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iary is an SSS-class reward RAW novel - Chapter 99
99화. 악마의 미궁 (7)
숲속 깊은 곳, 키가 높은 나무들 사이에 가려져 빛 한 점 들어오지 않는 곳에 무너진 신전이 있었다.
모독적인 검붉은 색으로 뒤덮인 이 신전은 악마들이나 살 것처럼 흉흉한 분위기를 풍겼다.
천리안으로 신전 안쪽을 확인해 보니, 중앙에 일곱 개의 타천사 동상이 세워져 있었다.
공략대는 신전과 다리를 하나 사이에 두고 마주 보고 있었다.
신전으로 가려면 저 낡은 흔들다리를 건너야 했다.
다리 아래로는 낭떠러지가 있었는데, 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 깊었다. 다리에서 떨어졌다간 즉사였다.
흔들다리는 50명의 인원을 감당하기엔 상당히 부실해 보여서, 최소 인원만 다리를 건너야 할 것 같았다.
나는 내 결정을 기다리고 있는 공략대를 향해 말했다.
“탐색조를 꾸리는 게 좋겠습니다. 저를 포함한 7명을 지목할 테니, 남은 분들은 또 다른 몬스터의 습격에 대비해 이곳에 남아주세요. 우선, 정하나 길드장이 이곳에 남아 통솔 부탁드립니다.”
“그래야지.”
내가 선발할 7명은 이중에서도 A급 보스 몬스터와 1:1로 싸웠을 때 승리할 가능성이 있는 7인이었다. 하지만 그들이 빠지고 난 뒤, 남은 공략대를 보호할 방패는 반드시 남아야 했다.
공략대 역시 내 판단에 수긍하는 분위기였다.
나는 이어서 이미 생각해둔 사람들을 하나씩 호명하기 시작했다.
먼저 지목한 사람은 고주연과 이용건이었다.
원거리 공격계 중에서도 특출나게 강한 두 사람은 타천사를 상대로 잘 싸워줄 것이다.
그리고 솔로 헌터인 강삼을 지목했다.
정확한 스킬을 알진 못하지만, 이 사람은 이번 기회에 실력을 확인해 보는 것도 좋을 듯했다.
다음으로 김신욱과 기민철을 지목했다.
종잡을 수 없는 성격의 두 사람이지만, 근거리 공격으로는 이 둘을 따라갈 사람이 없다.
사실상 이 던전에서 누구보다 활약해줘야 하는 게 이 둘이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지목한 건 안수연이었다.
수호 길드의 힐러지만, 내가 볼 때 안수연은 전투를 더 잘한다.
급박한 전투 상황에서 안수연의 판단력은 뛰어났다. 아마 이번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타천사 무리들이 이전보다 강해졌다면, 나를 포함한 이 7명의 최정예 멤버로 붙을 필요가 있었다.
물론, 정하나가 남아 있어 줘서 가능한 선택이었다.
나는 정하나와 공략대에게 말했다.
“1시간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으면, 그땐 합류 부탁드립니다.”
“알았어. 간 김에 해치우고 와라.”
“노력하겠습니다.”
그렇게 최전방엔 내가, 그 뒤로는 김신욱과 안수연, 기민철과 강삼, 그리고 후방에 고주연과 이용건이 섰다.
우리는 흔들거리는 다리를 일렬로 건너갔다.
다리 곳곳의 나무가 삭아서 밟자마자 부서지기도 하고, 중간에 끊어져 있기도 해서 뛰어넘어가야 했다.
앞에서 내가 과격하게 움직이자 뒤에서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꺄아악!”
누가 이렇게 새된 비명 소리를 내지르나 뒤를 돌아봤더니, 기민철이었다.
기민철은 다리가 출렁거릴 때마다 비명을 지르더니, 기어코 뒤에 있던 강삼의 어깨에 매달려 올라갔다.
“….”
저 녀석, 강삼은 무섭지 않은 건가?
나와 안수연은 긴장한 얼굴로 그 모습을 지켜봤다. 강삼의 표정이 꼭 살인마처럼 무서웠기 때문이다.
강삼이 기민철을 내동댕이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강삼은 원숭이처럼 매달린 기민철을 그대로 둔 채로 그냥 전진했다.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다시 선두에서 다리를 건넜다.
맨 뒤에 있던 고주연과 이용건도 잘 따라오고 있었고, 안수연은 김신욱을 도와주며 나를 따라왔다.
흔들다리를 전부 건너 반대편에 도착하자, 저 멀리서 정하나가 손을 흔드는 게 보였다.
나는 정하나에게 손을 마주 흔들어준 뒤, 신전 안으로 들어갔다.
***
타천사들이 있던 던전, ‘타락한 믿음’.
