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Exclusive Tower Guide RAW novel - Chapter (291)
291화
[‘고금제일의 검객’이 마지막으로 당신의 검술을 보길 원합니다.]낯선 이명의 군주.
하지만 이게 누구인지는 고민할 필요도 없었다.
‘사부!’
이미 예정된 바였지만, 사부가 드디어 등선의 경지에 이른 것이다.
사부의 메시지에 나는 곧바로 명상을 멈추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다시 한번 그의 앞에서 검술을 선보일 생각에 가슴이 웅장해진다.
물론 여기선 곤란하다.
이 헬스 클럽 안에서 무영추혼검을 펼치기라도 했다가는 건물 전체가 주저앉을 테니까.
‘그럼 굿바이! 손서연.’
이제는 더 이상 손서연의 운동하는 모습을 지켜보지 않아도 될 것 같다.
그녀는 이전에 내가 했던 것보다 훨씬 열심이라는 걸 확신한다.
내가 최종 퀘스트에 실패하더라도, 다음 회차를 기대해 볼 수 있는 이유.
한 가지 더 바라는 것이 있다면, 그땐 그녀의 마음이 나보다는 더 편했으면 한다는 점이다.
이번 회차의 나는 과도한 책임감을 느껴 왔었기에.
헬스 클럽에서 나온 후 곧바로 하늘로 비상했다.
사람들의 비명과 경탄이 동시에 쏟아지며, 저마다의 휴대폰 렌즈는 나를 향한다.
탑이 솟아오르고, 곳곳에서 괴물이 출현하는 이 혼란스러운 시기에도 사람이 하늘을 난다는 건 무척이나 신기한 일일 터.
하지만 나를 촬영하기에는 좀 늦었다.
이미 나는 상공 2km 위에 올라와 있다.
‘수련 장소로는 어디가 좋을까.’
나는 살짝 멀리 날아가 보기로 하였다.
경치 좋고 조용한 곳을 찾자면 북쪽도 나쁘진 않겠지만, 괜한 분란을 일으킬 소지가 있기에 비행 방향은 동쪽으로 정했다.
휘이이잉!
빠르게 서울을 벗어나니 공기부터 달라진다.
상공에서 굽어보는 우리나라의 국토가 새삼 새롭게 느껴진다.
좋다.
또한 그리웠다.
다시는 이것을 잃고 싶지 않다는 간절함이 밀려온다.
비행 끝에 내가 도착한 곳은 홍천의 가리산.
본래도 인적이 드문 곳이지만, 종말이 다가오며 세상이 흉흉하다 보니 이곳은 그야말로 적막 그 자체였다.
덕분에 조용히 수련하기엔 안성맞춤이다.
‘그럼 한 번 더 봐 주시지요. 사부.’
성검을 꺼내 무영추혼검을 펼치려는 순간이었다.
[‘은둔의 절대자’가 ‘고금제일의 검객’이란 이명에 불만을 제기합니다.]이번에도 낯선 이명의 군주.
참 뜬금없는 타이밍이긴 한데 누구인지 단번에 알 수 있었다.
나의 두 번째 스승이기도 한 혈마.
그 역시 사부와의 비무를 통해 마지막 깨달음을 얻어 등선에 성공한 것이다.
[‘은둔의 절대자’는 고금제일이란 표현에 강한 주관이 개입되어 있음을 지적합니다.] [또한 이 표현에 절대 동의할 수 없다며, 개명을 촉구합니다.]‘혈마라면…….’ 충분히 이 정도 목소리는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의 수라마혈검 또한 무영추혼검에 떨어지는 검술이 아니기도 하고.
[‘고금제일의 검객’도 ‘은둔의 절대자’란 이명에 불만을 제기합니다.] [엉뚱한 자가 절대자를 참칭하고 있음에 깊은 분노와 유감을 표하고 있습니다.]나로선 할 말도 의견도 없다.
두 초인의 대결은 안 봐도 천지를 진동시키는 수준이었을 터.
설령 보았다 하더라도 내가 평가할 수 있는 군번은 아니다.
순간, 한 가지 의문점이 생긴다.
이번 회차에서 천마와 혈마는 등선에 성공하며 탑의 초월좌가 되었다.
그렇다면, 다음 회차의 종말 때에는 12군주가 아닌 14군주가 되는 것인가?
만약 이 가정이 사실이고 다음 회차가 진행된다면 내겐 든든한 빽이 둘이나 있을지도 모르겠다.
물론 거기까지 가지 않는 게 베스트겠지만.
솨아아아악!
솨아아아아악!
성검이 횡으로 종으로 공기를 가른다.
속도 면에서는 상당 수준의 경지에 이르렀다고 자부한다.
