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Exclusive Tower Guide RAW novel - Chapter (267)
267화
또다시 들어온 티탄의 8층 탑.
2층이 1층과 가장 달라진 점은 바로 공간의 규모였다.
1층이 보스룸만 달랑 있는 심플한 배경이었다면, 2층에서는 공간 왜곡이 걸려 있어 꽤 긴 거리를 이동해야만 한다는 것.
물론 그 여정 속에서 우리는 꽤 많은 전투를 치러야만 했다.
‘티탄의 병사들. 이라고 해야 하나?’
몬스터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인간도 아닌 인외종 병사들이 끊임없이 튀어나와 우리를 가로막았다.
퍼어억!
퍼어어억!
그리하여 오늘은 오랜만에 캥수가 몸 푸는 날.
캥수의 펀치가 한 번씩 흩날릴 때마다 인외의 잡것들은 추풍낙엽처럼 쓰러져 간다.
지혜의 나무가 주는 효과는 캥수에게도 영향을 미치고 있었기에, 스킬에 대한 이해도가 비약적으로 상승하는 중.
“캐애앵!”
캥수는 레벨업 아닌 레벨업을 미친 듯이 달성하고 있었다.
거기에 잠시 후 신주아가 가세했다.
“저도 좀이 쑤셔서 말입니다.”
덕분에 나는 산책을 하며 2층의 긴 통로를 유유히 걸어가는 중이다.
8층까지 가야 할 길이 아직은 많이 남았지만, 만약 앞으로도 이런 식이라면 탑 자체의 공략보다는 다른 플레이어와의 경합이 메인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티탄의 제왕이 던지는 창을 피했던 일이 수십 배는 더 힘들었으니까.
‘호감도의 영향도 아직은 없군.’
남자들에 한해서라면 다른 파티의 플레이어들도 호감도는 최악의 수준.
어쩌면 이 티탄의 8층 탑은 군주의 개입 없이, 우리끼리 정해진 룰 안에서 자멸하도록 만들어졌을지도 모른다.
경합이 계속된다면 누군가의 스탯은 계속 깎여 나갈 테니까.
‘물론 8층은 예외.’
잠깐 맛보았을 뿐이지만 제왕의 힘은 실로 놀라웠다.
엄청난 거리의 타깃을 향해 수백 발의 창을 정확하게 날린 능력은 절대로 보통의 것은 아니다.
다른 층과 달리 8층만은 모든 파티가 동시에 협력하여 공략하도록 한 이유가 있을 터.
하지만 어찌 되었든 2층의 공략은 아주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었다.
그리고 드디어 도달한 보스룸.
이 문 뒤에는 무엇이 있을지 모르겠으나 그리 대단하진 않을 것이다.
“캥수야, 네가 혼자서 해 볼까?”
“캐애앵!”
캥수는 의욕을 불태웠다.
내가 머리를 쓰다듬어 주며 파이팅을 해 주자, 녀석은 보스룸의 문을 발로 차며 위풍당당한 걸음으로 입장한다.
‘역시 또 티탄이군.’
1층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 조금 더 크고 조금 더 많은 마나를 품고 있다는 것.
쉬운 상대는 아니지만, 캥수라면 잘 해낼 수 있을 것이다.
캥수는 이미 평범한 펫이 아니다.
* * *
“펫이 있었어?”
다들, 나를 검투사로 알고 있었을 테니 이번 2층에서 공개한 캥수에 놀란 반응이다.
“어, 탑에도 투잡이라는 게 있더군. 조련사도 겸하고 있는 중이지.”
“투잡이 가능한 건 알고는 있었는데, 겸업은 효율이 많이 떨어지는 거 아니었나? 밸런스가 무너지면 주종목 하나에만 집중하게 되니까 말이야.”
물론 나에겐 해당되지 않는 이야기다.
캥수는 알아서 잘 성장했고, 이 녀석이 있다는 이유로 내가 검술에 소홀하지도 않았다.
결국 어떤 스타일의 펫을 분양받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문제.
“펫이 꽤 쓸 만한가 봐?”
“이 정도로 키우려면 꽤 많은 경험치를 몰아줘야 했을 텐데.”
내 레벨이 낮은 이유도 결국 그런 식으로 해석이 되었다.
본의 아니게 잘 끼워 맞춰진 셈이다.
그리고 다음의 주제는 자연스럽게 3층에 대한 도전권으로 넘어갔다.
우리는 지난 두 층을 독식하며 적지 않은 마나 보상을 받았다.
