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Exclusive Tower Guide RAW novel - Chapter (204)
204화
펫이 스킬을 획득할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해 보지 않았다.
스킬은 오직 플레이어 전용. 탑에서는 이것이 일반적인 상식이니까.
[스킬이 생성됩니다.]하지만 현재 진행 중인 전대미문의 사건은 기존의 상식이 편견이었음을 깨우쳐 주었다.
“캥수야!”
“캐애애앵!”
캥수도 무언가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지고 있음을 느끼고 있다.
녀석은 두 주먹으로 가슴을 쿵쾅쿵쾅 두드리며 본인만의 의식을 거행하는 중이다.
[플레이어 이호영의 펫이 ‘바람의 권’ 스킬을 획득하였습니다.]“캐애애앵!”
[최초의 업적 ‘스킬을 획득한 펫’을 달성하였습니다.] [업적 보상]1. 펫의 마력이 20% 증가합니다.
2. 향후 당신의 펫은 좀 더 용이하게 스킬을 생성할 수 있습니다.
※ 필요 아이템: 스킬 스톤
놀랍다.
캥수가 정말로 스킬을 생성해 버리다니. 게다가 더욱 놀라운 것은 이번이 마지막이 아닐 거라는 점.
이미 캥수는 새롭게 획득한 스킬을 개시하고 있었다.
휘잉! 휘잉!
녀석의 주먹질은 정말로 바람 소리를 내는 중이다.
“캥수야! 엄청 빠른데?”
“캥!!”
캥수의 주먹이 속사포처럼 허공을 마구 휘젓는다.
단순히 빠르기만 한 것이 아니다.
스킬이 발동되는 동안에는 파워 또한 대폭 향상된 느낌.
이쯤 되면 김세용과 스파링을 붙여 놔도 볼만할 것 같다.
“캥수야, 주인 잘 만났다는 생각 들지 않아?”
“캥! 캥!”
“잘 알고 있구나. 기특한 녀석.”
“캥!”
“뭐? 더 강해지고 싶다고?”
“캥!”
역시 내 펫답다.
마음 같아서는 스킬 스톤을 더 사고 싶은데, 상점에서 판매하지 않는 아이템이라는 것이 문제.
“그래도 어떻게든 하나 더 구해 올게. 나 믿지?”
“캥!”
캥수는 기쁨을 주체 못 해 갑자기 탭댄스를 추기 시작했다.
끊임없는 향상심도 그렇고, 가끔 이 녀석이 하는 짓을 보면 사람 같다는 생각이 든다.
어쨌든, 캥수가 이 정도 수준에서 만족하면 곤란하다.
나는 캥수를 웬만한 플레이어 이상으로 키워 볼 생각이니까.
* * *
아침 햇살에 눈을 떴다.
포근한 침대의 감촉이 좋아 좀 더 누워 있고 싶지만, 게으름을 피워서는 곤란했다.
아카데미의 출석 체크는 칼 같기로 유명하며, 출석 점수는 이론 성적에도 그대로 반영되니까.
이제 이론 시험까지는 D-5
룸메이트인 서준호는 이미 기숙사를 떠난 듯했다.
‘부지런하군.’
시험이 다가오니, 생도들은 아침마다 강의실의 앞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필사적인 등교 전쟁을 벌이고 있었다.
적어도 내가 다닌 대학의 분위기와는 사뭇 다른 풍경.
물론 나는 등교 전쟁이라는 호들갑에 동참하지 않을 생각이다.
어차피 99를 초과하는 호감도의 버프를 받고 있으니 굳이 그럴 이유는 없다.
느지막하게 강의실 문을 열고 들어와 맨 뒷자리에 앉는 것이 천재 설정의 가장 기본.
물론 이 설정은 시험에서 수석을 차지해야 완성되는 것이지만 말이다.
나는 아침 식사를 가볍게 마치고는 아카데미의 교정으로 향했다.
