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Exclusive Tower Guide RAW novel - Chapter (164)
164화
[공략집이 전송되었습니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27층의 생존 미션이 시작됩니다. 미션의 난이도는 27층의 군주가 개별 플레이어들에게 갖는 호감도에 따라 결정됩니다. 게이트의 결계 내에선 동료들이 보유한 호감도 또한 당신의 생존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니 주의하세요.]오랜만에 전송된 공략집. 내용은 예상했던 대로였다.
위험 수준을 결정하는 것은 게이트의 크기도 몬스터의 종류도 아니다.
27층의 군주인 [투철한 불꽃의 절름발이], 오직 그만이 이 세계관의 모든 섭리를 지배하며 그의 의지에 따라 위험도가 결정될 것이다.
‘일단, 시작은 5급 게이트.’
표면적으로는 위험할 것 없는 수준이지만, 우리 플레이어들이 이 세계관에 개입한 이상 액면 등급은 더 이상 중요한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27층 군주의 의지에 따라 당장 이 게이트의 파장이 폭주한다 해도 이상한 일이 아니니까.
‘호감도가 관건인데.’
27층이 일반적인 생존 미션이었으면 걱정도 하지 않았다.
탑 전체를 뒤져 봐도 나보다 강한 플레이어는 많지 않을 것이기에.
하지만 27층의 군주는 각 플레이어들의 역량마저 고려하여 우리에게 위험을 선사할 예정이다.
그가 우리에게 느끼는 ‘호감도’에 따라서 말이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김세용이 있다는 것.
플레이어가 도달할 수 있는 최고치인 100을 찍었으니 이 녀석이 안전바 역할 정도는 해 줄지도 모른다.
여기서 한 가지 의문점.
플레이어들은 호감도의 수치가 -100에서 100까지로 결정되는데, 그렇다면 이곳의 원주민들은?
루사는 여자이니 큰 변수가 될 것 같지는 않고, 문제는 로이드였다.
‘기분 나쁠 정도로 잘생겼단 말이지.’
절세미남이라는 표현이 부족할 정도였다.
그래서 불안하다.
27층의 군주는 외모에 대한 콤플렉스로 잘생긴 남자를 극도로 혐오한다고 했으니까.
‘설마 데뷔전에서 허망하게 죽이려고 지금까지 살려 둔 것은 아니겠지?’
별의별 망상이 다 들었지만, 현재로썬 아무것도 확실한 것이 없다.
5급으로 책정된 저 게이트는 여전히 영롱한 빛깔을 발하며 꿈틀거리기만 할 뿐이니까.
일단은 결계 안으로 진입하여 마을 주민들을 보호하고 게이트에서 쏟아져 나올 몬스터를 처리하는 것이 우선.
이레귤러적인 상황은 염두에 두지 않기로 했다.
파바바밧!
잠시 후 게이트가 쏟아 낸 것은 대량의 코볼트.
“5급치곤 물량이 좀 많은데?”
게이트 경험이 많은 루사의 평가였다.
하지만 그녀의 표정을 보아하니 아직까진 대수롭진 않은 것 같다.
“마스터께서는 최대한 너희 신참들이 이번 게이트를 클리어하도록 지시하셨어. 가라! 난 비상 상황이 발생하지 않는 이상 뒷짐이나 좀 지고 있을 생각이니까.”
“네!”
우리 셋은 쏟아져 나온 코볼트를 향해 유유히 걸어갔다.
돌발 변수만 없다면 사실 나 혼자서도 정리 가능한 수준이다.
“호영이 형. 일단은 나한테 좀 맡겨 봐.”
김세용이 씨익 웃으며 앞서 나아갔다.
“설마 혼자 하려고?”
“그건 아니지만 보여 줄 게 있어서.”
새롭게 얻은 스킬을 쓰려는 모양인데, 사실 나도 궁금하긴 했다.
과연 얼마나 대단한 스킬인지.
“초반에 너무 힘 빼지 말고, 인마.”
“알았어. 알겠다고! 크크크.”
김세용은 섀도 복싱을 하며 몸을 풀었다.
휙휙-
휙휙-
“이거는 입에서 나는 소리가 아니야.”
녀석의 표정은 한껏 상기되어 있다.
새롭게 획득한 [권풍]을 개시할 생각에 흥분한 것이다.
“잘 봐 봐!”
피융-
피융-
김세용이 허공에 원투 잽을 날리자 마력의 바람이 쏘아져 간다.
열기가 느껴지는 걸 보니 그냥 바람이 아니라 불바람이다.
케에에엑!!
권풍에 맞은 코볼트가 괴로운 신음성을 쏟아 냈다.
이 모습에 고양되었는지, 김세용의 핸드 스피드는 더욱 더 빨라졌다.
