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Exclusive Tower Guide RAW novel - Chapter (227)
227화
사슴, 곰, 사슴, 곰, 사슴 곰, 사슴.
그리고 또 곰.
서어어어억!
성검은 단 일격에 거인 곰의 모가지를 잘라 낸다.
아름다운 핏빛의 직선이 허공에 그러졌다.
[거인 곰을 사냥하였습니다.] [사냥 실적: 총 8마리]미션 규칙에 따라 번갈아 가며 총 네 마리의 거인 사슴과 네 마리의 거인 곰을 사냥했다.
이 정도면 두 번째 미션을 통과하는 것도 안정권.
바르가스가 있어서 다행이었다.
녀석 덕분에 마나를 계속 보충할 수 있었으니까.
‘땡큐. 바르가스!’
나는 호감도의 디버프로 인해 마나가 많이 딸렸고, 세 마리쯤 잡고 나면 마나통이 거의 비워진다는 게 문제였다.
바르가스와의 두 번의 내기 모두 세 마리 먼저 잡기로 제안한 이유가 바로 이것이었다.
녀석 때문에 발생한 스페셜 퀘스트는 매번 내게 부족한 마나를 제공해 주었기에.
세 마리 잡고 죽빵 세 대 때리고 마나 충전. 또 세 마리 잡고 죽빵 세 대 때리고 마나 충전.
내 계획대로 바르가스는 훌륭한 마나 충전소가 되어 주었다.
그러는 와중에 내 호감도는 어느덧 -83.
호감도를 야금야금 늘려 나가서 마이너스 80대 초반까지 맞춰 놓으니 느낌이 또 달랐다.
몸에 기운이 샘솟는 기분이 든다.
한 해 한 해 몸이 다르다는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거꾸로 느끼고 있는 중이었다.
[사냥 대회의 두 번째 미션이 종료되었습니다.] [지금부터 탈락자를 선별하겠습니다.]다음 스테이지로 갈 수 있는 인원은 현재의 30퍼센트.
내 실적이 아슬아슬한 경계선에 있다면 쫄리겠지만, 8마리면 완전히 안전권이니 나는 느긋하게 발표를 기다렸다.
[선별이 완료되었습니다.] [탈락자들을 헬리오 산에서 추방합니다.]슝-
슝-
이번 스테이지에서 탈락한 도전자들은 산에서 바람처럼 사라지기 시작했다.
말 그대로 바람. 그들은 흔적도 없이 헬리오 산의 결계 밖으로 내동댕이쳐졌다.
탈락한 도전자들의 억울하단 아우성만 남을 뿐이었다.
“호영이 형! 형도 당연히 통과네!”
“축하해. 3등.”
“어. 크크크! 형은 쉬엄쉬엄한 게 맞지?”
내가 이번 미션에 얼마나 치열하게 임했는지 모르는 소리.
사냥하랴, 죽빵 때리랴, 나보다 열심히 뛰어다닌 도전자는 없었을 거라 장담할 수 있다.
어쨌든, 세용이 녀석은 기분이 많이 좋아 보였다.
김세용은 이번 스테이지에서 무려 열두 마리를 잡으며 단독 3위.
텔레파시로 사냥감의 위치를 알려 준 나의 도움이 컸겠지만, 사냥은 오롯이 단독으로 한 것이니 녀석의 실력이기도 했다.
“그런데 형은 어떻게 사냥감의 위치를 다 알고 있는 거야?”
“있어. 그런 게.”
“어. 크크크.”
물고 늘어질 만도 한데 참 단순한 녀석이다.
내가 녀석에게는 부담 없이 도움을 줄 수 있는 이유다.
‘그나저나 바르가스는?’
확인해 보니 그 녀석도 역시 생존에 성공했다.
죽빵을 여섯 대나 맞고 멘탈이 나갔을 만도 한데, 작년 대회 6위 입상이 괜한 게 아니었다.
[현재 위치에서 바로 세 번째 미션을 시작하겠습니다.]무엇이 되었든 해 볼 만하다.
지금 내 마나는 거의 가득 채워진 상태. 호감도 또한 무려 -83이다.
[사슴과 곰 중 하나만 골라 일곱 마리를 사냥하십시오. 첫 번째 사냥과 다른 종을 사냥할 경우에는 카운트에 반영되지 않습니다.] [클리어 조건: 선착순 30명]이번 스테이지가 끝나면, 그야말로 정예 중의 정예들만 남는다.
여기까진 가볍게 통과해 주어야 승산이 있을 터.
나는 바로 미니맵을 스캔했다.
사냥감들이 새롭게 리젠 되며 헬리오 산 곳곳에 뿌려진다.
“호영이 형! 당연히 사슴을 잡아야 유리한 거 아니야? 한 종류의 개체만 잡아야 하는 거라면 사슴이 압도적으로 쉽잖아!”
