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Exclusive Tower Guide RAW novel - Chapter (205)
205화
왕실 마법 아카데미의 상임 교수 위원회가 긴급으로 소집되었다.
발의자는 물론 헤이니 교수. 안건은 흑마법사로 의심되는 아카데미 생도 나 이호영에 대한 거취 문제였다.
‘생각보다도 빠르군.’
이르면 내일쯤 소집이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내가 교수 면담을 요청한 바로 그다음 날 바로 위원회가 열린 것.
헤이니가 상당히 열이 올라 있다는 방증이었다.
하긴, 드레인의 입에서 나온 ‘음탕’이라는 워딩은 그녀를 자극하기에 충분했으니까.
거기에 미천한 가문 이야기까지 나왔으니 더 볼 것도 없었다.
‘일단 헤이니를 내 편으로 포섭하는 데에는 성공했고.’
위원회까지는 개최되었으니, 이 기회를 잘 활용해서 드레인에게 역공을 가할 생각이다.
위원회의 초반부는 상당히 딱딱한 분위기로 진행되었다.
아직까진 헤이니를 제외한 위원 대부분이 내게 호의적으로 보이진 않는다.
흑마법 관련은 아카데미뿐 아니라, 왕국 전체에서도 매장당할 수 있는 중대한 사안.
아카데미 내에서 이런 의혹이 제기되었다는 것 자체부터가 이들의 마음에는 들지 않는 것이다.
“흑마법은 민감한 문제요! 사실 확인이 이루어지기 전까지는 이 생도를 구금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되오만.”
위원회에서 가장 연로한 클로이 교수의 발언.
그의 뒤를 이어 같은 의견들이 봇물 터지듯 터져 나온다.
“클로이 교수님의 말씀에 동의하는 바입니다. 성급히 구금에서 풀어 주었다가, 만약 큰 문제라도 생기면 그 모든 책임을 우리 아카데미 수뇌부가 져야 할 것입니다!”
“저 역시 흑마법에 관련된 문제는 가장 보수적인 자세로 접근해야 한다고 봅니다.”
위원회가 이런 분위기로 흘러갈 거란 것은 어느 정도 예상했다.
그래서 헤이니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이호영 생도가 흑마법과 연루되어 있다는 것은, 아직까진 그저 의혹 수준입니다. 밝혀진 것은 아무것도 없지요.”
“이보세요. 헤이니 교수! 그러니 지금부터 차근차근 조사해 봐야 하는 거 아닙니까? 의혹이 제기된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니 말이오.”
“조사는 이미 끝난 것 아니었습니까? 어차피 메테인 교수가 출장에서 복귀하기 전까지는 확실하게 밝힐 수 있는 것이 없습니다!”
이게 참 불편한 설정이었다.
30층의 세계관에서 흑마법사는 자신의 마법 속성을 완벽하게 감출 수 있다.
흑마법사의 마기(魔氣)는 감정 마법 능력이 없다면 제아무리 고위 마법사라 하더라도 읽어 낼 수 없는 것이니까.
하필 감정 능력이 있는 메테인 교수가 부재중이라는 것이 상황을 불편하게 만든다.
“그러니 메테인 교수가 돌아오기 전까지만 구금하면 되는 거 아닙니까? 저 생도가 무고한 것이 사실이라면 그때 풀어 주면 되는 문제이니.”
“생도의 유급이 걸린 문제입니다. 이제 곧 졸업 시험이지 않습니까?”
“사안의 중대성만 놓고 보면 개인의 유급보다는 흑마법이 훨씬 더 큰 문제요!”
“무작정 메테인 교수를 기다릴 게 아니라, 감정 마법을 보유한 마법사를 초빙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고맙게도 헤이니가 고군분투하고 있다.
가장 젊은 나이에 선배 교수들을 상대로 쉽지 않은 입장일 텐데.
“안 될 말이오! 이런 중차대한 일에 외부인이 개입되었다가 소문이 와전되어 퍼져 나간다면, 수습하기가 너무 힘들어지니까.”
역시 혼자서는 역부족.
총 9명의 위원들. 그중 나의 구금이 정당하다고 생각하는 숫자가 다섯이다.
헤이니를 제외한 나머지 셋은 아직까지는 중립적인 입장.
중립이 내 쪽으로 돌아서더라도 여전히 5대4로 한 표차로 밀린다.
나는 이들의 회의를 코앞에서 들으며, 나에게 발언권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형식적이라 할지라도 기회가 한 번은 온다.
나는 이 자리에 방청객의 입장으로 참여하는 것이 아니니까.
“이호영 생도. 할 말이 있다면 표결 전, 짧게 발언할 수 있는 시간을 주겠다.”
역시 형식적인 절차일 뿐이지만 기회는 왔다.
“그럼, 한 말씀 올리겠습니다. 짧을지는 모르겠지만 말입니다.”
