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Exclusive Tower Guide RAW novel - Chapter (104)
104화
내 손에 들린 엘리시온을 보며 조셉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사부님, 제가 지금 혹시 헛것을 보고 있는 것입니까?”
“제대로 잘 보고 있다. 내 손에 있는 것 또한 엘리시온이 맞으니까.”
“아니, 사부님께서 어떻게 그 이름을!”
“조셉아.”
“네. 사부님.”
“때로는 말하기 어려운 비밀도 있으니 이해해 줬으면 좋겠구나.”
조셉은 잠시 침묵하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네. 묻지 않겠습니다. 사부님.”
지금 이 순간만큼은 조셉이 나보다 훨씬 더 어른이라는 것을 실감한다.
문득 미안해졌다.
내 눈앞에 있는 조셉은 열일곱 철부지 시절에 내가 가르쳤던 조셉이 아니다.
그럼에도 나는 일주일간 조셉을 그 시절처럼 대해 왔고, 조셉은 일말의 불평 없이 나의 가르침을 묵묵히 받아 왔다.
그리고 이제는 이번 회차의 인연도 정리해야 할 때.
조셉도 손에 엘리시온을 꺼내 들었다.
“그럼, 시작하자.”
“네.”
칼리아에 존재하는 두 개의 명검이 맞부딪히기 시작했다.
위대한 검투사 조셉 클루드.
사람들은 내 제자를 그렇게 불렀고, 오늘 나는 그 이명에 조금의 과장도 없었음을 몸소 깨달을 수 있었다.
나는 가슴이 베였고, 어깨가 찔렸으며, 온몸 곳곳에 크고 작은 상처를 입었다.
지난 일주일의 대련을 합한 것보다도 오늘은 훨씬 더 격렬했고, 치열했으며 처절했다.
벌써 우리는 백여 합을 넘게 겨루고 있었다.
“더 성장했구나.”
“네, 사부님.”
실제로 조셉의 수라마혈검은 나를 만난 이후 더욱더 단단해졌다.
어쩌면 내가 떠난 이후에도 조셉은 수련에 정진하며, 정말로 소드 마스터의 경지에 올라설지도 모른다.
제자의 성장을 더 이상 지켜볼 수 없다는 것이 아쉬울 뿐이다.
“이제는 승부를 마무리하자.”
“네. 사부님.”
우리 둘은 서로를 바라보며 거친 호흡을 내뱉었다.
조셉을 상대로 힘에 부치는 모습을 내비치는 것은 오늘이 처음이다.
그동안 나는 전지전능한 무림인이어야만 했으니까.
그럼에도 조셉은 오늘 나의 상태에 대해 아무런 의문도 품지 않는다.
휘이익!
조셉의 검은 또다시 나를 향해 쏘아져 왔다.
이미 난 많이 지쳤는데, 녀석의 내공은 나보다 확실히 우위에 있다.
내가 기대하는 점은 단 한 가지.
‘대련 중에도 나는 여전히 깨달음을 얻고 있다는 것.’
이제 지혜의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다.
조셉과 승부를 펼치는 지금은 마지막으로 타오르는 불꽃이다.
채앵!
두 개의 엘리시온이 다시 격렬하게 맞부딪혔다.
내공은 소진되어 가는데, 머릿속은 갈수록 맑아지는 느낌이다.
어느 순간부터 조금은 더 크게 보인다. 조셉의 빈틈이.
콰악!
나는 그곳으로 엘리시온을 찔러 넣었다.
확신한다.
이번 대결 최고의 한 수가 지금 막 펼쳐졌음을.
내 회심의 일격에 조셉은 결국 땅바닥에 무릎을 대고 말았다.
“졌습니다. 사부님.”
그리고 나는 처음으로 조셉을 상대로 승리를 거두었다.
무려 백 이십 합의 승부.
조셉은 처음으로 패배라는 단어를 입에 담았다.
“좋은 승부였다. 조셉아.”
나는 손을 내밀어 조셉을 일으켜 주었다.
내겐 기적 같은 일주일이었다.
13층에서 만난 또 한 번의 기연. 조셉, 혈마 그리고 수라마혈검.
하지만 기연의 본질은 새롭게 익힌 무공에 있는 것이 아니다.
‘이제 검의 극의를 조금은 깨달은 느낌.’
수라마혈검을 익히며 자연스럽게 무영추혼검의 성취도 높아졌다.
이곳에서 얻은 심득은 본캐로 돌아가더라도 그대로 남아 있을 것이다.
절대 잊지 않을 것이다.
새로이 얻은 심득도, 나의 제자 조셉 클루드도.
* * *
[14층으로 이동합니다.]메시지와 함께 나는 새로운 배경으로 안내되었다.
내 눈앞엔 완전히 낯선 무대가 펼쳐진다.
[이곳은 마법의 대륙 칼리아입니다.]또다시 칼리아.
예상했던 일이었다.