걷는 동안 남은 스케줄을 머릿속으로 정리해 보았다.
‘본격적으로 시험 준비를 하기에는 아직 이른 거 같고.’
나를 위한 공부는 아직까진 강의를 듣는 것이면 족하니, 방과 후의 시간은 여전히 캥수를 위해 투자를 할 생각.
사실, 진짜 문제는 이론 시험의 이후라고 볼 수 있다.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아직 모르며, 그저 이론 시험을 잘 봐야 남은 미션이 편해진다는 정도만 알고 있을 뿐이다.
“호영이 형! 안 뛰어?”
등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의 주인은 김세용.
“왜? 앞자리 맡으려고?”
“당연하지! 앞자리에 앉아야 교수님 말씀을 잘 들을 수 있잖아!”
김세용의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오다니 소름이 오돌도돌 올라온다.
탑의 신비는 참으로 놀랍기만 했다.
플레이어들은 30층이 시작되자마자 아카데미 생도라는 낯선 신분을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으며, 호감도의 버프를 받아 생소한 마법 공부를 아무렇지도 않게 하고 있다.
물론, 이 모든 과정이 ‘생존’을 위한 것이라고는 하나, 이곳 30층은 플레이어들의 정신에 상당히 많은 간섭을 하고 있음이 분명했다.
“먼저 가. 김세용.”
“알겠어! 그럼 난 간다!”
김세용은 다시 헐레벌떡 강의실을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다.
참 적응이 되지 않는 광경. 또다시 소름이 밀려온다.
김세용이 떠나가자, 또다시 등 뒤에서 느껴지는 낯선 기척.
발걸음의 소리를 들어 보니 나를 향해 걸어오고 있는 게 분명했다.
“이호영!”
누군가 했더니 어제 도서관에서 만난 드레인 네하드.
녀석의 눈빛에선 노골적인 적의가 느껴졌다.
“어젯밤 결계 해제는 잘 했는지 모르겠군.”
여전히 아쉽다.
녀석이 낑낑대는 모습을 보지 못한 게.
“음흉한 놈!”
“너의 화법은 참 이해하기가 어려워. 다짜고짜 그게 무슨 말이냐?”
“역시 시치미를 떼는군! 어제 그런 일을 저질러 놓고도!”
“분위기를 보아하니, 어젯밤 결계는 풀지 못한 것 같고.”
사실 당연한 일이다.
아이템에 마법을 걸어 놓는다는 것 자체가 상당한 수준의 고위 마법이니까.
“기다려라, 이호영! 오늘 아카데미의 정의 구현이 이루어질 테니까!”
역시 이 녀석의 화법은 엉망이다.
그나저나 정의 구현이라니, 도대체 무슨 일을 꾸며 놓았기에.
‘뭔가 좀 불길한데.’
공략집은 계속해서 깜깜무소식.
이 불길하고 찝찝한 기분은 오늘 꽤 오래 지속되었다.
결국 이 궁금증은 생각지도 못한 타이밍에 풀리고 말았다.
“연행해!”
헤이니 교수의 강의 도중, 강의실에는 감찰단이 들이닥쳤다.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고 만 강의실.
‘이거였군.’
아침부터 불길하다 했더니, 결국 감찰단에게 연행되는 처지가 되고 말았다.
이 모습을 지켜보는 드레인은 의기양양한 표정이다.
“그마아안! 모두 동작 중지!”
그때, 강의실에 울려 퍼진 것은 헤이니의 고함 소리였다.
그녀는 강단 위에서 내려와 나와 감찰단을 향해서 걸어왔다.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풀어 주어라! 아직은 내 강의가 끝나지 않았다.”
순간 마력을 일으키며, 감찰단원들을 노려보는 헤이니 교수의 모습은 꽤나 그럴듯했다.
작고 가녀린 체구에서 뿜어 나오는 그녀의 기세에 덩치 큰 여섯 명의 감찰 단원들은 일시에 움찔하는 모습.
