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Exclusive Tower Guide RAW novel - Chapter (135)
135화
두 발로 성큼성큼 달려오던 미노타우로스는 돌연 자세를 바꾸었다.
양손이 앞발이 되어 이제는 사족 보행.
놈은 맹렬한 야수처럼 달려들기 시작했다.
저 거대한 몸집으로 내는 스피드는 비현실적으로만 느껴진다.
‘저 뿔에 치이기라도 한다면…….’
아무리 나라고 해도 무사하진 못할 것이다.
그러니 치이기 전에 내가 먼저 모가지를 베어 버리는 수밖에.
나 역시 바로 미노타우로스를 향해 뛰어들었다.
서걱-
엘리시온이 마력을 내뿜으며 미노타우로스의 목을 쳤다.
아주 깔끔하게 절단된 녀석의 거대한 대가리가 쿵 소리를 내며 땅에 떨어졌다.
몸뚱이만 남은 미노타우로스는 갈 길을 잃고는 미친 듯이 발광을 했다.
아직 끝난 게 아니었다.
저 상태로도 충분히 위협적이다.
발광하는 발길질에 맞기라도 하면 많이 아플 테니까.
그리고 맞기 싫으면 바로 끝내는 것이 답이다.
서걱-
[경험치를 획득하였습니다.]결국 녀석이 맥없이 주저앉은 건 몸이 3등분이 된 이후.
등골이 조금은 서늘했다.
날 죽일 듯이 달려들었던 모습 하며, 목이 잘리고도 발광하는 장면까지 꿈에 나올까 걱정이다.
‘그래도 경험치는 많이 주네.’
사람들의 생각과 달리 내게도 레벨업이나 경험치는 중요했다.
스탯도 스탯이지만, 내게 절실하게 필요한 것은 마나였다.
내 검술이 7성으로 가기 위해선 초식 자체의 숙련도도 중요하지만, 마나의 보조 없이는 절대 불가능한 일.
착실하게 경험치를 먹으며 마나를 축적해 나갈 필요가 있었다.
물론 마나 축적의 베이스는 내공심법이지만 말이다.
나는 앞을 향해 계속해서 전진했다.
17층의 클리어 조건은 모든 몬스터의 섬멸.
특별한 전략은 없었다.
등장하는 족족 죽이는 것 외에는.
다. 다. 다. 다.
들려오는 발걸음 소리를 보니 이번엔 상당히 많은 개체 수.
나는 엘리시온의 검 자루를 꼬옥 쥐고는 다가오는 몬스터들의 공격을 대비했다.
‘설마 또?’
처음 상대했던 듀라한이었다.
하지만 규모가 다르다.
소대 수준의 듀라한이 저마다 자신의 머리통을 양손에 들고는 나를 향해 돌진해 왔다.
길이 넓지 않았기에 그야말로 물밀 듯이 쳐들어오는 느낌.
이 기괴한 외양을 보고 있으려니 호러 영화가 따로 없었다.
‘빨리 끝내자.’
망측한 꼴을 보지 않으려면 역시 속전속결이 관건.
다수의 괴물을 상대할 때는 역시 무영추혼검보다는 수라마혈검이다.
“꽤애애애액!”
듀라한 녀석들은 손에 들고 있던 머리통을 일제히 나를 향해 던졌다.
날아오는 수십 개의 머리통들은 저마다 듣기 싫은 비명을 질러 댄다.
“꽤액!”
“꽤애애애애액!”
탑 이전의 나는 딱히 공포 영화를 좋아하지 않았다.
이런 상황은 질색이며, 듀라한의 기괴한 공격 방식에 소름이 오돌토돌 올라왔다.
사사사사사삭-
엘리시온은 허공에 수많은 직선을 그려 내며 난도질을 했다.
6성에 오르고 나니 수라마혈검의 맹렬한 광역 공격은 더욱 빛을 발한다.