사부가 추구하는 궁극의 쾌검에 거의 근접한 것.
[‘고금제일의 검객’이 방금 펼쳐진 검술을 보고 비웃음을 짓습니다.]하지만 사부의 눈에는 여전히 부족한 것투성인가 보다.
사부는 몇 개의 메시지를 더 뱉어 내며, 나의 검술을 지적하였다.
문자의 한계로 인해 대단한 조언은 없으나 전에 없던 깨달음이 피어난다.
사부가 나의 검술을 지켜보고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 나의 영감은 한없이 고양된 상태이니까.
[‘은둔의 절대자’가 이 상황에 못마땅한 표정을 짓습니다.] [플레이어 이호영은 자신의 제자이기도 하다며, 혼자서만 독점하지 말 것을 촉구합니다.]군주들의 종특. 질투심이 많다는 것.
물론 이런 상황에 가만히 있을 사부가 아니다.
[‘고금제일의 검객’이 플레이어 이호영에게 자신의 진짜 사부가 누구인지를 결정하라며 다그칩니다.]두 노인네의 유치함에 헛웃음이 나온다.
계속해서 폭탄처럼 밀려드는 메시지.
[‘바람의 군왕’이 시끄럽다며 험악한 표정을 짓습니다.]놀랍게도 이후 두 노인은 음소거 모드다.
사부와 혈마를 이렇게 다룰 수 있는 존재가 있다니, 하늘 위에 또 하늘이 있음을 실감하게 된다.
* * *
마나는 충만하며, 팔라스의 방패는 100% 상태.
니케의 반지는 언제나처럼 영롱한 빛을 발하고 있으며, 파이스의 반지는 가만히 있어도 나의 마력 회복 속도를 50%나 향상시켜 줄 것이다.
지혜의 나무는 지금 이 순간에도 나의 깨달음을 증진시켜 주고 있으며, 홍염의 불도깨비는 언제라도 ‘신의 한 발’을 쏠 수 있도록 준비되어 있다.
엘릭서를 비롯한 텃밭의 수많은 치유 계열 작물들은 나의 여벌의 목숨이 되어 줄 예정.
최종 병기 베라드는 나의 전투력을 증폭시켜 줄 것이며, 성검은 최후의 결전에 앞서 예리한 빛을 발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 하나.
사부와 혈마의 가르침을 통해, 더 나아갈 수 없을 것만 같았던 내 검술이 한 번 더 도약을 거두었다는 점이다.
비록 온라인 수업이었으나, 효과는 놀라웠다.
‘설마, 이 정도인데도 진다고?’
나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남태평양의 한가운데 세워진 거대한 탑 속으로 진입했다.
길고 길었던 여정.
이제는 그 종지부를 찍으려 한다.
[드래곤을 죽이십시오.]아주 간단명료한 퀘스트였다.
“기다리고 있었다. 어리석은 인간이여!”
탑을 가득 메울 것만 같은 거대한 몸체.
하지만 그보다 더 놀라운 것은 온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마나의 기운이었다.
베라드가 내는 마나 출력보다 훨씬 우월하다.
“왜 다들 첫 대사가 그 모양인지 모르겠어. 날 언제 봤다고 어리석다는 건지.”
나의 반응에 드래곤은 가볍게 피식 웃었다.
그 잠깐의 피식거림에도 가공할 마나가 새어 나온다.
“겁도 없이 나에게 도전하였으니까.”
“어리석은 건 탑의 군주들이야.”
“……?”
“클리어가 불가능한 퀘스트를 마지막에 박아 놓았잖아.”
그들은 정말로 종말의 무한 반복을 원하는 것인가 라는 의문이 밀려든다.
그만큼 드래곤이 내고 있는 기세는 실로 대단했다.
드래곤은 나의 멘트가 마음에 들었는지 어울리지 않는 인자한 미소를 짓는다.
그 속에서 여러 가지 이질적인 기운들이 느껴진다.
하나, 둘, 셋, 넷…….
“혹시 넌 열두 군주의 권능을 조금씩 가지고 있는 것인가?”
“그걸 알아채다니 놀랍군. 어리석다는 말은 취소하도록 하지.”
“불가능한 퀘스트가 맞네.”
“그런 셈이지.”
“그러니 군주들은 안심하고 있겠지? 마지막 관문은 그 누구도 절대 통과할 수 없다고 말이야.”
순간 드래곤의 미간이 들썩인다.
달라진 나의 기세에 흥미를 보이고 있는 것.
스르르르.
베라드가 소환된 이후 더 이상의 대화는 없었다.
내가 곧바로 베라드에 탑승하며 마지막 결전이 시작되었다.
