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Exclusive Tower Guide RAW novel - Chapter (260)
260화
무림맹과의 교전 문제를 놓고, 천마신교 두 거물의 생각은 사뭇 달랐다.
강경한 입장의 부교주 은설희.
반면 신중하게 접근하자는 원로 갈원웅.
사실 어느 쪽으로 가든, 이제는 나와 크게 상관없는 일이다.
[남은 시간: 48분]채이설과 함께 이곳 무림 차원에서 사라질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까.
그리고 사실 교전 여부를 결정짓는 중요한 변수가 하나 더 있다.
바로 무림맹의 입장.
지금 이들은 천마신교와 결사항전을 각오할 공산도 크다.
“더 이상 네놈들의 대화를 들어 줄 수가 없구나!”
예상대로 무림맹 쪽에서도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한다.
“누구 마음대로 우리와 싸우고 말고를 결정하겠다는 것이냐! 우린 이 자리에서 너희 사악한 무리와 동귀어진할 각오가 되어 있다!”
지도부의 목소리에 무림맹 무사들의 기백은 더욱 높아져 간다.
여기에 갈원웅이 바로 맞받아쳤다.
“이봐 천중연, 자네 자신감이 지나치구먼그래. 동귀어진도 어느 정도 급이 맞아야 할 수 있는 것이라네. 지금 이 자리에서 우리 신교와 전쟁을 벌이는 건 그냥 개죽음이 될 거란 얘기야!”
“닥쳐라! 내가 죽는 한이 있더라도 반드시 갈원웅 네놈의 모가지만은 직접 따고 말 것이다!”
“나에 대한 개인적인 감정으로 이 많은 목숨을 담보로 내놓겠다는 소리로 들리는군.”
“지난 수십 년간 우리를 속여 놓고선, 이제 와서 우리 목숨을 걱정하신다? 너무 감동적이라서 눈물이 다 나겠군!”
“세작을 심어 놓은 건, 무림맹 쪽에서도 이미 했던 일이라네. 뭐, 나처럼 장로가 될 때까지도 들키지 않은 경우는 없었지만 말이야.”
“닥쳐라 이 개 같은 자식!”
이런 식으로 주고받다가는 갈원웅의 입장도 돌변할지 모른다.
어찌 되었든 칼자루를 쥐고 있는 쪽은 천마신교.
명백히 전력상 우위이며, 이 점은 무림맹에서도 인지하고 있는 듯하다.
이제는 내가 나설 시간.
나는 채이설 쪽으로 자리를 옮기며 모두에게 외쳤다.
“이번 두 세력의 충돌 건은 저희 두 사람의 탈출로 비롯된 일! 저희가 매듭짓겠습니다.”
“아니, 지금 자네가 뭘 어떻게 하겠다는 건가!”
갈원웅이 의아한 눈빛으로 묻는다.
나는 씨익 미소를 지어 준 뒤, 다시 무림맹 쪽을 바라보며 외쳤다.
“무림맹 쪽에서 갈원웅 어르신은 이만 포기하길 바랍니다. 이렇게 천마신교에서 지원군이 온 이상 죽었다 깨어나도 다시 잡아가진 못할 테니까.”
“우린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또한 우리는 너희 두 놈의 주리를 비튼 후, 제갈 총군사의 무덤 앞에 무릎을 꿇게 만들 것이다!”
“좋습니다. 순순히 잡혀가 드리죠.”
“수작 부리지 마라!”
“수작 아닌데? 정말 잡혀가 드리겠단 말입니다.”
나는 채이설을 보며 눈빛으로 내 뜻을 건넸다.
그녀는 바로 알아들은 눈치. 고개를 끄덕인다.
지금 가장 당황한 것은 갈원웅이었다.
그는 내게 속삭인다.
“자네, 갑자기 미쳤는가?”
“다 잘 될 겁니다. 저 믿으시지 않습니까?”
“그, 그거야 그렇지만!”
“어르신에 대한 감사는 잊지 않겠습니다.”
나는 갈원웅과 짧은 인사를 나누고는 채이설과 함께 무림맹의 천중연이 있는 쪽으로 걸어갔다.
좋은 인연이었다.
덕분에 아주 큰 걸 얻기도 했고.
* * *
[퀘스트를 클리어하였습니다.] [당신의 활약으로 인해 호감도가 상승하였습니다.] [호감도: 15]비약적인 상승이면서도 상승의 폭 또한 아주 적절하다.
“아주 대단했어! 이제는 내가 이호영 당신을 인정할 수밖에 없게 되었단 말이오!”
옴팔로스는 박수를 치며, 우리의 귀환을 환영했다.