저 끔찍한 머리통들이 내 몸에 닿게 할 순 없었다.
사사사사삭!
더 이상 공중에서 꽥꽥거리는 비명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 * *
17층의 미션은 내가 생각해도 클리어하라고 만들어 놓은 게 아니었다.
이곳에서 등장한 몬스터들은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16층의 폭렙 미션을 건너뛰고는 상대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특히 마지막에 등장한 미노타우로스 킹. 이 녀석은 벌써부터 나오면 안 되는 몬스터다.
[17층을 클리어하였습니다.] [로비로 복귀합니다.]그래도 탑의 농간 덕분에 꽤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었다.
레벨업을 통한 두둑한 스탯 포인트와 마나. 그리고.
[20,000 골드를 획득하였습니다.]짭짤한 골드까지.
16층을 건너뛴 것을 한 방에 보상받을 수 있게 되었다.
“해낼 줄 알았습니다! 이호영 씨.”
“호영이 혀어엉!”
내가 17층을 클리어해 낸 덕분에 동료들은 아무런 페널티도 받지 않게 되었다.
“그런데 과연 무슨 페널티였을까요?”
서준호가 의문을 제기했다.
“글쎄요. 제가 클리어를 못 했으면 그 궁금증이 풀렸을 텐데.”
“무슨 말씀을 그렇게! 이 의문은 평생 묻어 둡시다!”
나의 무사 귀환에 분위기는 화기애애해졌다.
딱 한 명. 최정혁 저놈만 얼굴 표정이 심각하다.
진심으로 날 따라잡았다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정혁아, 형님 무사히 돌아왔는데도 뭔가 좀 시큰둥한데?”
“축하해 형님. 무사히 돌아온 거.”
물론 영혼은 1도 없다.
– 저 인간은 정체가 뭐야! 프로 게이머도 아닌데!
역시 날 의식하고 있었다.
이미 상대가 되지 않을 텐데도 말이다.
어쨌든 피의 날까지는 이제 앞으로 두 층.
모두의 생존 확률이 조금은 늘어났다.
‘그리고 남은 시간도 잘 준비해야겠지.’
결코 만만한 이벤트가 아닐 것이다.
무려 열 명의 살성과 상대하기 버거운 몬스터들이 도사리는 곳이니까.
[공략집이 전송되었습니다.]오랜만이다.
자주 찾아올 것이지.
나는 서둘러 메시지의 내용을 살폈다.
[이 구역의 모든 플레이어들은 페널티를 받지 않았으니, 18층과 19층은 아주 무난하게 진행될 예정입니다. 따라서 특별한 공략법은 없습니다.]메시지는 이것으로 끝.
나를 놀리는가 싶기도 했지만, 어쨌든 피의 날 전까지 무난하다는 것도 정보는 정보.
그럼 이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수련이었다.
* * *
“호영이 형! 연속으로 날로 먹은 느낌인데, 어떻게 생각해?”
18층에 이어 19층까지 너무 쉽게 등반을 해 버리니 다들 의아하다는 반응이었다.
“이런 경우엔 보나 마나지, 뭐.”
“뭔데!”
“20층이 헬 난이도라는 것.”
이쯤에서 동료들에게 경각심을 일깨울 필요가 있었다.
20층 전까지 우리가 부여받은 자유 시간은 48시간.
길다면 긴 이 시간을 잘 활용해야만 한다.
“무섭네요. 이호영 씨의 예언은 그동안 묘하게도 항상 옳았으니까.”
“호영이 형, 그럼 이제 우리 어떻게 해야 하는 건데?”
“가진 골드를 다 털어서 헬 난이도에 대비해야겠지. 아마도 제일 중요한 것은 물약이 아닐까?”
“물약?”
분명 20층에선 죽을 고비가 수도 없이 찾아올 것이다.
또한 피의 날에선 사냥보다는 생존 자체가 미션일 공산이 크다.
