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Exclusive Tower Guide RAW novel - Chapter (277)
277화
기간트 관리부 소속의 캐론은 눈앞의 남자가 탐탁지 않았다.
뭔가 이질적인 외모, 이호영이라는 우스꽝스러운 이름마저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이게 본명은 맞나?’
이 남자에 대해 비호감과 선입견을 갖게 된 이유는 단 하나였다.
신분패를 소지하고 있지 않아, 신원 확인이 되지 않는다는 것.
이름으로 보건대 명망 높은 가문의 자제일리는 없고, 보나마나 어느 졸부 집안 출신인 것이 틀림없었다.
“신원 확인이 되지 않으면, 기간트 기사 등록이 이루어지더라도 추후 작위 수여에 차질이 있을 수 있습니다.”
라고 안내를 해도
“괜찮습니다.”
라는 말도 안 되는 답변이 돌아올 뿐이었다.
순간 미친놈인가 싶었다.
기간트 기사 등록이 무슨 동네 소꿉놀이도 아니고.
그렇다면 결론은 하나다.
마나하트를 구입할 만큼 돈은 많지만, 정작 제대로 된 기사가 될 준비는 되지 않았다는 것.
마나 운용 능력이 수준 이하라면 당장 기간트 기사로 등록하는 일은 불가능하다.
실전에 투입되더라도 값비싼 기간트만 잃는 꼴이 될 테니까.
‘혹시, 제대로 된 기사 수업은 받아 본 적 있습니까?’
라고 묻고 싶은 마음이 있었지만 꾹 눌러 참을 뿐이었다.
잠시 후, 캐론은 살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이호영이라는 남자가 꼴에 소환해 낸 기간트는 꽤 그럴듯해 보이는 특등품이었으니까.
돈을 아주 많이 처바른 것이 분명했다.
평범한 마나하트로는 절대 이 정도로 때깔 나는 기간트를 만들어 내지 못하는데, 어림잡아도 50만 갤리온 이상은 태웠을 것이 분명했다.
‘돈이 썩어나는군.’
아무리 값비싼 마나하트를 기간트에 바른다고 해도, 기간트 운용에 있어 더 중요한 요소는 탑승한 기사 본연의 능력.
캐론은 궁금했다.
이 졸부가 이제 어떤 퍼포먼스를 보여 줄지.
“그럼 시작해 보겠습니다.”
1차 테스트는 마나 출력 측정.
캐론은 이호영에게 진행 절차를 간단히 설명한 후, 결과를 기다렸다.
테스트장에 설치된 마나 크리스탈은 기간트가 분출하는 마나를 측정하여 곧바로 이곳으로 신호를 보내 주는 방식.
띠띠띠띠-
결과는 아주 빠르게 이곳으로 전송되고 있었다.
심혈을 기울여도 모자랄 판에, 이런 진지하지 못한 자세로 테스트에 임하다니.
캐론은 자신이 본 이호영에 대한 첫인상이 틀리지 않았음을 확신했다.
하지만 잠시 후 그는 정신이 번쩍 들 수밖에 없었다.
‘파, 팔 점 사?’
믿을 수 없는 숫자가 눈앞에 펼쳐졌다.
적당히 높은 숫자였다면 놀라고 말았을 일이지만, 이건 뭔가 비현실적인 수준이다.
당연히 신호 오류를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
하지만 그가 관리부에 들어온 이래 마나 크리스탈이 오류를 일으킨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사실 오류의 가능성을 인정하는 것 자체가 관리부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일.
캐론은 한 번 더 신호를 수신을 시도했다.
띠띠띠띠-
그리고는 숨을 죽이며 다시 결과를 바라보았다.
‘미친!’
또다시 8.4
마나 크리스탈이 두 번 연속 같은 신호를 보내왔다면 이것이 오류라고 믿는 것이 도리어 비이성적인 일이다.
그리고 이 숫자가 어느 정도 수준인지는 디테일하게 알고 있다.
얼마 전 8.42를 기록한 레나드家의 장녀 레인 레나드가 이 부문에서 역대 2위로 올라서기도 했고 말이다.
“역대 세 번째 기록입니다!”
위기감에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
2차 테스트가 남긴 했지만 이호영이 기간트 기사로 등록되는 것은 사실상 확정이었으니까.
혹시 자신이 이호영에게 무례하게 굴지는 않았는지, 혹은 탐탁지 않은 자신의 마음을 실수로 드러내지는 않았는지를 떠올려 보았다.
만약 작은 트집이라도 잡히게 된다면, 앞으로 아주 피곤한 일들이 벌어질 테니까.
‘다행히!’
무례한 언행은 없었다.