특히 2층은 1층 때와 비교해서 조금 더 괜찮은 수준.
지금까지는 상황을 지켜보며 방관하던 다른 파티 쪽에서도 슬슬 욕심을 내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이미 나에게 패한 적이 있는 유지훈과 민지연은 바로 도전을 선언했다.
“우리는 이번에도 도전하여 지난번의 패배를 만회할 생각이다.”
경고를 해도 소용이 없을 줄은 이미 알고 있었다.
우리에게 스탯을 기부하겠다니 환영할 일.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에게 운이 따르긴 했었지. 내 절대 감각을 절묘하게 사용할 수 있는 종목이 걸렸으니까.”
“종목 때문이었다고 변명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그 단호함과 달리, 패배를 오롯이 인정하지 못하는 마음을 잘 알고 있다.
그동안 다른 플레이어에게 밀려 본 적이 없었을 테니 당연한 일이다.
“이번에는 우리도 참전할 생각이다.”
살성 장제훈. 그리고 그의 파트너인 살성 정혜성.
이들도 도전을 선언하며 경합의 양상을 3파전으로 만들었다.
스탯으로 보든 스킬로 보든 이쪽이 확실히 더 강하다.
[세 파티의 경합 상황이 발생하였습니다.] [경합에서 승리한 한 파티만이 2층에 대한 도전권을 얻으며, 패배한 파티에게는 스탯 페널티가 부여됩니다.]이번에는 스탯 페널티라고 못을 박는다.
“승리한 파티가 스탯 포식을 하겠군.”
장제훈은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3파전으로 대결이 펼쳐지니 2층의 경합과 같은 방식이라면, 승리할 경우 무려 10스탯 포인트의 증가.
이건 상당히 크다.
[대결 종목 선정을 위한 랜덤 주사위가 돌아갑니다.]장제훈은 뭐가 나와도 상관없다는 듯, 여유로운 표정.
하지만 민지연의 얼굴에는 초조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녀에게 행운을 가져다주는 테미스의 반지가 이미 한번 배신을 했기 때문.
이번에도 설마? 하는 마음이 들겠지만 그 설마가 맞을 것이다.
니케가 지는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을 테니까.
[대결 종목이 선정되었습니다.] [잠시 후 차원의 도플갱어가 소환됩니다.]“차원의 도플갱어?”
이어진 탑의 메시지를 통해 의문은 곧 해소되었다.
“지금 이 얘기는 우리를 대신해서 싸울 도플갱어를 소환해 낸다는 거지?”
“맞아. 그리고 그 도플갱어는 지금까지 우리가 탑을 오르며 만난 타차원의 인물이나 몬스터들이고.”
한 가지 조건이 애매하긴 했다.
바로 도플갱어로 소환해 낼 수 있는 대상에 대한 것.
우리가 직접 싸워 본 적이 있어야 하며, 최소한 대등한 상대여만 인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사부나 혈마 같은 경우는 내가 대련을 해 본 적이 있으나, 대등하게 싸우지 못했으니 그들의 도플갱어를 불러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의미.
‘그렇다면 내가 사냥했던 최상위 몬스터 종은…….’
일말의 의심 없이 와이번이다.
크라켄도 강하긴 했지만, 바다라는 지형적인 조건이 없다면 역시 가장 어려웠던 상대는 와이번.
나의 모든 스킬과 아이템을 덕지덕지 발라서 간신히 상대할 수 있었던 그 괴물의 도플갱어를 여기로 불러온다면, 아마도 엄청난 파장을 불러올 것이다.
여기 모인 녀석들도 자신의 구역에선 난다 긴다 했겠지만, 와이번을 상대할 수 있는 도플갱어를 불러올 공산은 크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 탑에서 만약이란 걸 절대 무시할 수 없지.’
어떤 기연이 겹쳐져서 일시적으로 굉장한 걸 사냥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가급적 와이번보다 좀 더 윗급의 안전빵이면 좋겠다는 생각.
떠오르는 얼굴이 하나 있긴 하다.
‘그런데 과연 가능할까?’
어느 정도 대등한 싸움이었는지 판정하는 것은 오롯이 탑의 몫. 내가 밀렸던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 * *
[도플갱어 소환 대상이 확정되었습니다.]다들 만족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특히 민지연.
테미스의 반지를 보며 흐뭇한 웃음을 짓고 있는 모습이, 도플갱어의 소환 전부터 승리를 확신하는 듯했다.
