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Exclusive Tower Guide RAW novel - Chapter (276)
276화
베라드는 확실히 이 광장에서 가장 눈에 띄는 동상이었다.
제작자가 마치 건담을 보고 베낀 것처럼 쏘옥 빼닮은 형상.
그래서 한편으로는 의문이 들었다.
왜 지금껏 베라드는 기간트의 껍데기로 쓰이지 않았을까. 라는 의문.
어쨌든 마음은 이미 굳혔다.
나의 기갑 병기는 바로 너다. 베라드.
“빨리 빨리 움직여! 너희들은 지금 바로 관청으로 가서 조사를 받아야 하니까!”
광장을 순찰 중이던 병사1은 신경질적으로 우리를 다그쳤고, 병사2는 험악한 표정을 지으며 말없이 손가락으로 걸어가야 할 방향을 가리킨다.
그래도 고마운 사람들이다.
이 광장에서 베라드가 갖는 위상을 친절하게 설명해 주었으니까.
“관청으로 가기 전에 잠시 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너 지금 뭐라는 거야! 혹시 개수작이라도 부릴 생각이라면, 팔다리 하나 정도는 부러질 각오를 해야 할 거야!”
병사1은 들고 있던 단창을 빙빙 휘두르며, 우리를 위협해 온다.
“가자, 신주아.”
그녀가 나의 내민 손을 잡은 순간, 우리는 베라드 동상의 앞까지 고속 비행으로 이동했다.
마나는 항상 옳다.
이렇게 넘칠 만큼 가지고 있으니, 날개의 체감이 확실히 달라진다.
저 뒤에서는 우리의 탈출에 아우성치는 병사1과 병사2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신주아, 너도 이 녀석으로 하는 거에 동의한 거지?”
“네. 저도 이게 가장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렇다면 이제 뜸 들일 이유는 없다.
나는 기가스 릴디로부터 얻은 마나하트를 꺼내어 동상의 가슴에 가져다 댔다.
그 순간 경고 메시지가 전해진다.
[경고: 베라드는 매우 높은 수준의 마나 하트를 요구합니다. 그리고 만약 기간트 생성에 실패할 경우, 사용된 마나하트는 그대로 소멸됩니다.] [계속 진행하시겠습니까?]베라드가 기간트로 사용되지 않은 채, 여태 남아 있던 의문은 해소되었다.
분명 여러 차례 기간트로 만들려는 시도가 있었고 모두 실패로 돌아갔을 것이다.
메시지는 자세히 설명해 주지 않고 있지만, 온라인 게임의 강화 같은 개념으로 이해하면 될 터.
그렇다면 베라드의 기간트 생성 확률은 매우 낮을지도 모른다.
“마음에 드네.”
확률이 낮은 만큼 분명 범상치 않은 놈이 탄생할 테니까.
나는 주저 없이 다시 마나하트를 베라드의 가슴에 가져다 대었다.
[기간트 생성을 시도합니다.]등 뒤에선 병사1, 2의 목소리가 더 가깝게 들려온다.
“너희들! 정체가 도대체 뭐냐! 그리고 방금 날아간 건 어떻게 한 거지?”
“수상한 놈들! 바로 관청으로 가, 네놈들의 정체를 밝히겠다!”
방금 전 나의 비행을 보고서도 잡아 가겠다니, 이들의 현실 인식 능력에 헛웃음만 나온다.
“저의 정체에 관해 물으셨습니까?”
“그렇다!”
“그럼 알려 드리죠.”
나는 씨익 웃으며 말을 이어 갔다.
“기간트 기사.”
“뭐?”
“이제부터는 기간트 기사님. 이라고 불러 주시겠습니까?”
[기간트 생성에 성공하였습니다.] [베라드의 주인이 되었습니다.]순간, 베라드의 눈이 황금빛으로 빛나기 시작한다.
마나의 기운과 함께 생명의 태동이 느껴지는 것만 같다.
[퀘스트를 클리어하였습니다.]* * *
베라드와의 계약이 있었다.
계약자는 나와 신주아.
마치 캥수와 교감할 때와 비슷한 느낌이다.
[탑승하시겠습니까?]사실 탑승이라는 개념은 잘 이해되지 않는다.
베라드는 분명 누군가를 태울 만한 사이즈의 동상은 아니었으니까.
물론 나는 그런 메커니즘까지 고민할 이유도, 의심할 필요도 없다.
그리하여 나와 신주아는 동시에 외쳤다.
“탑승!”
베라드의 눈에서는 빛이 발산되며, 어느 순간 우리는 어두컴컴한 미지의 장소로 이동해 있었다.
