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Exclusive Tower Guide RAW novel - Chapter (141)
141화
“오아시스다!!”
광활한 사막의 한구석에 자리 잡고 있는 조그마한 낙원.
이 놀라운 광경에 사람들은 흥분을 감추지 않았다.
사람들은 일시에 그곳을 향하여 달려갔다.
양손으로 물을 담아 목을 축였으며, 또 어떤 이는 물속에 얼굴을 담그며 열기를 식혔다.
나 역시 땀에 찌든 얼굴을 씻어 내며 기쁨을 만끽했다.
‘고작 물 좀 얻었을 뿐인데.’
탑 이전에 우리가 당연하게 누리던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 것이었는지를 새삼 느낄 수 있었다.
이 빌어먹을 탑이 이런 소소한 깨달음을 주다니.
“와하하! 이제 더 이상 더위와 사투를 벌일 필요가 없어진 거야!”
“맞아! 이 정도 물이면 일주일이 아니라 몇 달도 버틸 수 있겠는데?”
“오아시스에 짱박혀 있으면, 21층을 날로 먹는 거잖아!”
기쁨에 겨운 나머지 현실 인식을 냉철하게 못 하는 이들이 있었다.
사실 지금 대부분이 그러했다.
까맣게 잊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탑이 우리에게 얼마나 잔혹하게 굴었는지를.
‘고작 몇 시간 고생을 한 것 가지고.’
오아시스에 다다른 것은 놀라운 발견도, 위대한 업적도 아니다.
그저 50퍼센트의 확률로 선택을 한 것이며, 탑이 준 정보를 따라 이동했을 뿐이다.
나는 가볍게 목을 축인 후 바로 생존 준비에 돌입했다.
‘오아시스 주변이라 쓸 만한 게 좀 있군.’
지구의 것과는 조금 다른 모습이지만 식물의 잎과 꽃, 그리고 열매를 채집했다.
충분하진 않아도 어느 정도 영양 공급원은 되어 줄 것이다.
전갈 고기만 먹으며 사막에서 버티는 것은 너무 고역일 테니까.
다행히 인벤토리의 보존 능력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포션을 마시고 남은 빈 통에는 물을 가득 채웠다.
세 통을 팔았으니 내게 남은 것은 총 일곱 통.
이 정도면 꽤 오랜 시간 식수 걱정 없이 버틸 수 있다.
이번 오아시스가 21층의 처음이자 마지막이 아니라면 말이다.
“이호영 씨, 지금 뭐 하시는 겁니까? 여길 떠나기라도 할 작정입니까?”
사람들 눈엔 내가 그렇게 보이는 모양이었다.
“굳이 떠나진 않을 겁니다. 이 탑이 오아시스를 없애지 않는 한.”
“오아시스를 없앤다고요? 설마 탑이 그 정도 양아치겠습니…….”
신민준은 말을 끝맺을 수 없었다.
그가 생각해도 탑은 양아치가 맞았으니까.
“대비해서 나쁠 건 없죠.”
나는 가볍게 대꾸를 해주고는 하던 일을 계속했다.
다른 사람들 역시 갑자기 분주해지기 시작했다.
어떤 누군가는 오던 길에 내팽개친 물통을 찾기 위해 황급히 자리를 떠났다.
그리고 그제야 안채윤이 했던 말을 떠올린 이가 있었다.
“반대편 그룹을 향해 신호를 보내야 하지 않을까요?”
“……그렇군요. 저는 깜빡 잊고 있었습니다.”
“빨리 신호를 보내지 않으면…….”
모두에겐 외면하고 싶은 일일지도 모른다.
이곳 사람들은 안채윤을 두려워하고 있다.
사막의 반대편에서 안채윤의 일행이 불의의 사고사를 당하길 기원하는 이도 있을 것이다.
다들 쉬쉬하며 그 마음을 애써 드러내지 않으려 노력할 뿐이다.
“제가 신호를 보내겠습니다.”
하늘을 향해 불기둥을 쏘아올린 것은 김진석이었다.
물론 그 역시 안채윤이 오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만은 같았다.
“신호도 보냈으니 다들 서두릅시다. 이호영 씨 말대로 오아시스가 사라질 가능성도 있으니까.”
* * *
내 예상은 적중했다.
이 탑은 우리가 함부로 꿀을 빨도록 내버려 두지 않았다.
[오아시스는 곧 소멸할 예정입니다.]다행히 식수와 식량 준비는 모두 마친 상황.
지면이 흔들리기 시작하며, 모래가 솟아올랐고 이것은 오아시스를 서서히 잠식하기 시작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뒤로 물러서 이 광경을 허탈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것뿐이었다.
“이 망할 놈의 탑!”
“물을 길어 두지 않았으면 큰일 날 뻔했네요!”
오아시스의 소멸이 끝난 후, 사람들은 일시에 나를 바라보았다.
뭔가 익숙한 장면이다.
