[ 메인 스킬, 을 발동합니다. ] [ 스킬, 를 사용합니다. ]바닥에서부터 자라난 거대한 모란 나무가 나를 태우고 절벽의 굴까지 인도했다.
덤불을 뜯어내고 안으로 들어가자, 미약한 숨소리를 내는 두 사람이 보였다. 나는 피를 심각하게 흘린 사람에게 먼저 생명의 의지를 발동했다.
[ 메인 스킬, 를 발동합니다. ] [ 대상자에게 살아가는 것의 힘이 스며듭니다. ] [ 생명의 의지가 다시 한번 생명을 불어넣습니다. ] [ 대상자의 상태 이상, ‘유혹’을 해제합니다. ]역시 상태 이상에 걸려 있었다. 유혹이라는 희귀한 상태 이상에 걸렸다면, 제대로 된 대처를 하지 못하고 몬스터에게 기습당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내 기억으로 이 던전에는 유혹을 쓰는 몬스터가 없었다.
대체 왜 유혹에 걸린 건지 알 수 없었지만, 우선은 치유가 먼저였다.
생명의 의지는 한 번에 한 사람만 치유할 수 있다. 두 사람을 치유하려면 시간이 필요했다.
나는 한 사람을 치유하며 다른 사람은 못 움직이게 목단의 줄기로 손발을 포박해버렸다. 유혹에 걸린 이상, 내게 무슨 짓을 할지 모르니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그런데 그때, 바닥이 진동했다.
쿠구궁!
아직 한 사람의 치유도 제대로 끝나지 않은 상황이었다.
이 심상치 않은 진동음은 꼭 절벽이 무너져내릴 것처럼 지속되었다.
그러던 중, 절벽 위에서 거대한 폭발음이 터졌다.
쾅!!!!!!!
천장이 쩌적쩌적 쪼개지는 걸 보니, 이대로라면 이 굴이 내 무덤이 될 것 같았다.
‘제기랄…!’
당장 탈출해야 했다. 두 사람을 업어 들고 뛰어내리려던 그때, 치유를 받지 못한 한 녀석이 반쯤 죽어가는 상태에서 내가 묶은 결박을 뜯어버렸다. 녀석은 내 목을 붙들며 움직이지 못하도록 졸라맸다. 상식 밖의 힘을 내고 있었다.
‘날 이 절벽이랑 함께 묻어버릴 작정인가?’
만신창이인 인간을 무력으로 떼어낼 수도 없었다.
나는 심호흡을 한 번 한 뒤, 목단의 줄기를 발동해 목을 조르던 녀석과 나를 묶어버렸다.
어차피 이 녀석은 방어력 A인 내 목을 부러뜨리지 못한다. 게다가 나는 목이 부러져도 살 수 있었다.
당장은 탈출이 우선이었다.
[ 메인 스킬, 가 발동됩니다. ]나는 두 녀석을 챙겨 절벽 밑으로 뛰어내렸다.
쿠구궁!
내가 뛰어내리자마자 굴의 천장이 무너져내렸다.
굴 밑에는 내가 타고 올라온 모란 나무가 있었다.
우리 셋은 나무 위로 떨어진 뒤, 쿠당탕 엎어지며 바닥으로 굴러떨어졌다.
나는 떨어지는 와중에도 내가 업은 녀석에게 생명의 의지를 발동했다.
[ 생명의 의지가 다시 한번 생명을 불어넣습니다. ] [ 대상자의 상태 이상, ‘유혹’을 해제합니다. ]상태 이상이 풀리며 녀석은 내 목을 놔주고 기절하듯이 굴러떨어졌다.
나는 두 사람을 나무에 기대 앉힌 뒤, 힐을 넣으며 천리안으로 이런 짓을 벌인 몬스터를 찾았다. 분명 내가 죽는 모습을 확인하려고 모습을 드러냈을 것이다.
그러자 절벽 위 높은 하늘 위에서 이곳을 바라보고 있는 두 마리의 몬스터가 보였다.
‘저건… 뭐지?’
낯선 모습이었다. 내가 모르는 몬스터였다.
몇 번이고 이 던전의 공략법을 복습했고, 회귀 전에 공략에도 참여했던 내게 모르는 몬스터가 있을 리 없다.
저것들은 이 던전에 있을 몬스터가 아니었다.
두 녀석은 서로 비슷한 생김새를 하고 있었다.
석고를 깎아 만든 천사 조각상의 모습이었는데, 검은 날개와 검은 천사의 링은 타락한 천사라고 알리는 듯했다.
두 놈이 똑같은 얼굴이었으나, 들고 있는 무기는 달랐다.
검은 날개를 펄럭이던 녀석들은 나를 확인하고는 이쪽을 향해 떨어져 내렸다.
그중 도끼를 든 녀석의 도끼에서 검고 진득한 기운이 흘러나오더니, 보라색 화염이 뿜어져 나왔다.