마치 우주 공간에 있는 느낌.
발밑에 딛고 있는 땅은 없으나 이상하리만큼 안정적인 공간이었다.
“여기가 베라드의 안?”
“아마도 그런 것 같습니다.”
놀랍게도 우리 둘 모두 베라드의 몸체 안에 들어와 있었다.
마치 걸리버 여행기에 나오는 난쟁이가 된 느낌이다.
지금 이곳은 거대한 건물의 내부처럼 느껴질 정도였기에.
[지금부터 튜토리얼을 시작하겠습니다.]* * *
튜토리얼을 마치고, 기간트에서 내리자 또 다른 연계 퀘스트가 생성되었다.
[기간트 기사로 등록하십시오.] [제한 시간: 1일] [실패 시: ???]기간트 기사 등록이라니.
퀘스트만 던져 놓고 부연 설명 따위는 전혀 없다.
마침 우리 옆에 설명해 줄 사람이 있어 다행이지만 말이다.
“아직 계셨습니까?”
병사1, 2는 넋 나간 표정으로 멀뚱멀뚱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의 물음에도 바로 대답을 하지 못한다.
“……어. 아, 아니 네!”
두 사람은 마치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똑같이 말을 더듬는다.
“볼일은 다 끝났습니다. 이제 관청으로 조사받으러 가면 되는 겁니까?”
“조, 조사라니요! 제가 그만 기사님을 몰라 뵙고!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병사1, 2는 허리를 직각으로 굽히며 내게 사과를 한다.
급격한 태세 전환.
창백한 얼굴에 목소리는 한껏 격앙되어 있었다.
어쩌면 이 사과를 위해 여지껏 기다리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왜들 이러세요. 사람 부담스럽게. 빨리 고개 좀 들어 봐요.”
“그, 그럼 용서해 주시는 겁니까. 기사님?”
이들의 행동을 통해 기간트 기사의 권위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었다.
웬만한 귀족 이상이라더니, 그 말은 과연 사실인 것처럼 보인다.
“당신들은 특별히 지은 죄가 없는 걸로 알고 있는데 말입니다.”
내가 두 사람의 등을 두드리며 인자한 미소를 지어 주자, 그들의 눈가는 이내 촉촉해지기 시작한다.
“정말로 두 분 기사님께서는 그렇게 생각해 주시는 겁니까?”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기사 등록 좀 하려고 하는데, 안내 좀 부탁드려도 될까요?”
“물론입니다! 마침 관할 관청이 저희들 근무지 근처인지라. 따라 오십시오!”
의도치 않게 길잡이 겸 안내자를 얻게 되었다.
마침 39층의 세계관에 대해서도 궁금한 게 많았는데, 관청으로 이동하는 동안 병사1, 2로부터 어느 정도 들을 수 있었다.
기간트의 역사는 대략 팔백 년.
그것은 세상의 대격변과 관련되어 있다고 한다.
약 팔백 년 전 바다 한가운데에 팔레네 섬이 생겨났고, 그곳에 거주하는 기가스들이 인간에게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
그와 동시에 세상에는 수많은 괴수들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평생 동안 몸을 단련한 용병 검사들조차 상대할 수 없는 미증유의 괴물들 앞에 인간은 속수무책.
그러던 차에 구원의 동아줄이 발견되었다고 한다.
다름 아닌 기간트.
기가스의 마나하트와 기갑병사의 동상을 결합하면 최강의 병기가 만들어진다는 이야기가 돌게 된 것이다.
그리고 그 이야기는 결국 진실로 밝혀졌다.
그 이후, 세상에 등장한 영웅들. 모두가 기간트 기사들이었다.
“하나만 물어보죠. 현존하는 최강의 괴수는 무엇입니까?”
병사1은 내 질문에 의아한 표정을 짓는다.
이들 입장에선 내가 너무 당연한 걸 물어 본 듯싶었다.
“의심의 여지없이 티폰입니다. 무려 8백 년을 살면서 점점 더 강해지고 있다는 얘기도 있을 정도니 말입니다.”
“티폰이라…….”
내 질문의 이유는 단순했다.
왠지 39층의 퀘스트와 관련이 될 것만 같았기 때문.
신주아도 이미 이야기했다시피 현시점에서 나의 무력은 탑의 설정을 붕괴시키는 수준이다.
릴디 같은 규격 외의 존재가 등장하지 않는 한, 내게 위협적인 존재는 없다는 것.
그런 상황에서 탑이 내게 부여할 퀘스트는 많지 않다.
가장 쉬운 해결책은 이 세계관의 가장 강한 놈을 내게 붙이는 것.
