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Exclusive Tower Guide RAW novel - Chapter (275)
275화
“카아아아아아아!!!”
성검에 목덜미를 찔린 릴디는 고주파의 신음성을 뱉어 낸다.
마나가 가득 실린 그녀의 괴성은 일종의 정신 공격이기도 했다.
나조차도 순간 정신이 아득해지며, 후속타를 넣지 못할 정도였으니까.
“죽여 버린다! 인간!”
릴디의 기세는 더욱 사나워졌다.
그녀의 두 다리에 달린 뱀들 역시 맹렬한 이빨을 드러내며 침을 흘린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캥수야! 넌 여기까지!”
“캥!
나는 하늘로 날아오르며 서둘러 캥수를 탑의 로비로 역소환시켰다.
지금 릴디가 풍기고 있는 마나의 기운은 티탄의 제왕을 여유 있게 능가하는 수준.
39층은 정말 살벌한 곳이다.
파바바바바바!
릴디의 머리카락들이 또다시 쏟아져 온다.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훨씬 더 매서워진 공격이다.
하는 수 없이 더 높이 날아오르며, 성검을 휘둘러 그녀의 공격을 방어해 냈다.
하지만 아쉽게도 온전한 방어는 무리다.
아직 충분히 거리를 벌리지 못했으니까.
타악-
타악-
타악-
몸 곳곳에 릴디의 머리카락이 꽂힌다.
온몸의 신경이 곤두서며 벼락 맞는 고통이 엄습해 왔다.
이런 상황에선 도저히 최대한 거리를 벌여야만 한다.
“내려와라! 인간!”
상냥하게 말해도 모자랄 판에 저 포악한 음성은 절로 뒷걸음을 치게 만든다.
또다시 펼쳐지는 지루한 대치 모드.
이전 상황과 비교한다면 얻은 것과 잃은 것이 있다.
최고의 수확은 그녀의 목덜미에 치명적인 자상을 입혔다는 것.
분명 시간이 지날수록 그녀의 고통은 더해질 것이다.
성검에 마나를 폭발시키며 목 주변을 헤집어 놓았으니까.
하지만 이제 같은 전략은 사용할 수 없으며, 팔라스의 방패 또한 더 이상은 무리라는 것이 문제다.
– 너에겐 제한 시간이 있다는 것도 크지.
성검 가이아는 내게 퀘스트의 남은 시간을 환기시켜 주었다.
만약 시간의 제약만 없다면, 내가 질 이유는 없다.
다시 팔라스의 방패를 사용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리면, 릴디의 몸에 훨씬 더 치명적인 공격을 넣을 자신이 있으니까.
하지만 방패의 수리를 위해서는 이제 꽤 긴 시간을 기다려야만 한다.
그사이 퀘스트의 제한 시간은 모두 도과할 테고 말이다.
“다시 승부수를 걸어 볼 생각이야. 너무 늦지 않게.”
– 믿는 구석은?
“치유 계열의 농작물들. 물론 이것만으로는 릴디의 공격을 온전히 견뎌 내진 못하겠지만, 살을 내주고 뼈를 취하면 되는 거잖아?”
– 살 전체가 도려 내질 수 있다는 게 문제지. 릴디의 공격은 그만큼 위협적이니까.
“그런 상대 입장에서도 마찬가지 아닌가?”
– 하긴. 최근의 넌 믿기지 않을 만큼 강해졌어. 릴리 같은 규격 외의 괴물이 등장하는 것도 다 네놈 탓이 아닐까 싶어.
“그래서 넌 돈 걸라면 어디에 걸겠냐?
– 흠, 그래도 쌓은 정이 있는데, 너에게 걸어 보겠다.
물론 성검의 말에는 사기성이 농후하다.
어차피 검의 몸으로 돈 걸 일은 없을 테니 공수표를 날려 보는 것일 터.
그래도 나를 선택했다는 것에서 좋은 느낌이 든다.
“자, 그럼 이제 다시 시작.”
그렇게 불도깨비의 방아쇠에 손을 가져다 대려는 순간이었다.
[마나수의 열매가 맺혔습니다. 언제든지 수확할 수 있습니다.]* * *
생각날 때마다 궁금했었다.
만약 나의 마나수에 열매가 맺히면, 과연 어느 정도의 마나를 품고 있을지.
기다림은 아주 길었다.
일반적인 마나수보다 과실을 맺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이 몇 배는 더 길었으니까.
심지어 이조차도 부스터를 달아서 소요된 시간.
– 크긴 더럽게 크네.
호박 두 개를 합쳐 놓은 듯한 크기의 마나수가 지금 내 눈앞에 나타나 있다.
이 안에 어느 정도의 마나가 함유되어 있는지는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 어쩌면 네가 감당할 수 없는 양일 수도 있어.
가능한 이야기다.
무림에서도 영약을 섭취하다 주화입마에 걸린 사례를 들어 본 적이 있으니까.