던전의 공략법은 알고 있지만, 내가 공략에 참여하진 않았다. 보고서에 적혀 있던 내용이 아니면 나도 알 수 없는 것들이 있었다.
가령 신전의 자세한 생김새 같은 건 내가 직접 본 게 아니라 나도 알 수 없다.
마침 신전으로 들어가는 입구의 바닥에, 내가 알 수 없는 문자가 적혀 있었다.
‘שבע נשמות.’
이게 어느 나라의 언어인지조차 알 수 없었다.
내가 그걸 한참 들여다보고 있었더니, 안수연이 말했다.
“무슨 문자가 적혀 있네요. 중요한 거예요?”
“혹시 몰라서요. 무슨 뜻인지 해석 가능하신 분 있습니까?”
7명이 둥글게 모여서 그 문자를 들여다봤지만, 이중에 이걸 해석할 수 있을 것 같은 사람은 없었다.
그런데 한참 그 문자를 들여다보고 있던 기민철이 말했다.
“일곱… 영혼?”
“뭐냐, 해석할 줄 알아?”
김신욱의 물음에 기민철은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멀뚱히 서 있는 기민철에게 물었다.
“무슨 언어로 적혀 있는지 아십니까?”
“히브리어 같은데요? 보스가 가르쳐준 적 있어요.”
천혜 길드장은 평소에 대체 뭘 하길래 기민철한테 히브리어를 가르쳐주는 건가 싶었다.
어쨌든 이 문자가 일곱 영혼을 의미한다면, 기존의 던전 공략법과 비슷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내가 탐색조로 일곱 명만 선발한 것도 이것 때문이었다.
“들어갑시다.”
입구를 통과해 안으로 들어가자, 신전의 기둥에 달린 촛대에 보랏빛 불이 들어왔다.
불이 밝혀지며 천리안으로 확인했던 타천사의 동상들이 밝게 보였다.
천사들은 전부 각기 다른 무기를 들고 있었다. 가장 중앙에 있는 녀석은 검을 들고 있었고, 다른 것들은 활, 방패, 총과 지팡이 등 다양한 것을 들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던 안수연이 말했다.
“각기 다른 무기를 쓰는 몬스터들인가 보네요. 그런데 왜 모습이 보이질 않죠?”
나 역시 의문이었다.
아까부터 천리안을 사용해 주변을 살펴보고 있었지만, 몬스터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공략법의 내용과 달랐다. 들어오면 촛대에 불이 켜지며 동상들이 움직여줘야 했다.
그런데 걸어가던 중, 기괴한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무슨 소리지?”
“찬송가네. 몬스터가 내는 소리인가?”
듣기만 해도 불길한 기분이 드는 이상한 노랫소리는 계속해서 울려 퍼졌다.
이건 나도 모르는 정보였다. 공략법에 적혀 있지 않은 부분이었다.
소리의 출처를 정확히 알 수 없어서, 나는 우선 자리에 멈춰 섰다.
그때, 신전에서 울려 퍼지던 노랫소리가 멈추며, 귀를 찢을 듯한 비명이 들려왔다.
『끼이이이이이이이익!!!!!!』
그 엄청난 음파에 바닥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진동하던 바닥은 쩌적쩌적 쪼개지더니, 아래로 푹 꺼지며 무너져내렸다.
안수연은 빠르게 주변 사람들을 실로 묶어 기둥에 매달렸다.
나 역시 목단의 줄기로 보이는 녀석들을 묶어 천장에 매달렸다.
하지만 신전은 계속해서 진동하며 기둥, 천장 할 거 없이 부서져 내렸고 결국 우리는 아래로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모두 흩어지고 있어…!’
돌연 바닥에서부터 불어오는 바람이 모여있던 사람들을 전부 분리시켰다.
떨어지는 잔해와 점점 강해지는 역풍에 눈을 뜨는 것조차 어려웠다.
그렇게 나는 지하 깊은 바닥으로 떨어졌다.
.
.
.
[ 메인 스킬, 가 발동됩니다. ]어딘가에 처박히듯이 떨어지기 무섭게 내 위로 엄청난 잔해가 쏟아졌다.
나는 잔해를 피하며 천리안으로 흩어진 헌터들이 무사한지부터 살폈다.
고주연은 다행히 이용건과 함께 떨어진 듯했고, 두 사람의 앞에는 총을 든 타천사가 있었다.
총을 든 녀석은 남은 다섯 중에서 가장 난폭한 녀석이다. 마땅한 방어 스킬이 없는 두 사람한테는 상성이 좋지 않았다.
다른 곳에는 기민철과 김신욱이 떨어져 있었다. 두 녀석 역시 무사해 보였다.
그 녀석들 근처에 방패를 든 타천사가 있었는데, 이 녀석들이라면 어떻게든 해치울 수 있는 상대였다.
