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Exclusive Tower Guide RAW novel - Chapter (218)
218화
포털을 본 반스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비단 반스뿐만이 아니다.
이곳에 모인 용병들 모두 경악을 금치 못하는 표정이었다.
“세, 세상에 이런 것이!”
“정말로 여기서 마인들이 나오는 겁니까?”
“이곳으로 오는 동안에도 대장님을 의심했는데…… 죄송합니다”
당연한 반응이다.
포털은 아직 이 세상 사람들에게는 알려진 것이 아니니까.
그렇다고 이렇게 놀라고만 있어서는 곤란하다.
이제 이곳에서는 마인들과 몬스터가 튀어나올 예정. 포털이 발산하는 스파크로 보아하니 마인들의 등장이 머지않았다.
“다들 주목!”
내 목소리가 숲속에 울려 퍼지자 용병들은 일시에 내게로 시선을 집중한다.
나를 보는 눈빛들이 확연히 달라졌다.
오늘 아침부터 낮까지 용병들에게 성심성의껏 검술을 지도한 결과일 터.
“모두들 잘 들어라! 우리는 곧 전투를 시작할 것이다. 이곳에서 나오는 것이 그 무엇이든 너희들은 베고, 찌르고, 마음껏 도륙하여라! 절대 겁먹을 것 없다!”
“네!!”
사기는 이미 충천해 있다.
나에 대한 용병들의 신뢰는 이제 상당하기 때문.
“제군들 전원은 진형을 갖추어 적을 준비하도록!”
반스의 지시에 따라 용병들은 일사불란하게 진을 치기 시작했다.
8인이 한 조가 되어 포털 앞에 대형을 갖추어 선다.
역시 반스가 짧은 시간이지만 제대로 훈련을 시켜 놓았다.
파바바밧!
잠시 후, 마왕성으로부터 온 마인들이 베일을 벗기 시작했다.
도도한 걸음으로 포털을 통과하여 우리 앞에 나타난 첫 번째 마인.
대화만 통한다면, 한번 물어보고 싶다.
이 광경을 바라보는 지금 심정이 어떤지.
“출격!”
나의 지시에 맨 앞줄의 공격 1선발이 일시에 달려든다.
여덟 명의 용병들은 저마다의 필살기를 마인에게 퍼부었다.
콰쾅!
콰가가가강!
첫 공격에 절대로 마력을 아끼지 말 것을 지시했다.
1선발의 공격이 끝나고 나면 2선발이 바로 그 자리를 채울 테니까.
제아무리 마인이라 해도 무방비 상태에서 이런 공격들을 제대로 방어해 낼 리는 만무하다.
“웁!”
짧은 단발마의 비명.
첫 번째 마인은 그렇게 영문도 모른 채 바닥에 쓰러지며 명을 다했다.
지이이잉-
곧바로 포털은 다음 타자를 뱉어 낸다.
그래서 우리도 2선발을 준비했다.
“출격!”
포털 앞에서 대기 중이던 2선발 역시 모든 역량을 첫 공격에 때려 붓는다.
마인들의 병력이 어느 수준인지는 아직 알 수 없으나, 물량이라면 우리도 충분하다.
거의 30선발에 육박하니 이 정도 로테이션이면, 몇 바퀴를 돌려도 크게 무리는 없을 것이다.
파바바밧!
포털은 점점 더 빠른 속도로 마인들을 뱉어 내기 시작했지만, 전황은 크게 달라질 것 같지 않다.
마인들이 무방비 상태에서 선빵을 맞는 건 변함없을 테니까.
* * *
레노아의 대저택.
비록 가문의 사병들이 주둔하고 있었으나, 용병들이 모두 떠나 버린 드넓은 장원은 한결 을씨년스러운 느낌을 준다.
가주 카헬 레노아 공작은 그의 서재에서 평온하게 다도를 즐기며, 독서를 하고 있는 중.
마인 침공의 디데이치고는 지나치게 평화로운 광경이었다.
“아버님!”
그의 서재에는 일곱 아들이 동시에 들이닥쳤다.
1공자 로덴은 다른 형제들을 대표하여 가주에게 한 걸음 더 다가갔다.
“무슨 일이냐?”
“무슨 일이냐니요! 주둔 중이던 용병들이 모두 떠났습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입니까!”
“난 또 무슨 일이라고. 그건 내가 허락한 일이다.”
“네? 아버님께서 허락하신 일이라고요?”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마인들의 침공을 대비하기 위해 용병을 불러들일 때는 언제고, 정작 침공이 예정된 디데이에는 용병들을 모두 내보내다니.
“왜? 용병들이 모두 떠나 무섭기라도 한 게냐?”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애초에 저는 우리 가문이 독자적으로 방어할 수 있음을 주장한 입장이었습니다!”
