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Exclusive Tower Guide RAW novel - Chapter (38)
38화
[당신은 검투사이자 조련사입니다. 두 직업 모두 자격을 갱신해야 8층 미션이 클리어됩니다.] [어느 직업에 먼저 도전하시겠습니까?]8층이 시작되자마자 내게 전송된 메시지.
아마 이런 질문을 받은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어쩌면 나 혼자일지도.
내가 겸업을 하게 된 것은 엄청난 우연과 행운이 겹쳐진 결과물이니까 말이다.
“검투사!”
어느 쪽을 먼저 하든 큰 상관은 없었지만, 그래도 검투사 쪽을 선택하는 것이 조금이라도 유리하다는 판단이었다.
조련사의 직업을 갖게 된 것은 최근의 일. 아직 숙련도는 검투사만 못하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레벨을 올려 둔 후에 진행할 생각이었다.
그리고 한 가지 이유를 더 꼽자면, 우리 그룹원 중에는 나 외에도 검투사 한 명이 더 있었는데, 그와 함께 미션을 수행하며 서로 돕고자 하는 마음도 있었다.
[검투사를 선택하였습니다.] [만약 검투사 미션을 통과하게 되면, 당신은 회귀를 하여 조련사 미션을 진행하게 됩니다.]오늘 엄청난 단어를 듣고야 말았다.
회귀라니.
소설에서나 존재하는 설정을 내가 직접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물론 검투사의 미션을 통과했을 때의 문제이긴 하지만.
“이호영 씨!”
선택을 마치자 암전 현상이 없어지며, 서준호가 내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또 보네요. 서준호 씨.”
우리는 가볍게 주먹을 맞대며 인사했다.
물리적인 시간상으로는 로비에서 헤어진 지 1초도 지나지 않았지만 괜히 반가웠다.
50평 남짓의 공간.
현자의 상태창이 이미 예고해 준 대로 이곳엔 나와 서준호 외에도 수십 명의 인물들이 더 있었다.
정보를 스캔해 보니 당연하게도 모두 검투사들이다.
사람들은 두리번거리며 현재의 상황을 파악하려는 모습이었다.
“여기 다들 검투사입니까?”
누군가가 크게 외치자, 사람들은 하나둘씩 고개를 끄덕이며 응답했다.
서준호를 포함해서 모두 어안이 벙벙한 눈빛.
타구역의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처음 있는 일은 아니지만, 이번 경험은 매우 생소한 것이었다.
그동안 타구역 사람들을 만날 때면 늘 적대적 관계로 시작하곤 했으니까.
지지지직.
전면에는 갑자기 스파크가 튀기 시작하며 커다란 직사각형 모양의 홀로그램 화면이 만들어졌다.
화면 속엔 얼굴에 붕대를 칭칭 감은 괴한이 모습을 드러냈는데, 그가 이번 8층의 안내자라는 것을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
– 검투사 여러분들, 환영합니다. 용케도 살아남아 8층까지 도달하셨군요.
붕대맨은 기분 나쁜 음성으로 입을 열기 시작했다.
어수선하던 장내는 순간 조용해지며 모두가 그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 다들 사회성이 더럽게 없나 봐요? 사람이 인사를 했는데도 받아 주는 사람이 없네요.
하지만 여전히 침묵.
다들 붕대맨의 입에만 시선을 주목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때 현자의 상태창이 내게 메시지를 보내왔다.
[정보: 얼굴에 붕대를 감고 있는 자는 이 탑의 중간 관리자입니다. 그는 B-456 구역 전체를 총괄하고 있으며 높은 격을 가진 존재인 만큼 그에게 잘 보이기를 권합니다. 항상 정중한 말투를 잊지 마십시오.]“반갑습니다. 관리자님.”
서둘러 침묵을 깬 것은 바로 나였다.
인사만 잘해도 사회생활의 반은 먹고 들어가는 건 만고의 진리. 탑이라고 다를 리가 없다.
하물며 탑의 중간 관리자라면 무조건 잘 보이는 것이 옳은 일이다.
– 인사성이 바른 플레이어가 한 명 있었군요. 거기다가 나를 관리자라고 칭한 통찰력까지! 일단은 마음에 듭니다. 100골드 드리죠.
순간 내 골드 잔고가 100증가했다.
100골드는 별것 아니지만, 고개를 숙여 감사의 뜻을 전했다.
이런 동작들도 분명 플러스 요인이 될 것이다.
