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Exclusive Tower Guide RAW novel - Chapter (271)
271화
최현조에게 유지훈을 불러오라고 심부름을 시킨 건, 무력으로 갑질을 하려는 이유가 아니었다.
그 두 사람이 접선을 했을 때 어떤 분위기를 형성하는지 보고 싶었기 때문.
“설마 이 정도 거리에서도 대화를 들을 수 있으신 겁니까?”
“당연히 아니야. 절대 감각이 그 정도 능력이라면 밸런스 붕괴겠지.”
하지만 두 사람이 어떤 제스처를 사용하는지, 그리고 얼마나 오랜 시간 이야기를 하는지 정도는 알아볼 수 있다.
가능성은 낮지만 두 파티가 서로 충돌을 할 가능성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물론 그 경우에는 내가 빠르게 개입을 해야 하겠지만.
“얘기가 벌써 끝났나 보군요.”
생각보다 두 사람의 대화는 길지 않았다.
서로 복잡한 이야기를 나눌 정도의 시간은 소요되지 않았던 것.
“역시 두 파티 간에는 미션의 접점이 없는 모양이야.”
“그렇다면 유지훈이 소환에 응할 지의 여부가 더 중요해졌습니다.”
“그런 셈이지.”
유지훈이 정말로 우리와 대화를 하기 위해서 여기로 올 것인가. 이걸 확인하는 것 역시 중요한 체크포인트였다.
그가 받은 미션의 내용에 따라 거부할 가능성도 있었기에.
저 멀리서 유지훈은 나를 향해 가운뎃손가락을 내민다.
“거부로군.”
이 상황을 설명하는 여러 가지 경우의 수들이 머릿속을 떠다니기 시작한다.
물론 모든 가능성에는 대응할 수 없기에 과감하게 쳐 낼 것은 쳐 내야 한다.
“신주아, 너는 무슨 이유 때문이라고 생각해?”
그녀는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이내 결론을 내놓았다.
“우리의 판단을 흐리기 위한 속임수이거나…….”
“아니, 저 녀석은 그렇게 복잡한 캐릭터가 아니야. 그리고 또?”
“유지훈이 접선하길 원하는 건 우리가 아닌 장제훈 쪽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 봤습니다. 최현조처럼 말입니다.”
“나 역시 그쪽이 아닐까 싶어. 우리가 처음 중앙 지점을 점거했을 때만 해도 유지훈은 다 함께 모이자는 제스처를 취했으니까.”
역시 키포인트는 장제훈일 가능성이 크다.
녀석에게 부여된 미션은 PK 1회 달성.
그리고 현재로선 최현조와 유지훈 모두 어떤 형식으로든 장제훈의 미션과 연결되어 있을 공산이 크다는 것. 이제부터는 이를 전제로 모든 상황에 대응을 할 생각이다.
“하지만 우리를 거치지 않고서는 장제훈을 만날 수 없습니다. 유지훈도 돌아가는 분위기를 본다면 분명 파악했을 텐데, 우리와의 대화를 거부했다는 건…….”
“두고 보면 알게 되겠지. 유지훈도 가만히 있지만은 않을 테니까.”
[남은 시간: 2시간 11분]* * *
시간이 흘러 어느덧 남은 시간은 31분.
놀랍게도 네 파티 간의 대치 상황은 100분이 넘도록 지속되고 있었다.
물론 이 상황에는 우리의 지분이 컸다.
정확히 중앙 지점에서 서로 간의 통행을 견제하고 있었으니까.
거기에 장제훈의 파티도 나의 뜻에 완전히 동조하며 현재의 자리만 지키고 있으니 이 균형은 좀처럼 깨지지 않았다.
‘하지만 뭔가 이상해.’
나에게 당한 최현조는 그렇다 쳐도 유지훈까지 이렇게 가만히만 있는 건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제 느낌상 이대로 끝날 거 같진 않습니다.”
꼭 신주아의 직감 때문이 아니라도, 나 역시 동의하는 바이다.
방금 전부터 수상한 낌새가 스믈스믈 올라오고 있었으니까.
“지금 상황은 정중동(靜中動)이야. 뭔가 기류가 달라졌어.”
[남은 시간: 30분]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유지훈과 최현조의 파티가 동시에 움직이기 시작한다.
불현듯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가는 생각 하나가 있다.
“약속된 움직임입니다!”
내가 최현조를 유지훈에게 보냈던, 그 짧은 시간 동안 교감이 이루어진 것이 틀림없다.
그 둘은 합의하에 카운트다운을 30분이 되는 지점으로 잡은 것.
“양 갈래로 흩어지고 있군!”
나를 피해 동선을 크게 돌며 이동하려는 것이다.
목적지가 어디인지는 명확하다.