피융-
피융-
피융-
“와하하하!”
심지어 스킬을 쓰며 웃는다.
항상 내 총을 부러워했던 녀석이었기에, 원거리 연타를 쏟아부으며 한을 푸는 모습이다.
케에엑!
케에에엑!
덕분에 코볼트 무리들은 앞으로 전진하지 못한 채 비명만 질러 댈 뿐이었다.
명중률도 상당하다.
김세용이 마구잡이로 주먹을 휘두르는 것 같아도 명색이 권법가의 특성이 있어 타깃들을 노려보며 원 포인트로 치고 있었다.
“세용아, 무리하지는 마.”
“형! 리액션이 그게 뭐야. 새 스킬을 보고도 안 놀라?”
“……어, 깜짝이야.”
“으흐흐흐.”
피융-
피융-
문제는 이 권풍의 마력 소모가 상당하다는 것.
아직 숙련도가 낮아서인지, 파괴력 면에서도 의문이 남는다.
전략적으로는 유용한 기술이지만, 크리티컬 한 피해를 입히기엔 살짝 애매한 수준.
김세용의 권풍이 계속되자 코볼트 무리들도 결국 대안을 찾아냈다.
넓게 퍼져 물량빨로 밀고 들어오기로 한 것.
‘몬스터 주제에 머리를 쓰네.’
시간이 지나며 슬슬 김세용의 마력에도 한계가 찾아왔다.
이 넓은 범위를 전부 권풍으로 커버하는 것은 아무래도 무리.
녀석의 표정이 굳어 가고 호흡은 점점 거칠어진다.
“형, 이제 다 같이 싸워야지?”
“어, 그건 그런데 너 너무 뒤로 물러서는 거 아니야?”
김세용 이놈이 슬슬 백스텝을 밟는다.
뒤늦게 바닥난 마력에 아차 싶은 것이다.
장판파의 장비처럼 코볼트의 물량을 막아 내던 김세용이 물러나자, 괴물들은 물밀 듯이 우리를 향해 달려들었다.
“잠깐! 다음은 내가 나서지.”
김세용을 지켜만 보던 로이드가 전면에 나섰다.
이것들이 게이트 공략을 아주 요상한 방법으로 끌고 간다.
“무슨 장기자랑도 아니고 한 명씩 나가게?”
“그래서 불만 있어?”
붉은 머리를 휘날리며 우리를 바라보는 녀석의 모습은, 그야말로 한 폭의 그림이었다.
나는 녀석의 물음에 고개를 저었다.
마침 로이드 녀석의 검술 실력이 궁금하기도 했다.
어쩌면 있을지 모를 돌발 상황에 힘을 비축해 놓는 것도 나쁘진 않겠다는 생각도 들었고.
“잘 봐라. 세상엔 이런 검술도 있다는 것을.”
“어.”
알고 보니 나에게 본인의 진면목을 보여 주려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잘 봐 줘야지 뭐.
다다다다.
로이드는 코볼트의 한복판으로 달려들어 어그로를 끌었다.
퍼져 있던 코볼트 무리들은 순식간에 로이드 주변을 에워싸 버렸다.
뒤에서 이를 지켜보던 루사는 무표정한 얼굴.
우리에게 게이트의 공략을 일임했으니, 끝까지 개입하지 않을 생각인가 보다.
솨아아아악!
횡으로 길게 뻗은 로이드의 검 날에 수 개의 대가리가 동시에 잘려 나갔다.
잘린 대가리 수만큼의 피 분수가 만들어지며, 게이트 내의 살육쇼가 시작되었다.
솨악!
솨아악!
로이드의 검술은 빠르고 간결했다.
군더더기 없이 검에 필요한 만큼만 마력을 실어 효율적으로 몬스터를 베어 가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서준호보다는 한참 위고, 남소현보다도 근소하게 괜찮은 검술이다.
“호영이 형! 저 녀석…….”
“어. 세네.”
“저놈 말대로 검술로는 혹시 형보다 센 거 아니야? 뭐, 총까지 고려하면 당연히 형이 우위겠지만.”
이 자식이.
내가 요새 총을 애용한 건 사실이지만, 김세용 이놈이 감을 잃은 모양이다.
여전히 내 영혼의 무기는 검이며, 둘 중 하나를 반드시 포기해야 한다면 난 주저 없이 총을 버릴 것이다.
“놀랍긴 하네.”
막판엔 나도 나서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로이드는 나머지 코볼트마저도 본인이 모두 끝낼 기세였다.
공격의 예리함이 조금씩 무뎌지긴 했지만, 녀석은 효율적으로 힘을 배분하는 능력이 뛰어나니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공산이 크다.
