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Exclusive Tower Guide RAW novel - Chapter (265)
265화
이번 39층은 2인 파티 플레이.
제나의 조언에 따라 여성 플레이어를 동료로 삼았다.
세용이 녀석은 나에게 또 배신을 당했다며 억울해한다.
“와! 진짜 호영이 형! 또 신주아야?”
“또 신주아냐니. 38층은 이설 씨랑 했잖아.”
“어쨌든 또 여자잖아! 남들은 목숨을 걸고 탑을 오르는데, 아주 혼자만 의자왕이네?”
이놈의 억지에는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
“알겠다 인마. 만약 40층도 파티 플레이면 무조건 너랑 한다. 됐지?”
김세용 이놈은 생긴 건 산도적같이 생겨 가지고 갈수록 잘 삐친다.
그나저나 우리 동료들, 39층에서도 무사할지 살짝 걱정이 된다.
이번 39층의 군주 ‘바람의 군왕’은 여자들만 편애한다고 하는데, 다들 부디 잘 살아남길 바랄 뿐이다.
[39층으로 이동합니다.]이번 한 층만 넘기고 나면 곧바로 피의 날.
아는 게 병이라고 고민만 많아진다.
* * *
[바람의 군왕이 39층의 일부를 재구성합니다.] [당신의 파티는 재구성된 공간에서 39층을 시작할 예정입니다.]도대체 무슨 농간을 부리려고.
어떤 일이 펼쳐질지는 모르겠으나, 아마도 신주아는 나랑 함께 있다가 뭔가에 휘말리려는 모양이다.
현재 나의 호감도는 -95.
그냥 길을 걷다가도 벼락을 맞을까 걱정이 될 정도다.
[39층의 재구성이 완료되었습니다. 이제 39층을 시작합니다.] [30일간 생존하십시오.]상당히 긴 기간이다.
암전이 끝나고 세상이 다시 환해졌을 때, 우리는 낯선 얼굴들을 볼 수 있었다.
새하얀 무(無)의 세상. 우리를 포함해서 남자 넷에 여자 넷.
머리 위에 이름과 레벨이 표시되어 있는 걸 보니 모두 지구 출신의 플레이어들이었다.
“방금 뭐였지?”
“혹시 다들 똑같은 메시지를 받고 온 거야?”
“39층의 재구성이라고 했던 거 같은데!”
다들 비슷한 처지.
상태창을 스캔해 보니 눈에 띄는 공통점이 있다.
남자들의 호감도 상태가 최악이라는 것.
-74, -92, -88.
마이너스도 그냥 평범한 마이너스가 아니다.
그리고 하나 더.
‘난다 긴다 하는 플레이어들이 다 모인 건가?’
레벨이나 스탯 수치가 비정상적으로 높기도 하고, 재미난 칭호를 달고 있는 녀석들이 있다.
39층의 군주는 도대체 여기서 뭘 시키려는 것인지.
“어! 저길 봐!”
모두가 동시에 볼 수 있었다.
우리가 있는 이 새하얀 공간에 탑 하나가 생겨난 것을.
[티탄의 8층 탑을 클리어하십시오.]“탑 속에 탑?”
“39층을 재구성한다더니 이거 때문이었나?”
그리고는 탑의 메시지가 쉴 새 없이 이어졌다.
[1층부터 7층까지의 각 층들은 단 하나의 파티만 도전할 수 있으며, 마지막 8층은 모든 파티가 참여합니다.] [두 개 파티가 도전을 위해 경합할 시에는 정해진 룰에 따라 도전권이 부여됩니다.] [단, 이전 층을 클리어한 파티는 반드시 다음 층에 도전해야 합니다.] [제한 시간: 7일] [실패 시: ???]메시지 폭탄으로 정보를 때려 박는 수준.
하지만 놀랍게도 이 불친절한 설명에 아무도 동요하는 기색이 없다.
‘역시 에이스들만 모인 건가?’
이쯤 되면 설명충 하나가 등장하는 것이 클리셰.
그 역할을 굳이 내가 할 필요는 없다.
“다들 이해했지? 티탄의 8층탑을 클리어한다고 해도 39층이 끝나는 것은 아닐 거야. 제한 시간이 서로 다르니까.”
설명충 지원자는 장제훈.
살성이다. 그와 함께 온 여자 동료도 살성이고.
다들 고개를 끄덕이자, 그는 계속해서 말을 이어 갔다.
“그리고 어느 파티가 한 층을 공략하게 되면, 해당 층은 모두에게 클리어. 예를 들어 내가 1층을 클리어해 버리면 너희들은 1층을 공략할 기회가 사라지는 건데 이해했지?”