장제훈이 있는 곳.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다.
하나는 우리가 장제훈 쪽으로 미리 합류를 하는 것.
또 다른 하나는 신주아와 나 역시 두 갈래로 나누어져 저들을 중간에서 저지하는 것.
‘아무래도 전자는 위험 부담이…….’
저 두 파티의 미션이 정확히 무엇인지 모르는 상태에서 모두가 한 장소에 모이는 상황은 좋지 않다.
결국 안전한 방법은 중간에서 저지를 해야 한다는 결론.
그런데 저들이 양 갈래로 전력을 나눈 형태가 흥미롭다.
최현조, 송수빈, 유지훈이 한 갈래.
민지연 혼자 반대쪽 갈래로 이동하고 있다.
‘나쁘지 않은 작전이군.’
두 갈래 중 하나는 나와 마주칠 수밖에 없다.
내가 세 사람 쪽을 맡는다면, 그 셋은 온 전력을 다하여 나를 죽이고자 할 것이고, 반대로 내가 민지연 쪽을 맡는다면, 그녀는 절대 체력으로 시간을 벌며 반대쪽의 세 사람이 장제훈 쪽으로 도달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작전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들이 간과하고 있는 사실이 하나 있다.
‘고작 세 명으로 날 막겠다?’
나와 겨뤄 본 최현조가 그 정도면 되겠다는 판단을 내린 모양인데, 잘못 짚어도 한참 잘못 짚었다.
“신주아. 네가 민지연 쪽을 맡아.”
“네. 바로 출발합니다.”
신주아가 속력을 높이며 민지연 쪽을 쫓기 시작한다.
일대일의 상황이라면 신주아는 능히 민지연을 상대할 수 있기에 믿고 맡길 수 있다.
그럼 이제 나도 반대쪽으로.
지루했던 경합도 이제 막바지를 향해 가고 있다.
* * *
[PK 1회 달성에 실패하여 장제훈, 정혜성은 탈락하였습니다.]이들의 미션은 내가 알아낸 그대로였다.
이미 장제훈을 포섭했기에 이것은 예견된 결말.
내 관심사는 나머지 두 파티가 부여받은 미션이었다.
[장제훈 암살에 실패하여 최현조, 송수빈은 탈락하였습니다.]“젠장!”
최현조는 분통을 터뜨린다.
이들의 미션은 지정 PK.
자유도가 많이 떨어지기에 쉽지 않은 임무임은 분명하다.
내가 아니었다면 가능할 수도 있었겠지만.
“나를 죽이는 게 미션이었다고? 와! 진짜 탑 너무하네. 그런데 최현조! 너희 둘이 정말 날 죽일 수 있다고 생각한 거야?”
“원한다면 지금이라도 확인시켜 줄 수 있다.”
“사양할게. 농부랑은 급이 안 맞아서 못 싸워.”
“개자식이!”
가장 궁금한 건 유지훈 쪽이다.
도대체 이놈의 미션이 뭐였기에 고작 30분을 남겨 놓고 처음 움직인 것인지.
[PK 지원 사격에 실패하여 유지훈, 민지연은 탈락하였습니다.]지원 사격.
한마디로 싸움이 난 곳에 찾아가 숟가락을 얹으라는 건데, 미션 내내 소극적인 이유가 이 때문이었다.
물론 마지막 순간에는 유지훈이 큰 기대를 할 만도 했다.
3 대 1로 나를 상대할 때에는 정확히 그 조건에 부합되었으니까.
“이럴 줄 알았으면, 차라리 배신을 하고 이호영을 도울 걸 그랬어!”
“뭐? 이런 개자식이!”
“내가 이호영 쪽으로 붙었으면 바로 PK 성공이었을 텐데 말이야.”
유지훈의 빈정거림에 최현조는 또다시 흥분 모드에 돌입한다.
하지만 유지훈은 또 잘못 짚었다.
나에게 PK를 할 의도 따윈 전혀 없었으니까.
“결국 제한 시간 내에 PK가 발생하지 않았어.”
“그럼 모든 파티가 미션에 실패한 건가?”
“경합 종목을 바꿔서 다시 하지 않을까 싶은데!”
사람들이 설왕설래할 때쯤 탑의 메시지 하나가 더 전송된다.
[모든 PK 상황을 봉쇄하여 이호영, 신주아가 7층에 도전합니다.]“뭐?”
“이런 미션이었다고?”
따지고 보면 가장 어려운 미션이었다.
모두가 PK를 위해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는 틈바구니에서 경찰 노릇을 해야만 했으니까.
미션에 실패한 여섯 명 각각에게는 가혹한 메시지가 전해진다.
[스탯 포인트가 랜덤으로 -20 하락합니다.]이미 예고된 대로 두 배의 페널티.