호감도도 개판이니 바람의 군왕으로선 별 부담도 없을 테고 말이다.
“티폰은 강합니까? 그동안 기간트로도 상대할 수 없었을 만큼?”
“티폰은 그냥 논외입니다.”
흥미롭다.
그 괴물은 과연 얼마나 강할지.
그리고 이 탑은 나를 정말로 티폰이란 놈과 붙여 놓을지.
이야기를 듣는 사이 어느덧 우리는 관할 관청에 도착해 있었다.
* * *
병사1, 2가 앞서 이야기를 잘해 놓았기에 절차는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신분패를 분실하셨다고요?”
“네.”
경우에 따라선 엄벌을 받을 수도 있는 중죄이지만, 기간트 예비 기사라는 예외적 지위는 이조차도 무마해 버린다.
기간트 기사에 등록한다는 것은 기존의 신분에 관계없이 작위를 수여 받는 것과 동일한 효과를 갖는 것이기에.
무엇보다, 나의 기사 등록을 명한 것은 다름 아닌 탑. 신분패 때문에 막혀 버릴 설정이라면 이런 퀘스트가 부여됐을 리도 없다.
따라서 기본적인 절차들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이제 중요한 것은 베라드에 대한 심사.
테스트장에서 서서 나는 관리자의 지시를 기다렸다.
“기간트를 소환해 보시겠습니까?”
“네.”
아직 익숙하진 않지만, 튜토리얼에서도 연습도 충분히 해 보았고 이제 큰 어려움은 없다.
지이이잉-
잠시 후 베라드가 내 앞에 나타난다.
“상당하군요.”
관리자는 베라드의 몸체를 보며 연신 감탄사를 내뱉었다.
“그 정도입니까?”
사실 나로서는 베라드의 비교 대상을 본 적이 없으니 답답할 뿐이다.
“하는 일이 일이다 보니, 눈대중으로만 한번 봐도 대충 느낌은 옵니다. 이거 확실히 물건입니다.”
“그렇군요.”
“마나하트 몇 개를 태우신 겁니까?”
“태우다니요?”
“가끔씩 기간트의 껍데기들 중에는 도도하게 구는 녀석들이 있습니다. 기사님께서 생성하신 베라드에서도 그런 기운이 느껴지는데, 제 말이 틀렸습니까? 최소 서너 번은 시도하셨을 거 같은데, 돈 많이 깨지셨겠습니다.”
이 관리자가 단단히 오해를 한 듯싶다.
마나하트를 몇 개나 구입할 정도로 나를 대부호로 생각하는 모양인데, 도대체 어딜 봐서.
“운이 좋았습니다. 한 번에 성공했으니 말입니다.”
“오오! 정말입니까? 놀랍습니다!!”
관리자는 과장된 리액션을 하며 말을 잇는다.
“그럼 이제 탑승하셔서 제가 하는 지시를 따라 주시기 바랍니다.”
“그러죠.”
첫 번째 테스트는 마나 출력이었다.
내가 기간트와 교감하여 어느 정도의 마나를 낼 수 있는지를 알아보는 것.
“이제 시작하시면 됩니다!”
나는 눈을 감고 조용히 몸속의 마나를 순환시키기 시작했다.
거대한 기운이 몸속 이곳저곳을 휘감으며 돌아다닌다.
여전히 내 것으로 용해시키지 못한 마나수 열매의 커다란 기운들이 따로국밥처럼 놀고 있는 것이 아쉽기만 하다.
하지만 언젠가는 모두 내 것이 될 수밖에 없는 운명.
내 몸 속에 들어온 순간부터 정해진 미래일 뿐이다. 결국은 그 시기가 문제겠지만.
휘이이이잉!
내가 끌어올린 마나는 기간트를 매개로 한 번 더 출력되어 바깥 세상에 새로운 기운을 생성해 낸다.
그것이 나에게도 느껴진다.
베라드가 분출하고 있는 거대한 기운.
물론 이것이 나의 풀전력은 아니다.
적당히 힘조절을 하였으니까.
“기, 기사님! 마나 수치가 어마어마하게 나오고 있네요!”
바깥에서 관리자는 난리가 난 반응이었다.
“마나 수치가 무려 8.4! 역대 세 번째 기록입니다!”
기간트의 8백 년 역사를 고려하면, 탑3도 놀라운 기록인 것은 분명하지만 왠지 모르게 자존심이 상한다.
조금 유치하긴 해도 어쩔 수 없다.
이대로 끝내 버리면 두고두고 생각날 것 같으니까.
“후우!”
나는 심호흡을 한 번 한 뒤 체내의 마나를 다시 한번 더 끌어 올렸다.
– 277화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