나에 대한 스탠스가 확연이 달라진 모습.
역시 플러스 상태로 전환된 호감도 때문일 것이다.
“여기서 다 보고 있었던 겁니까?”
“당연한 얘기! 당신이 놀라운 성장을 이뤄 내는 것도 다 보았지. 보는 내내 조마조마했소. 만약 그대가 그 순간에 심득을 얻지 못했더라면, 아주 많이 위험했을 테니까.”
“제가 죽는 걸 원하지 않으셨습니까? 분명 그랬던 걸로 기억하는데.”
“그, 그거야 한때는 그랬지만! 마음이란 건 언제든지 변할 수 있는 거니까! 어쨌든 놀라웠소. 다만, 마지막 순간에 살짝 아쉬웠다는 것.”
“뭐가 말입니까?”
“퀘스트의 남은 시간을 고려해서, 순순히 포로로 잡힌 일 말이오. 너무 야비했단 말이지. 그것만 아니었으면 당신에 대한 호감도가 훨씬 더 올라갔을 텐데.”
그렇다면 더 잘 된 일이다.
마지막 3회차 퀘스트까지 고려한다면 현재의 호감도가 내겐 가장 적절한 수준이니까.
“천마신교와 무림맹 간의 싸움을 보고 싶었단 얘기로군요.”
“맥 빠지는 일이었던 건 사실이지. 자, 그럼 이제 또다시 결정의 시간이 찾아 왔소. 3회차 퀘스트는 어떻게 할 거요?”
“물론 도전입니다.”
마지막 퀘스트의 클리어 확률은 25퍼센트.
2회차 퀘스트에서 내가 보여 준 역량까지 다 감안해서 계산되는 수치일 테니, 3회차의 난이도는 실로 엄청난 수준일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내게는 밑천이 남아 있다.
2회차에서는 팔라스의 방패를 아껴 두었으며, 더욱 고무적인 사실은 나는 3회차 때에는 더욱 성장할 것이라는 점. 검의 이치를 깨우쳤으니 이 성장은 결코 더디게 가지 않을 것이다.
“솔직히 3회차까지는 정말로 권하고 싶지 않은데.”
“번복은 없습니다. 그렇죠 이설 씨?”
채이설은 흔들림 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2회차의 무림 미션에서 큰 위기를 겪으며 식겁했을 텐데, 그녀는 여전히 내게 고마운 믿음을 보내 주고 있다.
옴팔로스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피할 수 있는 위험을 굳이 감수하겠다니 이해가 가지 않을 테지만, 나는 이번 층의 보상이 무척 마음에 드니 도전하지 않을 수가 없다.
“3회차까지 전부 클리어하고 나면, 탑에 대한 질문권 3개. 맞죠?”
“맞소. 하지만 그런 쓸데없는 호기심이 위험을 자초하는 법. 어쨌든 당신들이 원하니 나는 그저 집행해 줄 뿐이라오.”
[퀘스트 선정을 위한 랜덤 주사위가 돌아갑니다.]과연 뭐가 걸릴지.
암전이 찾아오며 우리는 어딘가로 이동되었다.
* * *
세상이 밝아졌을 때 잠시 내 눈을 의심했다.
내가 헛것을 보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탑의 시스템이 오류를 일으킨 것인지.
하지만, 이내 현실을 받아들여야만 했다.
[일주일간 생존하십시오.]우리에게 전달된 퀘스트의 미션.
미션 자체에는 별 특이 사항이 없지만, 문제는 퀘스트가 펼쳐지게 될 배경이다.
“호, 호영 씨!”
채이설도 찐으로 당황한 기색.
이곳은 바로 무림이었다.
방금 전까지 우리가 있던 그 곳.
무림맹의 무사들에게 포박된 채 호송되어 가는 지금 모습도 이전과 완전히 똑같다.
‘낭패로군…….’
지난 두 차례의 무림 방문은 완벽한 평행세계였다.
부교주 은설희는 나를 전혀 알아보지 못했으니까.
하지만 이번에는 아주 높은 확률로 2회차 퀘스트와 이어지고 있을 것이다.
‘테이아의 날개 때문인가?’
사실 생존 미션에서 이 아이템은 지나치게 사기적이다.
와이번이나 드래곤 같은 비행형 괴물이 존재하지 않는 한, 위협으로부터 완벽하게 탈출할 수 있으니 말이다.
그러니 3회차의 조건인 클리어 확률 25퍼센트를 맞추기 위해서는 그 배경이 아주 가혹한 곳이거나 테이아의 날개에 제약을 둘 수 있는 곳이어야 할 터.