“그럼 용병들이 떠난 걸 문제 삼을 이유는 없겠군.”
“그건 또 다른 문제지 않습니까! 수백의 용병들을 부르는 데 지급한 비용이 결코 적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혹시, 내가 재산을 탕진하여 유산이 줄어들까 봐 걱정하는 건 아닐 테고?”
“아버님!”
“그래, 이번에 용병들을 집으로 불러들이며, 꽤 많은 돈이 나가긴 했지. 하지만 말이다, 나는 이번 기회에 그것보다 훨씬 더 큰 것을 얻게 되었으니 아주 만족스럽구나.”
“도대체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제국제일검! 무려 사십 년 가까이 나를 수식하던 이 별호를 폐하고자 한다. 나는 더 이상 제국 제일이 아니니까.”
“네?”
“그래서 기분이 아주 좋구나. 이제 더 높은 곳을 바라볼 수 있게 되었으니.”
공작은 진심으로 기뻐하고 있었다.
얼마 남지 않은 생의 마지막 목표가 생겼다는 것.
그것은 그의 무미건조하던 삶에 생기를 불어넣어 주었다.
“그리고 용병들이 떠난 것은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돈값을 하러 나간 것일 테니.”
* * *
타아아앙-
30선발 로테이션이 30바퀴쯤 되었을 때부터는 내가 구원 투수로 나서는 일이 많아졌다.
마왕성으로의 방문에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으니, 가급적 마나를 쓰지 않으려 했지만, 온전히 날로 먹을 수만은 없었다.
제국 제일의 가문 그리고 제국제일검이 있기도 한 레노아를 무너뜨리기 위해 마왕성에서는 정말 엄청난 전력을 때려 박았기 때문이다.
타아아앙-
그래도 이만하면 선방했다.
일격필살과 팔라스의 방패 이 두 가지는 완벽한 상태로 남아 있으니까.
결국 마탄에 대가리를 맞은 마지막 마인이 풀썩 주저앉으며, 이곳은 모두 정리되었다.
용병들의 함성 소리가 숲속을 뒤덮는다.
[퀘스트를 클리어하였습니다.] [보상으로 성검의 파편 한 조각을 획득하였습니다.] [조각 모음: 6/7]그리고 중요한 것 하나가 더 있다.
[남은 시간: 2시간 13분 45초]서두른 덕에 남은 시간을 2시간 넘게 확보할 수 있었다.
얻어야 할 파편은 이제 한 조각.
딱 봐도 더 이상의 공식 퀘스트는 존재하지 않을 테니, 이제부터는 내가 개척해 나가야 한다.
“정말로 떠나려고?”
반스가 내 옷깃을 잡는다.
“네. 가야만 합니다.”
“네 말대로 이 포털이 마왕성으로 향하는 것이라면, 그건 자살행위나 마찬가지야!”
“아시지 않습니까? 저 S급인 거.”
“미친놈! 그런 말도 안 되는 무위를 펼친 놈이 고작 S급일까! 그렇다고 해도 마왕성은 너무 위험해! 600년 전에는…….”
“네, 알고 있습니다. 무려 64명의 위대한 용사가 마왕 하나를 잡기 위해 떠났다는 것. 그리고 600년 전 용사들의 힘은 현세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하다는 것도.”
“그걸 알고 있는데도 떠나겠다고? 돌아올 수는 있는 거야?”
“아니요. 결과가 어떻게 되든 돌아오지 않을 겁니다. 그러니 제가 목표한 바를 달성했다고 믿고 계시면 됩니다.”
돌아오지 않을 거란 말에 반스는 나의 여정이 심상치 않음을 감지한 모양이다.
“확실히 넌 처음부터 이상한 녀석이었어.”
“시간이 없으니 길게 인사는 못 드립니다. 그럼 이쯤에서 바로 떠나겠습니다.”
“죽지 마. 새끼야!”
“형님도요.”
어느덧 포털은 희미해져 간다.
나와 신주아는 포털의 입구에 서둘러 한 걸음을 내디뎠다.
[마왕성으로 입장하시겠습니까?]마지막으로 뒤를 돌아보니 모든 용병들은 반스의 구호에 맞추어 내게 경례를 한다.
또다시 작별.
아무리 경험을 반복해도 이 감정은 무감각해지질 않나 보다.
[마왕성에 입장하였습니다.]우리의 앞에는 새로운 세계가 펼쳐졌다.
이제 2시간 남짓한 이 짧은 시간 내에 무언가를 해내야 한다.
* * *
[스페셜 퀘스트가 생성되었습니다.]역시 그래야만 마땅했다.
성검을 일곱 조각으로 나누어 보상으로 안배해 놓았다면, 어딘가에는 반드시 퀘스트가 존재해야만 한다.
아무리 탑이 양아치라 해도 보상 자체를 소멸시키지는 않았을 테니.