그중 한 명이 긴장한 목소리로 겨우 입을 열었다.
“죄송하지만, 교수님께서도 함께 동행해 주셔야겠습니다.”
“내가?”
“교수님도 조사받으셔야 하는 문제가 있습니다.”
“그런 문제는 없는 걸로 알고 있는데.”
헤이니는 안경을 추켜올리며, 감찰 단원들을 매섭게 노려보았다.
드레인. 저 녀석이 타이밍을 제대로 노린 것이 분명했다.
연행 시점이 하필 헤이니 교수의 강의 도중이라니.
나와 헤이니를 동시에 엿 먹이려는 의도다.
그때였다.
[서브 퀘스트가 생성되었습니다.]* * *
드레인 네하드.
이 녀석의 집안에서 꽤나 힘을 발휘한 모양이었다.
아카데미의 교수까지 조사실로 집어넣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을 터.
그나저나 나를 연행한 죄목이 어처구니가 없다.
내가 흑마법사라니.
“순순히 실토해라! 중형은 피할 순 없겠지만, 생도 신분을 감안하여 어느 정도의 정상 참작은 해 줄 수 있을 것이다!”
“이미 말씀드렸습니다만. 분명히 아니라고.”
“이렇게 확실한 증거가 있는데도?”
우리 앞에 놓인 커다란 수정 구슬.
구슬 속에서는 어제 도서관에서 벌어진 일이 생생히 재현되고 있었다.
기억 마법이 걸려 있는 일종의 CCTV인 셈이다.
“이게 흑마법이라니, 말이 나오지 않는군요. 이런 종류의 흑마법이 있다는 이야길 들어 본 적 있으십니까?”
“검으로 단번에 결계를 깨뜨리는 마법이 존재하지 않는 것도 사실이지.”
“조사관님께서는 마법의 한계를 너무 쉽게 단정 지으시는 것 같군요.”
조사관은 내 말에도 아랑곳 않고, 바로 본인의 할 말을 이어 갔다.
“헤이니 교수의 증언도 확보해 놓았다.”
“어떤 증언 말입니까?”
“졸업 직전까지 눈에 한 번 띄지도 않던 네가 아무도 풀지 못한 문제를 풀어냈다는 것.”
“엄청난 발전이니 칭찬받아야 마땅한 일이지요.”
“마왕과 거래를 맺어 흑마법사가 되면, 악마의 지혜를 얻는다는 게 잘 알려진 사실이지. 이것 역시 네가 흑마법을 익힌 정황 증거가 될 거 같은데 이 부분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억지로군요.”
“끝까지 발뺌을 할 생각인가 보군. 오늘 하루 독방에서 지내며 잘 생각해 봐. 네가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유리할지를 말이야.”
기가 찬다.
증거라고 제시하는 것도 말도 안 되는 것뿐.
비록 지금 조사관들이 고압적인 자세로 나오고는 있지만, 결국에는 절대로 나를 흑마법으로 엮을 수는 없다.
사실도 아닐뿐더러 증거 자체가 불충분하니까.
그렇다면 드레인의 의도는 다분히 다른 곳에 있다.
‘내가 이론 시험을 보지 못하도록 막으려는 것.’
더불어 나를 겁박하고자 하려는 생각도 있을 것이다.
어젯밤 나에게 골탕 먹은 일은 많이 분했을 테니까.
고고한 표정의 이면에 참 더러운 얼굴이 숨겨져 있는 녀석이다.
‘녀석의 뜻대로 흘러가게 내버려 둘 순 없지.’
마침 헤이니 교수가 나와 함께 감찰부로 왔으니, 그녀의 도움을 받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아카데미 생도로서의 권리를 최대한 활용할 생각이다.
“독방 가는 건 상관없지만, 그 전에 면회를 요청합니다.”
“면회?”