따라서 가장 필요한 것은 회복 계열의 아이템.
제일 효과가 좋은 건 엘릭서인데 나 외에는 7만 골드나 하는 이 고가의 회복약을 구입할 수 없을 테니, 내가 먼저 구입을 한 후 동료들에게 나눠 주는 방식을 택했다.
물론 나에게 골드를 이전하는 만큼 정확하게 계량해서.
“형님, 이걸 누구 코에 붙이라고! 계량 잘못한 거 아니야?”
“아니, 정확해. 싫으면 다시 골드 가져가고.”
“와! 있는 사람이 더한다더니, 정확한 거 말고 여유 있게 더 주면 안 돼?”
“……정혁아, 흙 파서 장사하는 건 아니잖아?”
그래도 양이 너무 아쉽다는 의견이 있어 한 가지 의견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나에게 엘릭서를 추가로 빌려 가는 사람들은 추후 10퍼센트 이자를 붙여 상환하기로.
“형님, 완전 장사꾼 다됐네.”
나에게는 동료들을 전원 생존시켜야 하는 이유 하나가 더 생겨 버렸다.
살아 있어야 꿔 간 돈을 갚을 수 있는 것이니까.
“그리고 다들 한 가지 더 해야 할 게 있습니다. 지난 두 층에서 모아 놓은 스탯 포인트 말입니다, 웬만하면 전부 체력 스탯에 투자하세요.”
“물약에 이어서, 이호영 씨가 이렇게까지 피통에 집착한다는 건…….”
“네, 제 직감으로는 20층에선 생존 자체가 쉽지 않을 거 같습니다.”
나와 살성들에겐 세이프 존이 있지만, 나머지 플레이어들은 맨땅에서 버텨 내야만 한다.
그나마 힐러인 채이설은 유리한 점이 있지만, 체력이 약한 편인 그녀도 마냥 안심할 수는 없다.
“스탯 다 찍었어요.”
“저도요!”
동료들은 나의 조언대로 남은 스탯 포인트를 전부 체력에 투자했다.
참 대단하다.
내 말 한마디에 이렇게 깊은 신뢰를 보내다니.
“형님, 미안하지만 난 스탯 포인트를 전부 민첩에 찍었어. 컨트롤에는 민첩이 제일 중요하니까 말이야.”
“……그래, 잘했다. 최정혁.”
이놈이 사기를 치고 있다.
전부 체력에 몰빵 했으면서.
“자, 그럼 이제 다들 수련에 돌입하도록 합시다.”
이번 수련의 키포인트는 두 가지였다.
하나는 각자 익힌 내공심법을 통해 체내에 조금이라도 더 마력을 쌓는 것.
다른 하나는 공격보다는 방어 쪽에 수련의 중점을 두는 것.
모두가 내 말을 충실히 이행해 주었다.
다들 둘씩 짝을 지어, 내가 제안한 훈련법을 따라 준 것.
이 정도면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대비는 다 한 셈이다.
드디어 피의 날이 다가오고 있었다.
* * *
20층.
튜토리얼부터 시작해 무려 스무 개의 관문을 뚫어 낸 이후에야 도달할 수 있는 곳.
지금까지 인류의 몇 퍼센트나 생존했는지는 알 수 없다.
이곳엔 뉴스도 존재하지 않으며, 같은 구역의 플레이어 외에는 서로 연락을 주고받을 수 있는 수단이 없으니까.
하지만 어렴풋이 알 수 있는 사실이 하나 있다.
이번 20층을 돌파해 낼 수 있는 건 극히 일부의 플레이어들이 될 거라는 것.
‘괜히 피의 날이라 불릴 리가 없지.’
현재까지 생존한 플레이어들도 나름 한가락씩은 하겠지만, 이번 스테이지는 그보다 더 가혹한 곳이 될 것이다.
