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iary is an SSS-class reward RAW novel - Chapter 98
98화. 악마의 미궁 (6)
나는 기절한 두 사람을 업고 베이스캠프로 돌아갔다.
정하나에게 1시간이 지나도 오지 않으면 지원을 와달라고 했는데, 다행히 1시간이 안 되어서 돌아갈 수 있을 것 같았다.
한참을 달리던 중, 기절했던 두 사람이 깨어났다.
“으윽….”
“정신이 드십니까?”
나는 잠시 멈춰서 깨어난 두 사람을 바닥에 내려줬다.
두 사람은 내 얼굴을 보고 당황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유영 헌터님…?”
“으윽, 여기가 어디야….”
“두 분,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억하십니까?”
내 말에 두 사람은 서로를 마주 봤다. 그러다 무언가 기억나기 시작한 듯 자기 머리를 부여잡았다.
“그러고 보니… 불침번을 서다가 갑자기 뭔가에 이끌리는 듯한 기분이 들어서….”
“맞아. 베이스 캠프를 나갔던 것 같은데….”
보아하니 유혹에 걸린 후에도 어렴풋이 기억이 남아있는 것 같았다.
나는 두 사람에게 마실 물을 건네며 말했다.
“기억나는 대로 말씀해주실 수 있겠습니까?”
두 헌터는 천천히 물을 마시며 기억을 되짚었다.
나는 두 사람이 기억을 떠올릴 때까지 기다렸다.
조금 뒤, 먼저 물을 시원하게 들이켠 헌터가 입을 열었다.
“이유영 헌터님이 순찰을 나가고 얼마 안 지났을 때였습니다. 갑자기 정신이 몽롱해지더군요. 아무래도 상태 이상에 걸렸던 것 같습니다.”
“저도 비슷합니다. 몽롱했는데, 머릿속에 메시지 같은 게 들렸습니다. ‘이유영을 유인해내라’라는 말이었습니다. 그리고 나선 제 손으로….”
거기까지 떠올린 헌터는 하얗게 질린 얼굴로 자기 몸 구석구석을 살피기 시작했다.
“분명, 칼로 여기를 그었는데….”
그는 자기 옆구리를 손으로 만져봤다. 그러나 옷이 조금 찢겨 있을 뿐, 흉터 하나 없이 매끄러웠다.
옆에 있는 헌터도 마찬가지로 자기 몸 곳곳을 살펴보고 있었는데, 당연하지만 아무런 상처도 없었다.
“제가 치유해뒀으니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그 말에 어쩐지 나를 바라보는 두 사람의 눈이 빛나기 시작했다.
조금 부담스러운 눈빛이었다. 나는 헛기침을 하며 물었다.
“기억나는 건 그게 끝입니까?”
“어… 피로 글씨를 적고 난 뒤에, 밖으로 나오라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움직일만한 상태가 아니었는데 반드시 나가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베이스캠프에서 나온 후로는….”
그는 조금이라도 더 떠올려보려 했으나 결국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죄송합니다, 기억이 더 나질 않습니다.”
부상이 심각했으니 아마 그대로 의식을 잃었던 모양이다.
그 말을 듣고 있던 다른 녀석이 무언가 중요한 게 생각났다는 듯이 손뼉을 치며 말했다.
“동굴 밖으로 나와서, ‘남은 다섯 형제의 도움을 받을 필요도 없을 것 같다.’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누가 말했는지는… 모르겠지만요….”
아마 몬스터가 한 말일 것이다.
다섯 형제라는 말은 상당히 중요한 정보였다.
무기가 약점인 타천사 모양의 동상, 그리고 나한테 당한 두 놈에겐 다섯의 형제가 있다. 총 일곱 형제인 것이다.
드디어 이 몬스터들의 정체가 뭔지 알 것 같았다.
“우선 베이스캠프로 돌아가죠. 두 분 다 걸으실 수 있겠습니까? 힘들면 제가 업어드리겠습니다.”
“괜찮습니다. 아주 쌩쌩합니다.”
“저희보다는 오히려 이유영 헌터님이 피곤해 보이는걸요.”
생명의 의지가 있는 나는 무한대의 체력을 갖고 있다.
피곤하긴 했지만, 몸의 컨디션이 나쁜 건 아니었다.
“저도 괜찮습니다. 다들 걱정할 테니 어서 돌아가죠.”
우리는 베이스캠프로 돌아갔다.
두 사람이 제 속도를 내준 덕에 내가 둘을 업고 가는 것보다 빠르게 움직일 수 있었다.
***
베이 캠프에 도착하자, 다들 우리가 오는 것만을 기다리고 있었는지 동굴 밖까지 뛰어나와 반겨주었다.
“왜 이렇게 늦어!”
“꼴이 그게 뭐냐?”
차례대로 정하나와 김신욱의 환영 인사를 받으며, 나는 두 헌터와 함께 무사히 귀환했다.
