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Exclusive Tower Guide RAW novel - Chapter (158)
158화
[남은 시간: ???]27층의 유일한 미션은 생존.
하지만 가장 중요한 ‘남은 시간’이 미공개이다 보니 도통 계산이 서지 않았다.
사실 이런 상황만큼 답답한 것이 없다.
군 생활이 아무리 X 같다고 해도 버틸 수 있는 것은 전역 디데이라는 것이 존재하기 때문인데, 지금은 기약 없는 종료일만 기다려야 할 판이었다.
“호영이 형! 형은 호감도 몇 찍혔어?”
김세용 이 녀석은 다른 사람들이 부여받은 호감도를 일일이 체크하고 있는 중이다.
“나? 마이너스 11.”
“와하하하! 형도 마이너스야? 27층에선 형도 별수 없네! 나 73이잖아!”
“알아, 귀에 딱지가 생기도록 들었다 인마.”
이 녀석은 다른 사람의 호감도와 자신의 수치를 비교하며, 한껏 우월감을 느끼고 있었다.
하긴 73이면 압도적이긴 하다.
김세용 다음으로 높은 조병국이 17일 정도니까.
“우린 쌍둥이라 그런가, 똑같이 -4가 떴어. 도대체 기준이 뭐지?”
이문학, 이문성. 두 사람은 생긴 게 똑같으니 호감도도 같을 수밖에 없다.
한 가지 신기한 사실은 여성 플레이어들의 호감도는 전부 0으로 동일하다는 것.
‘호’도 ‘불호’도 아니다.
아니, 왜?
27층의 군주가 여자이거나 혹시 남색을 밝히는 취향인 건가?
그렇다고 해도 못생긴 쪽에 더 높은 호감을 느끼는 건 뭔가 이상하다.
‘흠…….’
뭔가 일관적이지 않았기에 더 신경이 쓰였다.
알고 보면 별거 아닐 수도 있겠지만.
[공략집이 전송되었습니다.]끊임없는 의문이 밀려올 무렵 반가운 소식이 왔다.
[극비 사항! 27층의 군주인 투철한 불꽃의 절름발이는 자타가 인정하는 세계관 랭킹 1위의 추남입니다. 그는 잘생긴 남자에게 강한 질투심을 보이는 경향이 있으며, 자신의 동족에게는 끊임없는 호의를 베풀곤 합니다. 절대 발설하지 마십시오. 결과는 책임질 수 없습니다.]이제야 무릎을 탁 칠 수 있었다.
그리고 한 가지 알게 된 사실.
‘군주도 무성(無性)의 존재는 아니었군.’
어쨌든, 김세용의 늠름한 표정이 사뭇 더 서글퍼 보인다.
극비 사항이어서인지, 신주아는 계시를 받았음을 공개하지 않았다.
그저 김세용을 한번 바라보고는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 말았을 뿐이다.
[모든 플레이어들은 지금부터 시작 위치를 결정하십시오.]이번에는 모두에게 전송된 메시지.
우리의 눈앞에는 대륙의 지도가 펼쳐졌다.
[붉은색 영역만 선택할 수 있습니다.] [마음속으로 선택을 완료하는 순간 텔레포트가 이루어집니다.]드넓은 영역 중에서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공간은 상당히 제한적이었다.
미개척지, 분쟁 지역, 국경 지역, 무인도…….
공통점이 있다면 한결같이 평탄하게 지낼 수 있는 곳은 아니다.
언제 어디서든 초기 선택은 항상 중요하다.
이것은 향후 행보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테니까.
‘제넷 광산!’
잠깐의 고민 후에 내린 선택이었다.
나로선 공략집이 준 정보를 최대한 활용하는 수밖에 없었다.
‘호감도를 높이기 위해선 높은 등급의 무기 제작이나 강화에 성공해야만 하니까.’
그래서 선택한 곳이 광산.
나에겐 [제작] 스킬이 없으니 호감도를 높이기 위해선 [강화]밖에 방법이 없으며, 강화에는 일련의 강화석을 필요로 한다.
강화석을 구입하는 방법도 있겠지만 현지에서 직접 얻는 쪽이 더 효율적이란 생각이 들었다.
니케의 가호가 있는 한 이곳 광산에서 적지 않은 행운이 따를 테니까.
‘결정적으로 돈도 없고.’
일단 이 세계관에서 쓰이는 화폐를 벌어 놓을 필요도 있었다.
어찌 되었든 생존을 위해서 돈은 필수적이니까.
[선택을 완료하였습니다.] [제넷 광산으로 이동합니다.]나는 동료들을 뒤로한 채 가장 빠른 행보를 시작해 나갔다.
* * *
“야! 너!”
딱 봐도 작업반장 포스를 풍기는 사내가 대뜸 나를 불렀다.
“저 말입니까?”
“그래 너! 너 말고 또 누구겠냐?”
“……네. 말씀하세요.”
“네. 말씀하세요? 하아! 이 새끼 봐라!”