『죽어라, 이유영!』
녀석이 도끼를 휘두르자, 보라색 화염이 나를 불태울 기세로 뻗어 나왔다.
‘정하나 데려올 걸 그랬네.’
나는 실없는 생각이나 하며, 화왕검에 스킬을 담아 검날을 뽑아냈다.
목단의 줄기를 담은 화왕검은 녹빛의 검기를 내보내며 화염과 부딪혔다.
챙!
그러나 목단의 줄기는 화염에 상성이 안 좋았다.
평소였다면 검기가 화염을 상쇄시켰겠지만, 불꽃을 흩트릴 뿐이어서 사방으로 불똥이 퍼져나갔다.
나는 기절해있는 두 헌터를 보호하며 가능성 스킬창을 바라봤다.
가능성 스킬은 숙련도가 25%까지 오른 후, 성장이 정체되어 있었다.
아직도 다른 스킬로 전환하는 데는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했다.
불꽃과 싸우려면 ‘심판의 물’이 제격이었지만, 지금 내가 쓸 수 있는 건 ‘목단의 줄기’ 뿐이었다. 나무로 불과 싸우는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목단의 줄기는 A급 몬스터 화왕의 스킬이다. 힘에선 밀리지 않을 것이다.
그때, 도끼를 든 녀석은 내게 돌진하며 묵직한 도끼를 크게 휘둘렀다.
챙!
나는 화왕검으로 그 도끼를 받아내며 뒤에서 유유히 나를 바라보고 있는 두 번째 몬스터를 살폈다.
녀석은 책을 들고 있었는데, 책에서 검고 진득한 기운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상태 이상을 쓴 건 저쪽인가.’
나는 아까부터 기시감을 떨칠 수 없었다.
눈앞에서 도끼를 맞부딪혀 오는 이 녀석의 보랏빛 불꽃도 그렇고, 헌터들이 걸린 상태 이상 ‘유혹’도 지나치게 익숙했다.
마치 7대죄, 화염 불곰과 데스스토커를 보는 것 같았다.
게다가 나를 죽일 방법을 구사해 함정에 빠뜨리기까지 했고, 말도 하고 있었다.
나는 녀석의 도끼를 쳐내며 물었다.
“너도 이 던전 주인한테 힘을 받은 거냐?”
『호오, 그런 것까지 알고 있나?』
틀림없었다. 이 녀석들은 7대죄의 힘을 쓰는 중이었다.
거기다 보스 몬스터도 아니면서 지능적으로 사고하고, 언어까지 구사했다.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것들 투성이었다.
“화염 불곰 녀석이 쓰던 스킬을 왜 네가 쓰고 있는 거지?”
『분노로부터 축적한 경험은 이제 나의 것이다. 분노하라!』
녀석은 표정 하나 없는 동상의 얼굴로 입을 움직여 목소리를 냈다.
분노로부터 축적한 경험이라니, 야생의 몬스터가 던전 바깥나들이 나온 게 어떤 힘이 된 건가? 그 힘이 이 녀석들에게 더해진 거라면, 이 녀석들은 대체 뭐지?
녀석의 도끼에선 다시 보랏빛 불꽃이 휘몰아쳤다. 나는 거리를 벌리며, 녀석에게 목단의 줄기를 발동했다.
우드득!
바닥에서 솟아오른 나무줄기가 녀석의 발목을 옭아매, 날아가지 못하도록 붙잡았다.
녀석이 놀라서 그 줄기를 베어내는 사이, 나는 녀석의 날개를 향해 검기를 발동했다. 날카로운 검기는 녀석의 한쪽 날개를 크게 베어냈다.
스걱!
날개가 잘렸으니 더는 날 수 없을 것이다.
이 녀석은 내가 회귀 전에 싸워본 적 없는 녀석이다. 그렇다면 머릿속에 있는 공략법이 아닌, 내 실전 경험으로 싸우는 수밖에 없었다.
나는 녀석의 모습을 살피며 약점으로 보이는 곳을 찾다가, 놈을 노리는 척 뛰어들어 뒤에서 유유히 구경하고 있던 다른 녀석을 향해 검기를 날렸다.
스각!
내가 노린 곳은 녀석의 머리 위에서 일렁거리는 검은 링이었다.
내 기습에 녀석의 링이 반으로 쪼개졌다.
그러나 그게 이 몬스터의 약점은 아니었는지, 놈은 재가 되어 사라지지 않았다.
그때, 도끼를 든 녀석에게서 불꽃이 터져 나왔다.
내가 불꽃을 피하는 사이, 녀석은 무거운 도끼날로 내 어깨를 크게 베어냈다.
“큭…!”
[ 메인 스킬, 가 발동됩니다. ]살이 타는 냄새가 코를 찌르고 들어왔다. 벌어진 상처는 피가 나올 틈도 없이 불꽃에 지져지며 고통이 배가 되었다.