지난 두 층의 무대 역시 칼리아 대륙.
시간 배경만 달랐을 뿐이며, 14층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생각했다.
[잠시 칼리아 전역을 감상하시길 바랍니다. 현재 당신이 있는 곳은 상공 10킬로미터의 하늘이며 [천리안> 스킬이 적용 중입니다.]까마득하게 높은 곳.
지금 이렇게 대륙 전체를 내려다보고 있으니, 마치 내가 신이 된 기분이었다.
확실히 예전의 칼리아와는 많이 다른 모습이다.
‘아마도 칼리아의 먼 미래가 아닐까?’
일단 첫인상은 그러했다.
도시 곳곳에 높게 뻗어 있는 탑 모양의 건축물들과 거대하게 그려진 마법진들은 과거의 칼리아엔 존재하지 않는 것이었다.
그야말로 마법의 대륙이라는 수식에 걸맞은 모습.
하지만 정말로 중요한 것은 칼리아의 문명화 수준도 시간적 배경도 아니다.
‘순한 맛일까, 매운맛일까?’
사실 지난 두 층은 순한 맛에 가까웠다.
잔혹한 아포칼립스라기보다는 타 차원에 체험 학습을 온 느낌이었으니까.
뭔가 불길한 느낌이 든다.
그리고 경험적으로 알고 있다.
이 망할 놈의 탑은 절대 플레이어들 편한 꼴을 못 본다는 것을.
이제 마음을 단디 먹어야 할 것이다.
[이번 14층의 테마는 마탑 미션입니다.] [칼리아에 존재하는 수많은 마탑 중 하나를 선택하여, 그곳에서 부여하는 퀘스트를 완수하십시오.] [아래를 내려다보며 마탑을 선택하시길 바랍니다.]‘마탑?’
도시 곳곳에 드높게 솟아 있는 거대 건축물들이 눈에 들어온다.
모양도, 규모도, 색깔도 제각각이지만 확실히 다른 건축물들과는 다른 무언가가 느껴진다.
아마도 이것들이 마탑일 것이다.
그리고 잠시 후 마탑들의 이름이 공개되었다.
‘역시!’
예상대로였다.
마탑들의 꼭대기 위에 자막의 형태로 간단한 정보가 제공되었다.
마탑명, 설립 연도, 마탑주, 마탑의 높이.
그리고 눈에 띄는 한 가지 정보가 더 있었다.
바로 14층에 먼저 도착한 플레이어들이 소속되어 있는 마탑.
나보다 먼저 14층에 온 플레이어는 단 두 명이었다.
최정혁과 오민아.
‘이쯤에서 최정혁을 한번 만나 보고 싶긴 한데.’
이 녀석과는 나름 중요한 내기를 걸었으니 당연한 일이다.
최정혁이 현재 소속된 곳은 [레나의 마탑>.
칼리아의 변방에 위치한 조그마한 마탑이었다.
설립된 지는 이제 고작 몇 개월.
살짝 의외였다.
관종 끼 넘치는 녀석의 성격이라면 칼리아 중앙부에 위치한 [그믐달 마탑> 같은 걸 선택했을 거 같은데.
‘그건 직접 물어보면 되겠지.’
[레나의 마탑을 선택하였습니다.]한 가지 더 의외인 점은 오민아가 이번에도 자신의 남편을 찾지 않았다는 것.
심지어 그녀가 선택한 마탑은 레나의 마탑으로부터도 상당히 먼 곳이었다.
[마탑 추천서를 획득하였습니다.] [해당 마탑으로 이동합니다.]이렇게 뜬금없이 바로?
갑자기 시야가 흐려진다.
그동안 적용 중이었던 천리안 스킬이 해제되고 있는 것.
곧바로 내 몸은 먼지처럼 사라졌다.
* * *
마탑주 레나.
그녀는 금발의 여성이었다.
나이는 내 또래쯤 될까?
마탑의 주인이라길래 로브를 뒤집어쓴 까칠한 노인이 아닐까 생각했는데, 나의 선입견이었던 것이다.
“너도 T의 추천서를 가져왔어? 흔한 일이 아닌데, 참 별일이 다 있네.”
레나는 내가 가져온 추천서를 들여다보며 강한 흥미를 드러냈다.
사실 추천서엔 특별한 내용이 없다.
상단에 T 문양이 도드라지게 박혀 있을 뿐.
“혹시 저 말고도 또 있었습니까?”
“어. 좀 건방지긴 하지만 나름 쓸 만한 녀석이 얼마 전에 들어왔거든.”
물론 그 녀석이 누군지는 알고 있다.
최정혁.
지금은 이곳에 없는 모양이다.
“어쨌든, 이 추천서면 바로 입탑이 가능한 것입니까?”
“아무리 T의 추천서가 있다고 해도, 테스트는 해 볼 거야! 내 마탑이 만만한 곳은 아니거든!”