장제훈 녀석은 무슨 대단한 이야기라도 하는 듯이 잘난 표정을 짓는다.
“그런데 네가 기회라고 표현한 것은 각 층마다 보상이 있다고 생각하는 건가? 무임승차가 좋은 포지션일 수도 있잖아.”
이번에 입을 연 것은 민지연.
‘절대 체력’의 특성을 보유했는데, 피통이 장난이 아니다.
저 정도면 무방비로 와이번의 브레스를 맞아도 죽지 않을지 모른다.
“그거야 누가 알겠어? 하지만 탑의 메시지는 두 개 이상의 파티가 경합하는 상황을 가정하고 있잖아? 그게 왜겠어!”
나도 같은 생각이다.
탑은 보상이 확실한 곳이니까.
또한 탑의 스타일을 고려한다면 무임승차라는 건 최악의 선택일 것이다.
“자! 그러면 1층에 도전할 파티부터 정해야겠군.”
장제훈의 말을 끝으로 잠시 침묵이 감돌았다.
저마다 본인의 파트너와 귓속말을 나눌 뿐, 선뜻 누구도 나서지 않는 모양새다.
자신이 없기 때문은 절대 아니다.
이들은 능력치만 미루어 봤을 때엔 각 구역에서 주인공 놀이를 깨나 했을 터.
결정적인 순간에 나서는 게 몸에 배어 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하나 더.’
규칙에 따르면 이전 층을 클리어한 파티는 다음 층에 반드시 도전해야만 한다.
다른 파티가 도전을 원할 시엔 경합 상황이 벌어지게 된다는 의미.
그런 상황들도 한번 지켜보고 싶은 마음이 있을 것이다.
오랜만의 반가운 소식이다.
[각 층마다 마나를 높여 주는 클리어 보상이 기다리고 있습니다.]공략집은 내 고민을 덜어 주었다.
마나는 내가 가장 원하는, 필요로 하는 것이니까.
나는 신주아와 눈빛을 한번 교환했다.
서로의 뜻을 확인했으니 바로 액션을 취하기로 했다.
“1층은 우리가 도전할게.”
내가 손을 들자, 모두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우리에게로 집중되었다.
“호오!”
“용감한데?”
이럴 때 흔히 나올 법한 레퍼토리는 일어나지 않는다.
이쯤에서 나의 낮은 레벨을 보고 무시하는 놈이 한 명 정도는 나와 줘야 정상인데 말이다.
그저 다들 여유로운 주인공 포스로 나를 지켜보고 있을 뿐이었다.
‘어디 얼마나 하나 보자’라는 눈빛과 함께 말이다.
“그럼 다른 도전자는 없는 거로 알고, 우리가 먼저.”
예상대로 우리를 막는 다른 파티는 없었다.
1번 타자는 탐색용으로 버리는 카드인 셈.
미안하지만 이들에게 주인공 놀이를 할 기회는 없을 것이다.
* * *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신주아가 밑도 끝도 없이 묻는다.
“뭐가?”
“아마 밖에서는 우리의 1층 공략 모습을 지켜보고 있을 겁니다. 그러니 힘을 다 드러내실 것인지를 묻는 겁니다.”
“넌 어느 쪽을 원하는데?”
“솔직히 저는 보고 싶은 마음이 있습니다. 38층 이후 달라진 당신의 진면목을 말입니다.”
“눈치챘어?”
역시 신주아의 눈은 속일 수 없다.
내가 폭렙을 한 것도, 마나가 대폭 늘어난 것도 아님에도 말이다.
“하지만 그것은 저의 바람일 뿐, 조금은 숨기고 있는 것이 이로울 거라 생각합니다. 다른 플레이어들도 그럴 테니 말입니다.”
“알겠어.”
우리가 1층 안으로 깊숙하게 들어오니, 드디어 퀘스트가 공개된다.
[문 너머에 존재하는 티탄을 처리하십시오.]1층답게 아주 심플한 퀘스트.
우리에게 생소한 티탄이라는 존재를 공개하는 튜토리얼일지도 모른다.
나는 부담 없이 바로 문고리를 돌렸다.
우리가 걸어온 통로와는 달리 드높은 층고와 거대한 석실이 우리 앞에 모습을 드러낸다.
그리고 석실의 중앙에는 석상처럼 서 있는 괴물이 보인다.
티탄이었다.
‘강하군.’
피부 조직은 골렘과 유사하고, 사이즈는 오우거 쪽에 가깝다.
하지만 몬스터는 아니다.
굳이 표현하자면 인외의 종이며, 몬스터들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마나의 기운이 느껴진다.
이곳에 티탄이 단 하나만 존재하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처리하고 올게.”