즉각적으로 발동된 생명의 의지가 피부를 복구했지만, 나는 고통에 잠시 비틀거릴 수밖에 없었다.
날개도, 링도 녀석들의 약점이 아니다.
동상처럼 생긴 녀석들은 머리 같은 걸 부숴도 그렇게 치명적이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어디를 노려야 할까. 나는 두 녀석을 한눈에 담으며 화왕검을 꽉 쥐었다.
그때, 책을 든 녀석의 책 속에서 검은 기운이 솟구쳤다.
『어리석은 인간들아, 일어나 그를 포박하여라.』
녀석의 목소리는 마치 주문을 외는 듯했다.
그 소리를 듣자마자, 생명의 의지가 발동되며 상태 이상에 저항했다.
[ 메인 스킬, 가 발동됩니다. ] [ 상태 이상, ‘유혹’에 저항합니다. ]나는 목단의 줄기를 발동해 내게 달려드는 불침번 녀석들을 포박한 뒤, 좀 미안하지만 발로 차서 나무 뒤로 날려버렸다.
‘그러고 보니 이 두 몬스터, 생긴 건 똑같은데 무기만 다르군.’
몬스터 중엔 육신은 껍데기고 무기가 본질인 녀석들이 있다. 보통 그런 녀석들은 무기를 부수면 공략할 수 있었다.
이 녀석들의 약점도 저 무기일 것 같았다.
마침 도끼를 든 녀석이 발을 묶어둔 줄기를 끊어내며, 거대한 도끼를 휘둘러왔다.
나는 공격을 피하며 커다란 도끼의 손잡이 부분에 검기를 날려봤다. 무거운 날보단 손잡이를 부수는 게 빠르기 때문이다.
그러자 몬스터가 내 공격을 피하며 뒤로 훌쩍 물러났다.
저 반응을 보면, 무기가 약점이 확실했다.
‘고주연 데려올 걸 그랬나.’
나는 또 실없는 생각이나 하며 도끼를 든 녀석에게 달려들었다.
목단의 줄기를 발동해 녀석의 발목을 묶었다. 그러나 녀석은 두 번은 당하지 않겠다는 듯 불꽃을 휘둘러 주변을 불태워버렸다.
나는 불꽃 사이로 뛰어들며 녀석을 노리는 척, 위쪽으로 뛰어올랐다.
서걱!
내 검기가 노린 것은 공중에 있는 몬스터의 책이었다. 녀석은 상태 이상 말고는 제대로 된 공격법이 없는지, 무력하게 내 기습에 당했다.
책은 검기에 당해 반으로 쪼개지고 있었다.
『이유영, 네 녀석…!』
도끼를 든 녀석이 다시 한번 나를 향해 날을 휘둘렀다. 나는 화왕검으로 그것을 받아내며, 공중에서 재가 되어 사라지는 몬스터를 쳐다봤다.
“벌써 약점 들켜서 어떡하냐?”
녀석이 아까보다 더 분노한 건지, 불길이 더 거세졌다. 가만히 있어도 녹을 것만 같은 열기였다.
녀석은 화왕검을 쳐내며 내게 그 뜨거운 화염을 쏟아부었다.
[ 메인 스킬, 가 발동됩니다. ]산 채로 불타는 것처럼 피부가 구워지며 끔찍한 고통을 일으켰다. 그러나 생명의 의지는 빠르게 내 피부를 복구하며 뒤로 물러나지 않게 해줬다.
나는 불 속을 파고들며, 검기를 발산했다. 몬스터는 도끼에서 내뿜는 화염으로 검기를 막았다.
나는 그 순간 목단의 줄기로 녀석의 손목을 붙들었다. 나무줄기는 순식간에 불탔지만, 녀석을 방심시킬 시간은 충분히 벌어줬다.
녀석이 주춤한 사이, 나는 도끼의 손잡이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캉!
도끼의 손잡이가 두 동강 나며, 몬스터는 보랏빛 불꽃과 함께 재가 되어 사라졌다.
녀석이 사라지며 무언가 중얼거렸으나 들리지 않았다. 어차피 용서하지 않겠다든가, 날 반드시 죽이겠다는 소리나 했을 것이다.
나는 탈진하듯 바닥에 주저앉았다.
“….”
조금 더 앉아있고 싶었지만,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내가 발로 차버린 두 사람에게 향했다.
솔직히 이 사람들한테 불똥이 튀기지 않게 하느라 전투가 더 버거웠다. 다행히 두 사람은 상처 없이 잠에 빠져 있었다.
나는 잠깐 녀석들의 옆에 앉아서 하늘을 바라봤다.
꼴은 만신창이였고 잠도 못 잔 탓에 피로가 몰려왔다.
그래도 공략대원들에게 한 약속은 지킬 수 있을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