그게 당연한 일이었다.
명문가의 자제든 그게 아니면 졸부 출신이든 어찌 되었든 상대는 예비 기간트 기사. 간댕이가 붓지 않은 이상 자신의 감정을 여과 없이 그대로 노출하는 것은 사실 말이 되지 않는다.
어쨌든, 이제부터는 약간의 호의를 더 담을 필요가 있다.
너무 노골적으로 감정을 내비치는 건 천박한 일이니, 과하지 않도록 적당히 기분만 맞춰 주면 될 것이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이호영 기사님! 역대 3위의 훌륭한 기록이십니다! 이제 내려오셔서 다음 절차에 대한 설명을 들으시면 되는데요, 지금 바닥이 살짝 미끄러우니 내리실 때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이 정도면 딱 적당했다.
“…….”
하지만 이호영은 한 번 더 마나 출력을 시도하겠다는 뜻을 밝혀 온다.
“네. 기사님! 그럼 한 번 더 시도해 보시겠습니다!”
캐론으로선 나쁘지 않은 상황이었다.
마나 크리스털의 오류는 전례 없는 일이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한 번 더 확인해 보고 싶었으니까.
캐론은 숨을 죽이며 결과를 기다려 보았다.
이번에는 첫 시도보다는 시간이 조금 더 걸린다.
띠띠띠띠-
마나 크리스털은 다시 신호를 보내오고 있다.
캐론은 눈을 살짝 감았다가 실눈을 떴다.
그리고는 출력된 신호를 확인해 보았다.
‘미친!’
순간 이 말을 입 밖으로 낼 뻔했다.
눈으로 보고도 믿을 수 없는 결과였다.
8.74
역대 1위.
심지어 기존의 1위를 넉넉하게 넘어서는 수준이다.
‘정말 신호 오류? 만약 그게 아니면…….’
한 번 더 정신이 번쩍 들었다.
갑자기 퍼즐 조각이 맞춰지는 기분이 든다.
애초에 신분패를 잃어버렸다는 것부터가 이상한 일. 그리고 그가 소환한 기간트는 최고급의 품질.
당연히 이호영이라는 이름도 실명일 리가 없으며, 자신은 잘 모르는 어느 명문가의 자제일 공산이 크다.
신분을 감추고 있는 이유까지는 알 수 없으나, 이 남자는 엄청난 거물일지도 모른다.
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윗선에 바로 보고해야겠어.’
캐론은 이제부터 정말로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 *
“관리부의 총책임자 베니트라고 합니다.”
“이호영입니다.”
어느 정도 예상한 일이지만, 살짝 성가신 상황이 발생하고 말았다.
내가 마나 출력에서 역대 기록을 갈아 치운 일이 곧바로 상부로 보고가 되었고, 그 즉시 총책임자가 손수 나를 만나러 온 것이다.
“저기, 혹시 실례가 안 된다면…….”
“실례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면, 하실 말씀은 그냥 넣어 두시죠.”
나는 단칼에 베니트의 질문을 잘랐다.
무엇이 되었든지 나에게는 곤란한 질문일 터.
일단은 퀘스트인 기간트 기사로 등록하는 것이 우선이다.
베니트는 멋쩍은 웃음을 지었고, 나는 캐론에게 서둘러 다음 절차를 요구했다.
“2차 테스트까지 있다고 들었습니다만.”
“네! 2차는 동작 속도 검사입니다.”
이는 기간트 기사로서의 실전성을 측정하는 테스트.
“사실 기간트와 기간트 사이의 대련이 가장 좋은 방법이겠지만, 아시다시피 기간트가 워낙 고가이다 보니 말입니다.”
베니트는 기어코 한마디를 덧붙인다.
나는 그를 외면하고는 캐론에게 2차 테스트의 진행 절차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방식은 아주 간단했다.
사방팔방에 설치된 마나 크리스털에서 쏘아져 오는 마나의 공격을 파훼하는 것.
“여기, 각서에 서명도 하셔야 합니다.”
테스트 도중 마나의 공격으로 인해 기간트가 손상을 입더라도 이에 대한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것.
나는 각서의 마지막 부분에 내 이름 석 자를 써 넣었다.
“이호영. 이라…… 생소한 이름이군요.”
베니트는 이를 빌미 삼아 내 정체를 캐고자 하는 모습이다.
“관리부장님께서는 대륙에 존재하는 수많은 이름들을 다 알고 계시나 봅니다?”
“그건 아니지만, 각 지방의 명문가 정도는 나름 많이 알고 있다 자부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그러면서 베니트는 나를 보며 미소를 짓는다.
말도 안 되는 가명 말고 진짜 정체를 밝히라는 의미일 터.