문제는 안수연과 강삼이었다. 두 사람은 나처럼 혼자서 떨어져 나간 듯했다.
그 두 사람 앞에도 각각 타천사가 하나씩 있었다.
그런데 안수연의 상태가 좋지 않았다. 떨어지다가 다친 듯 벌써 발목이 부어오르고 있었다.
‘제일 먼저 안수연한테 가야 해.’
그러려면 내 눈앞에 있는 녀석을 해치워야 했다.
내 눈앞에도 타천사가 있었다.
이 녀석이 우리를 모두 뿔뿔이 흩어놓은 주범인지, 주위로 옅은 바람이 불어왔다.
족히 3m는 되어 보이는 큰 키에 흑빛의 갑옷을 입은 타락한 천사. 녀석의 등에는 곧게 뻗은 검은 날개가 달려 있었고, 검게 물들어버린 천사의 링이 녀석의 머리 위에서 일렁거렸다.
녀석은 커다란 대검을 들고 나를 내려다봤다. 그 장엄한 모습은 확실히 A급 이상의 위압감을 뿜어냈다.
나는 곧장 화왕검을 소환하며 녀석에게 다가갔다. 시간을 끌 것도 없이 빠르게 해치워야만 했다.
녀석은 거대한 팔을 움직여, 나를 향해 대검을 휘둘렀다. 대검이 휘두르며 생긴 바람이 날카롭게 나를 향해 뻗어왔다.
쉬이익!
나는 열풍을 발동해, 화왕검에 스킬을 담았다. 붉게 솟아오른 화왕검의 검날로 검기를 날리며, 그 바람을 상쇄시켰다.
내게 공격이 먹혀들지 않자 동상처럼 서 있던 타천사가 입을 열었다.
『확실히 특별하구나.』
“뭐가 특별하다는 거지?”
『죽지 않겠다는 의지가 강한 인간이야.』
알 수 없는 소리를 하던 녀석은 대검을 천장으로 치켜들었다. 그러자, 곳곳에서 바람이 휘몰아치며 소용돌이가 솟았다.
녀석이 일으킨 소용돌이에 건물의 잔해들이 휘몰아쳤다. 서 있는 것도 힘든 상황에서, 녀석이 검을 휘둘렀다.
쉬이익!
아까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칼바람이 나를 찢어버릴 듯이 몰아쳤다.
A급 몬스터 이상의 강한 공격이었다. 이 녀석도 내 일기장을 받고 진화한 건가?
하지만 이런 공격에 당할 수는 없다. 지금 이 녀석한테 발목이 묶일 수는 없었다.
나는 다시 한번 스킬을 발동해 화왕검에 열풍을 눌러 담았다.
‘더 강하게, 최대 출력이어야 해.’
스킬이 담기며 길어진 검날이 붉게 빛나다가, 화르륵 타오르기 시작했다.
나는 곧장 화왕검을 휘둘러 눈앞의 칼바람을 막았다.
뻗어나간 붉은 검기는 마치 불이 붙은 것처럼 타오르며 눈에 보이지 않는 바람과 맞부딪혔다.
펑!
검기와 바람이 부딪히며 폭발음이 터져 나왔다.
나는 그 폭발을 가르고 몬스터를 향해 뛰어들었다. 스킬을 담은 검은 다시 한번 검기를 내보낼 준비가 되어 있었다.
어제도 확인했지만, 타천사의 약점은 무기다. 이 녀석의 약점은 저 대검이었다. 대검을 부숴야만 이 녀석은 재가 되어 사라질 것이다.
나는 녀석의 검을 향해 있는 힘껏 화왕검을 부딪혔다.
텅!
부딪히며 생긴 강한 진동이 내 손과 팔까지 떨리게 만들었다.
나는 동상 같은 얼굴로 내 검을 받아내고 있는 녀석을 향해 말했다.
“죽지 않겠다는 의지는 모든 생명이 갖고 있어, 몬스터는 평생 모르겠지.”
내가 특별한 게 아니다. 이 녀석이 몬스터이기 때문에 내가 특별하게 보이는 것뿐이다.
나는 더 강력하게 스킬을 담아 화왕검을 타오르게 만들었다. 그러자, 녀석의 검이 조금씩 밀리기 시작했다.
녀석은 또다시 나를 떠밀어버릴 듯이 돌풍을 일으켰지만, 나는 바람을 견뎌내며 녀석의 검을 쳐냈다. 그리고 붉은 검기를 날렸다.
챙강!
붉은 검기가 타천사의 검을 반으로 부러트렸다. 녀석은 검과 함께 허무하게 재가 되어 사라졌다.
나는 녀석을 해치우자마자, 서둘러 안수연이 있는 곳을 향해 뛰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