이런 건 내가 원했던 상황이 아닌데.
“이호영 씨에게 신세를 진 셈이네요.”
“포션 한 통을 2만 골드에 팔았을 땐, 정말 날강도인 줄 알았는데.”
나는 이들의 감사 퍼레이드를 일축했다.
“저, 날강도 맞습니다. 이 시간부로 물 한 통은 5만 골드로 올랐으니까.”
이제 이들 여섯 명의 골드를 다 더해도 나올 수 없는 액수.
“괜찮습니다. 미리 길어 둔 물을 아껴 먹으면 어떻게든 되겠죠 뭐.”
하지만 이들이 간과하고 있는 게 하나 있다.
바로 안채윤 일행.
신호를 받았으니 어찌 되었든 이쪽으로 오긴 할 것이다.
사라진 오아시스에 불같이 화를 낼 것이고.
“알아서들 하시겠지만, 길어 놓은 물 말입니다. 그놈들에게는 비밀로 하세요.”
“……비밀이요? 그랬다가 발각되기라도 하면.”
“안 들키는 건 여러분들이 알아서 할 일이고요. 뭐, 지킬 힘이 있다면 굳이 비밀로 안 해도 되겠지만.”
안채윤에게 쩔쩔매는 이들이 딱하긴 했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약육강식의 세상에서 그들은 힘을 가졌고, 이들은 상대적으로 힘이 약하니까.
만약 반대의 상황이었다면, 그 녀석들은 이쪽 그룹을 위해 신호를 보냈을까?
확실한 사실 하나, 여기 있는 이들은 신호를 받지 못했더라도 싫은 내색 한번 하지 못할 것이다.
“오아시스가 사라졌지만, 일단은 반대쪽 사람들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겠네요. 이 사실을 알려야 하니까요.”
“우리…… 괜찮겠죠?”
그렇게 낙원은 몇 시간 만에 쫑이 났고, 이곳을 가득 채운 것은 근심이었다.
* * *
안채윤 일행이 우리 쪽으로 도착한 것은 어스름한 저녁이 된 이후.
이들에게서 극심한 피곤이 느껴졌다.
우리와 달리 충분한 수분 섭취를 하지 못했을 것이며, 우리보다 훨씬 더 긴 거리를 걸어왔으니까.
더군다나 어두울 때 만난 몬스터는 낮보다 더욱 상대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이들이 짜증을 내는 것은 아주 당연한 일이었다.
“우리에게 신호를 보낸 이후, 오아시스가 사라져 버렸다고?”
안채윤이 기가 찬다는 눈빛으로 이쪽을 쏘아 보았다.
“미안합니다. 안채윤 씨. 저희는 그 사실을 달리 전할 방도가 없어 이 자리에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신민준은 본인보다 어린 안채윤에게 꼬박꼬박 존댓말을 쓰며 쩔쩔매고 있었다.
“그래서? 저장해 놓은 물은?”
“……미안합니다. 저장할 수단이 없었기에.”
“완전 돌아 버리겠네! 하필 이런 머저리들 쪽에 오아시스가 있어서!”
두 갈래의 길 중 하나를 먼저 선택했던 쪽은 안채윤.
하지만 그 누구도 이 점을 지적하지 않았다.
“헛걸음하신 부분은 진심으로 미안하게 생각합니다.”
“미안할 거 없어. 어차피 우리는 운명 공동체니까.”
안채윤의 입에서 나온 말이었기에 심하게 이상하다.
끝까지 들어 봐야 알겠지만.
“다만, 너희 쪽에서 오아시스를 발견했고 우린 그렇지 못했으니 너희 쪽에서 우리에게 대가를 지불해야 하는 것이 옳다. 더군다나 물을 저장해 놓지 않은 실수는 너무나 크고.”
“그…… 그건…….”
“왜? 운명 공동체라는 말에 동의하지 못하겠어?”
“그건 아닙니다!”
“그럼, 한 사람당 3만 골드.”
안채윤은 선심 쓰듯이 말했다.
“네? 그 정도 골드는 저희에게 없습니다! 3만 골드라니요, 아직 만져 본 적도 없는 금액입니다!”
“그 정도는 나도 알고 있어. 일단 가진 것부터 다 털어서 내 쪽으로 이전해. 잔금은 이자 없이 받아 줄 테니까.”
신민준 쪽의 여섯 명은 죄인처럼 고개를 푹 숙이고 말았다.
이들에게 남은 골드는 거의 없다.
이미 나에게 다 털린 상태이니까.
‘마지막 한 방울까지 탈탈 털리겠군.’
사람들은 안채윤의 공포 정치에 저항할 의지가 없었다.
부당함을 느끼면서도 순응하였고 순종하였다.
잠시 후 안채윤의 고함 소리가 울려 퍼졌다.
수금 상태가 엉망이라 분노했고, 이들이 정말로 빈털터리여서 한 번 더 분노했다.
