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Exclusive Tower Guide RAW novel - Chapter (119)
119화
“강해져야 한다.”
“무엇을 위해 말입니까? 아버님.”
“지난 오백 년간 지켜 온 우리 검종의 대의를 이루기 위해 말이다.”
“그럼, 그 대의라는 것은 도대체 무엇입니까?”
“피의 복수. 마법사들의 정죄를 우리 손으로 심판하는 것이란다.”
“아버님, 그냥 서로 친하게 지내는 건 안 되는 것입니까? 복수는 또 다른 복수를 낳게 될 것입니다.”
“엘라, 이제 겨우 열셋인 너는 이해하기 어렵겠지만 때로는 용서보다 심판이 더 필요한 때도 있는 법이란다. 마법사들과 서로 친하게 지내는 것은 그 심판 이후에야 생각해 볼 수 있을 거 같구나.”
“하지만 아버님, 복수가 정말로 가능한 것입니까? 우리 검종은 지난 오백 년간 숨을 죽이며 지내 왔습니다. 그리고 지난 대전쟁 이후 우리의 세력은 과거와 비교해 수십 분의 일 수준으로 위축이 되었다 들었습니다. 우리는 얼마나 더 많은 시간을 숨죽여 지내야 하는 것입니까?”
“그건 나도 알 수 없구나. 엘라. 그렇지만 말이다, 설령 우리의 대에서 그 대의를 이루어 내지 못하더라도 후대를 위한 안배 또한 중요한 사명이란다. 그러기 위해서는…….”
“강해져야 한다는 것이군요.”
“그래. 너는 비록 여자의 몸으로 태어났지만, 그 누구보다도 뛰어난 자질을 가지고 태어났단다. 네가 장성했을 때에는 분명 이 아비의 수준을 넘어설 수 있을 터, 나를 이어 우리 검종을 이끌기 위해서는 한 시도 수련에 소홀함이 없어야 할 것이다.”
“알겠습니다. 아버님.”
복수, 단죄, 심판…….
그것은 열세 살의 어린 소녀가 이해하고 받아들이기에는 너무 무겁고 버거운 주제였다.
물론 이와 같은 이야기는 그날 이후로도 계속되었다.
엘라는 사상 주입이라도 받듯, 마법사들에 대한 증오를 강요받았으며 복수의 칼날을 매일매일 갈게 되었다.
그렇게 해서 뼈에 새겨진 것은 복수에 대한 굳은 신념.
유일한 혈육인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이후에도 이것은 그녀가 삶을 살게 해 온 추진력이 되었다.
하지만 그녀가 전대 마스터들과 달랐던 결정적인 한 가지.
‘모든 복수는 내 대(代)에서 끝낸다.’
그녀는 전대 마스터로부터 물려받은 과업을 다시 후대에 물려주지 않을 생각이었다.
“마스터! 지금 전쟁을 벌이는 건 너무 위험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검종이 위험하지 않았던 적이 단 한 순간이라도 있었습니까? 우리가 기다려 온 세월이 자그마치 오백 년입니다! 오백 년!”
“하지만 지금 전쟁을 벌였다가는 오백 년간 이어져 온 우리 검종의 명맥이 완전히 끊길 수도 있습니다!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후대의 복수를 위해 좀 더 탄탄한 기반을 만들어 놓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마스터.”
“대장로님! 천 년이고 만 년이고를 기다려 결국 복수에 성공을 했다고 합시다! 그래서요? 그다음에는요? 그 한 번의 복수를 위해 희생한 수많은 형제들의 세월은 누가 보상해 주는 것입니까?”
결코 그녀가 검종의 대의를 가벼이 여겨서가 아니다.
오히려 엘라는 그 누구보다도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었다.
검종 형제들이 짊어지고 온 기나긴 족쇄.
그걸 끊어 내고자 결심을 하기까지 수천수만 번을 고뇌했다.
“정신 차리십시오! 마스터! 그런 사사로운 감정에 휘둘려서는 안 되는 위치십니다!”
“제 뜻을 계속해서 막아서신다면, 대장로님의 목을 베겠습니다! 마스터는 그럴 수 있는 위치이기도 하지요!”
엘라는 엘리시온을 꺼내 들어, 대장로 카넬의 목을 겨누었다.
그녀의 의지는 확고했다.
오백 년을 이어 온 검종의 숙원.
그녀는 그것을 본인의 손으로 끝내고자 했다.
해낼 수 있으리란 확신이 있어서가 아니다.