나는 성검을 빼 들고는 티탄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갔다.
녀석의 눈동자가 돌아가며 나를 내려다본다.
눈빛에서는 아무런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다.
이런 모습은 조금 둔해 보이기까지 한다. 물론 움직임까지 둔할 리는 없겠지만.
‘그나저나 내가 이렇게 다가가는데, 아직도 안 움직여?’
아직 가만히 서 있기만 할 뿐이지만, 티탄의 전투 방식이 머릿속에 그려지는 것만 같다.
저 강철 같은 피부로 보아, 온몸의 무기이자 방어구라는 것을 알 수 있으며, 은은하게 흘러나오는 저 질펀한 마나는 순간적으로 증폭되어 티탄의 온몸에 가속을 일으킬 것이다.
결코 쉬운 상대가 아니다.
스윽!
스으으윽!
나는 티탄과의 거리를 충분히 좁힌 후, 성검을 종으로 한 번, 횡으로 한 번 휘둘렀다.
티탄의 몸체에 그려지는 열십(十)자 모양.
휘두른 성검을 내려놓자 티탄은 그대로 주저앉아 버렸다.
[1층을 클리어하였습니다.]4등분된 몸체에서는 마나가 뿜어져 나오며, 나에게로 이전되었다.
클리어 보상이 이런 식이었던 것.
전투만큼이나 아주 심플했다.
* * *
예상대로 이곳에 남은 이들은 우리의 1층 공략 과정을 지켜보고 있었다.
표정은 여전히 여유롭다.
모두 본인들이 주인공들일 테니까.
“솜씨가 상당한데? 동네 마실 다녀오듯 티탄을 쓰러뜨리고 온 거잖아!”
“공유 좀 해 봐. 티탄을 가까이서 본 소감이 어땠는지.”
날 견제하는 느낌은 전혀 없다.
오히려 날 띄워 주고 있다.
선발대를 향해 우쭈쭈 해 주는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티탄은 이전까지 상대해 온 몬스터들과는 상당히 달라. 품고 있는 마나 자체도 엄청나지만, 마나가 흐르는 느낌이 플레이어 같다고나 할까?”
“무슨 뜻이지?”
“마나를 운용하는 능력이 상당히 능수능란하다는 얘기야. 어쩌면 플레이어들처럼 스킬을 쓸 수 있을지도 모르지.”
“그 짧은 시간에 그게 느껴졌다고? 그냥 단칼에 베고 온 거 아니었나?”
“가까이에서 대면하게 되면 바로 느낄 수 있을 거야. 티탄이 뿜어내는 밀도 높은 마나의 기운을. 결코 약한 상대가 아니야.”
내가 말을 맺자 한 녀석이 호탕한 리액션을 보낸다.
“와하하하! 이 얘기는 결국 본인이 엄청난 걸 잡았단 거잖아! 그것도 아주 쉽게!”
유지훈. 절대 근력의 특성을 보유한 권법가.
나를 허세충 쯤으로 생각하는 말투다.
“나는 그저 보고 느낀 걸 말해 줬을 뿐. 그걸 받아들이는 것은 너희들의 몫이겠지.”
“그래. 어쨌든 수고했어. 이호영 네 덕분에 티탄이란 놈에 대해 알게 되었군. 그런데 보상은 없었어? 눈에 보이는 건 없는 거 같던데.”
“있었어. 티탄이 가지고 있던 마나의 일부를 흡수하는 방식이었지.”
만족스러운 보상이었다.
대단한 양은 아니지만 이제 겨우 1층. 앞으로 보상의 규모는 더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지금처럼 티탄이 하나만 등장하는 경우는 앞으로 없을 테니까.
“오오! 그렇단 말이지?”
이제 모두의 관심사는 탑의 2층에 대한 도전.
나와 신주아는 1층을 클리어했기에 자동 지원이다.
그리고 이제는 주인공들도 슬슬 움직일 타이밍일 터.
분명 우리 외에 또 누군가가 2층 클리어를 원할 것이다.
“이번에는 우리도 한번 도전해 보려고 하는데.”
도전 의사를 표명한 건 유지훈의 파티였다.
절대 근력의 유지훈, 절대 체력의 민지연.
어떻게 이런 조합이 한 구역에 있었는지 신기할 따름이다.
두 사람은 마치 주인공 같은 표정을 지으며 우리를 향해 걸어온다.
[두 파티의 경합 상황이 발생하였습니다.] [경합에서 승리한 파티만이 2층에 대한 도전권을 얻으며, 패배한 파티에게는 페널티가 부여됩니다.]경합의 규칙이 관건.
물론 어떤 규칙으로 대결을 하든지 질 자신은 없다.
– 266화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