* * *
열두 군주의 권능을 동시에 상대하는 건 내겐 상당히 가혹한 일.
물론 군주들의 열화판이겠지만, 드래곤이 순간순간 보여 주는 능력은 실로 당혹스러운 수준이었다.
콰카카캉!
마른 탑의 공기에서 벼락이 쏟아진다.
이는 바람의 군왕의 권능.
가공할 마나가 공기를 갈기갈기 찢으며 우리가 있는 이 공간 전체를 지배한다.
피할 곳도 없으며, 막아 낼 방도도 없다.
[팔라스의 방패가 가동됩니다.]이 신화급의 아이템이 아니었으면 벌써 승부는 종료되었을 터.
“거추장스러운 아이템을 가지고 있는 모양이군.”
무형의 방패지만, 드래곤은 이미 그 본질을 꿰뚫어 보고 있었다.
이 방패의 내구도가 무한하지 않다는 것 또한 알고 있을 것이다.
솨사사사사사!
억압당한 공간 속에서도 베라드는 유유히 드래곤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하지만 쾌검보다 빠른 드래곤의 공간 이동이 놀랍다.
어느새 내 등 뒤에서 나타난 녀석은 거대한 브레스를 뿜어낸다.
화르르르르르!
다행히 아직까진 팔라스의 방패가 건재한 상태다.
나와 베라드의 마나통이 거대해진 만큼, 내구도 또한 비약적으로 상승한 것.
하지만 언제까지 방패에만 기댈 수는 없는 노릇이다.
‘신의 한 발!’
단 한 발밖에 쏠 수 없는 공격이기에, 타이밍을 잘 잡아야만 한다.
한 번의 기회를 날리게 되면 그대로 게임 종료.
다음 회차의 종말이 예약되는 셈이다.
최대한 신중하게. 그리고 냉철하게.
방패가 건재한 한, 아직 기회는 있다.
드래곤을 상대로 유효타를 전혀 거두지 못하고 있지만, 내가 기대를 걸어 볼 것은 지금 이 순간에도 나는 강해지고 있다는 점.
그리고 드래곤의 패턴에 조금씩 적응하고 있다는 점이다.
솨아아아아아악!
마침내 성검의 일격이 처음으로 드래곤의 비늘 하나를 찢어 놓는 데 성공한다.
화르르르르르르!
비록 곧바로 브레스를 얻어맞으며 한 번 더 방패의 내구도를 깎아 먹었지만, 이 놀라운 도약에 웃음을 지을 수 있었다.
“감히!”
당연한 얘기지만 여전히 우세한 쪽은 의심의 여지 없이 드래곤.
팔라스의 방패가 그 기능을 다 하는 순간, 균형추는 단번에 기울며 승부가 결정될 테니 그 전에 신의 한 발을 쏠 타이밍을 잡아야만 할 것이다.
물론 쉽지 않다.
신의 한 발을 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하나는 베라드에서 내려올 것.
다른 하나는 드래곤을 향해 홍염의 불도깨비를 겨눈 뒤, 일정 시간을 확보할 것.
둘 모두 쉽지 않은 조건들이다.
베라드에서 내리는 순간, 기간트가 증폭해 준 마력이 원상복구 되며 팔라스의 방패의 내구도가 현저하게 떨어진다는 점이다.
이는 즉각적인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는 의미.
하지만 더 어려운 쪽은 두 번째 조건이다.
드래곤이 자신에게 겨눈 총구에 반응하지 않을 리 만무한 일.
게다가 신의 한 발이라는 거대한 스킬이라면, 그 위험성을 바로 알아챌 것이며 드래곤 역시 자신의 최고 절기를 바로 사용하며 대응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는 내가 가장 피하고 싶은 시나리오.
콰카카카카캉!
또다시 탑 전체에 날벼락이 쏟아진다.
빈틈없이 공기를 채우는 이 가공할 공격에는 속절없이 당하는 수밖에 없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드래곤조차 밑도 끝도 없이 이 스킬만은 사용할 수 없다는 것.
일정한 조건이나 제약이 걸려 있다는 것 정도는 추측해 볼 수 있다.
[팔라스의 방패가 가동됩니다.]“뭔지는 모르겠지만 상당히 거슬리는 아이템이군.”
드래곤은 허탈한 웃음을 짓는다.
하지만, 간헐적으로 벼락을 치는 드래곤의 의도는 다분하다.
내가 가진 방어 아이템의 내구도를 최대한 빠르게 소진시키는 것.
나로선 불행하게도 그게 잘 먹혀들어 가고 있다.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승부를 걸어야 할 시점이 점점 가까워지고 있는 셈이다.
– 292화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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