하지만 이에 대한 걱정을 말끔히 씻어 준 것은 지금 막 도착한 공략집이었다.
[마나수의 거대한 기운을 한 번에 당신의 것으로 만들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이 열매의 정순한 기운은 기존의 기운과도 이질감 없이 공존할 수 있습니다. 부담 없이 받아들인 후, 천천히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가면 됩니다.]“잘 봐.”
– 뭐야! 정말 몸속으로 밀어 넣으려고? 저 아래서 릴디가 입 벌리고 있는 절체절명의 상황에?
그러니 더욱 필요하다.
이 싸움을 빨리 끝낸 후에도 해야 할 일이 있으니까.
– 정말 먹어?
거대한 열매가 드디어 나의 몸속으로 들어온다.
긴장되는 순간이다.
오랜 기다림의 결실은 과연 어느 정도일지.
그리고 내가 마주하는 이 거대한 힘은 오늘 내게 어느 정도나 허락을 할지.
[섭취가 완료되었습니다.]그 과정은 생각보다 시끌벅적하게 일어나지 않았다.
– 야, 너 괜찮은 거 맞아?
빨리 릴디를 해치우고 운기조식을 하고 싶은 마음.
“아주 좋아.”
– 이거야 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네놈 몸 속에 들어가 확인을 해 볼 수도 없고!
이물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대해의 기운이 용솟음친다.
아직 내 것은 이 중 일부일 뿐이나, 첫 시작은 일단 아주 만족스럽다.
“확인시켜 줄게.”
– 확인? 뭘 어떻게 하려고!
나는 홍염의 불도깨비에 마나를 불어넣었다.
그리고는 가볍게 방아쇠에 손가락을 가져다 대었다.
딸각- 당겨지는 감각이 그 어느 때보다 경쾌하다.
타아아아아앙!
마탄이 발사될 때 느껴지는 손맛이 다르다.
확신할 수 있다.
이 거리에서도 릴디는 상당한 타격을 입으리란 걸.
그녀는 가슴에 마탄이 박히며 몸을 부르르 떨었다.
“캬아아아아아아아!”
대기를 뚫고 올라오는 고음파 괴성도 더 이상 나를 괴롭게 하진 않는다.
“확인됐어?”
– 어? 어……. 잘 모르겠는데?
“설마 못 보고 못 들은 거야? 아니면 원래부터 눈도 없고 귀도 없어서 못 들었던가?”
– 나를 좀 활용해 봐. 그래야 제대로 알 수 있을 거 같으니까.
“결국 방치하지 말아 달란 얘기로군.”
원한다면 마무리는 깔끔하게 성검으로 해 줄 생각.
하지만 그 전에 확실하게 양념은 쳐 놓을 필요가 있다.
마나가 폭증했다고 해서 릴디의 머리카락 공격이 아프지 않은 건 아니니까.
타아앙!
타아아앙!
마나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건 역시 칼보다는 총이기에, 느낌이 아주 좋다.
릴디는 끊임없이 성난 괴성을 질러 댔고, 나는 온몸에 마나를 두르며 수직하강을 시도했다.
역시 날개의 성능도 몇 단계는 업그레이드.
나는 순식간에 릴디의 앞에 멈춰 섰고,
서걱!
그녀의 목이 바닥에 떨어졌다.
도무지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 * *
“밸붕인 거 같습니다.”
지켜보고 있던 신주아는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
“내 생각도 그래. 아무리 봐도 39층에 어울리는 힘은 아니지?”
“한참 뒤쪽에서나 어울리는 힘인 건 분명해 보입니다.”
“그럼 탑의 최종층에서는?”
내 질문에 신주아는 잠시 멍해진다.
“이 탑 말입니다. 제가 안 만들었습니다.”
“믿어 줄게. 그러니 네 생각을 말해 봐. 탑의 최종층에서 이 정도면 먹힐 거 같아?”
“확실히 그건 아니지 말입니다. 릴디는 폼 나게 잡으셨지만, 탑이 최종층에 겨우 릴디 수준을 박아 놓을 거 같진 않습니다.”
신주아의 말이 크게 새삼스럽진 않다.
또한 실망할 이유도 없다.
내 몸 속에 잠들어 있는 기운은 여전히 개척 가능한 부분이 어마어마하니까.
“좋은 의견 잘 들었어. 그럼 이제 마나하트도 구했으니 나가 볼까?”
이 미지의 공간은 이미 우리에게 퇴장의 의사를 물어 왔지만, 일부러 미적거려 보았다.
무엇보다, 운기조식으로 새로 흡수한 마나를 다스릴 필요가 있었기에,
[팔레네 섬으로 돌아갑니다.]과연 섬에 있던 4명은 여전히 그대로일지.
“호영이 형!”
2명은 사라졌고, 2명은 그대로였다.
남은 건 물론 김세용의 파티.
“아직도야?”
“와! 이거 기다리다가 시간 다가겠어! 이렇게 사람 차별해도 되는 거야?”