[랜덤 주사위가 돌아가며 대결을 위한 대진표가 만들어 집니다.] [1개 파티는 부전승으로 결승에 오릅니다.]또다시 랜덤 주사위.
그렇다면 결과는 뻔한 일이다.
[부전승은 이호영-신주아 파티입니다.]역시 이변은 없었다.
민지연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는가 싶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짓는다.
대진표 자체는 승부에 영향을 주지 않을 거라 판단한 것.
과연 어떤 도플갱어이기에 이토록 자신만만한 것인지 궁금해 졌다.
지이이잉-
두 곳에서 동시에 공간이 찢어지며, 각자의 장기말이 등장한다.
여유 있게 1회전 승부나 감상해야겠다.
“우리가 소환한 것은 카우렌이라는 몬스터다.”
유지훈이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차원의 도플갱어를 소개했다.
처음 보는 몬스터 종이다.
상체는 황소의 형상을 하고 있는 이족보행의 괴물.
기감을 일으켜 녀석이 가진 힘을 가늠해 보니, 유지훈과 민지연이 자신을 가질 만했다.
‘뭔가 기연이 있었던 모양이군.’
유지훈이 본인의 능력치를 초과하는 몬스터를 잡은 것.
크아아아앙!!
카우렌은 마치 자신의 포스를 뽐내기라도 하듯 괴성을 지른다.
번외 경기로 캥수와 한번 붙여 보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
하지만 놀라운 기연은 또 다른 곳에서도 있었던 모양이다.
이번에는 장제훈이 입을 열었다.
“우리가 소환한 것은 아이딘이라는 검객이다. 노게아 대륙에서 제일검이라 불리었던 그 세계관의 최강자였지.”
“오랜만이군. 장제훈.”
“어! 소환해 응해 줘서 고마워. 뭐, 이런 인사가 본체에게 전달되진 않겠지만 말이야.”
“그런데 내가 싸워야 하는 것이 저 괴물인가?”
아이딘의 도플갱어는 기계적인 말을 뱉어 내며, 카우렌 쪽을 한번 바라본다.
상당한 내공이 느껴지는 고수.
살성에게 어떤 특전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으나, 장제훈의 스탯과 아이템만으로는 절대 맞설 수 없는 상대인 건 분명한 일이다.
만약 내가 소환하는 것이 와이번이었다면 위험할 뻔했다.
[첫 번째 시합이 시작됩니다.]탑의 메시지와 동시에 카우렌의 코에서 김이 새어 나오며, 마나가 증폭되었다.
“호오! 벌써부터 광폭화를?”
유지훈이 미소를 짓는다.
카우렌은 그러한 기대에 부응이라도 하는 듯, 아이딘을 향해 질풍 같은 질주를 시작했다.
거대한 몸집을 감안하면 믿겨지지 않는 속도.
둘 간의 거리는 점점 더 빠르게 좁혀지고 있었다.
“어떻게 보십니까?”
“신주아, 너도 느끼고 있잖아. 저 둘 간의 격차를.”
“그렇긴 합니다만, 지금 싸우고 있는 둘 모두 저보다는 강한 존재들. 아무리 제게 특별한 직감이 있다 한들 틀릴 수도 있어서 말입니다.”
“틀리지 않았어. 명백한 미스 매치야.”
아이딘은 놀랄 만큼 강하다.
“예전에 거울 세계에서 만났던 듀퐁 기억하지? 그 정도 급의 고수야.”
서거어억!!
아이딘의 사선 베기에 카우렌의 뿔 두 개가 동시에 잘려 나간다.
녀석이 순간적으로 움츠리지 않았더라면 베인 것은 뿔이 아닌 모가지였을 터.
유지훈과 민지연의 동공이 쌍으로 지진을 일으키기 시작한다.
“그럼 저희에게는 쉽지 않은 승부가 되는 것입니까?”
“신주아, 정말로 그렇게 생각해?”
“당신이 소환해 내는 것이 무엇인지는 아직 알려 주지 않으셨으니 말입니다.”
“검 대 검으로 좋은 승부가 될 거야.”
“사람이군요.”
“그래. 최근에 만났던 절대고수였지.”
카아아아앙!
그 순간 괴로운 비명 소리가 울려 퍼진다.
아이딘의 검이 카우렌의 한쪽 눈을 꿰뚫은 것.
승부는 이미 났다.
유지훈과 민지연은 하늘을 바라보며 한숨만 내쉴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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