물론 허세다.
나에게 들리는 마음의 목소리.
그녀는 지금 애써 기쁨을 감추고 있는 중이다.
이런 변두리의 마탑에 T의 추천서를 받은 용병 마법사가 오는 건 이례적인 일이니까.
“테스트, 받아들이죠.”
일단은 자신 있게 지르고 봤다.
날 어떤 식으로 테스트할지는 모르겠지만.
레나는 검지로 본인의 금발을 돌돌 말며 흥미로운 미소를 보였다.
앞서 들어온 최정혁이 길을 잘 닦아 놓긴 한 모양이다.
“그 전에 너의 마법 속성부터 알아야겠어. 이상하게도 여기 추천서엔 그 부분이 빠져 있으니까 말이야.”
매번 칼리아의 초반엔 난감하기만 하다.
내 마법 속성이 [마음>이라는 것을 밝힐 수도 없고.
“비밀입니다.”
“뭐? 방금 비밀이라고 했어?”
“네. 잘 들으셨네요.”
“너 미친 거 아니야?”
하이톤의 격앙된 목소리.
레나는 하이힐 소리를 또각또각 내며 내게 다가왔다.
추천서에 내 마법 속성이 빠져 있다면, 그럴 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이 역시 탑의 섭리로 이루어진 일.
굳이 내 입으로 밝혔다가는 마이너스만 될 것이다.
“어차피 전 이 마탑에 마법 연구를 하러 온 것이 아닙니다. 추천서에서 보시는 것처럼 전 용병 마법사 신분이니까요.”
“그래서 마탑주인 내 말을 무시하겠다? 네가 그러고도 입탑이 가능할 거라고 생각해?”
“뭐, 그럼 딴 데 알아보죠. 칼리아에는 널린 게 마탑이잖아요?”
레나에게 쫓겨날지도 모르지만, 그것도 나름대로 의미가 있을 거라 생각했다.
내가 선택한 마탑에서 거절을 당한다면 다음엔 어떤 일이 벌어질지 궁금했으니까.
그럼, 또 상공으로 올라가 마탑 선택을 다시 하게 되는 것인가?
만약 그렇게 된다면 오민아가 선택한 마탑으로 가 볼 생각이다.
– 이 새끼 봐라?
하지만 레나는 바로 날 쫓아내지는 않았다.
인력난에 시달리는 변방의 마탑, 그리고 내가 가져온 T의 추천서. 두 가지 이유일 것이다.
T의 추천서가 이곳에서 어떤 의미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리고 한 가지 더.
추천서에 적힌 바에 따르면 나는 견습 용병의 신분이니 보수도 매우 짜다.
어쩌면 이게 더 중요할지도 모르겠다.
“아무리 생각해도 지금 네 발언은 나와 내 마탑을 무시하는 거야!”
“그럼 나가 볼까요?”
“나가긴 어딜 나가! 테스트받아야지!”
그럴 줄 알았다.
급한 건 내가 아닌 레나 쪽이다.
딱 봐도 여기 마탑은 너무 한가하니까.
어쩌면 연구는 마탑주 혼자 하고, 유일한 용병은 최정혁일지도 모른다.
– 너 어디 한번 혼나 봐라!
그래도 나 때문에 기분이 좀 상했는지, 레나는 짓궂은 테스트를 생각하고 있는 모양이다.
“일단 약속 하나 하시죠. 테스트에 합격하여 입탑하게 되면 나에 대해서는 더 이상 캐묻지 않겠다고.”
“너, 견습 주제에 너무 건방져!”
“그럼 약속한 것으로 받아들이죠.”
“대신 너도 한 가지 약속해!”
“무슨 약속 말입니까?”
“내가 주는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한다면, 무보수로 한 달 동안 견습 생활을 하겠다고!”
그 말에 피식 웃음이 나왔다.
날 쫓아내지 않겠다는 말은 절대 하지 못한다.
쓸 만한 용병을 구하는 게 급하긴 급한 모양이다.
“좋아요. 받아들이죠.”
내 대답에 레나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스르르르.
그리고 그녀의 손짓에 마탑 바닥에 굴러다니던 수정 구슬들이 둥둥 떠오르기 시작했다.
염동력처럼 느껴지지는 않는데 신비한 재주다.
어느 정도의 미래로 온 것인지는 아직 모르겠으나, 아마도 칼리아의 마법 수준이 상당히 높아진 모양이다.
“그럼, 테스트는…… 이걸로 해 볼까?”
슈웅!
공중에 떠다니던 수정 구슬 하나가 갑자기 레나의 손으로 들어왔다.
그러면서 뭔가 만족스러운 표정.
그녀는 나에게 수정 구슬을 들이밀었다.
“네가 가야 할 마굴이야.”
마굴?
이것도 처음 듣는 용어. 역시 칼리아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공략집이 전송되었습니다.]그래. 적절한 타이밍이다.
– 105화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