아무리 그래도 적응할 시간은 줘야지.
텔레포트한 지 겨우 1초쯤 지났을 무렵, 그러니까 주위 풍경을 제대로 감상하기도 전에 나는 이름도 모를 어느 작업반장에게 찍히고 말았다.
“지각한 것도 모자라 복장 상태 봐라! 일하기 싫은 거지? 그냥 집으로 돌려보내 줘?”
이 녀석은 날 일용직 광산 인부로 착각하고 있는 모양.
잘 됐다.
어차피 제넷 광산에 놀러 온 것은 아니니까.
“작업복은 여기서 지급해 주는 거 아니었습니까? 광산일은 처음이다 보니.”
“하아. 이거 완전 고문관이네?”
자신의 이름을 뚜렛이라고 밝힌 이 작업반장은 쓰레기통에서 주워 온 것 같은 작업복 하나를 건네며 내게 오늘의 할 일을 안내했다.
알고 보니 날 돌려보내느니 뭐니 하는 건 전부 허풍이었다.
지금은 한창 바쁜 시기이며 안 그래도 인력이 부족하여 한 명이라도 아쉬운 상황이었으니까.
“그런데 넌 이름이 뭐지?”
“이호영입니다.”
“이호영이라, 생긴 것만큼이나 괴상한 이름이군.”
생긴 것만큼이라니.
내 초기 호감도가 무려 마이너스인데.
어쨌든 나는 바로 현장에 투입되었다.
‘최소한의 안전 교육도 없는 건가?’
이 세계관의 광산은 아주 안전한 곳이든가, 그게 아니면 내가 오늘 당장 죽어 나가도 이상할 게 전혀 없는 곳이든가.
왠지 후자 쪽의 냄새가 풀풀 난다.
나는 광산 일이 처음이었음을 밝혔음에도 갱도의 꽤 깊은 곳까지 안내되었다.
내가 배속된 팀엔 총 6명의 인부들이 금맥 찾기에 열중을 하고 있었다.
그들은 나를 한번 쓰윽 훑어보더니 다시 곡괭이질에 열중하였고, 이따금씩 알 수 없는 말을 지껄이곤 했다.
“이틀 전엔 5급이 열렸었지.”
라든지.
“그리고 보름 전엔 무려 4급이 열렸고 말이야.”
라는 식의.
그게 무슨 의미인지 물어볼까 하다가 참았다.
일단은 이곳 갱도에서 금맥을 찾는 것이 우선이니까.
광화석이면 더 좋고.
사실 광산이란 곳은 내게 좋은 기억이 있는 장소였다.
지난 칼리아 미션에서 나를 세계관 내 최고 갑부 중 하나로 만들어 준 기분 좋은 곳.
또다시 내가 금맥을 찾을 거란 보장은 없지만, 곡괭이질을 하는 내내 느낌이 좋았다.
“어이! 신참! 곡괭이질 그렇게 하는 거 아니라니깐!”
한 가지 문제가 있다면, 팀장을 맡고 있는 야렌이 줄곧 내게 잔소리를 한다는 것.
그의 곡괭이질 폼을 보면 확실히 잔뼈 굵은 장인의 포스가 느껴지긴 하는데, 사실 배울 마음은 전혀 없었다.
광산에서 말뚝을 박을 것도 아니고.
“그런 식으로 백날을 해 보라니깐! 석탄 한 톨이 나오나! 자고로 곡괭이질에 혼이 실려야 광물의 신이 감동하여 뭐라도 내주는 거라고. 이봐 신참! 내 말 듣고 있어?”
“네, 듣고 있어요.”
“곡괭이질 그렇게 하지 말라니깐! 젊어서 힘이 남아도는 모양인데, 그런 식으로 해 봐야 아무 소용이 없어! 곡괭이질은 혼을 담아야 해, 혼! 이리 와서 나한테 배운 다음에 다시 해!”
“괜찮아요. 말씀하신 것처럼 아직 젊어서 힘이 남아도니까요.”
다들 모르고 있나 본데 뒤늦게 온 것치곤 내 작업량이 상당하다.
내가 기술이 부족해서 그렇지, 체력이나 근력은 이들과 비교도 할 수 없는 수준.
오늘의 작업이 다 끝나갈 때쯤이면 압도적으로 내가 많은 일을 했을 것이다.
“허허. 힘깨나 쓰는 모습이 마음에 들어서 키워 주려고 했더니만! 자네 그런 식으로 해 봐야, 백날 천날을 해도 흔해 빠진 광물 하나 발견하지 못할 거야. 이건 내가 장담할 수 있어. 혼이 부족해 혼이!”
그놈의 혼이 뭐라고.
“야렌 팀장님 내기 한번 하시죠. 제가 오늘 뭐라도 수확하면 저녁밥 한 끼 사시는 걸로.”
“저녁밥뿐이겠어? 오늘 밤 코가 삐뚤어지도록 한잔 사지. 대신 오늘 하루 공치면 자네는 내 밑으로 들어와 일 좀 제대로 배워야 할 거야.”