“짧게 하도록 해라.”
“졸업을 앞둔 현시점까지 제가 아카데미에서 보내온 세월은 결코 짧지 않았습니다. 저 자신을 변호할 최소한의 권리는 인정해 주시기 바랍니다.”
여기서 주눅 든 모습을 보여 봐야, 얻을 수 있는 건 없다.
물론 말하면서도 한 가지 부분은 살짝 찔린다.
내가 아카데미에서 실제로 보낸 시간은 고작 이틀뿐이니까.
“당돌한 녀석이로군.”
“의혹이 제기된 이유는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제가 아주 빠른 기간 내에 놀랄 만큼 발전한 것은 사실이니까요,”
“단순히 빠르게 발전했다는 게 핵심은 아닐 텐데?”
“네. 알고 있습니다. 검에 마력을 불어 넣어 결계를 단번에 깨뜨린 것. 현존하는 마법으로는 설명이 어렵기에 흑마법 의혹이 제기된 것으로 들었습니다. 충분히 의심해 볼 수 있는 사안이라고 생각은 하고 있습니다.”
드레인 녀석. 혹은 그 녀석의 집안.
날 엿 먹이기 위해 묘수를 낸 것은 인정한다.
“네가 그날 밤 도서관에서 행한 마법은 아카데미 내에서 그 어떤 교수도 가르치지 않은 것이다. 또한 네가 이러한 마법을 연구 중이었다는 아무런 정황 증거도 없는 상황이지.”
“저만의 비밀 연구였기 때문입니다. 졸업 실기 시험 때 공개할 예정이었던.”
“공개할 예정이었다?”
“그렇습니다. 이것이 만약 흑마법과 관련된 것이라면, 제가 어찌 많은 교수님들 앞에서 공개할 생각을 했겠습니까?”
“그것은 너 개인의 일방적인 주장일 뿐이다. 상황이 다급해지니 지금 막 만들어 낸 변명일지도 모르지. 그 누구도 지금 너의 발언을 들어 본 적이 없지 않느냐?”
“있습니다.”
“있다고?”
“네. 졸업 실기 시험 때 공개 예정이었던 저의 연구 주제는 [금속 원소를 이용한 마나 증폭] 그리고 사용할 금속 원소는 검이었습니다. 이를 증언해 줄 생도도 있습니다.”
“급한 상황이라고 곧 들통 날 거짓말을 마구 해 대는군! 방금 전 비밀 연구라고 하지 않았느냐?”
“저와 가장 가까이 지낸 생도 둘에게는 특별히 언질을 해 두었습니다. 지금 바로 두 사람을 불러 확인하셔도 좋습니다.”
나는 즉시 신주아와 채이설에게 텔레파시를 보냈다.
김세용도 믿을 만은 하겠지만, 괜히 필요 없는 말까지 떠벌려서 상황을 곤란하게 만들 변수가 존재하기에 거르기로 했다.
‘역시 스킬이 힘이군.’
분명 두 사람의 증언 후에는 상황이 급반전될 것이다.
증언을 듣고도 나의 구금 결정에 완고한 입장을 보이는 교수가 있다면, 그쪽을 파 볼 필요가 있다.
드레인 녀석의 집안과 유착 관계가 있을 가능성이 농후하니까.
* * *
“이호영 생도가 저에게 연구 과제를 은밀히 이야기한 것은 맞습니다.”
역시 채이설.
텔레파시로만 내 상황을 전했을 뿐이지만, 안정감이 느껴진다.
“그 연구 주제가 뭐였지?”
“금속 원소를 이용한 마나 증폭입니다.”
채이설의 답변에 교수들의 동공이 흔들린다.
내가 말한 것과 글자 하나 안 틀리고, 완벽하게 일치했으니까.
“그럼, 생도 이호영이 연구 결과 발표를 위해 준비하고 있던 작업은 무엇이었지?”
그다음의 답변은 신주아의 몫이었다.
“검에 마나를 주입하여 커다란 파괴력을 일으키는 실험을 진행 중이었습니다.”
“직접 본 적이 있나?”
“그렇습니다.”
한때 부부 행세를 했던 가락이 있어서 그런지 채이설 못지않은 안정감이 든다.
특유의 표정 관리도 완벽하고.
“두 사람의 증언을 들었으니, 잠시 협의 시간이 필요할 거 같군요!”
막바지 협의에선 역시 헤이니의 역할이 클 것이다.
같은 공간에서 무려 세 명의 여자들이 나를 적극 지지해 주고 있다니, 참으로 감격할 따름이다.
나는 절대 청각을 일으켜, 옆방에서 의견을 조율 중인 교수진들의 속삭임에 귀를 기울였다.
역시 예상대로 대세는 뒤집혔다.
어차피 의혹 자체가 정황에 따른 것이었으니, 더 신빙성 있는 정황이 나왔다면 더 이상 효력을 갖기는 어려운 일.