– 다들 8층까지 오느라 고생이 많았어요. 그런데 어쩌죠? 벌써 플레이어의 자격증 기간이 만료되었지 뭡니까?
붕대맨은 안타까운 제스처를 하며 우리를 바라보는데, 이 타이밍에 뭘 어떻게 반응하라는 건지는 알 수 없었다.
붕대맨은 계속 말을 이어 갔다.
– 이미 예고된 대로 8층은 자격 갱신의 장입니다. 여기서 성공적으로 자격을 갱신한 플레이어는 다음 층을 이어 갈 수 있을 테고, 만약 갱신에 실패하게 된다면……. 혹시 답해 볼 플레이어 있습니까?
붕대맨의 말이 끝나자 다들 손을 번쩍번쩍 들었다.
발표하겠다는 강한 의지. 이것은 방금 전 내가 100골드를 획득한 효과였다.
마치 초등학교 저학년 교실을 보는 느낌이다.
– 네. 우경찬 플레이어. 대답해 보시죠.
“자격 갱신에 실패하면, 죽는 것 아닙니까?”
붕대맨은 이 상황이 만족스러운지 입가에 미소를 띠었다.
– 빙고! 사회에선 백수가 된다고 죽진 않겠지만, 이곳 탑에서 무직인 플레이어는 필요가 없어요. 바로 즉결 처분입니다.
붕대맨의 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우경찬에게는 아무런 보상도 내리지 않았다.
딱 봐도 실망한 눈빛. 결국 그는 다시 한번 입을 열었다.
“그런데 저에게는 100골드 안 주십니까?”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저건 가만히 있느니만 못한 반응.
100골드는커녕 마이너스만 왕창 먹었을 것이다.
– 우경찬 플레이어. 혹시 골드 얻고 싶습니까?
“당연하죠.”
– 크크크. 이해합니다. 골드는 이 탑에선 아주 중요한 것이죠. 충분히 욕심내 볼 만해요. 그럼 지금 모두에게 기회를 드리죠.
붕대맨의 말이 끝나자마자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이벤트가 발생하였습니다.]1. 미션: 이곳 플레이어 중 누구라도 한 명을 죽이십시오.
2. 보상: 비공개
※ 선착순 한 명이며, 미션이 클리어되어야 다음 단계로 진행됩니다.
갑자기 뜬 메시지에 장내는 순간 패닉 상태가 되었다.
“지금 이게 뭐 하는 짓입니까!”
“골드는 필요 없으니 이거나 취소해 주세요!”
몇몇 플레이어들은 불만을 터뜨렸다.
하지만 저 붕대맨은 이 탑의 중간 관리자.
동사무소에서 민원 들어주는 친절한 공무원쯤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 다들 닥치고 미션이나 진행하길 추천 드리죠. 계속 제 심기를 건드리면 한 명으로 끝나지 않는 수가 있으니까.
그 순간 현자의 상태창은 내게 다시 한번 메시지를 보냈다.
왠지 8층에선 메시지 풍년일 것 같은 느낌이다.
[정보: 이 이벤트는 우연히 열린 것이 아닙니다. 이 미션을 클리어하는 자에게는 3000골드가 보상으로 지급되며, 이는 중간 관리자의 큰 호감을 살 수 있는 좋은 기회입니다.]3000골드.
방금 받은 100골드의 30배나 되는 보상이다.
아무리 그래도, 이번 이벤트는 스킵하고 싶었다.
조건도 단 한 명만 죽으면 되는 것이니 그걸 굳이 내가 할 필요는 없다.
분명 이 중엔 미친놈도 있을 것이다.
이 탑에서 8층까지 살아남았다는 것은 멀쩡한 사람도 충분히 미친놈이 될 수 있는 일이니까.
“에잇 씨파아아!”
그리고 내 예감은 적중했다.
가까운 곳에서 강한 살기가 느껴진다.
노진욱이라는 플레이어가 검을 들어 올렸다.
그런데 설마 타깃이 나?
잊고 있었던 사실이 있었다.
지금 이들의 눈엔 내 레벨이 7로 보일 것이다.
한마디로 나는 최약체 중의 최약체.
이곳에서 희생양이 되기엔 내가 압도적으로 적합한 인물이었다.
노진욱의 검이 빠르게 나를 향해 날아왔다.
내 눈에 보이는 그의 능력치는 서준호보다 약간 아래.