“그게 그렇게 단순하겠냐? 사슴이 개체 수가 적거나, 아니면 다들 깊숙이 짱 박혀 있을 거란 생각은 안 해 봤어?”
“그런가?”
“너는 곰 잡아.”
“형은?”
“사냥감 겹치면 곤란하잖아. 나는 사슴.”
미니맵으로 본 바에 따르면 곰을 선택하는 쪽이 압도적으로 유리하다.
어딜 가나 발에 치이는 것이 곰이니까.
사실 나로선 아쉬운 부분이었다.
현재의 역량으론 마나 충전 없이 거인 곰 일곱 마리를 사냥하는 건 불가능한 일.
더 이상 바르가스 충전소는 기대하기는 어렵다.
단물 다 빠진 상태라고 공략집이 내게 일러 준 상태였기에.
‘그래도 사슴 일곱 마리 정도는 해 볼 만하지.’
모든 변수를 고려하여 러프 하게 계산해 본다면 사슴 여섯 마리까지는 승산이 높고, 일곱 마리부터는 애매하지만 그래도 가능은 하다.
아직은 팔라스의 방패가 가동되기 전이니까.
“서두르자 세용아.”
“어.”
나는 미니맵을 보며 빠르게 동선을 도출해 냈고, 그에 따라 효율적으로 움직였다.
도중에 나타나는 거인 곰은 당연히 김세용의 몫.
나는 불필요한 싸움을 피할 수 있으니, 이렇게 함께 다니는 건 서로에게 윈윈인 셈이었다.
서어어어억!
상큼한 출발이었다.
갈수록 사슴과 곰의 사냥에 익숙해지며, 최소한의 힘으로도 사냥감의 모가지를 베는 것이 가능해졌다.
이번에는 그 성과가 확연하게 차이 날 정도.
동선이 살짝 길긴 하지만, 무난하게 다음 스테이지에 갈 수 있을 것 같다.
라고 생각한 순간이었다.
[스페셜 퀘스트가 생성되었습니다.]뜬금없지만 그래도 좋은 소식일 터.
나는 다음 메시지를 기다려 보았다.
[이번 스테이지에서 사슴 7마리에 곰 1마리를 사냥하십시오.] [성공 시: 호감도 +3]아니, 왜?
무슨 속셈인지는 모르겠지만 뻘짓을 해 보라는 거다.
마나가 넘쳐나면 모를까 중간에 곰 하나를 더 사냥하는 것은 내 계획에 엄청난 부담.
‘이번 퀘스트를 그냥 스킵해 버리면…….’
상황만 놓고 본다면 스킵하는 것이 합리적일 수 있지만, 관건은 달빛의 명사수가 보일지 모를 뒤끝.
그게 어느 수준일지 장담할 수 없으니 머리가 복잡해졌다.
여러모로 골치 아픈 군주다.
그래도 까라면 까는 수밖에.
‘곰 사냥을 어디에 끼워 넣느냐가 문제로군.’
여력이 많이 남아 있는 초반에 잡아 놓고, 그다음에 힘을 쥐어짜는 것이 나을지.
아니면 곰 사냥을 후반으로 미뤄 놓고, 최대한 힘을 아껴 가며 사슴부터 잡아야 할지.
둘 다 쉽지 않다는 게 문제다.
“호영이 형! 저어어기! 곰 또 있다!”
“알고 있어. 이번엔 내가 잡을 거야.”
“어. 그래. 알겠……. 뭐?”
“내가 잡는다고.”
“형! 뭐 잘못 먹었어? 왜 그런 뻘짓을 해 가면서까지 나를 방해하는 건데? 설마 나 견제해서 떨어뜨리려는 거?”
“세용아, 내가 널 견제할 군번으로 보이냐?”
“그…… 그건 아니지만!”
“그럼 내가 잡는다.”
김세용은 잠깐 투덜거리더니 이내 뒤로 물러났다.
성검의 검날에 살짝 제물을 바친 후 검을 다시 고쳐 잡았다.
아무리 포션으로 치료가 가능하다지만, 이놈의 자해도 이젠 지긋지긋하다.
우우우웅-
성검의 공명.
처음에나 신기했지, 이젠 그러려니 무감각해졌다.
그때였다.
– 안 ◆ ◆ 해?
갑자기 어디선가 들려온 소리.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
느낌적으로도 이건 사람이 내는 소리가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었으니까.
– 안 신 ◆ 해?
방금 전보다 한층 또렷해진 사운드.
머리가 복잡해졌지만, 나는 거인 곰을 향해 지체 없이 달려갔다.
일단은 눈앞의 이놈을 해치우는 것이 우선이니까.
– 안 신 기 해?
서어어어억!