오히려, 수라마혈검을 익히면 익힐수록 벽에 부딪히곤 했으니까.
‘나조차도 오(五)성이 한계이니…….’
수라마혈검을 대성하는 것은 환상 속의 경지라는 것이 그녀의 판단이었다.
그렇다면, 더 이상 복수를 미룰 이유는 없었다.
희대의 기재라 불린 그녀가 할 수 없는 것이라면 후대에도 불가능할 것이기에.
“저는 혈마대를 이끌고 라덴의 신전으로 가겠습니다.”
“마스터! 꼭 그러셔야 하겠습니까?”
“제 뜻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대장로님께서는 이곳에 남아, 본단과 나머지 지파의 모든 형제들을 대기시켜 주세요. 그리고 저의 지시를 기다리시면 됩니다.”
더 이상 후대에 역사의 과업을 미루는 일은 없을 것이다.
드디어 때가 다가오고 있었다.
* * *
“저…… 저거 검 아니야?”
“도대체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우리 원정대장! ……설마 배신자?”
내 손에서 찬란한 빛을 발하는 엘리시온.
나의 돌발행동에 경악한 것은 우리 원정대원뿐만이 아니었다.
혈마대 또한 엘리시온을 보며, 일시에 동작을 멈췄다.
원정대의 리더이자, 마법사인 내가 검을 들었다는 것.
이 행동이 가져온 충격은 모두에게 식스센스급의 반전이었을 것이다.
이미 원정대원들의 상당수는 오해를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내가 마교의 첩자이자 배신자라고.
“호영이 형! 미쳤어?”
등 뒤에선 김세용의 경악성이 들려왔다.
칼리아에서 검을 사용한다는 것. 그것은 곧 반역죄와 동등한 취급을 받는 일이니 말이다.
“세용아, 뒤를 부탁한다!”
“아니 갑자기 왜! 그냥 지금처럼 했어도 우리가 이길 수 있는 건데!”
그건 알 수 없는 일이다.
혈마대를 제외한 신전 쪽의 전력이 아직 미지수이니까.
거기에 검종 마스터의 전력이 더해진다면 우리가 우세하다고 볼 근거는 빈약한 편.
따라서 지금이 엘리시온을 꺼내 들 적기라는 판단이었다.
우세한 전력으로 밀어붙이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검종 마스터의 마음을 흔들어 놓을 수 있는 타이밍이 될 테니까.
“내가 원하는 것은 단순한 승리가 아니야.”
이곳에 검종의 마스터가 있다는 걸 알게 되었으니, 그와 담판을 지을 생각이다.
분명 그는 내 도발에 응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이곳은 그의 친위대인 혈마대의 피로 물들 것이기에.
그리고 한 가지 더.
내가 기대하는 바가 있다.
[혈마대가 펼쳐 내는 수라마혈검의 합공을 상대하며, 당신의 검술은 더욱더 단단해질 것입니다.]단단해진다는 것.
조금 추상적인 표현이긴 하나, 공략집은 내게 괜히 메시지를 전송하는 법이 없다.
사실 흔히 있는 기회가 아니다.
혈마대는 잘 훈련된 검종 마스터의 친위대.
이들이 펼쳐 내는 수라마혈검의 합격술은 내가 처음 경험해 보는 방식.
나는 지체 없이 혈마대의 한가운데를 향해 뛰어들었다.
“엘리시온이다!”
혈마대가 이것을 못 알아볼 리가 없다.
엘리시온은 검종 마스터가 가진 권위의 상징물.
하지만 잠시 후면 더 놀랄 일이 벌어질 것이다.
휘이익!
휘이이이이익!
나는 적진의 한복판에서 수라마혈검을 펼쳤다.
오백 년간 이들이 이어 온 것과 동종의 검술.
따지고 보면 지금 내 손을 통해 펼쳐지는 것이 원류라 할 수 있다.
챙! 챙! 챙! 챙!
검과 검이 부딪히며 요란한 공명음이 울려 퍼진다.
이 손맛이 그리웠다.
그동안 되도 않는 빠루를 들고 설치느라 좀이 쑤셨다.
“막아라!”
혈마대는 순식간에 나를 둘러싸 수라마혈검의 합공을 펼쳐 온다.
똑같은 수라마혈검이라면, 어느 쪽이 우세한지는 분명하다.
나는 엘리시온에 마력을 더해 갔다.
솨솨솨솨솨!
“수…… 라…….”
“마…….”
피를 토하며 쓰러지면서도, 이들의 얼굴에는 의문이 가득했다.