그래도 이 정도면 강한 편이다.
스으윽!
내 불굴의 검은 더욱 빠르게 허공에 직선을 그었다.
스으으윽!
스으으으윽!
인간을 상대로 한 살생은 여전히 싫지만, 이런 빌런에게까지 자비를 베풀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스으으으으윽!
네 번의 직선이 그어진 후에야 노진욱은 내 앞에서 풀썩 쓰러지고 말았다.
[미션을 클리어하였습니다.] [보상으로 3000 골드를 지급받았습니다.]– 키야!
플레이어들은 놀란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고, 붕대맨은 격한 감탄사로 나의 미션 수행에 박수를 보냈다.
– 이호영 플레이어! 아주 마음에 들어요! 전 당신이 유니크 등급의 아이템을 들고 있는 걸 봤을 때부터 뭔가 기대가 되었거든요.
“유니크?”
붕대맨의 입에서 유니크라는 단어가 거론되자 플레이어들의 눈빛이 한 번 더 변했다.
본의 아니게 지금 너무 큰 주목을 받게 되어 버렸다.
저 붕대맨 자식. 일부러 내 아이템의 등급을 말한 것이 틀림없다.
저레벨의 플레이어가 고가의 무기를 들고 다니는 것만큼 재밌는 상황은 없으니까.
– 다들 살인자 이호영을 향해 큰 박수를 보내 줍시다! 그는 여러분들이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해 주었으니까요.
심지어 나에게 살인자 프레임까지.
내가 정말로 저 중간 관리자의 호감을 산 것인지 의심이 되기까지 한다.
– 자, 그럼 이제 본격적으로 자격 갱신의 장을 시작합니다. 1단계는 여러분들이 많이 해 봤을 파티 플레이! 지금부터 자유롭게 4인 1조 파티를 만들길 바랍니다. 방금 한 명이 죽어 버리는 바람에 마침 36명이 되어 버렸네요. 크크크.
파티 플레이라고 하니까 문득 1층에 대한 기억이 떠올랐다.
그때와 달라진 점이 있다면 여기 모든 사람들의 직업이 검투사라는 것.
– 파티 구성 시간은 40분 드립니다. 다들 서두르세요.
서두르라 했지만, 40분은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었다.
지금 몇몇은 이미 이 시간의 의미를 눈치챈 것 같았다.
“지금 파티 구성보다 더 중요한 게 있습니다.”
“맞습니다. 정보 교환합시다!”
이렇게 다른 구역의 플레이어들을 만나는 건 자주 오는 기회가 아니다.
더군다나 분쟁을 동반하지 않은 만남은 처음 있는 일.
누군가가 정보 교환을 제안하지 않았더라면 내가 했을 것이다.
우리들은 아주 빠르게 몇 가지 결론에 도달할 수 있었다.
1. 여기 모인 플레이어들은 모두 튜토리얼부터 7층까지 동일한 과정을 거쳤다는 것.
2. 또한 우리들은 모두 서울 시민이며 강북구, 도봉구, 노원구 출신이라는 것.
3. 간혹 예외는 있었지만, 그동안 함께했던 동료들은 비슷한 연령대의 사람이었다는 것.
4. 1층부터 7층까지의 생존율은 높게 잡아도 5% 미만.
…“아무래도 우리들이 짐작했던 사실이 맞는 거 같습니다.”
지역별, 연령별로 구획이 나누어진 채로 우리는 이 빌어먹을 탑과 싸우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혹시 살성이라는 것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 있습니까?”
누군가가 큰 소리로 외쳤다.
살성이라는 말이 언급되자 내 눈이 자동으로 돌아간다.
한강혁.
현자의 상태창으로 스캔을 해 보니 레벨에 비해 스탯이 비정상적으로 높다.
그리고 가장 놀라운 사실은 살성을 언급한 본인이 살성이라는 것.
저 자식 뭐야.
지금 사람들이 워낙 많았기에 살성을 보고서도 그냥 지나칠 뻔했다.
“살성이 뭡니까?”
모두들 처음 들어 본 단어라는 반응이었다.
“정말로 다들 살성에 대해 모르시는 겁니까?”
“몰라요! 그러니까 그게 뭐냐고요.”
한결같은 반응에 한강혁은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사실 저도 몰라요. 헤헤.”
저 자식. 도대체 무슨 꿍꿍이를 가지고 있는지 알아봐야겠다.
– 39화에 계속 –