동굴 앞에 서 있던 고주연은 나를 보고서 한 마디 건넸다.
“고생했어.”
마중 나온 안수연도 걱정했다는 듯이 내 어깨를 가볍게 치고, 납치됐던 두 사람에게 다가갔다.
“두 분 다 무사하셔서 다행입니다.”
“이유영 씨가 치유해주신 덕이죠.”
“이유영 힐러가 대단하긴 한가 봐요? 신윤현 씨의 약도 중상자를 이렇게 멀끔하게 치료할 수 없을 텐데.”
안수연은 두 사람과 담소를 나누며, 꼼꼼하게 두 사람을 살펴보고 있었다.
관련 스킬이라도 있는지 자세하게 진찰해보는 것 같았다.
안수연의 옆으로 가던 정하나가 나를 보며 아쉽다는 듯이 말했다.
“역시 우리가 데려왔어야 했는데….”
“이미 길드 계약도 했잖습니까.”
나는 가볍게 대꾸하며 베이스캠프를 둘러봤다.
잠에서 깬 헌터들도 나를 걱정해준 건지, 고생했다는 말 한마디씩 건네줬다.
나는 손을 흔들어주고 정하나와 안수연에게 물었다.
“베이스캠프에서는 별일 없었습니까?”
“어, 이쪽은 아주 평화로웠지.”
“하나랑 김신욱 씨가 1분마다 가봐야 하는 거 아니냐고 묻는 걸 빼면 말이죠.”
안수연이 작게 웃으면서 말하자, 정하나와 김신욱은 동시에 자기네들이 언제 그랬냐고 대꾸했다.
치고받고 싸울 땐 언제고 이럴 땐 합이 잘 맞는 것 같았다.
멀리서 구원 길드 사람들과 얘기를 나누던 이용건도 내게 다가왔다.
이용건은 수고했다는 안부 인사를 건넨 뒤에 물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
이번 일은 내가 공략대에게 전달한 사전 정보에 없던, 예기치 못한 일이다.
이용건은 구원 길드 사람들과 그 부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던 모양이다.
나는 주위를 한 번 훑어보다가 가벼운 투로 말했다.
“제가 파악하지 못한 몬스터가 더 있는 것 같습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내일 더 나누도록 하죠. 지금 못 자면 다들 피곤할 겁니다.”
숲을 지나고 성으로 들어가면, 지금보다 더 불편한 곳에서 자야 했다.
소란이 꽤 커져서 대부분의 헌터들이 잠에서 깬 상황이었다. 대책을 세운다는 핑계로 헌터들의 쉴 시간까지 빼앗을 수는 없었다.
이용건은 내 안색을 살피다가 뒷머리를 긁적였다.
“제가 생각이 짧았습니다. 어서 들어가서 쉬세요. 많이 피곤해 보이십니다.”
내가 아니라 당신네들 쉬라고 한 말이었는데, 이용건은 다르게 해석한 것 같았다.
이용건은 내게 고개를 꾸벅 숙이고서 구원 길드 텐트로 돌아갔다. 다른 사람들도 해산하자며, 각자의 텐트로 돌아갔다.
텐트로 돌아가던 고주연은 내 어깨를 툭툭 치며 말했다.
“얼른 들어가서 자.”
뭔가 걱정 받는 기분에 이상해서 내 꼴을 보니, 옷도 그을려 있었고 여기저기 찢겨서 너덜거렸다. 얼굴을 닦으면 검은 재가 묻어나왔다.
거울을 안 봐서 모르겠지만, 내 생각보다 꼴이 더 만신창이인 듯했다.
그때 뒤에서 김신욱이 어깨동무를 해오며 날 텐트로 끌고 들어갔다.
“그러게 혼자 가지 말라니까.”
김신욱은 중얼거리다가 자기 자리에 누웠다.
나도 침낭에 들어가 머리를 대고 누웠다.
텐트에 있던 헌터들이 내게 고생했다며 한 마디씩 건넸다.
“….”
어쨌든 지금은 그 타천사에 대한 정보를 알아내야 했다.
나는 눈을 감고, 자각몽을 사용했다.
[ 서브 스킬, 이 발동됩니다. ]***
눈을 뜨자 백색의 공간이 보였다. 그 중앙에는 거대한 책 한 권이 있었다.
책이 이전보다 조금 두꺼워진 것 같았는데, 지금은 감상에 빠질 시간은 없었다.
나는 일기장 앞에 서서 곧바로 검색 조건을 읊었다.
‘타천사, 7형제, 약점이 무기인 몬스터를 뽑아보자.’
그러자 일기장이 촤르륵 넘어갔다. 곧 한 군데서 멈춰서더니, 빛을 발하며 영상을 재생시켰다.
영상 속의 나는 어느 무너진 건물에 앉아서 일기를 적고 있었다.