거인 곰의 모가지가 그대로 댕강 날아가 버린다.
확실히 신기하다.
내가 한 듯, 내가 안 한 듯. 성검에는 알 수 없는 힘이 작용했기에.
“신기해.”
– 그렇지?
[거인 곰을 사냥하였습니다.] [사냥 실적 카운트에는 반영되지 않습니다.]목소리의 진원지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내 손에 들려 있는 낡고 초라한 장검.
성검 가이아였다.
“이제, 제대로 교감할 수 있게 된 건가?”
얼떨떨했다.
갑자기 이런 상황이 찾아온 것도, 성검과의 교감 방식이 인간의 언어였던 것도.
– 설레발 떨 거 없어. 아직은 널 온전히 받아들인 건 아니니까.
그렇다 해도, 나에겐 커다란 성과였다.
성검이 내게 보태 준 힘을 느낄 수 있었다.
비록 평소와 다를 바 없는 미약한 힘이었으나, 내면에 담고 있는 거대한 여력. 어렴풋이 짐작한 바만으로도 놀라운 것이었다.
– 그리고 착각 같은 것도 좀 하지 마. 아직 멀었어. 너랑 제대로 교감하려면.
성검에 대해 한 가지를 더 알게 되었다.
검 주제에 말하는 본새가 아주 버릇없다는 것.
– 일단은 좀 지켜보도록 하지. 네가 얼마나 하는지 말이야.
그래도 확실히 좋은 점 하나가 예상된다.
이제는 피의 제물, 한마디로 자해를 멈출 수 있게 되었다는 것.
“호영이 형! 뭘 그렇게 멍하니 있어?”
“아무것도 아니야. 가자!”
“뭐야! 갑자기 말투가 신났잖아! 내 사냥감 뺏어 간 게 그렇게 좋은 거야? 정말 나 견제하는 거 아니지?”
이놈의 헛소리도 크게 거슬리지 않는 걸 보니 내가 신나긴 신난 모양이다.
* * *
나의 계획은 완전히 어그러져 버렸다.
총 7마리의 사슴에 1마리의 곰.
이놈들을 사냥하기 위한 애당초 내 계획은 모든 마나를 티끌 하나 남기지 않고 완전 소모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만약 이것으로도 부족하다면, 위험을 감수하고 내 단전의 선천진기를 사용하는 것도 각오하고 있었다.
어차피 다음 스테이지로 나아갈 수 없다면, 나는 죽은 목숨일 테니까.
‘그런데 이건 너무 예상 밖이네.’
마나가 넉넉하게 남았다.
성검과의 직접 교감. 이것이 주는 효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 이 정도는 당연한 거잖아! 뭐 그렇게 감격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냐?
역시 말본새는 영 아니지만, 지금은 얼마든지 참아 줄 수 있다.
이번 스테이지를 여유 있게 통과한 지분은 이 녀석에게도 꽤 많이 있으니까.
[스페셜 퀘스트를 클리어하였습니다.] [보상으로 호감도가 +3 상승하였습니다.] [호감도: -80]드디어 80대의 벽을 깨기 일보 직전.
앞선 경험에 따르면 앞자리가 하나 바뀌는 효과는 꽤 크다.
그리고 80대의 벽을 깼을 때, 결정적으로 좋은 점이 하나 더 있다.
‘생명 코인을 하나 더 얻는 셈.’
미션에 실패하여 호감도 -20의 크리를 맞는다고 해도, -100에 도달하지 않는 한 사망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어차피 원 코인으로 클리어하겠다는 각오지만 여벌의 코인이 있고 없고의 차이는 크다.
[추가 보상으로 마나를 완전 회복합니다.]이건 왜 안 주나 했다.
몸의 기운이 충만해지며 힘이 다시 솟아오른다.
기분 탓이겠지만, 호감도가 오르며 마나통도 훨씬 커지는 느낌이었다.
고작 +3이 되었을 뿐이지만 말이다.
“호영이 형! 아까부터 좀 이상해!”
“뭐가 인마.”
“가만히 있다가 갑자기 실실 웃고 그러잖아.”
“그건 네 주특기고.”
“뭐야! 이런 식으로 또 넘어가네!”
그나저나 김세용 이 녀석에게는 스페셜 퀘스트가 전혀 생성되지 않는 듯했다.
호감도를 비롯한 모든 기본 스탯들이 고정 상태.
나와는 32층의 진행 양상이 많이 달랐다.
[스페셜 퀘스트가 생성되었습니다.]심지어 나는 김세용과 대화하다가도 또 하나가 생겨 버렸다.
이럴 거면 그냥 호감도라도 좀 퍼 줄 것이지.
달빛의 명사수. 뒤끝 한번 쩐다는 걸 제대로 실감하는 중이다.
– 228화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