“콜입니다.”
질 경우의 뒷감당이 끔찍하긴 했지만, 흔쾌히 수락했다.
내 경험상, 니케의 반지는 내기가 걸려 있을 경우 극도로 강한 행운력을 발휘하곤 한다.
굳이 내가 팀장에게 내기를 제안한 이유.
따악-
따아악-
나의 곡괭이질은 갈수록 경쾌한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물론 야렌의 못마땅한 시선은 여전히 느껴진다.
그는 줄곧 내 동작에 혼이 없느니, 광물의 신이 어떠느니를 구시렁대면서 혀를 끌끌 찼다.
오늘로써 그런 미신적 믿음은 사라지게 될 것이다.
좀 더 큰 걸 걸었다면 확실했겠지만 말이다.
따악-
따아악-
“소용없는 짓이야. 어차피 자네는 일당만 챙겨 가면 그만이겠지마…… 안?”
따아아악-
내가 곡괭이질을 한 부분에서 뭔가가 번쩍인다.
따악-
따악-
나는 조심스럽게 주변의 암석들을 벗겨 냈다.
그리고 잠시 후 모습을 드러낸 영롱한 은빛의 광물.
야렌의 동공이 폭발할 것처럼 커졌다.
“마…… 말도 안 돼!”
“티그나노그의 룬?”
“정말? 이게 정말 그거라고? 제넷 광산에서 그게 발견되었다는 얘긴 들어 보지 못했는데!”
보아하니 난리 난 분위기.
사실 난 이게 무엇인지 모른다.
금맥이나 강화석 정도만을 염두에 두고 있었는데.
“티그나노그의 룬이 뭡니까?”
“와아! 이거 진짜 어디 모자란 놈 아니야? 아무리 신참이라 해도 그렇지, 어린애도 아는 이걸 모른다고?”
“그러니까, 이게 도대체 무엇인지…….”
“티그나노그의 룬! 백 퍼센트 확률의 강화석!”
등급을 어느 수준으로 올려 주느냐는 랜덤.
하지만 백 퍼센트의 확률로 무기의 등급을 무조건 한 등급 이상으로 올려 주는 특성이 결정적이라고 했다.
만약 전설급의 아이템이 있다고 한다면, 그걸 신화급으로 올려 주는 것이니까.
“이봐 신참! 너 완전 봉 잡았어! 보상금이 장난이 아닐걸?”
“직접 갖는 게 아니고요?”
“미쳤어? 행여 몰래 숨겨서 나갈 생각이면 넣어 둬! 그런 거 시도라도 했다가는 뼈도 못 추리는 수가 있어!”
기껏 보상금 몇 푼 받는 것 따위에는 관심 없다.
내 인벤토리에 고이 모신 엘리시온과 아직 이름도 붙이지 않은 총 한 자루가 강화를 해 달라며 울부짖고 있다.
‘둘 중 뭐에다가 쓸까?’
행복한 고민이다.
두 아이템 모두 보물 등급.
과연 어느 등급까지 강화가 될지, 상상만으로도 기분 좋아지는 일이다.
“신참! 내가 사과하지. 그 서투른 곡괭이질에 엄청난 혼이 실려 있는 줄은 미처 몰랐어. 이 바닥에서 잔뼈 깨나 굵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안목이 형편없었을 줄이야.”
“팀장님, 사과 안 하셔도 됩니다. 혼 같은 건 전혀 싣지 않았으니까요.”
“아니야. 자네도 모르는 사이에 엄청난 혼이 실려 있었던 걸세. 광물의 신께서 그걸 알아보시고 자네에게 특별한 기연을 주신 거란 말이지. 축하하네.”
“…….”
“내 밑에서 일 배워 볼 생각 없나? 최고의 광부로 성장할 수 있도록 자네를 성심성의껏 돕겠네.”
야렌의 저 세상 논리에 잠시 할 말을 잃었다.
“……그냥 오늘 저녁밥이나 사 주세요.”
“그래 밥도 먹고 술도 마시면서 천천히 얘기 좀 해 보자고! 하하하!”
머릿속이 살짝 복잡하다.
야렌 때문만은 아니다.
이 티그나노그의 룬을 어떤 식으로 빼돌려야 할지.
무력시위로?
가능은 하겠지만, 피하고 싶은 방법이다.
아직 아무것도 모르는 이 미지의 대륙에서 최대한 조심하며 지낼 필요가 있다.
‘무슨 수가 좋을까?’
그런 깊은 생각에 잠겼을 무렵, 갱도 내의 알람이 내 귀를 찢어 놓을 듯이 울려왔다.
– 2급 게이트 발생! 2급 게이트 발생!
– 신속히 대피하십시오!
“무슨 일이죠? 갑자기 2급 게이트라니요?”
“말도 안 돼! 정말로 2급이라고?!”
팀원들의 표정을 보아하니 정말로 심각한 상황이 벌어지긴 한 모양이다.
– 159화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