“되나 보지.”
엄밀하게는 바람의 군왕은 남탕을 싫어한다는 것.
나는 김세용을 향해 마나하트를 들어 보여 주었다.
“와 씨! 정말 이렇게 크다고?”
“다른 사람들 건?”
“훨씬 작아! 형 거는 거의 수박만 하잖아! 다른 사람들이 들고 온 건 겨우 주먹 크기였어!”
역시 성인 기가스와 새끼 기가스의 차이는 꽤 클 것이다.
그 얘긴 이쯤에서 뒤로한 채, 나는 누가 아직 없어진 뒤 복귀하고 있지 못하는지를 물어보았다.
릴디의 말에 따르면 그들은 심연의 구덩이 속에서 영원한 고통을 받을 거라 했으니, 당장은 볼 수 없을 터. 누가 안타까운 상황에 놓여 있는지 파악해 보고 싶었다.
“내가 알기론 뭐 여기까진데, 그건 갑자기 왜 물어본 거야?”
“어, 그냥.”
당연히 이유는 말하기 곤란하다.
만약의 상황이 찾아왔을 때 김세용이 극단적인 선택을 할 가능성도 있을 테니까.
“세용아, 아무리 개 같아도 무조건 생존해 있어라.”
“어?”
“살아 있다면 희망은 있을 테니까.”
이 빌어먹을 탑을 서둘러 끝내야 할 이유가 더 생겼다.
* * *
기간트의 엔진이자 동력원이 될 마나하트는 얻었으니, 이제 껍데기를 구할 시간.
놀랍게도 껍데기로는 39층 세계관의 곳곳에 세워져 있는 동상들을 자유롭게 사용하면 된다.
동상 안에 기가스의 마나하트를 넣는 순간 기간트가 완성이 된다는 것인데, 이 세계관의 기이함을 드러내는 대목이기도 하다.
“참 많이도 세워져 있습니다. 어딜 가나 기갑 병기의 형상을 한 동상들이 보입니다.”
“이곳 사람들은 기간트에 대한 로망이 있나 보지. 뭐.”
이 퀘스트를 일단 완료하고 나서, 39층 세계관에 대해서도 좀 더 조사해 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봐! 너희들!”
마을을 순찰 중이던 병사 두 명이 우리를 향해 다가온다.
하긴 수상한 차림의 남녀 한 쌍이 수상한 기운을 풍기며 동상들마다 뚫어지게 스캔하고 있으니 확실히 수상해 보일 것이다.
“너희들 지금 뭐 하는 중이지?”
“관광 중입니다. 저희는 파란티노 대륙에서 온 여행객이고요.”
“파란티노 대륙? 신분패 좀 보여 줘 봐.”
병사는 고압적인 표정으로 우리에게 신분 확인을 요구했다.
물론 그런 게 있을 리가 없다.
신분패가 없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지에 대해서도 물론 모르고.
“저희가 관광 중에 가방을 도난당해서 말입니다. 그래서 지금 이렇게 빈손으로 있지 않습니까!”
“옷차림도 그렇고 하는 행동도 그렇고 뭔가 수상한 놈들이야. 잠시 따라와 줘야겠어. 조사할 게 좀 있으니.”
이렇게 병사들과 놀아 줄 시간도 없는데 실로 난감한 일이었다.
“하나만 좀 여쭤보겠습니다.”
“뭐지?”
“기간트를 조종하는 기사들은 어떤 대우를 받습니까?”
“기간트 기사? 그걸 몰라서 묻나? 웬만한 영지의 귀족 그 이상이지.”
“그럼 기간트 기사들은 옷차림이나 행동거지가 수상하다고 하여 오해받을 일도 거의 없겠군요.”
“이런 정신 나간 질문을 하는 걸 보니, 더욱 수상해. 내가 직접 조사하여 어떤 놈들인지 정체를 밝혀내고야 말 것이다!”
병사1은 과도하게 임무에 몰입하며 사명감을 불태우고 있다.
그래도 질문은 잘 받아 주니 하나만 더 물어봐야겠다.
“그럼 하나만 더 여쭙겠습니다. 이 광장에서 가장 유명한 동상이 어느 것입니까? 저희 안목이 맞나 확인 좀 하려고 말입니다.”
“허허! 이렇게 무지한 질문을 하다니 역시 수상해. 저기! 광장 중앙 부근에 가장 크게 세워져 있는 베라드에 대해 들어 본 적도 없단 말이냐?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기갑병 동상 중 하나이거늘!”
역시 우리의 안목은 틀리지 않았다.
그걸 지나가던 병사로부터 확인받게 될 줄은 몰랐지만.
그럼 어쨌든 껍데기로 삼을 타깃은 정해졌다.
거대한 마나하트에 나름 유서 깊은 동상이 만나면 어떤 기간트가 탄생하게 될지 사뭇 궁금해진다.
– 276화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