“미친놈들! 도대체 골드를 어디다 쓴 거야!”
그리고 그 분노의 화살이 마지막으로 향한 것은 바로 나였다.
“나?”
“그래 너. 특별 대우를 받을 이유라도 있나? 없으면 가진 골드부터 몽땅 이전해.”
“거절할게.”
“거절할 권리는 없어.”
안채윤의 표정이 더욱 더 살벌해진다.
한층 싸늘해진 공기.
난 귀를 후비며 대답을 했다.
“난 너희들과 운명 공동체라는 말에 동의한 적이 없어.”
“뭐라고?”
“난 두 갈래의 길에서 한쪽을 선택했고 그곳에 오아시스가 있었을 뿐. 만약 반대의 상황이었어도 지금 너희들처럼 강도짓을 하진 않았을 거야.”
내 대답에 안채윤이 분노한다.
주먹이 잠시 부들거렸으며, 이빨이 갈리는 소리도 들린다.
당장이라도 나를 두 동강 낼 것 같은 분노.
하지만 녀석은 그러지 않았다.
놀랍게도 안채윤은 씨익 웃었다.
“좋다. 네 말을 인정해 주지. 그리고 넌 그 말에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쓰레기 주제에 선을 지키는 척, 아주 이미지 관리를 제대로 한다.
탑에서 독특한 정신세계를 가진 놈들 워낙 많이 보다 보니 이젠 신기할 것도 없다.
지금 확실한 것 하나.
오늘 밤 안채윤은 나를 상대로 일을 낼 것이란 점이다.
* * *
여러모로 사람들의 관심은 내게로 집중되었다.
일단 안채윤에게 반기를 든 것이 인상적이었을 테고, 야영을 준비하는 내 모습도 눈에 띌 만한 것이었다.
케레스의 쉘터.
캡슐을 던지자 대형 천막이 펼쳐졌다.
별다른 마법이 걸려 있지도 않으며, 방어 기능도 없는 것이지만 천막 내부는 상당히 아늑했다.
침대로 쓸 수 있는 1인용 접이식 카트와 불을 피울 수 있는 아궁이까지. 사막에선 호텔 부럽지 않은 최상급의 잠자리였다.
천막 안에는 거뜬히 몇 명을 들일 수 있었으나 굳이 그렇게 하진 않았다.
사람들은 다시 안채윤의 눈치를 보느라 내게 말을 걸지 않기도 했고.
천막 밖으로 나오니 모두들 캠핑 준비를 하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
안채윤의 무리는 살기를 뿜어내며 나를 바라보았고, 그 반대쪽 사람들은 혹시라도 내가 먼저 말을 걸까 봐 시선을 피하기도 하였다.
그리고 잠시 후 재미난 광경을 볼 수 있었다.
휘이이이잉!
안채윤이 펼쳐 낸 빙결 마법.
그 앞에 있던 똘마니 한 명은 검으로 빙결을 막아 내며 물을 모았다.
그걸 안채윤에게 가져가자 녀석은 검날에 모인 물을 호로록 마셨다.
없어 보이지만 이렇게라도 하지 않았으면 진즉 탈수 때문에 더 큰 고생을 했을 것이다.
‘애쓰는군.’
마나 소모도 상당히 커 보인다.
이렇게 한 번 빙결 마법을 펼쳐 내서 얻을 수 있는 물이 많지는 않으니까.
나는 보란 듯이 인벤토리에서 물 한 통을 꺼냈다.
오아시스산 생수가 가득 들어 있는 통 입구에 입에 대고는 나발을 불었다.
벌컥벌컥-
목구멍을 타고 내려가는 물 몇 모금이 갈증을 깨끗이 씻어 주었다.
“뭐냐! 그것은!”
“물.”
“그걸 물어보는 게 아니잖아! 오아시스에서 구한 것이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바로 뚜껑을 닫고 인벤토리에 넣으니 안채윤의 표정은 썩어 들어갔다.
녀석은 내게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았다.
그저 결심을 한 번 더 굳혔을 뿐이었다.
– 오늘 밤, 반드시 죽인다.
나는 녀석을 향해 씨익 미소를 지어 보인 후 천막 안으로 들어갔다.
사막의 밤은 쌀쌀했기에 불을 피워 놓은 천막 안의 공기는 더욱 더 아늑하게 느껴졌다.
잠시 내공심법을 운용한 뒤 카트에 몸을 눕혔다.
몸이 나른해지며 잠이 스르르 들 것만 같다.
몇 시간 후 밤이 더 깊어지면 안채윤의 일당이 천막 안으로 들이닥칠 것이다.
“캥수야.”
“캥!”
21층에서 처음으로 캥수를 소환했다.
모래사막을 이동하는 데 캥수를 쓰지 않은 이유. 바로 불침번을 세우기 위해서였다.
“부탁할게 캥수야.”
“캥!”
안심하고 눈을 감았다.
– 142화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