결국, 랜덤 주사위는 우리를 또다시 무림으로 보내는 것을 선택했다.
“똑바로 걸어라!”
나를 포박하고 있는 무사가 걸음을 재촉했다.
더 늦기 전에 판단을 내려야만 한다.
지금 우릴 포박하고 있는 줄을 끊고 여기서 탈출을 감행할지, 아니면 후일을 도모할지.
사실, 기문진 안에서는 나 혼자 무림맹의 무사들 전부와도 싸울 수 있는 기세였다.
기문진이 만들어 내는 환영의 버프 그리고 합공이 불가능한 지형의 도움이 있었으니까.
하지만 이젠 상황이 다르다.
무림맹의 무사들의 합공을 뚫고 탈출을 해야 한다는 것. 채이설과 캥수의 전력까지 계산에 넣는다 해도 승산은 높지 않을 것이다.
어쩔 수 없다.
내게 수련의 시간이 조금만 더 주어졌다면 감행해 볼 수 있겠지만, 현재의 조건을 받아들여야만 한다.
‘분명 기회는 온다.’
3회차 퀘스트의 클리어 확률이 0인 것은 아니니까.
그나저나 아이템이 많이 깨지게 생겼다.
어떤 모진 고문이 우릴 기다리고 있을지 모르니 엘릭서라도 좀 구매해 놔야겠다.
* * *
또다시 오게 된 무림맹.
우리는 곧바로 맹주전으로 인도되었다.
지하 뇌옥에서 한번 탈출한 전력이 있으니 쉽사리 거기에 가두어 놓을 수 없을 텐데, 과연 어떤 조치가 떨어질지가 관건이다.
‘설마 오늘 죽이진 않겠지?’
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런 최악의 상황은 가정할 필요가 없다.
이 탑의 시스템은 매우 정교하기에, 이번 퀘스트의 클리어 확률을 정확하게 25퍼센트로 보정해 놓았을 것이다.
그런 믿음이 있으니, 마음은 한결 가벼워진다.
권좌에 앉은 주정천은 근엄한 표정으로 우리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의 눈빛은 싸늘하기만 하다.
하긴, 오른팔 격이라 할 수 있는 총군사 제갈서량을 내가 죽였으니까.
다시 대면한 그의 기도는 한 번 더 보아도 놀랍기만 했다.
내가 심득을 얻어 비약적인 성장을 거두었지만, 여전히 아득하게 높은 인물.
당연히 지금도 탈출 타이밍은 아니다.
“당장 사지를 잘라 죽이고 싶은 마음이나, 지금 너에게 묻고 싶은 것이 있다.”
주정천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반드시 이 자리에서 입을 열어야만 할 것이다.”
단호한 경고였다.
원하는 대답을 하지 않을 시엔 나를 죽이겠다는.
“네. 말씀하십시오.”
“너희 둘은 사마련에서 온 놈들이냐?”
“그렇습니다.”
주정천으로선 당연한 의심이다.
정파와 사파, 그리고 천마신교까지. 현재의 무림은 삼분되어 있으며 정황상 천마신교는 아닌 것으로 드러났으니 결국 남은 것은 사파밖에 없다.
지금은 가장 그럴듯한 대답을 해야만 한다.
이 질문에 부인을 한다면 이야기는 더욱 꼬여 버릴 테니까.
“순순히 밝히지 않을 거라 생각했는데. 무슨 수작인 것이냐!”
“수작이 아닙니다. 보고받으신 대로 저는 순순히 포로로 끌려 왔습니다. 천마신교에 제 몸을 의탁할 수 있었는데도 말입니다.”
“그래, 그것도 수상한 점이다.”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저희가 왜 이런 짓을 벌였는지를 말입니다.”
위험을 무릅쓰고 내 발로 직접 무림맹으로 향한 것.
이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결과가 이렇게 될지는 몰랐지만 말이다.
“말해 보아라. 믿고 안 믿고는 내가 판단할 터이니.”
콰아앙!
그리고 주정천은 자신의 검을 빼 들어 바닥에 내리꽂았다.
“그리고 네놈이 내가 믿을 수 없는 대답을 한다면, 이 검은 바로 네놈의 심장을 꿰뚫을 것이다!”
지금 주정천이 내뿜고 있는 살기에는 단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위압감이 서려 있다.
사부와 혈마를 제외한다면 내가 만난 최고수의 인물. 한번 겨뤄 보고 싶은 욕구가 솟구치지만, 아직은 꾹꾹 눌러야만 할 때다.
나는 잠시 뜸을 들인 후 입을 열었다.
– 261화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