[20층 미션이 시작됩니다.] [종료 선언이 있을 때까지 살아남으십시오.]메시지와 함께 우리 플레이어들은 20층 무대의 온갖 장소로 뿌려졌다.
물론 나의 시작 위치는 이미 알고 있다.
세이프 존 6번 포스트.
자격이 박탈될 가능성도 염두에 두긴 하였다.
세이프 존은 살성들만의 특권이니까. 하지만.
‘운이 좋군.’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6번 세이프 존의 주인은 여전히 나.
너무 사기적인 혜택이었다.
여기서 버티기만 한다면 나의 생존은 확정된 것이나 마찬가지니까.
‘더군다나 이곳에서 마나는 무제한으로 충전.’
물론 그런 식으로 안일하게 있을 생각은 아니다.
빌려준 돈을 떼이지 않으려면 내가 활약을 할 필요가 있다.
[미니맵을 가동합니다.]가장 중요한 체크 포인트가 있었다.
이번 피의 날을 종료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살성.
바로 남소현의 위치였다.
‘1번 포스트군.’
거리가 좀 멀다는 것이 문제.
하지만 기존의 계획에는 변함이 없었다.
그녀를 찾아가 죽음 직전까지 몰아넣은 뒤 그녀의 의지로 피의 날을 종료시키는 것.
부디 그녀의 성장이 내 예상 범위에 있기만을 바랄 뿐이다.
[몬스터 웨이브가 시작됩니다.]메시지와 함께 하늘에 거대한 균열이 열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20층의 곳곳에 생겨난 수많은 게이트들.
파바바바!
그곳에서 몬스터가 비처럼 쏟아지기 시작한다.
크아아아!
크아아아아!
수많은 몬스터들의 울음소리가 천지를 진동시켰다.
생김새가 조금씩은 다르지만 죄다 트롤들.
특유의 상처 재생 능력이 아주 성가신 놈들이다.
휘이이이잉-
이 중에서 가장 조심해야 할 녀석이 바로 플라잉 트롤이다.
시조새를 연상시키는 거대한 날개에 대가리만 트롤.
일반 플레이어들은 절대 단독으로 사냥할 수 없다.
어쩌다 한 번은 타격을 줄 수 있겠지만 이놈이 하늘로 날아가 버려 상처를 재생해 버리면 다시 상황은 리셋 되니까.
결국 일격 필살이 아니면 잡을 수 없기에 아주 위험한 몬스터라 할 수 있다.
위험한 만큼 개체 수가 적은 게 그나마 다행이지만.
‘한 마리 잡고 시작해야겠군.’
마침 내 주위에 한 마리가 빙빙 돌고 있었기에 세이프 존을 살짝 벗어나 녀석을 유인해 냈다.
하지만 어그로가 끌리는 것은 비단 플라잉 트롤만이 아니다.
주변에 있던 온갖 트롤들이 몰려든다.
‘광역 공격은 역시 수라마혈검이지.’
마나 고갈에 대한 걱정은 전혀 없다.
세이프 존으로 돌아가 언제든지 충전할 수 있으니까.
사사사사삭!!
나는 장인 정신을 발휘해 트롤들의 목을 따 내기 시작했다.
놈들은 모가지에서 피를 뿜어내며 재생 한 번 못한 채 바로 쓰러졌다.
벌써부터 몬스터의 사체가 쌓인다.
휘이이잉!
그리고 내 머리 위를 빙빙 돌던 플라잉 트롤.
드디어 놈이 나를 향해 쏜살같이 내려왔다.
‘기회는 한 번.’
서걱-
엘리시온에 목이 따인 플라잉 트롤은 날개를 축 늘어뜨리고는 맥없이 추락해 버렸다.
별로 어렵지 않다.
내게 있어서 위험 요소는 오로지 살성뿐이다.
‘그럼 이제 살성이나 잡으러 가 볼까?’
기대된다.
피의 날을 맞이하여 능력치가 어떻게 변해 있을지.
– 136화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