참으로 묘한 인연이 계속되고 있다.
이들은 조셉 클로드의 후예들.
그리고 나는 다른 평행차원에서 조셉 클로드를 지도한 스승.
이렇게 서로를 향해 검을 겨눠야 할 이유가 전혀 없다.
아니, 따지고 보면 마법사와 검투사의 대립 자체도 말이 안 되는 일이다.
‘애초에 우와 열을 나누는 것부터가 우스운 일이지.’
마법의 대륙 칼리아.
마법사들은 전통과 수적 우위를 앞세워 다른 종의 무예를 오랫동안 견제해 왔다.
검, 도, 창, 활, 편, 권…….
많은 종들이 존재했으나, 그 어떤 세력도 마법사를 넘어서진 못했다.
그나마 유일하게 마법사의 아성에 도전하곤 했던 세력은 검투사.
하지만 조셉 클로드 이후 마법사들은 이러한 도전 자체를 용납하지 않았다.
마법사들은 본인들이 칼리아의 유일무이한 영웅이길 원했고, 결국 검투사의 무리를 마교로 규정했다.
그리고 이어진 탄압, 핍박. 숙청.
지금의 이 참혹한 현장 또한 칼리아의 마법사들이 싸질러 놓은 죄악의 연장일 뿐이다.
‘아이러니한 일이야.’
검투사인 나는 지금 마법사들의 원정대장 신분으로 검을 겨누고 있으니 말이다.
물론 이 부조리함도 오늘이 마지막이 될 것이다.
휘이익!
휘이이이이익!
나의 엘리시온은 점점 더 빠르게 공간을 베어 나간다.
수라마혈검의 패도적인 검격이 적진 한복판에서 수놓아지며, 혈마대는 하나둘씩 전력에서 이탈해 나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느껴진다.
‘또 한 번 뚫어 냈다!’
그동안 막혀 있던 수라마혈검의 성취를 드디어 한 꺼풀 더 벗어 냈음을.
공략집의 메시지는 사실이었다.
드디어 내 수라마혈검은 완연한 오(五)성의 경지에 이르렀음을 알게 되었다.
“동작 그만!”
그리고 그 순간 들려온 위화감 넘치는 목소리.
음성에 실린 공력으로 짐작해 보건대, 의심할 여지 없는 검종의 마스터다.
‘그런데 여자였어?’
이건 좀 의외다.
* * *
마침내, 두 자루의 엘리시온이 두 걸음의 거리에서 마주했다.
검종의 마스터.
비록 작은 체구의 여인이었으나, 내뿜는 기세만큼은 13층에서 만난 조셉 클로드보다도 위였다.
그녀는 나의 엘리시온을 보고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 쌍둥이 검이라는 이야기는 들어 보지 못했는데!
물론 그녀의 의문은 그것뿐만이 아니다.
그녀의 앞에 서 있는 나라는 존재 자체가 미스터리일 테니까.
“네게 궁금한 것투성이지만 지금은 묻지 않을 생각이다.”
그녀는 단도직입적으로 내게 엘리시온을 겨누었다.
“날 제압한 후 족쳐서 알아내시겠다?”
그녀는 내 물음에 피식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감사의 인사는 전해야겠지. 발레론을 제압한 후 나머지 형제들은 무사히 돌려보낸 점. 이유는 모르겠지만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
“아, 오해할까 봐 하는 얘기인데, 발레론은 너희를 배신하지 않았어.”
“알고 있다.”
그녀는 확신하고 있었다.
검종의 그 누구도 배신하지 않으리란 것을.
대단한 자신감이다.
“그리고 감사의 인사 하나 더. 방금 혈마대를 상대로 손속의 정을 발휘하였더군.”
“네 등장이 조금만 더 늦었더라면 결과는 달랐을 거야.”
실제로 그럴 생각이었다.
생각보다 거셌던 혈마대의 저항.
죽이지 않고서는 방어벽을 뚫어 내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이름이 무엇이냐?”
“이호영.”
“특이한 이름이군.”
순간 그녀의 입술이 실룩인 것은 느낌 탓일까?
괜히 기분이 나쁘다.
“……그럼 시작할까?”
나 역시 그녀를 향해 엘리시온을 겨누었다.
내게 검종 마스터의 경지는 아직 미지의 영역.
어느 쪽이 위일지는 검을 섞어 보기 전까지는 알 수 없다.
흥분이 밀려온다.
솨아아아악!
선공.
그녀의 엘리시온은 나를 향해 폭풍처럼 밀려들었다.
– 120화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