그리고 31층에서 마지막 조각이 있을 만한 장소를 단 한 곳만 고른다면 바로 이곳 마왕성뿐이다.
성검을 정말로 주기 싫은 건지 참 꼭꼭 숨겨 놓기도 했다.
[마왕의 분신을 찾아내십시오.] [보상: 성검의 파편 한 조각]터무니없게 마왕을 죽이라거나, 마왕성을 함락하라는 식의 퀘스트는 아니다.
아무리 성검을 주기 싫어도 그건 플레이어의 한계를 뛰어넘는 일일 테니까.
하지만 지금 이 퀘스트도 플레이어더러 깨라고 만든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마왕의 분신?’
우리 앞에 나타난 것은 마왕성을 가득 메운 수많은 마인들.
분명 이 마인들 중에 마왕의 분신이 있을 테지만, 문제는 말도 안 되게 많다.
방금 전 레노아 가문을 치기 위해 이 마인들을 몽땅 보냈더라면, 용병대의 힘에 레노아 가문의 모든 역량을 더해도 막아 내지 못했을 것이다.
“아무래도 탑이 좀 양아치인 것 같습니다.”
“내 생각도 그래.”
“당신이 아니었다면 말입니다.”
“그것도 그렇지.”
신화급 아이템 니케의 반지.
이게 있어서 다행인 순간이 한두 번이 아니다.
이번에도 역시 그렇다.
그나저나 신주아의 능력에는 또 한 번 감탄을 할 수밖에 없다.
나에게 작용하고 있는 행운의 가호를 확신하고 있으니 말이다.
“마인 특유의 기분 나쁜 기운이 느껴집니다.”
“에테르야.”
마인들은 우리를 향해 음침한 에테르를 끊임없이 뱉어 내고 있었다.
당장 우리의 생명을 위협하지는 않지만, 이 기분 나쁜 에테르는 우리의 몸을 서서히 오염시켜 가고 있었다.
이 엄청난 수의 마인들이 동시에 뿜어내고 있으니 그 농도는 이루 말할 것도 없다.
“아무래도 우리를 물리적으로 공격할 생각은 없는 것 같지?”
“네. 우리가 먼저 공격을 하지 않는 한 말입니다.”
“그럼 이제 찾으러 가봐야겠군.”
일단 이곳에 마왕은 보이지 않는다.
아니, 사실 존재한다 하더라도 우리의 눈으로 직접 볼 수는 없을 것이다.
계약을 맺지 않았으니까.
“마왕의 분신을 찾아서, 그다음에는?”
“죽이라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럼 일단 아무 놈이나 과감하게.”
타아아앙-
홍염의 불도깨비가 불을 뿜으며 마인의 대가리 하나가 터져 나간다.
[마왕의 분신이 아닙니다.] [페널티가 부여됩니다.]터져 나간 마인의 몸에서 일시에 터져 나온 에테르는 더욱더 강렬하게 공기를 잠식하여 나간다.
페널티를 몇 번 더 맞았다가는 호흡 자체부터가 어려워질지도 모른다.
지금도 편한 것은 아니지만.
“신중해야겠군.”
“성검 포기하고 그냥 버티는 것도 방법이지 말입니다. 두 시간 정도는 어찌어찌 견딜 수 있을 겁니다.”
“고작 페널티 한 방 맞고 왜 이렇게 약한 모습이야? 나라면 충분히 찾을 수 있을 거라 확신하고 있었던 거 아니었어?”
“음침한 기운은 둘째 치고, 호흡이 쉽지 않아서 말입니다.”
“너 어느 부대 출신이길래, 화생방도 안 해 본 거야. 좀 참아 봐.”
니케의 반지가 있다 해도 항상 모든 랜덤 상황을 단번에 돌파해 낼 수 있는 건 아니다.
타아아앙!
[마왕의 분신이 아닙니다.] [페널티가 부여됩니다.]타아아앙!
[마왕의 분신이 아닙니다.] [페널티가 부여됩니다.]“신중하게 하신다 하지 않았습니까?”
신주아는 애써 태연한 표정을 짓고 있지만, 확실히 버거워 보인다.
그녀의 정신력을 감안한다면 조금은 의아한 일이었다.
나는 아직은 버틸 만하니까.
그때였다.
– 이호영! 오랜만이지?
익숙한 목소리.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내게 들리지 않았던 그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라덴?’
혹시나 싶은 마음이 있긴 했는데, 이 마왕성이 정말 라덴의 것이었다니.
끈질기게 질척댔던 그녀의 목소리가 상기되며 소름이 밀려온다.
– 안 반가운 표정이네? 야! 내가 너한테 퍼 준 게 얼만데!
반갑지는 않지만, 라덴의 말은 사실. 기왕 만났으니 뭐라도 좀 뜯어내야겠다.
– 219화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