곳곳에서는 허탈한 탄식 소리가 들려온다.
그러니까 이들은 내 경고에 귀를 기울였어야 했다.
7층까지 나 혼자 쭉 클리어할 수 있도록.
[스탯 포인트가 랜덤으로 +30 상승합니다.]그리고 신주아와 나에게 전송된 메시지는 아주 달콤한 것이었다.
* * *
7층의 보스 룸에서 대기 중인 티탄은 존재감 자체가 이전의 티탄들과는 많이 달랐다.
물론 티탄이 강하면 강할수록 우리에겐 환영할 일이다.
그만큼 보상의 수준도 높아지니까.
“이번에도 혼자 도전해 보겠다고?”
“어차피 당신에게는 별 의미 없는 상대이니 말입니다.”
“그렇긴 하지.”
8층에서 기다리는 티탄의 제왕이라면 모를까 일반 티탄은 나의 상대로서는 격이 맞지 않는다.
현재의 나는 무림맹주와 싸웠을 때보다도 확연히 강해져 있다.
본의 아니게 다른 파티들로부터 스탯을 무더기로 빼앗아 왔으며, 티탄의 탑 6개 층을 클리어하며 적지 않은 마나 보상도 얻었으니까.
8층까지 다 마치고 나면 무림맹주와 좋은 승부를 펼칠 수준에 오를지도 모른다.
“그럼 먼저 들어가겠습니다.”
보스 룸에 앞장서 들어간 신주아는 거대한 티탄을 향해 돌진한다.
자신의 무릎 높이밖에 오지 않는 인간의 모습에 티탄은 가소로운 웃음을 지었다.
“조심해! 6층에 있던 놈보다 훨씬 강하니까!”
단 한 번의 공격 허용만으로도 위험해지는 승부.
신주아는 티탄의 주먹과 발길질을 요리조리 피하며 상대의 영역으로 파고들었다.
콰아악!
그러고는 티탄의 무릎에 도끼날을 박아 넣는다.
“크아아악!”
성난 티탄은 거대한 주먹을 내리찍지만, 애먼 바닥만 패일 뿐, 신주아는 이미 티탄의 머리 높이에 올라와 있었다.
그러고 보니, 신주아의 스탯 중 민첩이 상당히 높아져 있다.
물론 경합에서 승리한 보상의 효과.
‘랜덤인데 묘하게 몰빵이 됐군.’
결과적으로도 밸런스가 잘 잡히게 된 셈이다.
휘이이잉!
공중으로 뛰어오른 신주아는 티탄의 머리통을 향해 호쾌한 도끼질을 선사한다.
빠아아악!
신주아가 무난하게 이기는 싸움.
내가 괜한 걱정을 했던 것 같다.
* * *
[1시간 후, 티탄의 8층탑 마지막 층이 개방됩니다.]마지막 8층 도전을 위한 경합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곳에 있는 네 개의 파티 모두 이미 도전권을 부여받았으니까.
물론 현재의 분위기는 최악.
상태창을 보아하니 상태들이 처참하다.
다들 스탯이 수십씩은 갈려 나가 있는데, 이 중에서도 밸런스가 망가져 있는 장제훈의 상태가 가장 좋지 않았다.
“이호영, 나 좀 잠깐 봐.”
녀석이 결국 은밀한 대화를 요청했다.
“넌 대살성이니 지금의 내 상태를 보고 있지?”
“어. 절묘하게도 민첩만 30이 갈려 나갔군. 랜덤이라고 하더니 랜덤이 아닌가 봐?”
“놀리지 마라. 난 너의 제안을 믿고 지난 미션을 포기한 것이니까.”
장제훈이 포기하지 않았더라도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겠지만, 이 녀석 덕분에 한결 수월했던 것은 사실이다.
요지부동, 제자리에 있던 것만으로도 내겐 큰 도움이 되었다.
“용건은?”
“이제는 밝혀야지! 내게 손을 내민 이유. 그리고 구체적인 너의 플랜까지도.”
“기다리라고 했잖아.”
“내 스탯을 봐! 이런 능력으로 살성 노릇이나 제대로 하겠어? 마냥 기다리기엔 내 상태가 너무 처참하다고!”
“장제훈. 난 너에게 마음의 빚이 있다. 그러니 날 믿고 기다려.”
“그럼 당장 지금 8층은?”
“8층이 왜?”
“시치미 떼지 말고 무슨 얘기라도 좀 해 봐! 너한테도 메시지가 전송됐을 거 아니야!”
말하는 걸 보아하니, 살성에게만 뭔가 메시지가 전달된 것 같다.
그렇다면 이놈을 캐 보는 수밖에.
– 272화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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