하지만 또 예상대로 나의 구금을 강하게 주장하는 이도 있었다.
‘디글 교수로군.’
단순히 보수적인 견지에서 나온 주장이 아니다.
논지가 살짝 억지스러운 게, 이쪽을 파 보면 뭔가 나올지도 모른다.
내가 흑마법 의혹을 받은 건 드레인을 참교육을 시킨 바로 그다음 날.
일이 이렇게 빠르게 진행되었다면, 어딘가에는 조력자가 존재할 가능성이 크다.
위원들은 잠시 후 다시 회의실로 입장했다.
이미 표결까지 끝마친 상태.
절대 감각으로도 그 결과를 듣진 못했지만, 헤이니의 표정만 보아도 알 수 있다.
[서브 퀘스트를 클리어하였습니다.]쐐기를 박아 버리는 탑의 메시지.
“그럼, 결과를 발표하겠다.”
[보상으로 스킬 스톤을 획득하였습니다.]오디오가 겹치지만, 전혀 거슬리지 않는다.
스킬 스톤. 캥수가 아주 좋아할 만한 것이 나왔다.
이번 30층에서는 캥수가 새롭게 거듭날 것만 같은 느낌.
“위원 9명 중 8명의 찬성으로 생도 이호영의 구금을 해제한다.”
헤이니가 나를 보며 미소를 보낸다.
반면, 이미 딱딱하게 굳은 표정의 디글 교수.
이제 두 가지가 남았다.
하나는, 드레인의 조력자를 찾아내 녀석을 다시 한번 응징하기.
다른 하나는, 캥수에게 스킬을 또 만들어 주기.
나흘 뒤, 이론 시험에서 수석을 차지하는 것은 굳이 카운트에 넣을 필요도 없다.
너무 당연한 것이니까.
“하지만 구금 해제가 결정되었다고 해서 자네의 의혹이 말끔해진 것은 아니라네. 유급이라는 자네의 개인 사정이 많이 고려된 것이지.”
“알고 있습니다. 메테인 교수님의 복귀를 누구보다 기다리고 있는 것은 바로 저입니다.”
“그런데 말이야, 이호영 생도.”
“네. 클로이 교수님.”
“이 자리에서 한번 보여 줄 수 있겠나?”
“뭘 말입니까?”
“자네가 연구 중이라던 그 마법 말이야. 수정 구슬로만 봐선 솔직히 잘 모르겠더군.”
클로이의 발언에 몇몇 교수들도 동조하는 눈빛을 보냈다.
“좋습니다. 직접 보고 판단해 주시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지요. 이것이 흑마법인지 아닌지를 말입니다.”
내가 인벤토리에서 엘리시온을 꺼내 들자, 클로이 교수는 손가락을 가볍게 튕겨 회의실에 결계를 만들어 낸다.
“그때처럼, 깨뜨려 보게.”
절대 그때처럼이 아니다.
생도 드레인이 만든 결계와 아카데미 수석 교수가 만든 결계가 같을 리가 만무하니까.
그렇다고 깰 자신이 없다는 건 아니다.
“해 보겠습니다.”
단전에서 끌어 올린 마력을 불어 넣자 엘리시온이 공명한다.
드디어 한번 써 볼 때가 되었다.
얼마 전 차원의 틈새에서 받았던 그 선물.
쿨타임은 24시간. 단 한 번에 한하여 엘리시온의 파괴력은 크게 증폭.
‘절묘하군.’
내게 선물을 준 그 존재가 바로 이곳 30층의 군주이니 말이다.
기왕 개시를 할 거라면 최적의 장소다.
휘이이이잉!
엘리시온이 결계의 한 점을 찌르며 거친 떨림을 일으킨다.
결계의 견고함이 손끝을 타고 전해졌다.
드레인이 만든 것 따위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마력의 뭉침.
물론 그렇다고 해도 결과가 다르진 않다.
콰직!
콰지지직!
결계는 바로 무너져 내렸다.
무너진 결계 너머 교수들의 표정이 재미있다.
특히 클로이는 거의 넋 나간 모습.
결계를 만든 본인은 알고 있을 것이다.
방금 자신이 한낱 생도에게 얼마나 무모한 미션을 주었는지를.
“자, 자네!”
“흑마법이라는 느낌이 오십니까?”
그런 생각이 들더라도 이젠 늦었다.
이미 표결의 결과는 나왔으니까.
“자네, 혹시 지도 교수는 필요하지 않은가?”
“네?”
“졸업이 얼마 남지 않기는 하지만, 남은 시간 최선을 다해 지도해 주겠네!”
이건 좀 너무하지 싶다.
이런 식으로 빨대 꽂아서 자기 이름도 올리려고.
그저 헛웃음만 나올 뿐이다.
헤이니 교수라면 모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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