“아카데미의 모든 생도는 구금 중인 경우, 교수진을 상대로 면회 요청을 할 수 있습니다. 저는 헤이니 교수님께 면회 요청을 드리는 바입니다.”
“그분이 네 놈의 요청을 받아들일 거라 생각하나?”
“설마 중간에서 커트하실 생각입니까? 그렇다면, 저도 조사관님을 상대로 나름의 절차를 밟는 수밖에요.”
“이…… 이런 건방진!”
드레인의 집안에서 어디까지 개입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정도 권리 행사는 막을 수 없을 것이다.
조사관의 입장에서도 불필요한 위험을 부담하고 싶진 않을 테고.
* * *
“안타깝군. 이호영 생도.”
“같은 마음입니다. 헤이니 교수님.”
“내가 한 증언에 딱히 큰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어. 나는 있는 그대로를 객관적으로 말했을 뿐이니까.”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조사하는 입장에서는 교수님의 증언을 본인들 유리한 쪽으로 갖다 붙이려는 모양입니다.”
내 말에 헤이니의 눈썹이 살짝 꿈틀거린다.
전혀 예상을 못 했다는 순진한 반응인데, 이 여자는 딱 봐도 마법 외에는 아무것도 모를 것 같은 티를 풀풀 풍긴다.
“흑마법은 절대적인 금기의 영역이다. 그게 사실이든 사실이 아니든 거론되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치명적인 타격을 입게 되지.”
“교수님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정말로 제가 흑마법과 모종의 관계가 있을 거라 보십니까?”
헤이니의 의견은 매우 중요하다.
그녀가 어떻게 힘을 써 주느냐에 따라 이 빌어먹을 곳을 한 시간이라도 빨리 나갈 수 있을 테니까.
“흑마법사 특유의 마기는 교수인 나조차도 느낄 수 없는 것이다. 감정 능력이 있는 메테인 교수가 판단을 내리기 전까지는 나도 섣부르게 이야기할 수 없는 부분이지.”
“하지만 메테인 교수님이 출장에서 돌아오시는 건 앞으로 보름 후라는 것이 문제이지요.”
드레인 녀석의 교활함이 바로 여기에 있다.
보름 후 나의 무고가 밝혀지더라도, 결국 나는 이론 시험에서 배제된 상태일 테니까.
나는 다시 한번 나의 사정과 뜻을 헤이니 교수에게 전했다.
“자네의 사정은 이해하지만, 쉽지 않은 문제로군. 흑마법이라는 게 워낙 민감한 사안이다 보니.”
30층 세계관에서 흑마법사의 위치는, 광복 직후의 빨갱이급 그 이상이다.
“그렇다면, 이게 교수님의 판단에 도움이 될지 모르겠습니다.”
나는 조사관이 남기고 간 수정 구슬에 마력을 불어 넣었다.
어제 도서관에서의 내 행적이 기록된 CCTV가 다시 재현되기 시작한다.
“나도 다른 조사실에서 이미 본 것이다.”
“아마도 제가 결계를 깨는 장면만 보셨겠지요.”
내가 보여 주려는 것은 그게 아니다.
“바로 이 부분입니다.”
어젯밤 드레인은 내게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 그 여자는 음탕하니까!
“뭐!!!”
거의 동시에 헤이니가 버럭 고함을 질렀다.
그리고 그녀는 한껏 상기된 말투로 말했다.
“나는 이호영 자네가 무고하다고 생각한다.”
“맞습니다.”
“그리고 무고한 생도를 상대로 흑마법사 프레임을 씌우는 것은 거대한 죄악이다.”
“그것도 맞습니다.”
“나의 모든 명예를 걸고, 이호영 생도 자네를 돕도록 하겠다.”
든든한 아군이 하나 생겼으니 일은 한결 쉬워질 것이다.
나는 오늘 생성된 서브 퀘스트의 내용을 곰곰이 다시 한번 읽어 보았다.
– 205화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