[공략집이 전송되었습니다.]‘어?’
이런 무난한 분위기 속에서 공략집이 왔다는 것은 뭔가 돌발 상황이 생긴다는 의미.
[로이드의 활약으로 27층의 군주의 심기가 상당히 불편해진 상황입니다. 잠시 후 게이트가 폭주할 예정이며, 게이트의 난도가 올라가니 대비하십시오.]역시.
27층 군주의 심기를 건드린 이유는 두말할 것도 없다.
게이트의 결계 내에서 저런 잘생긴 녀석이 날뛰는 게 분명 꼴 보기 싫었을 터.
폭탄은 저 녀석이다.
[게이트가 곧 폭주합니다.]순간 김세용이 나를 바라보았다.
플레이어인 우리 둘만 들을 수 있는 메시지.
아무것도 모르는 로이드는 코볼트에 대한 학살을 마무리하고 있었다.
뒤에서 이를 지켜보던 로사가 다가왔다.
“안타깝네. 이호영. 네 실력을 보고 싶었는데.”
“이제 곧 보실 수 있지 않을까요?”
“오늘은 아니야. 로이드 녀석이 다 끝내 가고 있잖아.”
“글쎄요. 저 게이트의 출렁거림. 이상하지 않습니까?”
“뭐가? 뭐가 이상하다는 거지?”
그 순간 게이트는 한번 꿀렁거리더니, 폭주를 일으키기 시작했다.
파바바밧!
스파크가 튀며 파장은 거세어져 갔다.
“거봐요. 이상하다고 했잖아요.”
결국 우려했던 일이 일어나고 말았다.
난도가 어느 정도로 올라갔는지는 모른다.
다만 이 게이트의 폭주는 어느 정도 예상했던 일이며, 거기에 로이드의 활약이 더해져 쐐기를 박은 꼴.
“말도 안 돼! 갑자기 게이트 폭주라고? 일 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일이 왜 하필 오늘!”
루사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하지만 플레이어들이 27층에 머무는 동안에는 이런 일이 상당히 빈번해질지도 모른다.
[게이트 폭주로 곧 오우거 다섯 마리가 등장합니다.]이 정도면, 27층의 군주가 많이 봐준 편.
불확실성이 제거되고 나니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아무래도 안 되겠어. 너희들에게 게이트 공략을 일임했던 건 이제 종료야.”
결국 루사는 본인이 직접 나서겠다는 선언을 했다.
“아니요. 저까지는 단독으로 참전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뭐?”
“제 실력이 궁금하시다면서요?”
그 순간 마지막 남은 코볼트 한 마리가 로이드의 검에 절명했다.
꾸에에엑!
비명과 동시에 오우거 다섯이 쏟아져 나온다.
쿵!
거대한 크기.
그렇다고 동작이 굼뜬 것은 절대 아니다.
휘이이익!
다섯 마리의 오우거는 출현과 동시에 로이드를 향해 철퇴를 휘둘렀다.
“피해!!”
루사가 로이드를 향해 달리며 소리를 질렀다.
경황이 없는 와중에도 로이드는 괴물들의 합공을 간신히 피한 후 자세를 낮춰 오우거의 다리 사이로 빠져나왔다.
“이놈들 뭐야!”
또다시 이어진 오우거의 철퇴 합공.
휘이이익!
불행히도 괴물들은 영점을 잡았고, 로이드는 지쳐 있었다.
검을 들어 철퇴를 막아 보지만,
퍼어어억!
온전한 방어는 되지 못한 채 오우거들의 공격을 허용하고야 말았다.
“허어어업!!”
그나마 검으로 충격을 줄였기에 치명상까진 아니지만, 문제는 다음이었다.
오우거들의 맹렬한 공격은 다시 또 이어지려 하고 있었다.
서걱!
서걱!
그 순간 철퇴를 들고 있던 오우거 두 마리의 손목이 잘려 나간다.
엘리시온이 그려 낸 두 개의 선.
내가 생각해도 아주 절묘하면서도 완벽했다.
‘운이 좋군.’
물론 나 말고 로이드.
검기만으로 이토록 완벽하게 오우거의 손목을 절단해 낼 수 있을 거라고는 나 스스로도 기대하지 않았다.
덕분에 다섯 오우거의 어그로는 일시에 나에게로 집중되었다.
나는 엘리시온을 고쳐 잡고는 로이드를 향해 말했다.
“너에게 진지하게 제안할 게 하나 있는데 말이야.”
휘이이익!
그 순간, 쏘아져 오는 철퇴들.
나는 가볍게 피해 내고는 다시 한번 엘리시온을 휘둘렀다.
스으으윽!
“로이드 너 인마, 성형 좀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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