나는 꿈속의 내가 적고 있는 일기를 자세히 보았다.
「202x. xx.xx 날씨: 비
오늘은 A급 던전, ‘타락한 믿음’ 던전에 대해 적어보려 한다.
보스 몬스터는 ‘타천사 7형제’로, 일곱 마리가 보스 몬스터로 한꺼번에 나온다.
이 녀석들은 타천사라는 이름답게 천사를 조각한 외형에 타락의 증거인 검은 날개와 검은 링을 달고 있다.
생김새는 전부 똑같지만, 딱 한 가지 차이가 있다.
그것들은 모두 다른 무기를 사용한다. 무기에 따라 공격 스타일이 조금씩 달라지지만, 상태 이상이나 원소 공격을 하는 것은 아니라 큰 차이는 없다.
이 녀석들의 약점은 바로 들고 있는 ‘무기’로….
.
.
.
」
역시나, 내 예상대로였다.
이 녀석들은 악마의 미궁에는 없던 녀석들이다.
원래는 다른 던전에서 나왔던 녀석들이 이 던전에 나온 것이었다.
심연의 천리안으로 마왕의 과거를 들여다봤을 때, 녀석은 내 일기장으로 7대죄를 만들어 냈다.
이 타천사 무리까지 만들어 낸 걸 보면, 녀석이 내 일기장을 더 갖고 있었던 모양이다.
‘게다가 그 녀석들, 분노와 색욕의 힘을 썼어.’
도끼를 든 녀석이 사용하던 보랏빛 화염과 책을 든 녀석이 사용하던 상태 이상 유혹은 원래 녀석들에게는 없는 능력이었다.
마왕은 7대죄가 쌓은 경험은 자기의 힘이 되어 돌아올 거라고 했다. 타천사가 7대죄의 힘을 쓸 수 있게 된 건 그 일환인 건가?
타천사는 이 던전의 잡몹과 달리, 야생의 몬스터처럼 성가실 게 분명하다.
당장 오늘도 사람을 미끼로 사용해 나를 생매장하려고 할 정도였다.
‘다른 것보다 이 녀석들을 먼저 처리해야겠군.’
남은 다섯 마리가 어디 있을지 짐작 가는 곳이 있었다.
이 던전에는 녀석들이 원래 있던 던전과 비슷한 환경이 구현된 곳이 있었다.
지금 우리가 자리 잡고 있는 베이스캠프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폐신전이 하나 있다.
회귀 전에는 그곳을 베이스캠프 삼았었다. 아무 기믹이 없던 곳이지만, 만약 녀석들이 이곳에 자리 잡았다면 어떻게 변했을지 모른다.
타천사 녀석들은 원래도 A급 몬스터였다. 거기에 7대죄의 힘이 더해지고 지능적으로 굴고 있다.
그놈들을 전부 나 혼자서 해치우는 건 무리다.
내일 공략대는 그 폐신전으로 향해야 한다.
***
다음 날 아침, 나는 공략대와 회의를 시작했다.
먼저, 어제 있던 일에 대해 간략하게 이야기를 나눴다.
“그러니까, 그 녀석들은 말도 하고 지능도 있었단 말이지.”
“야생의 몬스터처럼?”
고주연의 물음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상 같은 방식으로 만들어진 녀석이니 동일하다고 봐도 될 것이다.
“어제 납치됐던 두 분의 얘기를 들어보니, 같은 타입의 몬스터가 다섯 마리는 더 있는 것 같습니다.”
“그건 상당히 성가시겠는데. 이유영, 무슨 방법 없어?”
정하나는 심각한 표정으로 물었다.
다른 이들도 심각하게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었다.
그만큼 어제의 일이 큰일이긴 했다.
“있습니다, 방법.”
나는 종이에 간단하게 지도를 그려, 동굴에서 폐신전으로 가는 길을 그림으로 표현했다.
공략대에게 그것을 보여줬는데, 어째서인지 반응이 영 시원찮았다.
“…그림이 이게 뭐냐?”
“이유영 씨, 안 그렇게 생겨서 그림 진짜 못 그리네요.”
그렇게 못 그린 그림은 아닐 텐데 공략대 녀석들은 계속 못 그렸다면서 한마디씩 던졌다.
나는 김신욱과 안수연의 말을 무시하며, 동그라미 쳐둔 폐신전을 가리켰다.
“여기에 그 녀석들이 숨어있을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이 몬스터들은 우리 앞길을 방해할 게 분명합니다. 그러니 우리가 먼저 해치우죠.”
어쨌든, 우리가 먼저 녀석들을 치자는 것에 반대하는 이는 없었다.
회의를 마친 공략대는 베이스캠프를 정리했다.
전투할 준비까지 마친 뒤, 우리는 폐신전으로 향했다.
이제부터 진짜 전투가 벌어질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