“그럼 제 가문은 명문이 아닌가 봅니다. 쓸데없는 얘기는 이 정도로만 하고, 이제 2차 테스트를 진행했으면 하는데.”
“네. 죄송합니다. 그럼 바로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베니트는 나의 2차 테스트를 직접 참관하겠다며, 흥미로운 표정을 지어 보인다.
성가시지만 어쩔 수 없다.
나는 다시 테스트장으로 돌아가 베라드에 탑승했다.
“먼저 마나 크리스털 1개부터 시작하겠습니다.”
잠시 후 카운트다운이 울려 퍼지고 이어서 마나가 쏘아져 온다.
슈웅-
슈웅-
크리스탈은 하나였기에 방향은 굳이 예측할 필요가 없다.
나는 기간트를 움직여 쏘아져 오는 마나를 피해 내기면 하면 된다.
‘기간트라는 게 참 신기한 물건이란 말이지.’
나의 의지와 이 병기는 완벽하게 동기화되어 움직인다.
심지어 작은 손가락의 움직임까지도 그대로 구현해 낼 정도.
작동 원리를 이해할 수는 없지만, 베라드는 가볍게 몸을 틀어 쏘아진 마나를 흘려보냈다.
‘완벽하군.’
찰나의 지체 없이, 나의 의지가 그대로 반영된 것이다.
슈웅-
슈웅-
또다시 마나가 쏘아져 온다.
처음보다는 조금 더 빠르고 조금 더 강하다.
물론 이번에도 가볍게 피할 수 있겠지만, 방법이 그것만 있는 것은 아니다.
파아아앗!
나는 손바닥에 마나를 살짝 불어 넣어, 크리스탈이 쏘아 낸 마나와 충돌시켜 보았다.
기간트의 존재 의의는 탑승자의 마나를 증폭시켜 전투력을 최대한으로 이끌어 내는 것.
스르르르-
나의 작은 몸짓에도 크리스털의 마나 공격은 가볍게 파훼된다.
생각보다 쓸 만하다.
조금 더 실험을 해 봐야 알 수 있겠지만, 대략 2배 이상의 효율을 기대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슈융-
슈웅-
슈웅-
크리스털의 공격은 점점 더 맹렬해지지만, 애초에 한 방향에서 오는 공격은 내겐 너무 쉽다.
나의 무심한 손짓에도 마나 공격은 아주 가볍게 무력화되었다.
컨트롤 타워로부터는 곧바로 반응이 온다.
“이제부터는 마나 크리스털을 2개로 올리겠습니다.”
사실 2개로 늘린다고 해서 별로 달라질 바는 없을 것 같다.
굳이 시간 낭비를 할 건 없으니, 나는 곧바로 손가락으로 의견을 표시했다.
“아, 아홉 개 말입니까?”
캐론은 놀란 반응으로 내게 되물었다.
내 계산상으로는 여기서 조금 더 높여도 무리는 없을 것 같지만, 일단은 기간트에 더 적응할 필요가 있으니 쉽게 가 보기로 했다.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잠시 후 아홉 개의 크리스탈에서 빛이 나기 시작했다.
“알고 계시겠지만 만약 기간트가 동작이 불가능할 정도로 파손되면 지금까지의 모든 기록이 무효화되며…….”
사족이 너무 길다.
* * *
[퀘스트를 클리어하였습니다.]베니트는 내게 반복해서 묻는다.
“기사님, 정말로 이 기록을 공표하지 않으실 생각이십니까?”
“네. 똑같은 걸 계속 물어보시는 군요.”
“아니, 왜 굳이! 관리부가 창설된 이후, 이런 기록은 처음입니다! 이전에는 이와 근접한 기록조차 없었습니다. 마땅히 이 쾌거를 널리 공표하고…….”
“굳이 공표해야 할 이유가 없으니까요. 그럼 이만 가 보겠습니다.”
“아니, 이렇게 가시겠다는 말씀입니까? 기사 등록만 하셨다고 모든 게 다 끝난 건 아닙니다! 작위 수여 문제도 그렇고, 베라드의 실전 배치를 위해서는…….”
당연히 베니트는 황당하다는 반응.
하지만 나로서는 퀘스트를 클리어했으니 더 이상의 용건은 없다.
“가겠습니다.”
“기, 기사님!”
기간트 관리국에서는 오늘 나의 기록에 대해 제국 황실에 보고를 하게 될 것이고, 조만간 이호영과 내 가문에 대해 조사를 시작하게 될 터.
유령처럼 존재하지 않는 인물이라는 것이 밝혀지면, 어떤 반응일지 궁금하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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